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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교육청 학력개발원이 4일 부산지역 98개 고교 2학년생 1만 5978명의 누적 내신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부산교육청에 따르면, 1학년 1학기부터 2학년 1학기까지 3개 학기 누적 등급평균이 1.00인 학생은 전체의 0.68%로 나타났다.

부산교육청은 지난 2025년 8월 전국 최초로 5등급제와 9등급제 성적을 정량 비교한 이후, 매 학기 분석을 이어오고 있다.

이 추세라면 3학년 1학기까지 1.00을 유지하는 학생은 전국적으로 700명에서 1400명 수준일 것이라고 부산교육청은 예측했다. 또한, 5등급제 운영 과정에서 최상위권 경쟁이 예상만큼 심화되지 않았다는 해석이 따라붙었다. 과연 그럴까?

통계는 생존자만 헤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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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8%라는 비율은 전 과목 1등급이라는 결승선을 통과한 학생의 숫자다. 그러나 경쟁의 크기는 결승선을 통과한 사람의 수가 아니라 출발선에 선 사람의 수로 재는 것이다. 최상위권 경쟁의 고통은 1.00을 지켜낸 0.68%만 겪는 것이 아니다. 그 자리를 노리다 밀려난 모든 학생들이 겪는다.

생존자가 적으니 희생자도 적다는 추론은 성립하지 않는다. 오히려 99% 이상이 그 경쟁의 강도를 버텨내지 못했다는 뜻이다. 통과율이 낮을수록 그 관문 앞에 쌓인 시간과 비용과 좌절의 총량은 커진다. 이것은 통계를 조금만 다르게 읽어도 곧바로 드러나는 사실이다.

그런데도 이 숫자가 안도의 근거로 소비되고 있다. 이는 통계의 성격을 오독한 것일 뿐 아니라, 지금 이 순간 내신 경쟁 한가운데 있는 학생들에 대한 기만이자 모욕이다. 0.68%라는 숫자가 그 아이들에게 위로가 될 것이라 여긴다면, 그 인식 자체가 공교육 진단의 실패다.

눈금을 바꿔도 줄은 사라지지 않는다

9등급제가 5등급제로 바뀌었다. 달라진 것은 등급의 칸 수, 즉 눈금이다. 달라지지 않은 것은 의대 정원이고, 수도권 대학 정원이며, 그 자리가 졸업 이후의 삶에서 갖는 무게다.

대학 서열은 전형적인 위치재다. 위치재를 향한 경쟁은 그 자리가 귀해질수록 완화되는 것이 아니라 격화된다. 700명에서 1400명이라는 예측치는 그 자리의 문턱이 낮아졌다는 신호가 아니라, 그 자리의 가격이 올랐다는 신호로 읽어야 한다.

학력개발원은 등급 관리도 중요하지만 진로와 연계한 과목 선택과 학교생활 전반에 충실하라고 조언했다. 나는 이 조언이 선의에서 나왔다고 믿는다.

그러나 학생들이 등급에 매달리는 것은 시야가 좁아서가 아니다. 선발 제도가 실제로 그렇게 작동하기 때문이다. 눈금을 바꿔도 서열은 사라지지 않으며, 서열의 값이 이토록 비싼 사회를 그대로 두고서는 어떤 평가 방식도 아이들을 구제하지 못한다.

수도권 진학 계산기만 제공하는 진로진학 지도

한 가지 더 짚고 싶다. 학기별 누적 등급 분석은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내 등급으로 인서울이 가능한지, 그 안에서 다시 어느 위치까지 갈 수 있는지 계산하는 자료로 쓰인다. 학력개발원 스스로 진학지도 지원을 목적으로 밝힌 만큼, 이 자료가 어디를 향하는지 물을 필요가 있다.

지난 9월 1일 부산대가 정부의 이른바 '서울대 10개 만들기' 패키지 지원대학으로 선정됐다. 지역 인재가 지역에서 진학하고 성장하고 정주하는 선순환을 만들겠다는 것이 이 정책의 취지다. 그렇다면 부산시교육청과 학력개발원은 그 취지에 부응하는 진로진학 지원 체계를 갖추고 있는가. 이 질문에 다른 대답을 할 수 있는 다른 시도교육청은 있는가.

인서울 진학 계산기만 세밀해지고 지역 진학 경로는 빈칸으로 남는다면, 교육청의 자료 생산이 결과적으로 지역 인재 유출을 가속하는 데 기여할 뿐이다.

통계가 세지 않은 것

통계를 발표할 때는 무엇을 세었는지 만이 아니라 무엇을 세지 않았는지도 함께 밝혀야 한다. 살아남은 학생의 수만 세고 밀려난 학생의 고통을 세지 않으면, 통계는 현실을 비추는 대신 가리는 데 쓰인다.

0.68%는 경쟁이 약하다는 증거가 아니다. 그 반대편에 99.32%가 있다는 뜻이고, 그중 상당수가 1.00을 목표로 삼았다가 어느 시점에 그 목표를 접었다는 뜻이다. 그 접는 순간들을 우리는 세지 않는다. 세지 않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다만 보이지 않을 뿐이다. 아니, 의도적으로 보지 않는 것이라는 의심을 거둘 수 없다.

#고교학점제#내신#입시#공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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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제와 혐오의 논리를 넘어서 개인의 입장이 모두 존중받는 세상을 꿈꾸고 있습니다. 현직교사로서 교사노조연맹, 부산교사노조, 중등교사노조의 일원으로서 공교육정상화를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습니다. -교사노동조합연맹 대의원 -중등교사노동조합 수석부위원장 -부산교사노동조합 대변인 겸 부위원장 -부산 기장고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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