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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8.25 08:36ㅣ최종 업데이트 26.08.25 08:36

일본에서 '과로사 방지법'이 제정 되기까지

가와히토 히로시 지음 <과로자살>

2014년 일본에서 '과로사 등 방지 대책 추진법(이하 과로사 방지법)'이 제정되었다. 국회의원 만장일치 통과였다. 과로사 방지법은 과로사와 과로자살을 정의하고1), 과로사/과로자살을 줄이고 예방해야 할 정부의 책임을 분명히 하는 법이다.

1980년대부터 과로사/과로자살 상담을 하고 예방을 위해 싸워온 많은 사람들의 노력으로 제정되었다. 이런 법 제정 배경 덕에, 과로사 방지를 위한 계획 수립 과정에 유가족 모임의 의견을 수렴하도록 하고 있다.

과로사, 과로자살 급증한 1990년대 일본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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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이 책이 번역된 것은 2019년이지만, 일본에서 처음 출간된 것은 1998년이다. 2014년 두 번째 판본이 나왔다.

일본에서는 버블경제가 절정기에 치달았던 1980년대 후반부터 노동자들이 '돌연사' 하기 시작했다. 과로사, 과로자살 하는 노동자들이 급증하자 1988년 법률가, 의료인들이 '과로사 110번'이라는 그룹을 만들어 상담을 시작했다. 이후 유가족들이 모이고 활동해 가며 1991년 '전국 과로사를 생각하는 가족회'도 결성되어 활동을 시작했다. 이 책의 저자 가와히토 히로시는 '과로사 110번' 활동을 한 변호사다.

일본 시민사회와 유가족들은 과로자살을 없애기 위해 기업과 일본 사회에 변화를 촉구하는 활동을 지속해 왔다. 왜 어떤 회사에서 노동자들은 이렇게 길게 일하고, 과중한 업무 성과 요구에서 벗어날 수 없었을까?

노동자가 일 때문에 심리적 부하에 억눌리다가 자살한 노동자의 동료들 역시 괜찮을 리 없고, 사회의 수많은 기업이 비슷한 방식으로 노동자를 죽음으로 몰고 가고 있다. 과로자살은 노동환경의 문제이고, 국가와 사회에는 이를 예방할 책임이 있다.

운동을 통해 이런 주장을 일본 사회에 알렸고, 마침내 정부가 책임을 선언한 결과가 2014년 과로사 방지법 제정이다. 책에는 법 제정까지 운동의 역사가 담겨 있다.

 『과로자살』(가와히토 히로시 지음, 김명희·노미애·다나카 신이치 옮김, 2019)
▲『과로자살』(가와히토 히로시 지음, 김명희·노미애·다나카 신이치 옮김, 2019) ⓒ 한울아카데미

이 책은 일본 과로사/과로자살의 실태를 보여주고, 유가족들이 소중한 이의 생전 업무 시간, 업무 부담, 괴롭힘 등 증거를 수집하여 산업재해를 신청할 수 있게 돕고자 쓰였다. 책에는 너무 긴 노동시간, 회사의 성과 요구와 통제 속에서 일하다가 현실을 버텨낼 수 없어 결국 죽음으로 내몰린 일본의 '과로자살' 노동자들 사례가 소개된다.

하루 5시간 이상 잘 수 없을 정도로 과로하던 화학 플랜트 공사 노동자, 회사에서 끊임없이 업무와 행동을 통제받던 금융기관 여성 노동자. 과로사, 과로자살은 회사의 업무명령을 어떻게든 따르려고 과중한 업무를 해내다가 역설적으로 목숨을 잃거나 잃도록 내몰린 결과다.

과로자살을 드러내고 방지하기 위한 분투

과로자살은 과로와 자살이 중첩된 영역이다. 그래서 저자는 과로자살을 예방하기 위해 과로 해소 시점의 접근과 자살 예방 시점의 접근 두 방향이 모두 필요하다고 말한다. 장시간 노동과 노동자의 정신건강을 위태롭게 하는 요인 모두를 제거해야 한다는 뜻이다.

변화는 쉽지 않다. 저자는 수십 년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노동시간 단축이 뚜렷하게 이루어지지 않는 일본 사회의 문제를 지적한다. 책 초판이 나온 뒤로 30여 년이 지났고, 한국어 번역본이 나온 뒤로 업무와 업무 사이 11시간 휴식 보장 등 제도적 변화도 있었지만, 여전히 일본은 장시간 노동, 야간노동 같은 불규칙 노동에 노동자들이 생명을 잃는 사회다.

그래도 과로사 방지법의 의미는 크다. 과로사/과로자살 방지를 국가의 책임으로 규정한 것, 과로사와 여러 업무상 질병을 조사 연구하게 한 것, 정부 지침 작성에 과로사 유족이 참가하도록 한 것 등이 모두 중요한 성과다. 자살률도 높고, 장시간 노동과 일터에서의 압박도 심한 한국 사회에서도 꼭 필요한 변화다.

1) "과로사 등"이란 '업무상 과중한 부하에 의한 뇌혈관 질환, 심장 질환을 원인으로 하는 사망, 업무상 강한 심리적 부하에 의한 정신 장애를 원인으로 하는 자살에 의한 사망, 이러한 뇌혈관 질환 또는 심장 질환 또는 정신 장애'(제2조 정의)를 말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월간 일터 8월호에도 실립니다.이 글을 쓴 유청희 님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입니다.


#과로자살#과로사#일본#장시간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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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청희 (kilsh) 내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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