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학박물관에서 만난 로마시대 문화유산들

▲콘야 고고학박물관의 그리스로마시대 대리석 조각: 사자, 니케, 포세이돈 ⓒ 이상기
다음으로 찾아간 곳은 콘야 고고학박물관이었다. 신석기시대부터 비잔틴시대까지 콘야와 주변 지역에서 발굴된 문화유산을 전시하고 있다. 그리스 로마시대 석조유물과 신석기시대 고대도시 차탈회육(Çatalhöyük)에서 발굴된 유물이 볼만하다. 박물관 입구에 두 마리 사자가 지키고 있고, 안쪽으로 들어가면 정원이 있다. 그곳에 그리스 로마시대 석조 유물이 자연스럽게 배치되어 있고, 박물관 벽 앞에도 대리석 조각품이 세워져 있다.
이들 중에는 로마시대 석관이 많고, 이들을 지키는 사자상도 보인다. 석관의 외벽에 인물과 관련된 조각이 정교하게 양각되어 있다. 일부에는 글씨도 적혀 있다. 그리고 묘지석도 보인다. 박물관 건물 외벽에 기대어 서 있는 대리석 조각은 그리스 로마신화에 나오는 인물들이다. 니케의 여신상이 비교적 잘 보존되어 있다. 머리가 떨어져 나간 남자와 여자의 석상도 보인다. 옷주름이나 팔과 다리가 아주 사실적으로 표현되어 생동감이 있다.

▲헤라클레스 석관: 왼쪽 위 1~5, 오른쪽 위 6, 왼쪽 아래 8~12, 오른쪽 아래 석관 주인공 부부 ⓒ 이상기
박물관 안으로 들어가서 만나는 중요한 유물이 헤라클레스 석관이다. 기원후 250년경 만들어진 것으로 베이셰히르 인근 마을에서 발견되었다. 석관의 외벽 3면에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영웅 헤라클레스가 죄업을 씻기 위해 12가지 어려운 과제를 수행하는 장면이 입체적으로 조각되어 있다. 그리고 마지막 1면에 석관의 주인처럼 보이는 인물이 책을 들고 부인으로 보이는 여자와 대화하고 있다. 그것을 철학자로 보이는 인물이 뒤에서 바라본다.
석관 외벽 3면을 따라가면 12가지 과제를 확인할 수 있다. 헤라클레스가 먼저 다섯 가지 과제를 수행한다. 1. 네메아의 사자 죽이기 2. 머리 아홉 개 달린 괴수 히드라 죽이기 3. 에리만토스의 거대한 멧돼지 잡아 오기 4. 케리네이아의 암사슴 산 채로 잡아 오기 5. 스팀팔로스 호수의 괴조(怪鳥) 퇴치하기. 이들 장면이 직육면체의 긴 벽면에 묘사되어 있다.

▲로마시대 대리석 석관의 팜필리아 장식 ⓒ 이상기
6. 아마조네스의 여왕 히폴리테의 허리띠 가져오기 7. 아우게이아스 왕의 축사 청소하기가 직육면체의 짧은 벽면에 묘사되어 있다. 8. 크레타의 황소 잡아 오기 9. 트라케의 왕 디오메데스의 사람 잡아먹는 사나운 말 잡아 오기 10. 게리온의 소 빼앗아 오기 11. 하데스 왕국의 출입문을 지키는 머리 셋 달린 개 케르베로스 잡아 오기 12. 헤스페리데스의 정원에서 황금 사과 훔쳐 오기가 다시 직육면체의 긴 벽면에 묘사되어 있다.
그리고 기원후 3세기 로마시대 이코니움(Iconium)에서 출토된 대리석 석관이 눈에 띄는데, 그것은 석관 외벽의 화려한 팜필리아 화환 장식 때문이다. 팜필리아는 지중해와 토로스 산맥 사이에 있는 안탈랴주를 말한다. 화환 장식 안에 석관의 주인공이 조각되어 있다. 석관 옆에서는 그리스 로마 신화의 주인공 바다의 신 포세이돈의 대리석상도 볼 수 있다. 이곳에는 또한 로마시대 교회와 저택에서 발견된 타일 모자이크화도 전시되어 있다.

▲기원 후 2~3세기 로만글라스 ⓒ 이상기
전시실에는 기원후 2~3세기 만들어진 유리기도 전시되어 있다. 땅속에 묻혀 있었기 때문인지 유리가 깨끗하지는 않지만, 손잡이와 받침 그리고 주둥이 모양과 장식이 상당히 예술적이다. 그래선지 장식이 있는 유리기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또 모양이 다양해서 꽃병이나 술병 외에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었을 것 같다. 이를 통해 로마시대 귀족들 사이에서 유리기가 생활용품으로 광범위하게 사용되었음을 알 수 있다.
좀 더 오래된 시대의 유물들

▲철기시대 도자기 ⓒ 이상기
전시실에는 역사가 기원전 6~7세기로 올라가는 도자기도 있다. 일상생활에 쓰인 도기는 유약을 바르지 않은 상태로 구웠고, 장례식에 매장한 도자기는 채색 자기로 좀 더 화려하다. 도자기의 그림은 주인공과 관련이 있다고 하는데, 말을 탄 전사의 모습이 보인다. 시기가 기원전 350년경으로 내려오면, 와인을 섞는 손잡이 달린 흑도와 와인을 담아두는 술병이 보인다.
다시 시기를 기원전 8~9세기로 올리면 철기시대 만들어진 도자기가 보인다. 실용성을 강조해서 손잡이가 달려 있고, 주둥이가 돌출되어 담긴 용액이 쏟아지지 않도록 했다. 시기를 더 올라가면 기원전 18~20세기 도자기도 있다. 흙에 따라 다른 색깔이 나타나고, 채색이나 문양은 없다. 그리고 제례용이나 의식용으로 만들어진 도자기도 보인다. 모양은 황소, 양, 새 등 다양하다. 장신구로는 팔찌, 목걸이, 반지, 브로치 등이 있다. 금, 옥, 비취 등으로 만들었다.

▲가슴이 풍만한 여인 좌상 ⓒ 이상기
콘야 고고학박물관에서 가장 눈여겨봐야 할 문화유산은 차탈회육에서 발굴된 유물이다. 차탈회육은 콘야 남동쪽 15㎞ 지점에 기원전 7000년경 번성했던 거주지 유적이다. 차탈은 포크처럼 갈라졌다는 뜻이고, 회육은 고분이라는 뜻이다. 그러므로 차탈회육은 동쪽 언덕과 서쪽 언덕으로 이루어져 있다. 동쪽 언덕에 기원전 7500년경 만들어진 더 오래된 거주지 유적이 있다. 서쪽 언덕은 기원전 5600년경 유적으로 본다.
1958년 처음 발견되었고, 1961년부터 1965년까지 발굴이 이루어져 신석기시대 고도로 발달한 인간의 문화를 보여주는 유적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1995년부터 발굴이 재개되었고, 2005년까지 10년간 차탈회육 연구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발굴과 연구가 계속되었다. 발굴 결과 동쪽 언덕에 흙벽돌로 지은 집을 확인했으며,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면서 18층을 이루고 있었다. 이곳에 600~800명 주민이 모계사회를 이뤄 살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아이를 밴 풍만한 여인 입상 ⓒ 이상기
거주지 내외부 벽에 들소와 사슴 등을 사냥하는 모습의 그림을 확인했다고 한다. 이를 통해 그들이 아직 수렵에 종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무덤과 신전에서도 벽화와 조각상을 발견했다고 한다. 가장 유명한 유물은 커다란 가슴을 드러낸 여인의 좌상이다. 다산을 상징하는 어머니 여신, 풍요의 여신 또는 대지의 여신으로 여겨진다. 일부 학자들은 여인의 출산 장면을 조각으로 표현했다고 한다. 의자 좌우에는 두 마리 사자가 여신을 호위하고 있다.
벽화는 붉은색 안료를 사용해 들소, 사슴, 독수리 등을 표현했다. 이런 동믈 앞뒤에 이를 사냥하는 사람의 모습도 그려 넣었다. 이를 통해 이들 벽화가 사냥 장면을 묘사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주거지 내부 벽 장식으로 그려진 그림도 보인다. 왜냐하면 장식용 기하학적 문양이 보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좀 더 중요한 유물은 앙카라에 있는 아나톨리아 문명사박물관에 전시되고 있다.

▲카라회육 유적에서 발굴된 조각 ⓒ 이상기
이곳 콘야 고고학박물관에는 차탈회육에서 발굴된 가치가 덜한 유물이 전시되어 있다. 예를 들면 아이를 밴 풍만한 여인의 입상과 좌상이 여러 점 있다. 이들은 크기도 작고 조각의 정교함도 떨어진다. 차탈회육에서 발견된 인물과 동물 형상도 볼 수 있다. 양과 염소 같은 동물도 있어, 이들이 수렵과 목축을 병행했을 가능성도 있다. 생활용품으로는 질그릇 항아리도 보인다. 그리고 그곳에서 발굴된 유골도 전시되어 있다. 그러나 사냥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수렵도는 없다.
박물관 전시실에는 콘야 외곽 카라회육(Karahöyük)에서 발굴된 유물도 전시되어 있다. 기원전 2000~1750년 청동기시대 유물로, 차탈회육에 비해 예술성이 상당히 높아졌음을 알 수 있다. 인간 형상을 한 한 쌍의 도자기가 눈길을 끈다. 종교용 또는 의식용 제기로 보인다. 신에게 바치는 포도주를 담는 제기용 술통도 도기로 만들었는데, 포도송이 형상으로 만들었다. 머리는 사람이고 몸은 동물의 형상을 한 스핑크스 도자기도 인상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