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온 대학생들이 대전을 찾았다. 이들이 찾은 곳은 성심당도 야구장도 특별히 조성된 생태공원도 아니었다. 대전 도심을 가로질러 흐르는 갑천의 한복판이었다. 하천에 서식하는 물고기를 쫒아다니는 대학생들이다.
지난 3일 갑천에서 진행한 어류 채집에선 떡납줄갱이, 납자루, 납지리, 돌고기, 쉬리, 참중고기, 누치, 참마자, 모래무지, 돌마자, 피라미, 끄리, 강준치, 치리, 쏘가리, 배스, 얼록동사리, 밀어 등 다양한 물고기들이 확인됐다.

▲채집한 강준치 ⓒ 이경호
일본에서 온 토모키씨의 관심을 가장 크게 끈 물고기 가운데 하나는 강준치였다. 대형어류인 강준치는 크기만으로도 압도적인 비주얼을 보여주었다. "일본에 없는 물고기를 보면서 정말 대륙에 왔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토모키씨는 특히 쉬리의 아름다운 색과 날렵한 체형도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반면 모래무지와 참마자, 돌고기처럼 일본의 담수어류와 비교해 볼 수 있는 물고기들을 관찰하면서는 한반도와 일본 열도의 자연적 연결과 차이를 동시에 생각하게 됐다고 했다.

▲채집한 물고기를 관찰하는 일본의 두 학생 ⓒ 이경호
함께온 가와모토 이부키 학생은 "어류 채집을 하면서 다양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낚시를 하는 소년들도 많이 만났는데 모두 즐거워 보였습니다. 한국 사람들이 자연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것도 인상적이었습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두 명의 대학생들은 처음 일본의 물고기와 한국의 물고기를 비슷하게 보았지만, 차츰 그 차이점을 깨닫는 듯했다. 종으로서 가까움과 차이를 동시에 느끼면서 두 나라의 하천 생태계를 비교하는 것을 느낌으로 알 수 있었다.
한반도와 일본 열도는 지리적으로 가깝지만 서로 다른 자연환경과 지질학적 역사를 거쳐 왔다. 담수어류는 바다를 자유롭게 넘나들기 어렵기 때문에 각각의 수계가 분리되는 과정에서 독자적인 진화를 거듭해 왔다. 수계가 나뉘어 있는 지역일수록 고유한 생물종이 나타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반도의 강에서 살아가는 물고기를 관찰하는 건 오랜 시간 동안 어떤 환경을 유지해 왔는지, 그리고 그곳에서 어떤 생명들이 살아왔는지를 확인하는 일이기도 하다. 갑천의 하천생태계를 찾아온 미래 물고기 전문가들은 눈은 빛이 났다.
지금처럼 하천을 대규모로 준설하고, 하천을 끊임없이 개발과 정비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정책 속에서도 이런 국제적인 생태 교류가 계속 가능할까? 일본의 청년들이 한국까지 찾아온 이유는 새롭게 만들어진 인공 시설을 보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그들은 갑천이라는 살아 있는 강에서, 일본에서는 쉽게 만날 수 없는 물고기를 직접 관찰하기 위해 찾아왔다.
하지만 강바닥을 대규모로 파헤치는 준설은 하천 생태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물고기가 산란하고 먹이를 찾으며 살아가는 공간인 하천 바닥과 주변 환경이 훼손된다면, 그곳에서 오랫동안 살아온 생물들도 사라질 수밖에 없다. 물론 하천 관리를 위해 필요한 정비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모든 문제의 해답을 준설에서 찾는 현재의 하천정책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강을 깊게 파고 넓히는 것이 곧 건강한 하천을 만드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갑천에서 만난 쉬리와 돌마자, 강준치와 쏘가리는 각자의 생태적 조건 속에서 오랜 시간 살아남아 온 생명들이다. 그리고 바로 이런 생명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해외의 청년들이 한국의 강을 찾아와 생태를 배우고, 서로의 자연을 비교하며 교류할 수 있는 것이다.
갑천에서 물고기를 관찰해 왔지만 좀처럼 만나기 어려웠던 쏘가리를 직접 만났다. 호피무늬를 닮은 독특한 몸의 무늬와 육식성 어류 특유의 날카로운 인상 때문인지 크기가 크지 않았음에도 쉽게 눈을 뗄 수 없었다. 작은 몸집이었지만 가까이에서 마주한 쏘가리에게서는 분명한 위압감이 느껴졌다. 갑천이라는 도심 하천에서 이러한 포식성 어류를 만난 순간은 이곳에 여전히 다양한 생명들이 살아가고 있음을 실감하게 했다.

▲현장에서 확인한 쏘가리 ⓒ 이경호
하천 생태계가 사라진다면 국제적인 생태 교류도 사라진다. 일본의 대학생이 보고 싶었던 것은 일본과는 닮은 듯 다르면서도, 한반도의 자연환경 속에서 살아가는 물고기들이었다.
결국 갑천의 물고기는 대전만의 자연 자산이 아니다. 한반도의 생물다양성을 보여주는 소중한 자산이며, 세계의 사람들이 찾아와 배우고 경험할 수 있는 생태적 공간이다. 우리가 지금의 하천정책을 다시 생각해야 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강을 단순히 물을 흘려보내는 시설이나 정비해야 할 대상으로만 바라본다면, 언젠가는 일본의 청년들이 찾아와 관찰할 물고기도, 서로 다른 자연을 비교하며 나눌 이야기도 사라질 수 있다. 우리는 과연 앞으로도 세계의 사람들에게 보여줄 살아 있는 강을 남겨둘 수 있을까.

▲갑천에서 물고기를 채집 중인 모습 ⓒ 이경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