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9월 1일 국회 의원회관 자신의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 남소연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의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 지명을 두고 정치권 안팎에서 찬반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이재명 정부는 지난 8월 30일 개각을 발표하며 신임 장관 후보자들을 지명했다. 이 가운데 특히 눈길을 끈 인사는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다. 현재 기본소득당 원내대표를 맡고 있는 용 의원은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할 경우 원민경 장관의 뒤를 잇게 된다.
용 의원의 지명을 두고 사회적 의제 해결에 대한 적극적인 역할을 기대하는 시각이 있는 반면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양경규 정의당 대표는 더불어민주당(아래 민주당)이 주도한 비례연합정당을 통해 두 차례 국회에 입성한 정치인을 국무위원으로 발탁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취지로 비판했다.
용 의원은 지난 두 차례 총선에서 모두 민주당이 주도한 비례정당의 비례대표 후보로 당선됐다. 이를 두고 사실상 거대정당의 위성정당에 참여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용 의원을 국무위원으로 발탁하는 것이 결과적으로 '위성정당 정치'에 사실상의 정당성을 부여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더욱이 용 의원이 장관으로 임명된 뒤에도 국회의원직을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논란은 한층 가열되고 있다. 이번 지명을 단순한 인사 문제로만 볼 수 없는 이유다.
위성정당 논란, 2019년 선거법 개정에서 시작
위성정당 논란의 발단은 2019년 공직선거법 개정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국회는 정당 득표율과 실제 의석률의 괴리를 줄이기 위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했다. 그러나 협상 과정에서 연동률과 적용 의석이 크게 축소되며 당초 취지에서 상당 부분 후퇴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당시 자유한국당은 선거법 개정에 반발하며 비례대표 전용 정당인 미래한국당을 창당했다. 위성정당 창당에 선을 긋던 민주당 역시 결국 더불어시민당을 창당해 총선에 참여했다. 민주당은 소수 진보정당과 시민사회를 포괄하는 연합정치 플랫폼이라는 명분을 내세웠고, 당시 기본소득당 대표였던 용혜인 의원도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 명부에 출마해 당선된 뒤 원소속당으로 복귀했다.
이러한 논란은 한 차례로 끝나지 않았다. 2024년 총선에서도 민주당은 진보당·새진보연합 등과 함께 '더불어민주연합'을 구성했고, 국민의힘 역시 '국민의미래'를 창당하며 위성정당 정치를 되풀이했다. 용 의원 역시 더불어민주연합 비례대표 6번으로 출마해 재선에 성공했다.
두 차례 연속 민주당이 주도한 비례정당을 통해 국회에 입성한 용 의원의 행보를 두고 정치권 일각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독자 정당인 기본소득당의 대표를 맡고 있으면서도 지역구 출마를 통해 자신의 정치적 경쟁력을 입증하기보다, 민주당 주도의 비례정당을 통한 비례대표 입성을 선택했다는 지적이다.
물론 비례정당을 둘러싼 구조적 책임을 용 의원 개인에게만 돌릴 수는 없다. 이러한 선거제도를 만들고도 개선하지 못한 채 반복적으로 활용한 거대 양당에도 책임이 있다. 그러나 이 같은 구조에 두 차례 참여해 국회에 입성한 용 의원의 정치적 선택 역시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있다.
소수 정당의 선택인가, 위성정당 정치의 반복인가
민주당은 2020년과 2024년 모두 거대 양당 간 의석 경쟁에서 불리한 상황을 막겠다는 명분 등을 내세워 비례정당을 구성했다. 두 차례 모두 '진보 정치 연합 플랫폼'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진보·소수 정당 출신 인사들을 비례 명부에 포함시켰고, 당선 후에는 제명 등의 절차를 거쳐 원소속당으로 복귀시키는 방식을 취했다.
2024년 총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연합 참여를 놓고 녹색정의당 내부에서도 격론이 벌어졌다. 그러나 녹색정의당은 더불어민주연합을 사실상 위성정당으로 규정하며 끝내 불참을 결정했다. 의석을 얻을 기회를 잃는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민주당 주도의 비례 명부에 참여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유권자의 평가를 받겠다는 선택이었다.
반면 기본소득당과 진보당, 사회민주당은 더불어민주연합에 참여해 비례대표 의석을 확보했다. 이처럼 소수 정당이 거대정당 주도의 비례정당에 참여하느냐 여부에 따라 원내 의석 확보 가능성이 크게 달라지는 현실은 현행 선거제도가 안고 있는 구조적 문제를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기본소득당 용혜인 대표가 1월 16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마련한 정당 지도부 초청 오찬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1.16 ⓒ 연합뉴스
용 의원은 총선을 약 3개월 앞둔 2024년 1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자신이 추진한 비례연합정당은 위성정당과 다르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정당을 만들어 의석을 확보하는 구조와 달리, 여러 정치세력이 정책과 목표에 합의해 참여하는 '수평적 연합'이기 때문에 위성정당으로 볼 수 없다는 논리였다. 선거 이후에도 연합을 이어가 제3의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하겠다는 구상도 제시했다.
2020년과 2024년 비례연합정당 참여 역시 소수 정당의 정치적 생존과 독자적인 의제를 알리기 위한 선택이었다는 게 용 의원의 설명이다. 선거연합정당 안에서도 기본소득이라는 독자적인 의제를 동등하게 주장하고 알릴 수 있어야 하며, 소수 정당에도 실제 당선 가능성이 보장돼야 한다는 취지다.
그러나 선거 이후 실제 정치적 결과는 당시 제시했던 구상과 달랐다. 더불어민주연합은 총선 직후 민주당과 합당했고, 용 의원을 비롯한 소수 정당 몫 당선인들은 제명 등의 절차를 거쳐 원소속 정당으로 돌아갔다. 진보당·사회민주당·기본소득당의 의석을 모두 합쳐도 3석에 불과해 당시 제시했던 '제3의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이런 결과를 놓고 보면 비례연합정당 참여가 소수 정당의 정치적 기회를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방식인지에는 의문이 남는다. 당장의 원내 진입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거대정당과의 연대 여부에 따라 의석 확보의 성패가 갈리는 구조에서는 소수 정당의 자생력이 유권자의 독자적인 지지보다 거대정당의 비례 명부 배분에 좌우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소수 정당의 정치적 기회를 실질적으로 보장하려면 거대정당 주도의 비례정당에 기대는 방식보다 선거제도 자체를 손볼 필요가 있다. 정당 득표율이 의석수에 보다 충실하게 반영되도록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강화하거나, 비례대표 의석 배분 과정에서 소수 정당의 원내 진입을 가로막는 봉쇄조항을 완화하는 등의 제도적 대안을 검토할 수 있다.
장관직과 의원직 동시 유지, 소수 정당의 현실인가
그러나 거대정당이 주도한 비례 명부를 통해 의석을 확보한 뒤 원소속당으로 돌아오는 방식이 반복된다면, 소수 정당의 생존은 결국 독자적인 유권자 지지보다 거대정당과의 연대 여부에 좌우될 수밖에 없다. 당장의 원내 진입에는 도움이 될 수 있어도, 장기적으로 소수 정당의 자생력을 키우는 방식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물론 차별금지법 등 사회적 현안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온 용 의원을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한 것은 이재명 정부가 성평등과 소수자 문제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신호로 읽힌다. 하지만 후보자의 정책적 입장이나 정부가 던지는 진일보한 메시지와 별개로, 두 차례 민주당 주도의 비례연합정당에 참여한 용 의원의 정치적 선택에 대한 비판까지 상쇄되는 것은 아니다.
용 의원은 8월 31일 의원직 유지 논란과 관련해 직접 입장을 밝혔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당 소속 유일한 국회의원인 제가 사퇴하면 기본소득당이 원외 정당이 돼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는 취지로 설명하며, 개인의 결정이 당의 진로와 직결될 수밖에 없는 소수 정당의 현실에 대해 양해를 구했다.
장관직을 맡으면서도 의원직을 유지하려는 이유가 개인의 정치적 지위를 지키기 위한 것이 아니라 기본소득당의 원내 존속과 소수 정당의 정치적 대표성을 유지하기 위한 선택이라는 설명이다.
두 차례 비례대표 당선을 둘러싼 비판에 대해서도 용 의원은 향후 정치적 선택을 통해 답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차기 총선에서 비례대표로 출마하지 않겠다는 뜻을 이미 당에 밝혔다고 설명했다.
용 의원 측의 설명처럼 소수 정당이 거대 양당 중심의 선거제도에서 독자적으로 원내 진입하기 어려운 현실은 분명 존재한다. 또한 의원직 사퇴로 기본소득당이 원외 정당으로 밀려날 수 있다는 우려 역시 단순히 개인의 이해관계로만 치부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그러나 소수 정당의 생존을 위해 거대정당과의 연대가 불가피했다는 설명이 그 과정에서 발생한 선거제도의 문제까지 해소해 주는 것은 아니다. 특히 두 차례 민주당 주도의 비례연합정당에 참여해 의석을 확보한 정치인이 이제는 그 의석을 유지한 채 장관직까지 맡으려 한다는 점에서는 정치적 책임에 대한 별도의 판단이 필요하다.
따라서 기본소득당의 원내 존속을 이유로 장관 임명 이후에도 의원직을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을 받아들이기에 앞서, 두 차례 민주당 주도의 비례연합정당에 참여해 원내에 진입한 용 의원의 정치적 선택이 과연 적절했는지부터 돌아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