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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쇠와 질병 등으로 일상생활이 어려워져도 살던 곳에서 계속 생활할 수 있도록 의료와 요양, 돌봄을 함께 지원하는 통합돌봄이 지난 3월 27일부터 본격 시행됐다. 「의료·요양 등 지역 돌봄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통합돌봄은 일상생활 유지가 어려운 노인과 장애인 등이 살던 곳에서 건강한 생활을 이어갈 수 있도록 의료와 요양, 돌봄서비스를 함께 제공하는 것이 목적이다.

함양군은 전체 인구 3만6000여 명 가운데 노인 인구가 1만5000여 명에 이를 만큼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된 지역이다. 고령자가 늘어날수록 고혈압과 당뇨 등 꾸준히 관리해야 하는 질환도 늘고 거동이 불편해지면서 병원 한번 가는 일도 어려워진다. 의료와 요양, 식사와 이동 문제를 따로 떼어 생각하기 어려운 주민도 자연스럽게 많아진다.

함양군에서는 통합돌봄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기존 사업으로 채우지 못했던 틈도 발견돼 방문복약상담과 병원동행, 식사지원, 대청소 등 새로운 사업까지 만들어지고 있다. 그렇다면 통합돌봄이 시작된 함양에서 의료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주민이 크게 아픈 뒤 병원을 찾는 것에 앞서 평소 건강을 살피고 질병을 관리하며 병원을 직접 찾기 어려워진 이후에도 필요한 진료를 받을 수 있으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글 싣는 순서]
① 함양/ 통합돌봄으로 다시 보는 함양의 의료 현실
② 산청/ 농촌에서 만드는 의료공동체
③ 평창/ 1차의료가 중요하다 (평창군의료원 박건희 원장)
④ 성동구/ 대상자 중심으로 이어지는 통합돌봄
⑤ 부천/ 통합돌봄에서 달라지는 보건소의 역할
⑥ 마포구/ 집으로 찾아가는 의료 (한국재택의료협회 유창근 사무총장)
⑦ 시흥/ 다른 의료는 가능하다 (록향의료재단 백재중 이사장)
⑧ 안산/ 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의 재택의료
⑨ 제주/ 주민이 만드는 의료돌봄 (제주담을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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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아픈데 병원 문은 이미 닫혔다면? 당장 응급실을 찾아가야 할 정도인지 하루 정도 지켜봐도 되는지도 잘 모르겠다면? 예전 같으면 주변 사람에게 묻거나 인터넷을 검색했을 이런 순간에 요즘은 챗GPT에 자신의 증상을 먼저 적어보는 사람이 늘고 있다.

건강은 실제로 챗GPT에서 많이 다뤄지는 분야다. OpenAI가 지난 7월 23일 공개한 'ChatGPT의 Health 출시' 자료에 따르면 매주 전 세계 3억 명 이상이 검사 결과를 이해하거나 병원 진료를 준비하고 의사의 설명을 다시 확인하기 위해 챗GPT에 건강 관련 질문을 하고 있다.

몸이 조금 이상할 때 병원에 가야 할 상황인지 판단하고 싶거나 진료가 끝난 뒤에도 자신의 건강을 계속 관리하고 싶은 사람이 그만큼 많다는 의미다. 하지만 인공지능은 환자의 몸을 직접 살피고 기저질환과 복용약을 확인한 뒤 필요한 치료를 판단하는 의사를 대신할 수 없다.

의료기관이 적고 이동거리가 긴 농촌이라면 이런 문제는 더 크게 다가온다. 큰 병이 생긴 뒤 수술과 치료를 위해 대도시 병원을 찾는 것도 필요하지만 지역에서 계속 살아가기 위해서는 그보다 앞서 건강을 살피는 의료가 있어야 한다.

 함양군청 노인복지과 통합돌봄T/F 김지혜 계장(오)과 정 원균 주무관(왼)
함양군청 노인복지과 통합돌봄T/F 김지혜 계장(오)과 정 원균 주무관(왼) ⓒ 주간함양

돌봄이 필요한 사람을 중심으로 생각하는 통합돌봄

통합돌봄이 가져온 가장 큰 변화는 어떤 사업이 있는지를 먼저 보는 것이 아니라 도움이 필요한 사람부터 살펴본다는 데 있다. 의료는 병원에서, 건강관리는 보건소에서, 장기요양은 요양기관에서, 생활지원은 행정과 복지기관에서 각각 맡아왔지만 주민의 삶에서 문제는 따로 나타나지 않는다.

함양군 노인복지과 통합돌봄TF 김지혜 계장은 "살던 곳에서 보건의료, 건강관리, 장기요양, 일상생활돌봄, 주거 서비스를 제공해서 건강하게 살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라며 "필요한 서비스를 하나하나 찾아가서 신청하지 않고 담당자가 필요한 내용을 들어보고 조사해서 한꺼번에 이어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통합돌봄은 읍면에 신청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담당자가 주민의 일상생활 수행 정도를 확인하고 필요하면 의료와 돌봄 필요도를 더 자세히 조사한다. 이후 한 사람에게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 여러 담당자가 함께 살펴 서비스를 정하고 치매나 건강관리 필요성이 새롭게 확인되면 처음 계획에 없던 지원도 추가한다.

돌봄 서비스 사이에 있던 사람들

한 사람의 생활을 자세히 살피자 기존 제도로는 잘 보이지 않던 주민도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장기요양서비스를 받을 정도로 몸 상태가 나쁘지는 않지만 혼자 끼니를 챙기기 어렵거나 병원까지 가기 힘든 사람, 집을 청소할 힘은 없지만 이를 대신해줄 가족도 없는 사람들이다.

함양군은 통합돌봄 시행 이후 이런 주민에게 필요한 사업을 새롭게 마련했다. 군 자료에 따르면 보건의료와 건강관리 분야에는 ▲장기요양재택의료센터 ▲퇴원환자 지역사회 연계 ▲방문복약상담이 새로 포함됐다. 생활지원 분야에서는 ▲가사지원 ▲방문목욕 ▲식사지원 ▲동행지원 ▲동행돌봄택시를 운영하며 ▲찾아가는 경남돌봄버스 ▲경남형 이웃돌봄 ▲클린버스·대청소 ▲주거환경개선도 함께 추진하고 있다.

병원 진료와 직접 관계없어 보이는 일도 한 주민의 생활에서는 건강과 맞닿아 있다. 혼자 집을 치우지 못해 쓰레기와 물건이 쌓이면 위생과 안전 문제가 생기고 음식을 만들기 어려운 주민에게는 한 끼 식사가 건강을 유지하는 일이 된다. 병원까지 갈 수는 있지만 의사의 설명을 이해하기 어려운 사람에게는 진료를 함께 듣고 다음 예약을 챙겨줄 사람이 필요하다.

클린버스와 대청소는 이런 돌봄 서비스를 직접 보여준다. 함양군은 저장강박이나 신체적인 어려움 등으로 집 안을 스스로 치울 수 없는 대상자의 집을 청소하고 소독한 뒤 폐기물 처리까지 돕고 있다.

클린버스를 운영하는 함양지역자활센터 관계자는 "저장강박이 있는 사람들의 집에 가면 폐기물이 트럭 단위로 나온다"며 "처음에는 버리지 말라고 하지만 설득해서 정리를 마치면 마지막에는 진심으로 고맙다는 인사를 한다"고 말했다.

대상자를 만나면서 없던 지원도 추가됐다. 함양군은 최근 낙상이 잦은 주민 등을 위해 낙상방지 양말과 상처 관리 물품을 담은 건강키트를 제작했으며 응급상황에 대비해 비상연락망을 기록할 수 있는 휴대용 카드와 냉장고 부착용 자료도 마련했다.

 통합돌봄 시행 후 보건의료 뿐만 아니라 일상생활 돌봄 등 다양한 분야에서 돌봄이 시행되고 있다.
통합돌봄 시행 후 보건의료 뿐만 아니라 일상생활 돌봄 등 다양한 분야에서 돌봄이 시행되고 있다. ⓒ 주간함양
 통합돌봄 시행 후 보건의료 뿐만 아니라 일상생활 돌봄 등 다양한 분야에서 돌봄이 시행되고 있다.
통합돌봄 시행 후 보건의료 뿐만 아니라 일상생활 돌봄 등 다양한 분야에서 돌봄이 시행되고 있다. ⓒ 주간함양

집에서 계속 살려면 의료가 찾아와야

생활의 불편을 하나씩 해결하다 보면 결국 의료 문제로 귀결된다. 밥을 챙겨주고 병원에 갈 차를 마련하더라도 만성질환을 관리하지 못하거나 거동이 어려운 주민이 정기적인 진료를 받지 못하면 집에서 계속 생활하기 어렵다.

함양군이 통합돌봄 시행 이후 장기요양재택의료센터를 새롭게 연계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읍면에서 주민을 만나 의료가 필요하다고 확인하면 재택의료센터로 알리고 이후 의사와 간호사, 사회복지사가 함께 가정을 찾는다.

퇴원한 주민이 다시 집으로 돌아왔을 때 생기는 공백을 줄이는 일도 함께 추진한다. 병원에 있는 동안 퇴원 날짜와 이후 필요한 서비스를 미리 확인해 집에 돌아오는 시점부터 돌봄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다만 재택의료는 아직 함양에서 이용이 활발한 단계는 아니다. 최종 이용까지 이어지는 과정에서 환자의 상태가 다시 악화되거나 본인부담 문제로 신청을 포기하는 사례도 있었다. 돌봄서비스를 마련하는 것과 실제 의료가 주민의 집까지 들어가는 일 사이에는 여전히 넘어야 할 벽이 있다.

가까운 의료를 지켜온 공중보건의는 줄었다

통합돌봄에서 의료의 필요는 커지고 있지만 농촌의 보건지소나 진료소에서 주민과 가장 가까운 의료를 맡아온 공중보건의는 오히려 줄고 있다. 함양군보건소 보건행정과에 따르면 2025년 함양에서 근무하던 공중보건의 10명이 복무를 마쳤지만 올해 새로 들어온 공중보건의는 5명이었다. 이후 2명이 추가 배치돼 부족한 인원을 일부 메웠지만 부족한 상황은 여전하다.

현재 함양에 복무하는 공중보건의는 의과 5명, 치과 3명, 한의과 3명이다. 읍에 위치한 함양군보건소에는 의과 공중보건의 3명과 치과 2명이 근무한다. 그마저도 의과 3명 가운데 1명은 다른 보건지소를 돌며 순회진료를 하고 또 다른 1명은 원격진료를 시범운영하고 있는 안의보건지소와 서상보건지소 진료를 맡고 있다.

보건지소에 배치되는 인력은 의과 2명과 한의과 3명, 치과 1명이다. 한의과는 지역 주민의 진료 수요가 많아 3명이 모두 여러 지소를 돌고 있으며 한 달 평균 200건 정도의 진료를 소화한다.

공중보건의 한 명이 줄어 한 지소를 맡을 사람이 없어지면 다른 의료진이 움직여야 하고 진료 날짜도 다시 맞춰야 한다. 공중보건의 부족이 짧은 시간 안에 해결되기 어렵다면 지금 있는 의료진으로 주민이 필요한 진료를 어떻게 이어갈 것인지가 당장의 문제가 된다.

 함양군보건소 전경
함양군보건소 전경 ⓒ 주간함양

안의·서상 원격진료 시범운영

함양군보건소가 안의·서상보건지소에서 원격진료를 시범운영하는 것도 이런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의사가 한 곳에 계속 머물기 어려워지면서 화상으로 의료진을 만날 수 있도록 하고 필요한 경우 직접 진료로 이어가고 있다.

앞으로 추진되는 스마트경로당에도 의료 이용을 염두에 둔 장비가 들어간다. 함양군은 화상으로 진료할 수 있는 장비를 마련하고 대상자의 정보를 관리하는 서버와 연결하는 작업도 준비하고 있다. 주민이 읍내 의료기관까지 이동하지 않더라도 생활하는 곳 가까이에서 의료진을 만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이다.

물론 직접 몸을 살펴야 하는 환자와 처치가 필요한 주민은 의료진을 직접 만나야 하고 자신의 증상을 제대로 설명하기 어려운 고령자라면 곁에서 이를 도울 사람도 필요하다.

돌봄을 위해서는 아프기 전부터

통합돌봄을 이미 돌봄이 많이 필요한 사람만의 일로 보면 의료의 절반을 놓치게 된다. 집에서 오래 생활하려면 몸이 크게 나빠지기 전부터 건강을 관리하는 일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고혈압과 당뇨 같은 만성질환은 약을 꾸준히 먹고 정기적으로 상태를 확인하면서 식사와 운동 등 생활습관도 함께 관리해야 한다. 이런 관리가 끊겨 몸이 크게 나빠지면 입원과 장기요양이 필요한 상황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커진다.

통합돌봄이 함양의 의료 문제를 단번에 해결해주지는 않는다. 공중보건의 부족은 계속될 예정이고 재택의료도 이제 막 시작했으며 원격진료가 할 수 있는 일에도 한계가 있다.

대신 통합돌봄 덕분에 한 사람의 생활을 자세히 살피면서 그동안 따로 보였던 문제가 함께 보이기 시작했다는 것은 분명하다. 이번 통합돌봄 시행을 통해 함양군청 노인복지과와 보건소, 그리고 지역 사회 다양한 구성원들은 함께 힘을 합쳐 군민에게 필요한 돌봄의 폭을 늘려가고 있다.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주간함양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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