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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작가회의 시분과위원회에서 기획한 '시로 읽는 오늘'을 연재합니다. 시로 아침을 시작한다면, 수많은 갈등과 전쟁도 줄어들 것입니다. 독자들은 힘 있는 언어를 익혀 튼튼한 내면을 가꿀 수 있고, 다양한 시를 통해 새로운 시민의 감수성을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입니다. 세계의 첨예한 문제를 시인의 예민한 감각으로 길어 올린 한국시를 매주 두 편씩 선정하여, 추천 글과 함께 독자 여러분께 소개합니다.
고치지 않는 마음이 있고
- 김상혁

엄마가 필요한 때가 있고
아빠가 필요한 때가 있다
어제는 책 몇 권이 필요해 서점에 갔다
서점에서 책에 빠진 친구가 빛나는 때가 있고
다 읽지도 못할 책을 욕심껏 담아 온 내가 더 빛나는 때가 있다
그렇게 쌓아둔 물건이 필요한 때가 있다
그렇게 방치된 집이 부모와 물건보다 더 필요한 때가 있다
사랑해, 나도 사랑해요. 대문 앞에서 인사하고 돌아섰는데
내 속에 너무 사랑이 없어서 놀라는 때가 있고
그럴 때 필요한 좋은 음식점이 중심가에 있다
막히는 길 뚫고 차로 몇 시간을 달려서
먹어요, 그럼 먹을게요. 퇴근길 식탁은 가끔 이렇게 다정한데
엄마, 아빠, 친구 모르게 두꺼워지는 어둠이 있다
두꺼워지는 침묵이 있다 하지만 두꺼운 침묵이라니? 에이, 그게 뭐야
섭섭해진 친구가 뾰족하게 내민 입술처럼
어색한 시간을 뚫고 다가오는 그 뾰족함처럼
제때 아닌 도착이 있다 그럼에도 이어지는
부모가 모르는 키스가 있고
책에서 배운 적 없는 포옹이 있다 하지만 너무 시간이 없어서
너무 바빠서 고치지 않는 마음이 있고
내가 더 무너지게 되는 때가 있다

출처_시집 <슬픔 비슷한 것은 눈물이 되지 않는 시간>, 현대문학, 2019
시인_김상혁: 2009년 <세계의문학>을 통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이 집에서 슬픔은 안 된다> <다만 이야기가 남았네> <슬픔 비슷한 것은 눈물이 되지 않는 시간> <우리 둘에게 큰일은 일어나지 않는다>가 있다.

 고치지 않은 마음부터 먼저 무너진다.
▲고치지 않은 마음부터 먼저 무너진다. ⓒ 박유하 시인(디지털 포엠 아티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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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깨는 윗부분이 먼저 벙글면 대를 베어낸다. 참깻대를 모아 비닐하우스에서 말린다. 이것은 누가 알려준 지혜가 아니다. 해마다 처서가 지나면 반복되는 일과다. 참깨 단은 두 번 턴다. 가을걷이는 끝이 없다. 참깨 털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이 작은 것은 물이면서 불일 텐데, 침묵을 두르고 있다. "뾰족하게 내민 입술" 같기도 하다. 그러고 보니 고쳐지지 않는 마음은 올해 미수를 맞은 어머니의 몸속에 들었구나. 벌레와 짐승과 사람이 뒤엉켜 사는 곳이 농촌인데, 나는 이제 너무 멀리 와 버렸다. 가을에는 두꺼워지는 어둠만 있는 게 아니다. 사람의 발길이 닿기 어려운 곳에는 말도 할 줄 알고 노래도 부를 줄 아는 밤나무도 있을 것만 같다. 아, 고쳐지지 않는 마음이 잘 보이는 초가을, 아직 살아 있다고 말하는 몸의 신호임을 알겠다. (이병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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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혁시인#고치지않는마음이있고#슬픔비슷한것은눈물이되지않는시간#한국작가회의#시분과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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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오늘

(사)한국작가회의는 이 땅의 대표적인 문인단체로서 표현의 자유와 사회의 민주화를 위해 헌신했던 <자유실천문인협의회>와 <민족문학작가회의>의 정신을 계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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