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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땅에서 태어났지만 한국인 자격이 주어지지 않았던 아이, 그 아이를 불안정한 체류자격으로 키우고 있는 외국인 엄마. ‘이상한 나라의 문완나’ 이야기입니다.
 캄보디아 비혼 이주여성 문완나씨와 한국인 아들 다니엘이 지난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의원회관을 바라보고 있다.
▲캄보디아 비혼 이주여성 문완나씨와 한국인 아들 다니엘이 지난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의원회관을 바라보고 있다. ⓒ 복건우

(1편 '태어났지만 텅 빈 아들 주민번호, 이상한 나라 대한민국'에서 계속)

문완나 : "국회의원들 만나면 무슨 말 하고 싶어?"
다니엘 : "엄마랑 같이 한국에서 잘 살면 좋겠다고!"

논산역에서 기차로, 용산역에서 택시로, 문완나씨와 아들 다니엘이 9월 1일 국회로 향했다. 완나씨의 한국 생활을 도와온 권영실 변호사(재단법인 동천)도 동행했다. 세 사람은 여야 의원들의 정기국회 개회식이 끝나길 기다리고 있었다. 두 여당 의원이 완나씨와 다니엘을 만나기로 한 날이었다.

전진숙 : "편하게 앉으시면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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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진숙·임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전진숙 의원실에서 완나씨를 맞았다. 개회식이 끝나고 이들이 따로 시간을 내어 모인 건 완나씨 이야기를 듣기 위해서였다. 캄보디아 비혼 이주여성 완나씨가 한국에서 홀로 한국인 아들 다니엘을 키우며 넘지 못한 제도적 문턱, 그 문턱에 가로막힌 시간이 <오마이뉴스> 연재 '이상한 나라의 문완나'에 담겼다. 지난주 연재 1편 보도 후 두 의원이 힘을 보태겠다며 나섰다.

완나씨가 먼저 이야기를 시작했다. 결혼을 약속한 한국 남자에게 외면당한 뒤 홀로 낳은 다니엘이 '한국인 자격'을 얻기까지 2년이 걸린 이야기, 지금도 사회보험 일부가 나오지 않는 완나씨의 불안정한 비자(F-1·방문동거)에 관한 이야기였다. 두 의원은 때로 메모했고 때로 질문했다. 한국인과 혼인 여부에 따라 이주여성과 자녀의 권리가 달라지는 현실에서 국회가 풀어야 할 숙제가 많았다.

헌법재판소도 바꾸라는 '법'

 지난 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된 간담회에서 문완나씨가 발언하고 있다.
▲지난 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된 간담회에서 문완나씨가 발언하고 있다. ⓒ 복건우

문완나 : "돌이켜보면 아이가 태어나고 한국 국적이랑 주민번호 받기까지 2년간 어떻게 살았는지 믿기 어렵습니다. 한국 정부의 어떠한 지원도 없이 살아야 했거든요. 그때 저는 웃음을 잃어버렸습니다. 웃을 줄 모르는 어두운 얼굴이었습니다."

완나씨가 바라는 건 특별함보단 평범한 일상에 가까웠다. "이주여성"이자 "한국인 자녀를 키우는 엄마"로서 다니엘이 성년이 될 때까지만이라도 양육의 문턱을 낮춰달라는 것이었다. 그를 가장 힘들게 하는 건 체류자격이었다. 취업이 원칙상 불가하고 국민연금·고용보험을 못 받는 지금의 F-1보다 안정적인 비자를 받는 게 그의 바람이었다.

문완나 : "홀로 아이를 키우기에 지금 비자는 정신적인 부담이 매우 큽니다. 국민연금·고용보험에 가입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 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무조건적인 혜택을 요구하는 게 아닙니다. 사회 안전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신중히 검토해 주셨으면 합니다."

권영실 : "(완나씨가 받지 못한) F-6(결혼이민) 체류자격 세부 분류엔 '이혼 후 한국인 자녀를 양육하는 사람'이 포함돼 있는데, 그런 경우와 완나씨 사이에 어떤 실질적인 차이가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혼인 여부를 떠나 완나씨처럼 한국 국적자(다니엘)와 가족을 이뤄 생계를 함께하는 외국인도 F-6의 한 카테고리로 넣는 출입국관리법 개정안을 제안드립니다."

 지난 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된 간담회에서 임미애·전진숙(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권영실 변호사의 발언을 듣고 있다.
▲지난 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된 간담회에서 임미애·전진숙(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권영실 변호사의 발언을 듣고 있다. ⓒ 복건우

아울러 완나씨는 다니엘과 비슷한 처지의 아동에게 '출생 즉시 등록될 권리'가 주어졌으면 한다고 했다. 앞서 8월 27일 헌법재판소에서 국내 외국인 아동의 출생등록을 국회가 법으로 규정하지 않은 게 위헌이라는 판단도 나온 상황이었다. 권영실 변호사가 관련 입법 추진에 속도를 내달라고 하자, 임미애 의원이 호응했다.

권영실 : "마침 헌재 위헌 결정이 나온 만큼 외국인 아동 출생등록법이 조속히 마련돼야 합니다. 임미애 의원님이 내신 개정안(가족관계등록법·출입국관리법)이 지금까지 발의된 개정안 중 가장 진보된 안이에요. 국내에서 출생신고 한 자녀에게 임시체류허가를 줄 수 있다는 내용도 포함하고 있거든요. 더 적극 추진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임미애 : "원내대표단 회의에서 그 개정안을 이번 정기국회 때 당론으로 채택해 통과시켜 달라고 요구해놓은 상황이에요. 아직 정리가 되진 않았는데, 관심 갖고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엄마가 버틸 수 있도록

 지난 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된 간담회에서 전진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지난 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된 간담회에서 전진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 복건우

전진숙 의원도 완나씨처럼 한국인 미성년 자녀를 키우는 비혼 이주여성의 '현실'에 공감했다. 임신부터 출산·양육까지 이들이 겪는 제도적 공백을 메울 구제책이 필요하다는 데 이견이 없었다.

전진숙 : "어떤 부모에게서 태어났든 그 아이가 아이로서 받아야 할 국가적 혜택이 있다는 생각은 변함없어요. 본인을 '한 아이의 엄마로 봐달라'는 완나씨 이야기에 공감해요. 한국인 친부가 임신·출산·양육을 다 외면한 상태에서 국가가 채워줘야 할 부분이 분명히 있는데도 채워지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에요."

이 현실을 바꾸기 위한 토대로 전진숙 의원은 다문화가족지원법·영유아보육법·유아교육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한국인 미성년 자녀를 돌보는 이들의 사회보장 범위를 넓히기 위한 긴급복지지원법·국민기초생활보장법 개정안도 발의를 준비 중이다.

전진숙 : "친자관계 확정 전까지 (비혼 이주여성과 자녀가) 무소득·무보험 상태에 놓이는 문제, 체류와 취업제도를 개선하는 문제 등을 어떻게 보완할지는 앞으로 더 깊게 논의해야 합니다. 엄마가 외국인이더라도 한국 국적을 가진 자녀가 성년이 되기 전까진 국가가 최대한 지원할 수 있도록 시스템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지난 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된 간담회에서 권영실 변호사가 제안한 출입국관리법 개정안(왼쪽). 결혼이민(F-6) 체류자격을 확장해 혼인 여부를 떠나 한국 국적자와 가족을 이뤄 생계를 함께하고 있는 외국 국적 가족 구성원을 포괄하고자 하는 내용이다.
▲지난 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된 간담회에서 권영실 변호사가 제안한 출입국관리법 개정안(왼쪽). 결혼이민(F-6) 체류자격을 확장해 혼인 여부를 떠나 한국 국적자와 가족을 이뤄 생계를 함께하고 있는 외국 국적 가족 구성원을 포괄하고자 하는 내용이다. ⓒ 복건우

간담회가 끝날 때쯤 완나씨는 울컥한 마음을 털어놨다. 한국살이를 포기하고 싶어도 포기할 수 없는 이유는 오로지 아들 때문이었다. 다니엘이 성년이 되면 완나씨는 체류자격상 한국을 떠나야 한다. 이별이 예정돼 있지만 그때까지라도 "엄마랑 같이 살고 싶다"는 다니엘의 말에 완나씨는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

문완나 : "아들이 잘 크는 건 행복한데, 사실 제 인생은 행복하지 않아요. 너무 힘들어서 아들한테 '엄마랑 캄보디아 가자' 물어도 봤어요. 아들은 안 간다고, 한국에서 같이 살자고 저한테 간절히 부탁해요. 그래서 힘들어도 버텨보려고요. 아들이 한국에서 큰 사람으로 성장하도록 키워볼 거예요."

의원들을 만났다고 당장 뭔가 바뀌진 않을 걸 그는 잘 알고 있었다. 다만 이번처럼 목소리를 낸다면 어떤 기대를 걸어볼 순 있었다. 얼마간 시간이 걸리겠지만 언젠가 가까워질 평범한 일상을 기다리며 그는 다시 논산으로 향했다.

기차 타러 뛰어가는 다니엘의 손을 완나씨가 꼭 잡았다.

 지난 1일 국회 일정을 마친 문완나씨와 다니엘이 손을 맞잡고 용산역에서 논산역으로 향하는 기차를 타러 가고 있다.
▲지난 1일 국회 일정을 마친 문완나씨와 다니엘이 손을 맞잡고 용산역에서 논산역으로 향하는 기차를 타러 가고 있다. ⓒ 복건우

(*다음주 3편에선 입법조사관의 시선에서 완나씨가 겪어온 문제에 대한 해법을 제시합니다.)

#문완나#이주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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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에 온 '당신의 이야기'

오마이뉴스 복건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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