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기후'는 지상파 라디오 최초의 매일 기후변화 방송으로 FM 99.9 OBS 라디오를 통해 매일 오후 6시부터 8시까지 방송되고 있습니다. 담당 PD로 방송 이후의 이야기를 씁니다.
"이것도 잘한 일에 포함되나요?"
9월 3일 오전, OBS 라디오 '오늘의 기후'에 도착한 한 청취자의 문자입니다.
두 달 전 서울행 광역버스를 탔다가 교통카드를 두고 온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청취자는 난감한 순간 한 여성 승객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앞자리에 앉아 있던 여성이 "제 카드가 2장입니다. 이것으로 체크하세요"라며 자신의 교통카드로 대신 요금을 내준 것입니다.

▲교통카드 나눔 실천에 대한 칭찬문자사연 사진청취자 끝번호 06**님이 보내오신 생방송 문자사연 사진 ⓒ OBS라디오
그날 받은 도움을 잊지 못한 청취자는 이후 비상용 교통카드를 하나 더 마련했습니다. 스마트폰에는 자신의 교통카드를 저장하고, 별도로 구입한 교통카드에는 2만 원을 충전해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두 달 사이 벌써 네 번, 자신처럼 교통카드를 가져오지 않았거나 잔액이 부족해 곤란해하는 승객들을 도왔습니다. 학생 두 명, 주부 한 명, 외국인 한 명.
"그때 내가 도움을 받은 만큼 누군지 모르는 사람들이 승차 후 당황함을 해소해 주기 위함으로 제가 대신 교통카드를 사용했습니다."(문자끝번호 06**님, 26년 9월 3일)
'오늘 참 잘한 일'에 도착한 사연들
지난 8월 31일 시작된 '오늘 참 잘했어요'는 9월 3일로 4일째를 맞았습니다. 날이 갈수록 청취자 참여가 늘고 있고, 무엇보다 보내오는 사연도 점점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텀블러와 장바구니, 분리배출처럼 익숙한 생활 속 기후실천이 중심이 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도착한 사연을 하나씩 들여다보면 기후실천은 훨씬 넓은 의미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한 청취자는 회사에서 식사를 할 때 밥과 반찬을 먹을 만큼만 덜어 먹는다고 했습니다. 부족하면 한 번 더 가져오면 되기 때문에 처음부터 조금씩 담고, 가능하면 남기지 않으려고 노력한다는 것입니다.
"저는 조금씩만 푸고 모자라면 한번 더 갖다 먹으면 되지 생각하고 푸면 작게 퍼서 다 먹으려고 노력하고 안 남겨요. (끝번호 80**님, 26년 9월 3일)
집에서도 밥 한 톨의 소중함을 가르치는 부모가 있습니다. 초등학교 4학년과 2학년인 두 아이가 평소 저녁식사 후 몇 알씩 밥을 남겼지만, 어느 날 숟가락으로 밥그릇을 깨끗하게 긁어먹자 엄마가 아이들을 칭찬해줬습니다.
"농부 아저씨의 피와 땀이라고 교육시키고 있어요."(끝번호 38**님, 26년 9월 3일)
한 청취자는 회사와 집에서 무거운 짐을 들고 있지 않은 한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이용한다고 했습니다.
"전 제 건강도 챙기고요~ 에너지도 조금이나마 절약하는 것 같아서 조금은 뿌듯하거든요~"
(끝번호 80**님, 26년 9월 3일)
출근할 때 물병과 텀블러를 빠뜨리지 않고 챙긴다는 사연도 있습니다.
"일회용 플라스틱 일회용 종이컵 이제는 저한테서 멀리있답니다."
(끝번호 86*님, 26년 9월 1일)
재래시장에서 생선을 살 때는 자신의 용기를 가져간다는 청취자도 있었습니다.
"상인들께서 비닐봉투 대신 넘~~ 좋다고 칭찬 들었어요."(끝번호 08**님, 26년 9월 1일)
출장길에 동료의 경유차 대신 자신의 전기차로 카풀했다는 청취자도 있었습니다.
"기후위기를 조금이라도 막기위해 노력한 동료와 저를 칭찬합니다."(끝번호 29**님, 26년 8월 31일)
집안에 쌓여 있던 물건들을 정리해 새로운 주인을 찾아준 청취자도 있습니다. 7~8월 두 달 동안 중고거래를 통해 크고 작은 물건 130개 이상을 나누거나 판매했습니다.
"그냥 버리면 다 쓰레기니 중고거래에 하나하나 애정 담아서 올렸더니 오늘까지 두 달 동안 크고 작은 물건들을 130개 이상 드리고 팔았더라고요."(끝번호 42**님, 26년 8월 31일)
하나씩 사진을 찍고, 자신이 어떻게 사용했는지 설명하고, 보내기 전에는 깨끗하게 손질했습니다. 힘은 들었지만 돈도 벌고 기분도 좋았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자신에게서 물건을 받아간 사람들을 오히려 칭찬했습니다.
"저도 제 소소한 물건을 받아주신 모든 분들을 칭찬하고 싶어요~ 지구의 자원을 아껴주셔서 감사하다고요."
고장 난 우산을 고쳐 쓰던 장인어른의 이야기도 눈길을 끕니다. 우산이 300개가 넘게 쌓이자 한 청취자는 택시를 운전하면서 비 오는 날 우산이 없는 사람들에게 우산을 나눠주기 시작했습니다.
"비오는날 우산 없는분들 드리자 그래서 20개씩 싣고 다니면서 비오는날마다 인원수 만큼 챙겨드렸습니다."(끝번호 09**님, 26년 9월 3일)
엄마와 10살 정도 된 아이에게 우산을 건넨 날, 백미러를 통해 보인 아이의 모습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우산을 다 나눠주고 나니 처가에는 우산이 하나도 남지 않아 장인어른에게 혼났다는 웃지 못할 후일담도 덧붙였습니다.
칭찬 사연에는 특별한 공통점이 있습니다. 자신이 받은 도움을 다시 다른 사람에게 돌려줬다는 것입니다. 기후실천도 이와 닮아 있습니다. 내가 먼저 텀블러를 들고 다니고, 장바구니를 사용하고, 자동차 대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행동은 혼자 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누군가는 그 모습을 보고 또 다른 행동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한 청취자는 마트에서 비닐봉지 대신 에코백을 꺼냈다가 뜻밖의 칭찬을 받았습니다.
"비닐봉지 대신 에코백을 꺼내자, 옆에 서 있던 아이가 '엄마, 저 이모 착하다!'라고 소리쳤어요." (끝번호 91**님, 26년 9월 2일)
작은 실천 하나가 어린아이에게는 '좋은 행동'의 기억으로 남은 것입니다.
기후실천뿐만 아니라 서로를 칭찬하는 사연
사연 속 기후실천은 다양합니다. 배달음식을 먹은 뒤 플라스틱 용기를 깨끗하게 설거지해 분리배출한다는 청취자는 "수고스럽더라도" 자신의 방식을 계속하겠다고 했습니다. 아파트 한쪽에 버려진 담배꽁초를 주워 재떨이에 넣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바로 옆에 재떨이가 있는데도 그냥 땅에 버립니다. 그걸 주워서 재떨이에 담은 저를 칭찬하고 싶네요."(끝번호 85**님, 26년 9월 3일)
노인복지관 어르신 41명과 전북 정읍으로 이동하던 청취자는 차 안에서 먹은 음식과 음료의 분리배출을 부탁했는데, 어르신들이 너무나 깔끔하게 분리배출해줘 오히려 칭찬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분리수거만 잘해도 지구를 살리는 첫걸음이라고 생각합니다."(끝번호 86**님, 26년 9월 3일)
회사에 태양광 발전 시설을 설치한 뒤 에너지 사용량을 지난해보다 25% 이상 줄였다는 사연도 도착했습니다.
"저희 회사가 조금은 좋은 환경에 일조 한것 같아 뿌듯합니다."(끝번호 80**님, 26년 9월 1일)
기후위기를 남의 이야기로만 생각하다 관련 책을 읽고 북토크를 찾아다니며 가족과 함께 '제로웨이스트 실천데이'를 만들었다는 청취자도 있었습니다.
"기후위기? 남의 얘기인 줄만 알던 나, 이제는 관련 도서를 읽고 북토크도 찾아다니고. 제로웨이스트 실천데이를 만들어 실천해보는 나! 그리고 우리 가족 칭찬합니다!!"(끝번호 03**님, 26년 9월 1일)
이번 칭찬릴레이에서 눈에 띄는 것은 기후실천뿐만 아니라 서로를 칭찬하는 사연이 함께 늘어나고 있다는 점입니다. 파주 임진여울에서 친환경 농법을 지키는 농부를 칭찬하는 사연이 있는가 하면, 27년째 배달 일을 하는 남편, 20년 넘게 새벽 4시에 일어나 출근하는 남편을 향한 아내의 고마움도 전해졌습니다. 힘들 때마다 "우리 아빠 힘내세요"라고 응원해주는 둘째 딸을 칭찬하는 아버지도 있었습니다. 심지어 격파놀이를 하다 욕실 세면대 수도꼭지를 망가뜨린 아들에게 화내지 않고 참아낸 자신을 칭찬하는 사연도 있었습니다.
"잘 참았어~ 쓰담쓰담♡" (끝번호 61**님, 26년 9월 1일)
쌀 한 톨에서 교통카드 한 장까지. 작은 실천을 서로 발견하고 칭찬하는 사이, 기후실천이 사람에서 사람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