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 7공군 항의행동 구속 대학생 석방대책위'가 24일 오후 2시 서울 향린교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김래곤
지난 4일 경기 평택 오산공군기지(K-55)에 들어가 미 7공군을 상대로 항의행동을 벌이다 체포된 한국대학생진보연합(대진연) 소속 대학생 8명 가운데 구속된 3명의 석방을 촉구하는 대책위원회가 결성됐다.
'미 7공군 항의행동 구속대학생 석방대책위'는 24일 오후 2시 서울 향린교회에서 출범 기자회견을 열고 "주권침해와 내정간섭에 항의한 대학생들을 즉각 석방하라"고 촉구했다.
대책위에는 한국진보연대와 지역 진보연대, 진보당, 전국농민회총연맹,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민주노동자전국회의, 한국청년연대, 전국여성연대,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 정의평화인권을위한양심수후원회, 한국대학생진보연합, 촛불행동 등을 비롯한 60여 개 단체와 130여 명의 각계 인사가 참여했다. 대책위는 현재 참여를 논의 중인 단체들이 있어 연대 규모는 더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대진연 소속 대학생 8명은 지난 4일 오전 10시 15분께 오산공군기지에서 "호남반도체 방해하는 미 7공군 박살내자" 등의 구호를 외치며 항의행동을 벌이다 미군 측에 체포돼 한국 경찰에 인계됐다.
경찰은 이 가운데 4명에 대해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 보호법 위반과 공동건조물침입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수원지법 평택지원은 지난 6일 3명에 대한 영장을 발부했다. 이후 경찰은 이들 3명을 구속 상태로 검찰에 송치했다.
"3분가량 구호 외친 대학생들에게 구속까지 필요한가"

▲'미 7공군 항의 행동 구속 대학생 석방대책위' 출범 기자회견 참석자들 ⓒ 김래곤
대책위는 이날 구속 사유로 제시된 '도주 우려'와 '증거인멸 우려'를 강력히 문제 삼았다.
대책위는 기자회견문에서 "학생들은 체포될 때까지 자신들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외치고 있었고 항의행동 과정도 직접 생중계했다"며 "자발적으로 생중계한 모든 정황이 인터넷에 남아 있는데 무슨 증거를 인멸한다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학생들은 비무장 상태에서 목소리와 작은 펼침막으로 자신들의 주장을 전달하려 했다"며 "백 번 양보해 현행법을 어긴 측면이 있다고 하더라도 불구속 수사 원칙을 뒤집을 만큼 중대한 사안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특히 대책위는 영장 청구 사실과 영장실질심사 일정이 당사자와 가족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 방어권이 침해됐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대책위에 따르면 경찰은 체포 초기 면회를 제한했으며,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문의하는 가족들에게도 "고지 의무가 없다"는 취지로 답했다. 대책위는 "영장 청구 사실도, 심사 시간도 제때 알지 못한 상태에서 실질심사가 진행됐다"며 진상 규명을 요구했다.
"머리채 잡고 끌고 가고 목 조르고…미군 폭력 철저히 밝혀야"

▲당시 체포된 학생이 한국 경찰로 인계되고 있다. ⓒ 미 7공군 항의핵동 구속대학생 석방대책위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학생들이 체포되는 과정에서 주한미군으로부터 심각한 폭력과 인권침해를 당했다는 주장도 집중적으로 제기됐다.
대책위는 변호인 접견 등을 통해 확인한 내용이라며 미군이 학생들을 바닥에 넘어뜨린 뒤 무릎으로 몸을 누르거나 목을 조르고, "총을 쏘겠다", "얼굴을 때리겠다"는 취지의 위협을 했다고 주장했다.
또 자갈밭에 엎드린 학생의 몸을 짓눌러 통증을 유발하고, 수갑을 채운 상태에서 넘어뜨렸으며, 여학생의 머리채를 잡아 끌거나 가슴을 움켜쥐고 밀치는 행위가 반복되었다고 밝혔다.
대책위는 "학생들에게 뒷수갑을 채운 채 머리를 바닥에 대고 엎드리게 하고, 미군 시설 안에 상당 시간 붙잡아 둔 상태에서 폭력을 행사했다는 증언이 있다"며 "미군이 사용한 수갑을 채운 채 한국 경찰에 인계하는 바람에 상당 시간 수갑을 풀지 못한 일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한국 경찰에 인계된 이후에도 조사 과정에서 수갑을 풀어주지 않는 등 인권침해가 이어졌다는 것이 대책위 측 주장이다.
구속된 윤겨레 학생은 옥중편지로 체포 당시 상황을 전했다.
윤씨는 "달려들어 땅에 내리꽂은 뒤 엎어진 몸에 올라타 수갑을 채웠다"며 "머리채와 뒷덜미를 잡고 끌고 가기 시작했고, 다른 미군까지 합류해 머리채를 잡았다"고 밝혔다.
이어 "투쟁의 모든 순간에 분노와 비슷한 크기의 공포가 있었다"면서도 "미군이 준 분노와 수치도 모두 투쟁의 원동력으로 바꾼 지 오래"라고 전했다.
대책위는 이 같은 주장이 사실이라면 단순한 체포 과정의 물리력 행사를 넘어선 중대한 인권침해라며 구체적인 경위와 책임 소재를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평택구치소 처우에도 문제 제기…"독방·필기구 제한"
대책위는 학생들이 평택구치소로 이송된 뒤의 처우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대책위에 따르면 구속 학생들은 CCTV가 설치된 독방에 수용됐으며 수일간 필기구와 책 반입이 제한되고 맨손체조까지 제지당했다고 한다. 변호인 접견 과정에서도 별도의 녹취 장치가 있음에도 교도관 입회가 요구됐다는 주장도 나왔다.
대책위는 "구속 자체가 형벌이 될 수는 없다"며 구속 학생들의 접견권과 방어권, 수용자의 기본적 권리를 보장하라고 요구했다.
"호남반도체·주권 문제 알리기 위한 항의였다"
대책위는 학생들이 미 7공군을 찾아간 배경에는 호남 반도체 산업단지 문제와 오산공군기지에서 발생한 '백린 누출 의심' 사태 등에 대한 문제의식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대책위는 미 7공군이 광주 군공항 부지 활용과 관련해 이해관계를 표명한 것을 두고 "대한민국의 산업·국토정책에 대한 부당한 개입"이라고 규탄하며 "주권자인 국민이 결정해야 할 문제에 외국 군대가 영향력을 행사해서는 안 된다"고 성토했다.
또 지난 7월 28일 오산공군기지에서 백린으로 의심되는 물질이 발견돼 평택시가 주민들에게 대피 안내를 한 사건을 거론하며 주한미군의 위험물질 관리 실태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당시 평택시에는 미군 측 신고를 토대로 백린 누출 가능성이 알려져 주민 대피 안내까지 내려졌으나, 주한미군은 이후 8월 6일 정밀검사 결과 발견된 잔여물은 백린이 아니며 백린 성분도 검출되지 않은 '무해한 표면 부식 물질'이었다고 발표했다.
대책위는 이와 별개로 "위험물질을 포함한 주한미군 기지 내 탄약 관리와 사고 발생 과정이 한국 국민에게 충분히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속 대학생 즉각 석방하라"…시민사회, 미 7공군 항의행동 연대

▲왼쪽부터 한충목 한국진보연대 대표, 구본기 촛불행동 공동대표, 김혜순 양심수후원회 회장이 규탄 발언을 하고 있다. ⓒ 김래곤
한충목 한국진보연대 대표는 "평화롭게 목소리를 낸 대학생들을 구속한 것은 부당하다"며 학생들의 즉각 석방과 주한미군 철수를 촉구했다.
구본기 촛불행동 공동대표는 "미군기지 사고에 대해 정부가 진상을 조사하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구속 대학생들의 조속한 석방을 촉구했다.
김혜순 양심수후원회 회장은 주한미군의 폭력과 수사기관·사법부의 인권침해를 규탄하며 구속 대학생들의 조속한 석방을 위해 연대하겠다고 밝혔다.
김우석 대진연 회원은 "주권자의 뜻을 전하기 위해 항의행동에 나섰다"며 주한미군의 폭력적 대응을 규탄하고 투쟁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윤민 대진연 회원이 발언하고 있다. ⓒ 김래곤
윤민 대진연 회원은 "구속된 학생들은 어려운 구치소 생활 속에서도 투쟁의 뜻을 되새기며 마음을 다지고 있다"며 "석방될 때까지 주한미군 철수와 미국 규탄의 목소리를 이어가겠다"는 결의를 밝혔다.
참가자들은 구속된 대학생들의 행동이 한미관계와 주권 문제를 사회적으로 부각한 것이라고 평가하며, 이들의 조속한 석방과 체포·구금 과정에서 제기된 인권침해 의혹에 대한 진상 규명을 촉구했다.
"나라의 주권을 말한 청년들을 감옥에 둘 이유 없다"

▲대책위에는 60여 개 단체와 130여 명의 각계 인사가 참여하고 있다. ⓒ 김래곤
구속된 박찬우 학생도 편지에서 "가진 것이라고는 펼침막뿐인 맨몸의 학생들에게 총을 쏠 수 있다며 위협하기도 했다"며 "두렵기도 했지만 멈출 수 없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현채 학생은 "대한민국의 주인은 우리 국민"이라며 "구속되고 나서도 자신들이 제기했던 주권 문제에 대해 계속 목소리를 내겠다"는 뜻을 밝혔다.
대책위는 "나라의 주권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목소리를 낸 대학생들"이라며 "설령 법률적 책임을 다투어야 한다고 하더라도 도주와 증거인멸 우려가 희박한 학생들을 계속 구금할 이유는 없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사건은 단순히 대학생 3명의 구속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며 "주한미군의 주권침해 논란, 미군에 의한 한국 국민 체포 과정의 적법성과 인권침해 문제, 우리 수사기관의 대응과 구속수사 남용 여부까지 철저히 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책위는 앞으로 구속 대학생들의 인권 상황을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미군의 체포 과정에서 제기된 폭력 의혹을 여론화하는 한편, 석방 탄원운동과 각종 연대행동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날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마지막으로
"애국대학생 구속한 수사기관과 사법부를 규탄한다!"
"주권침해 내정간섭 주한미군 규탄한다!"
"미 7공군 항의행동 구속 대학생을 즉각 석방하라!"
고 외치며 구속된 윤겨레·박찬우·이현채 학생의 조속한 석방을 촉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박근하 한국대학생진보연합(대진연) 9기 대학생 통일대행진단 총단장의 사회로 진행됐다. 한충목 한국진보연대 대표, 구본기 촛불행동 공동대표, 김혜순 양심수후원회 회장 등이 규탄 발언을 했고, 김우석 대진연 회원과 윤민 대진연 회원이 결의 발언을 했다. 이어 문한결 경인대진련 대표가 기자회견문을 낭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