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1일 국회 의원회관 자신의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 남소연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이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의 의원직 유지 입장에 대해 "명백한 국고 손실"이라고 비난했습니다. 좀 따져보겠습니다.
나 의원은 용혜인 의원이 22대 총선 더불어민주연합에서 제명되는 방식으로 기본소득당으로 복귀한 것을 두고 "위장 제명쇼를 해서 다시 기본소득당으로 들어가 1년에 11억씩 돈을 받아간다"라고 했습니다. 마치 더불어민주연합을 통해 당선된 것 하나로 연 11억의 국고보조금을 받는 것처럼 말입니다.
사실이 아닙니다. 기본소득당이 받게 된 국고보조금은 용혜인 의원이 2024년 더불어민주연합에 참여한 대가가 아니라, 2026년 지방선거에서 약 29만 명(득표율 약 1%)의 독자적 선택을 얻어 정치자금법상 기준(득표율 0.5%)을 넘긴 결과입니다.
기본소득당에 지급되는 보조금, 상당 부분은 국민의힘으로
보조금 지급 대상이 되려면 원내 의석이 있어야 하는 것은 맞습니다. 그런데 같은 의원 1석을 가지고도 2026년 2분기까지 기본소득당의 분기 보조금은 985만 원에 불과했습니다. 그러나 지방선거에서 자력으로 법정 기준을 넘긴 덕에 국고보조금 2% 우선 배분 대상에 포함돼 올해 3분기부터 분기별 2.7억가량을 받습니다. 나 의원이 마치 기본소득당이 지금까지 연 11억 원을 받은 것처럼 한 말은 틀렸습니다. 이제부터 네 번 받아야 11억입니다. 실제로는 22대 국회 출범 후 기본소득당이 받은 경상보조금은 올해 3분기까지 누적 3.5억에 불과합니다.
더 중요한 지점입니다. 나 의원은 용 의원이 의원직을 유지함으로써 기본소득당에 지급되는 보조금을 "국고 손실"이라 했습니다. 그런데 정치자금법상 용 의원이 의원직을 사퇴해 기본소득당이 2% 우선 배분 대상에서 빠진다고 국가가 분기마다 2.7억을 절약하는 게 아닙니다. 기본소득당 몫이 줄면 그 돈은 정해진 공식에 따라 다른 정당의 몫으로 돌아갑니다. 현재도 양당이 각각 국고보조금의 40% 이상 가져가므로, 기본소득당 몫인 연 11억에서 상당액을 국민의힘이 차지할 것입니다. 기본소득당이 없으면 국고를 아끼는 게 아니라 국민의힘이 수혜자가 됩니다.
국고보조금은 애초 거대 정당에 유리합니다. 경상보조금 총액의 50%가 교섭단체에 우선 배분됩니다. 2026년 3분기 전체 보조금 134억에서 국민의힘은 교섭단체 배분으로만 33.5억 그리고 최종 54.6억을 가져갔습니다. 국민의힘은 불법계엄에 책임이 있으면서 법대로 받을 돈을 받습니다. 전국 선거 법정 득표 요건을 충족한 기본소득당이 받는 분기 2.7억이 무엇이 문제란 말입니까?
거대 정당의 관례를 소수 정당에도 적용하라고?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이 8월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질의하고 있다. ⓒ 남소연
한편, 나 의원은 "국무위원 지명되면 비례대표 의원직 사퇴가 관례"라고 주장합니다. 이 점을 지적하는 분들이 꽤 있으므로 진지하게 다뤄봅시다.
거대 정당에서 비례대표 의원이 입각하면서 사퇴하면 같은 당 비례대표 후보가 의원직을 승계합니다. 사람만 바뀌고 거대정당 의석은 그대로 유지됩니다. 하지만 용혜인 의원이 사퇴하면 더불어민주연합 후순위인 민주당 후보가 승계하고 기본소득당은 1석에서 0석이 됩니다. 같은 비례대표 사퇴라도 결과가 전혀 다릅니다. 거대 정당 의원이 입각하며 의원직을 내려놓아도 그 정당은 아무 손실이 없지만 1석 소수 정당은 똑같이 하면 국회에서 퇴출됩니다.
전혀 다른 결과를 낳는데도, 거대 정당의 관례를 소수 정당에 기계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과연 공정합니까?
법은 장관직과 의원직의 겸직을 합법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거대 정당에만 유리한 관례를 앞세워 소수 정당은 정부에 참여하려면 원내 지위를 포기하라고 강요한다면, 법이 존재하는 취지는 대체 무엇입니까?
후보자의 정책과 능력, 도덕성은 인사청문회에서 엄격하게 검증하십시오. 그러나 거대 정당에는 의석 하나의 손실도 요구하지 않는 관례를 소수 정당엔 원내에서 내모는 규칙으로 쓰는 것에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다당제와 연합정치를 위해 무엇이 진짜 공정한가를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또한, 거대정당에 기울어진 국고보조금 배분 방식에 대해, 기본소득당은 꾸준히 그 개선을 요구할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오준호 시민기자의 개인 페이스북에도 실립니다. 필자 오준호는 현 기본소득정책연구소장이며 기본소득당 대표 후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