
▲법무부장관 후보자인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적선현대빌딩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사무실에 출근하고 있다. ⓒ 권우성
김승원 법무부장관 후보자는 지난 3일 이재명 대통령 관련 사건의 '공소취소'를 직접 지휘할 생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국회의원으로서는 "불법적인 수사에 의해 조작된 기소는 국가가 잘못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국민의 입장을 전달"했지만,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서는 "법과 원칙에 따르겠다"라고 했다. 개별 사건의 공소 유지는 공판검사의 권한이고, 검찰총장을 통해 지휘할 생각도 없다고 못을 박았다(관련 기사:
김승원 "공소취소 권한 없고 지휘할 생각 없다" https://omn.kr/2jn6w).
김 후보자가 민주당 내 '이재명 대통령 사건 공소취소와 국정조사 추진을 위한 의원 모임', 이른바 '공취모'를 주도했던 인물이니 당연히 나올 법한 질문이었다. 법무부 장관 후보자 지명 직후부터 '이재명 재판을 없애기 위한 인사 아니냐'는 의심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김 후보자에게 던져야 할 질문은 또 있다. 공소를 취소하는 대신, 처벌 근거가 된 법 자체를 고치는 방법도 있기 때문이다. 조국 조국혁신당 혁신정책연구원장이 바로 '정공법'이라고 부르며 '충언'한 그 방식을, 김승원 후보자가 따르지 말라는 법이 없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없애려고 한 조항, 살아남아서 윤석열을 단죄하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2025년 5월 1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상고심 선고를 위해 입정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조국 원장은 지난 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재명 대통령 관련 재판과 공소취소 논란을 상세히 되짚으며 '대법원의 법리가 다시 뒤집어지지 않는 한 이 대통령 임기 후 재개될 공직선거법 파기환송심에서 유죄가 선고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전망했다(관련 기사:
"특정 개인 위한 법이면 실패"... '공소취소론'에 고언한 조국 https://omn.kr/2jmbj). 민주당이 환영했던 전직 대통령 윤석열씨의 공직선거법 위반 1심 유죄 판결 역시 이 대통령 사건의 대법원 법리에 충실한 판결이라고 짚었다.
조 원장은 "이 사안에서 정공법은 허위사실공표죄의 개정"이라며 "이 개정은 윤석열과 이재명 모두에게 적용된다"라고 친절하게 덧붙였다. 그의 이같은 주장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법학자 시절부터 허위사실공표죄를 비판해왔다. 그리고 그 '정공법'을 민주당은 이미 몇 차례 시도한 적이 있다.
지난 2025년 5월 1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재명 당시 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바로 다음 날인 5월 2일 신정훈 민주당 의원 등 10명은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핵심은 제250조 제1항의 허위사실공표죄 구성요건 가운데 '행위'를 삭제하는 것이었다.
현행 공직선거법 제250조 제1항은 당선될 목적으로 후보자 본인이나 배우자 등의 출생지·가족관계·신분·직업·경력·재산·'행위' 등에 관해 허위사실을 공표하는 경우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신 의원안은 바로 이 '행위'가 "추상적이고 포괄적인 용어"라서 법 적용 범위를 예측하기 어렵고, 자의적 법 해석과 집행을 낳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단순한 의혹 제기나 경미한 표현까지 형사처벌해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한다는 이유도 들었다.
말 그대로 속도전이 전개됐다. 5월 7일 행정안전위원회에 회부된 당일 상정돼 수정가결됐다. 불과 일주일 뒤인 14일에는 법제사법위원회까지 통과했다. 국민의힘이 '이재명 면소법'이라며 반발했지만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찬성표를 던졌다. 당시에도 이 법이 시행되면 이 후보의 공직선거법 사건에서 면소판결이 나올 수 있다는 지적이 공개적으로 제기됐다. 애초부터 다분히 그 목적성이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그림이었다.
그러나 법안은 본회의에서 처리되지 않았다. 법사위 문턱을 넘었지만 민주당은 본회의 처리를 미뤘다. 역풍과 대통령 권한대행의 거부권 가능성 등을 의식한 것이라는 해석이 다수였다. 대선이 끝난 뒤에는 이 대통령의 재판이 중지되면서 시급성도 떨어지게 됐다. 덕분에 '행위'라는 두 글자는 민주당의 사형집행을 유예 받은 채 아직 살아남았다.
그리고 1년여가 흐른 지난 7월 27일, 민주당이 죽이려고 했으나 다행히 살아남은 두 글자가 정의의 철퇴를 내린다. 바로 전직 대통령 윤석열씨에게.
판결문에 반복해서 등장한 '행위'

▲윤석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1심 선고 생중계윤석열 전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1심 선고 공판이 지난 7월 27일 오후 서울역 대합실에 마련된 텔레비젼을 통해 생중계되고 있다. ⓒ 이정민
<오마이뉴스>가 입수한 윤석열씨의 1심 판결문을 보면 '행위'에 대한 언급이 자주 눈에 밟힌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는 윤씨가 대통령 후보 시절 한 허위 발언들을 공직선거법 제250조 제1항 위반으로 판단해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가 왜 유죄라고 판단했는지는 판결문에 꽤 분명하게 적혀 있다.
예컨대, 윤씨는 후보 시절 자신이 특정인에게 변호사를 소개하거나 연결해준 적이 없다는 취지로 여러 차례 말했다. 재판부는 관련자들의 통화 내역과 문자메시지, 증언 등을 길게 검토한 뒤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오히려 "피고인의 이 사건 변호사 관련 발언은 후보자의 행위에 관한 허위사실의 공표에 해당한다"라고 못을 박았다.
건진법사와 관련한 발언도 마찬가지였다. 윤씨 쪽은 자신의 발언이 구체적인 '행위'가 아니라 기억이나 인식에 관한 표현이라는 취지로 항변했지만 법원은 누구에게 소개받았는지, 배우자 김건희씨와 함께 만난 적이 있는지를 말하는 것은 윤씨 자신의 구체적인 과거 행위에 관한 진술이라고 봤다.
재판부는 양형 이유에서 대통령 선거가 "국가의 최고 공직자를 선출하는 절차"인데, 유력 후보였던 윤씨가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자신의 구체적 행위에 관하여 허위의 사실을 공표"했다고 지적했다. 후보자 본인이 토론회나 인터뷰 등을 통해 직접 허위사실을 공표하면 "선거인의 의사결정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다"라고도 꼬집었다.
애초에 민주당의 주장처럼 이 법이 세계에서 대한민국에만 존재하는 희한한 제도도 아니다. 적용 범위나 처벌 방식이 똑같지는 않지만 해외에도 선거 과정의 허위사실을 규율하는 조항이 있다. 특히 영국은 후보자의 당선에 영향을 미칠 목적으로 후보자의 개인적 품성이나 '행위'에 관해 허위사실을 공표하는 경우를 규율하고 있다(관련 기사:
이재명 "후보자 허위사실공표 처벌 조항, 한국 유일" 대체로 거짓 https://omn.kr/2c3o9).
없애자던 법으로 윤석열 고발했던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최고위원(오른쪽)이 지난 2022년 9월 5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고발하는 고발장을 제출하기에 앞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김승원 법률위원장, 양부남 법률위원장, 이재휘 민원법률국장, 서 최고위원. ⓒ 국회사진취재단
김승원 후보자에게 이를 묻는 이유는, 그 역시 적극적인 '행위' 삭제론자 중 한 명이었기 때문이다. 2022년 8월 26일 장경태 당시 민주당 의원 등은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발의했는데, 이 법안 역시 제250조 제1항에서 '행위'를 삭제하는 내용이었다. 제안 이유도 2025년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행위'는 너무 광범위하고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과 양태를 뜻하는지 불명확해 명확성 원칙에 어긋날 소지가 있다는 주장이었다.
그리고 그 공동발의자 명단에는 김승원 의원의 이름도 있었다. 심지어 부칙을 통해 '소급 적용' 효과까지 노린 '센' 법이었다. 그런데 불과 열흘 뒤인 9월 5일, 김승원 당시 민주당 법률위원장은 윤석열 대통령을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 혐의로 고발하는 데 앞장섰다. 김건희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과 관련해 윤씨가 대통령 후보 시절 허위사실을 말했다는 이유였다.
김 위원장은 고발 필요성을 설명하며 윤 대통령은 퇴임 후 "얼마든지 수사할 수 있고 그에 따른 처벌을 받을 수 있다"라고 했다. 벌금 100만 원 이상의 유죄판결이 나오면 "선거비용 보전 문제 등 여러 사안이 문제가 되기 때문에 고발의 필요성이 있다"라고까지 말했다.
열흘 전에는 후보자의 '행위'에 관한 허위사실을 처벌하는 규정이 너무 광범위하고 불명확하다며 삭제 법안에 이름을 올린 판사 출신 국회의원. 그런데 정확히 열흘 뒤에는 윤석열의 허위사실공표를 끝까지 처벌해야 한다며 대통령 퇴임 이후 수사와 처벌, 선거비용 문제까지 언급했다.
그리고 4년이 흘렀다. 김승원 의원이 없애려고 했던 바로 그 조항이 윤씨를 단죄했다. 그 와중에 김 의원은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됐다. 그렇다면 공직선거법 제250조 제1항의 '행위'를 지금도 없애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궁금할 수밖에 없다.
'정공법'으로 윤씨가 면소 받을 길을 열어줄 것인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 2024년 11월 15일 오후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 혐의 1심 선고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뒤 법정을 나와 입장을 밝히고 있다. ⓒ 권우성
범죄 후 형벌법규가 바뀌어 해당 행위가 더 이상 범죄를 구성하지 않게 되면 원칙적으로 피고인에게 유리한 새 법을 적용한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도 경과규정을 따로 두지 않는 한 이 원칙이 적용된다고 판시했다.
문제는 이런 방식으로 '행위'를 구성요건에서 없애면 이 대통령뿐만 아니라 현재 항소심을 앞둔 윤씨에게도 면소를 주장할 길이 열릴 가능성이 크다는 데 있다. 윤씨의 거짓말을 처벌할 법적 근거가 사라졌으니 더 이상 처벌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조국 원장은 애초부터 "이 개정은 윤석열과 이재명 모두에게 적용된다"라고 했다.
정말 이 법이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악법'이라고 생각한다면 윤석열씨가 혜택을 보더라도 없애야 한다. 그것이 정의의 원칙이다. 김 의원은 2024년 11월에도 공동입장문을 내고, 검찰이 "인지의 문제, 기억의 문제를 재판까지 끌고 갔다"라며, 이런 발언을 허위사실공표죄로 처벌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라고 강하게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반대로 윤석열 판결문에서 적나라하게 나오듯, 대통령 후보자가 자신의 구체적인 과거 행위까지 사실과 다르게 말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면, 이 조항은 그대로 둬야 한다. 그리고 이재명 대통령 역시 퇴임 후 같은 법의 저울에 올라서야 한다. 윤석열의 거짓말을 처벌할 때는 꼭 필요한 법이었지만, 이재명의 재판에서는 없어져야 할 법이 되는 게 아니라면 말이다.
물론 법무부 장관이 공직선거법을 직접 고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정부입법에 참여하고, 형사처벌 조항에 대한 정부 의견을 내거나 여당과 법 개정 방향을 협의할 수 있는 자리이다. 본인의 과거 입법 활동을 반추했을 때, 김 후보자의 현재 입장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니 후보자는 답해야 한다.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린 건지, 윤석열에게 유죄를 준 그 법을, 정말 이 대통령을 위해 고칠 것인지, 그래서 윤석열씨까지 면소해줄 것인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