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부발전(주) 태안화력발전소 폐쇄가 본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석탄화력발전소 노동자와 폐지 지역을 지원하기 위한 특별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충남 태안 지역의 '정의로운 전환'에 새로운 전기가 마련될지 주목된다.
특히 태안은 오랜 기간 석탄화력발전소를 중심으로 지역경제가 유지돼 온 대표적인 발전소 소재지역인 만큼 이번 특별법 제정이 발전소 폐쇄에 따른 노동자 고용불안과 지역 경제 위축을 완화하고, 폐지된 발전소 부지를 활용한 새로운 산업을 유치할 수 있는 법적 기반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김소희 의원이 대표 발의한 '석탄화력발전소 노동자 및 폐지지역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 지난 2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번 법안은 김 의원이 대표 발의한 법안을 비롯해 여야 의원들이 발의한 17건의 법안을 통합한 위원회 대안으로 마련됐다. 지난 5월 19일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를 통과한 데 이어 7월 29일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이날 본회의에서 최종 의결됐다.

▲국회 본회의에서 ‘석탄화력발전소 노동자 및 폐지지역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 통과된 가운데, 태안화력발전소 폐쇄가 진행되고 있는 태안지역에도 노동자 고용안정과 대체산업 육성 등을 위한 법적 지원 기반이 마련됐다. 사진은 태안화력발전소 전경. ⓒ 신문웅
태안화력 폐쇄에 '법적 안전망' 마련
이번 특별법의 가장 큰 의미는 그동안 정부 정책과 개별 사업 수준에서 추진돼 온 석탄화력발전소 폐쇄지역 지원을 법률에 근거한 국가 차원의 지원체계로 끌어올렸다는 데 있다.
특별법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폐지되는 석탄화력발전소의 기존 기반시설을 활용해 무탄소 에너지산업을 우선 유치하도록 하고 있다.
태안화력의 경우 이미 발전소와 송전망, 항만 등 대규모 에너지 기반시설이 구축돼 있는 만큼 이를 새로운 산업의 기반으로 활용할 수 있는 제도적 근거가 마련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태안화력 폐쇄 이후 가장 우려되는 부분 가운데 하나는 발전소 노동자들의 고용 문제다.
특별법에는 발전소 노동자의 고용안정과 전직 지원을 비롯해 고용보조금과 교육훈련보조금 지급 근거도 담겼다.
이는 발전소 폐쇄로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정규직뿐 아니라 협력업체와 발전소 주변에서 생계를 이어온 관련 종사자들의 고용 문제까지 지역 차원에서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지에 대한 국가적 지원의 문을 열었다는 평가다.
'지역전환 협의체' 설치… 태안 목소리 반영할 길 열려
지역 주민과 노동자 대표가 참여하는 '지역전환 협의체'를 설치하도록 법제화한 것도 주목할 부분이다.
그동안 발전소 폐쇄와 지역 전환 과정에서 주민과 노동자들이 정책 결정 과정에서 소외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이번 법 제정으로 지역전환 과정에 주민과 노동자가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제도적 틀이 마련되면서 태안에서도 지역의 실질적인 요구가 정부의 지원계획에 반영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
특히 태안에서는 발전소 폐쇄 이후 지역경제의 충격이 단순히 발전소 노동자에게만 국한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발전소를 중심으로 형성된 협력업체와 자영업자, 소상공인, 숙박·음식업, 운송업 등 지역경제 전반에 연쇄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특별법에 따른 지원계획이 실제 태안지역의 경제구조와 산업 현실을 얼마나 세밀하게 반영하느냐가 향후 핵심 과제가 될 전망이다.
태안, '폐쇄지역' 아닌 '무탄소 산업 거점'으로 전환해야
이번 특별법 통과를 계기로 태안이 단순히 '석탄화력발전소 폐쇄지역'으로 남아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태안화력이 수십 년간 국가 경제에 필요한 전력을 생산해 온 만큼 폐쇄 이후에는 기존 발전 인프라를 활용해 새로운 에너지산업을 유치하고 지역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태안은 해상풍력 등 재생에너지 산업을 비롯해 기존 발전소의 송전망과 항만시설을 활용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추고 있어 무탄소 에너지산업 전환의 핵심 거점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특별법이 제정됐다는 이유만으로 태안의 미래가 자동으로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실제 산업 유치와 일자리 창출, 노동자 전직 지원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정부의 구체적인 시행령 마련과 충분한 예산 확보가 뒤따라야 한다.
또한 지역전환 협의체가 형식적인 자문기구에 그치지 않고 주민과 노동자들이 실질적으로 의견을 내고 정책에 반영할 수 있는 구조로 운영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 통과보다 중요한 것은 태안에서의 실행"
김소희 의원은 특별법 통과 직후 "대한민국의 눈부신 경제 성장은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해 온 발전소 노동자와 지역 주민들의 기나긴 헌신 위에 세워졌다"며 "국가를 위한 희생이 '지역 소멸'이라는 가혹한 청구서로 돌아와서는 결코 안 된다는 절박함 하나로 여기까지 달려왔다"고 밝혔다.
이어 "법 통과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며 "정부는 시행령 등 하위법령 정비와 예산 확보에 즉시 착수해 대체산업 육성과 고용 지원이 하루라도 빨리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또 "발전소 폐지지역은 대한민국 무탄소 산업을 견인하는 핵심지역으로 재도약해야 한다"며 "특별법이 제대로 작동하는 그날까지 최선을 다해 끝까지 챙기겠다"고 밝혔다.
태안지역에서는 이번 특별법을 계기로 정부와 충남도, 태안군, 한국서부발전, 노동계와 지역사회가 보다 구체적인 전환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태안화력 폐쇄는 태안이 수십 년간 의존해 온 산업구조의 근본적인 변화를 의미한다. 그만큼 이번 특별법의 성패 역시 법률 제정 자체가 아니라 폐쇄 이후 태안에 실제 일자리와 산업을 만들어내고 지역경제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특히 태안이 요구해 온 발전공기업 통합본사 유치와 해상풍력 등 무탄소 에너지산업 확대, 폐발전소 부지 및 기존 송전·항만 인프라 활용 등이 특별법과 연계될 경우 태안의 산업전환에 새로운 동력이 될 가능성도 있다.
결국 태안에는 지금이 중요한 갈림길이다. 발전소 폐쇄로 지역경제가 축소되는 '소멸의 전환'이 될 것인지, 기존 에너지 인프라를 새로운 산업과 일자리로 연결하는 '성장의 전환'이 될 것인지 정부와 지역사회의 실행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이번 특별법 통과가 태안에 단순한 법적 지원 근거를 넘어, 국가를 위해 희생해 온 발전소 지역이 새로운 에너지산업의 중심으로 다시 도약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태안신문에도 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