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두산 천지 울타리를 따라 늘어선 사람들백두산 천지를 보기위해 호수 울타리 가이드라인에 서있는 수많은 사람들 ⓒ 박귀단
지난 주말 선배와 함께 여행사 패키지 3박4일 일정으로 중국 연길 공항을 통해 백두산을 다녀왔다. 7월부터 9월까지 3개월이 성수기라고 한다. 해발 2744m, 한반도에서 가장 높은 산으로 16개 봉우리가 있다. 중국에 6개, 북한에 7개, 접경 지역에 3개가 있다.
중국 쪽에서 올라가는 코스는 북파(북쪽), 서파(서쪽), 남파(남쪽) 3가지다. 우리는 북파와 서파코스로 올라갔다. 먼저 북파 코스로 가서 비룡폭포(장백폭포)를 거쳐서 이도백하로 내려오는 일정이다. 연길시에 있는 호텔에서 이도백하 환승역까지 버스로 2시간 30분 걸렸다.
난생처음 만난 백두산과 천지
'오늘 백두산과 천지는 어떤 모습일까?'
설레는 마음으로 버스를 탔다. 버스로 이동 중 누군가 가이드에게 물었다.
"오늘 날씨가 흐린데 천지를 볼 수 있을까요?"
"저도 모르지요. 산은 날씨 변화가 심해서 가봐야 알 수 있어요. 올라가서도 못 본 사람 많아요. '천지'는 나비 모양이라고 해요. 3대가 덕을 쌓아야 볼 수 있다는 말이 있어요."
이도백하 환승역에 도착하니 많은 사람이 줄을 서서 검색 절차를 기다리고 있었다. 셔틀버스로 30분 이동하여 다시 입장권 확인 절차를 거친 후 10인승 승합차로 갈아타고 20분 더 올라갔다.
산 입구인 천문봉에 도착하니 이미 많은 사람이 길게 줄지어서 올라가고 있었다. 산 정상까지 이어진 기다란 줄은 10여 년 전 만리장성에 갔을 때 봤던 기나긴 인파가 연상 됐다. 산에서 일정 수의 관광객이 내려온 후, 올라갈 수 있도록 들어가는 인원을 통제하고 있었다.
호수 울타리를 살펴보니, 일정한 간격을 두고 돌로 받침대를 만들고, 그 위에 둥근 목재를 세워 지지대로 사용하고, 줄로 연결하여 안전 가이드라인이 설치됐다. 사람들이 두세 겹으로 길게 늘어져 있어서 비집고 들어갈 공간이 없었다. 다행히 우리 일행 중 한 명이 섰던 자리를 양보하여 들어갈 수 있었다.

▲백두산 천지백두산과 하늘과 흰 구름의 반영을 안고 있는 천지의 모습 ⓒ 박귀단
난생처음 '백두산과 천지'를 만났다. '천지'는 백두산의 가장 높은 곳에 있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 호수는 산 정상의 화산호로 둘레가 14km, 수면의 높이는 해발 2200m, 최대 수심은 384m로, 깊고 거대한 칼데라 호수다. 칼데라호수는 화산 폭발 후 지표면이 함몰되어 생긴 칼데라 지형에 물이 고여 형성된 호수를 말한다.
장엄한 산은 호수를 품고, 호수는 자신보다 큰 산과 하늘을 안고 있었다. 파란 하늘과 하얀 구름을 머금고 있는 깊은 호수는 신비한 빛을 띠고 있었다. 구름 크기도 마치 거대한 하얀 물체가 움직이는 듯 웅장했다. 하늘에는 커다란 흰 구름이 위로 올라가는 듯 두둥실 떠 있고, 다른 한쪽에는 비를 머금은 듯 회색빛 구름이 떠오르고 있었다.
백두대간의 시작점, 두만강과 압록강의 발원지! 마음속으로 환호성을 지르면서도 한편으로는 우리 민족의 영산을 한반도에서 보지 못하고, 중국에 와서 볼 수밖에 없는 현실이 씁쓸했다. 남북한이 관광교류라도 재개하면 얼마나 좋을까. 조금 더 올라가니 '해발 2660m(중국 기준)' 이정표가 있었다. 호수 울타리 안전 가이드라인을 끼고 돌면서 중간중간 여러 각도에서 휴대폰에 산과 호수 모습을 담았다. 내려오는데 약한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웅장하게 쏟아지는 폭포
비옷을 입고 비룡폭포(장백폭포)로 이동했다. 이 폭포는 206계단을 올라가야 한다. 계단은 상행과 하행으로 구분되어 있고, 하행 계단에는 고무 매트를 깔아서 무릎에 부담이 덜했다. 관광객을 배려하는 좋은 사례다.
'비룡폭포'는 날아가는 용과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폭포 높이는 60m로 두 줄기로 쏟아져 내렸다. 큰 물줄기는 작은 물줄기보다 3배 이상 컸다. 폭포는 웅장하게 쏟아지며 하얀 포말과 우윳빛 물안개를 뿌리는 모습이 환상적이었다. 계곡으로 흘러 내려간 폭포수는 송화강으로 흘러 들어간다.

▲비룡폭포2줄기로 쏟아져 내리는 비룡폭포 중국에서는 장백폭포라 한다 ⓒ 박귀단
내려오는 길에는 노천 온천지대가 있었다. 화산의 뜨거운 열이 지하수를 데워서 지표면으로 자연온천수가 흘러나와 곳곳에 얕은안개처럼 김이 무럭무럭 피어오르고 유황 냄새가 났다. 우리는 따뜻한 온천수에 손을 담그며 자연의 신비를 체험했다.
이도백하에 도착하니 맑고 화창한 날씨로 변해 있었다. 변화무쌍한 날씨를 실감할 수 있었다. 우리 일행은 백두산 천지의 4계절 모습을 보고 싶어서 5D 비행 체험관에 갔다. 5D 미디어아트에 담긴 아름다운 4계절에 감탄하며 마음껏 환호성을 질러댔다. 가이드가 저녁은 '산천어 특식(회와 매운탕)'이라고 안내했다.

▲이도백하이도백하 5D체험관에서 아름다운 백두산의 4계절을 5D 미디어로 체험 ⓒ 박귀단
과연 어떤 맛일까? 조금 기대했는데 먹어보고 실망했다. 회는 쫄깃한 식감도, 달큰한 맛도 아니고, 그저 푸석하고 밋밋한 맛이었다. 매운탕도 시원한 맛도, 얼큰한 맛도 아닌 그저 밍밍한 고추장 탕이었다.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하는 사람들
다음 날에는 서파로 올라갔다. 이도백하에 있는 호텔에서 송강하 환승역까지는 1시간 30분이 걸렸다. 전날과 마찬가지로 환승역에서 셔틀버스로 30분 이동하여 다시 입장권 확인 절차를 거친 후 27인승 승합차로 갈아타고 20분 더 올라갔다.
정상에 있는 백운봉까지는 1442계단을 올라가야 한다. 중간중간 쉬어가면서 올라가도 조금 힘들었다. 가마를 타고 올라가는 사람들도 종종 보였다. 편하기는 하겠지만 왠지 민망하고 부끄러울 것 같았다. 중간에 올라가다 보니 한 가마꾼이 흥정하고 있었다. 가마꾼은 7만 원을 부르고 관광객은 5만 원을 불렀다. 가마꾼이 6만 원으로 내렸지만 결국 흥정은 결렬됐다.
계단을 올라가다 보면 해발 1800~2400m 고산화원지대가 있다. 야생화는 보이지 않았다. 6~7월 초에는 아름답고 다양한 1800여 종의 야생화를 즐길 수 있다고 한다. 구름이 걷히기를 염원하며 계속 올라갔다.

▲천지 옆에 핀 구절초운무로 뿌옇게 덮인 천지 호숫가에 핀 구절초가 반갑다 ⓒ 박귀단
정상에 도착하니 북파에 비해 시야는 확 트였지만, 구름과 안개로 가려져 어디가 하늘이고 어디가 산이며, 호수인지 아무것도 구분할 수가 없었다. 그저 뿌연 운무로 그득 했다. 그나마 난간 아래에 구절초 몇 송이 피어있어서 반가웠다.
조금 지나자 바로 옆 백운봉이 아주 희미하게 나타나는 듯했다. 난간을 잡고 서 있는 많은 사람은 산과 호수를 볼 수 있게 해 달라고 기도하는 사람 천지였다. 구름이 걷히기를 간절히 기도하며 20분을 더 기다렸지만 구름은 더 이상 물러나지 않았다.
금강대협곡으로 이동했다. 이곳은 백두산 화산 폭발 당시 용암이 흘러 내렸던 자리가 오랜 시간 비바람에 의한 풍화 작용으로 생겨난 협곡이다. 입구에는 하늘로 쭉쭉 뻗은 자작나무가 많아서 상쾌했다. 산책로는 데크로 만들어져 있었다. 울창한 원시림 속에서 가볍게 산책하며 '힐링'하는 시간이었다. 호텔로 이동하는 버스에서 우리는 이날 '백두산 천지'를 못 본 것에 대해 아쉬워하며 "남북한이 관광 교류를 통해 백두산과 금강산을 여행할 수 있도록 하면 좋겠다"고 입을 모아 이야기했다.
호수에 비친 산그림자와 파란 하늘, 흰 구름의 반영을 안아서 오묘한 빛을 뿜고 있던 천지 모습이 눈에 삼삼하다. 언젠가 한반도에서도 '백두산과 천지'를 볼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해 본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여수넷통뉴스와 개인블로그에도 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