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사집계부지난 지방선거 당시 전남 여수개표소의 한 심사집계부 ⓒ 정병진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당시 경기도 고양시 효자동 경기도의회 관내사전투표에서 투표용지 교부 수와 투표 수의 차이가 무려 151매에 달했다가 개표 막바지에 다른 선거구 투표지 다발이 섞여 있었던 사실이 발견돼 재분류한 것으로 확인됐다. 재분류 결과 교부수와 투표수의 차이는 7매로 줄었다.
1·2위 후보 간 득표 차이가 커 당락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았지만, 한 표 한 표가 국민의 소중한 주권 행사라는 점에서 투표지 관리와 개표 과정에 더욱 철저하고 정확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자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정보공개를 청구해 받은 '제9회 지방선거 개표진행상황 수정내역(전북특별자치도 제외)' 엑셀 자료에 따르면, 경기도 고양시선거관리위원회 기록보고석 담당자는 개표 결과 수정과 관련해 "후보자별 계 송규근 후보 3040에서 3149, 이준 후보 712에서 745, 무효투표수 48에서 50으로 변경하고자 합니다"라고 요청했다.
무슨 실수로 100매가 넘는 투표 수의 수정이 발생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해당 투표구의 개표상황표를 정보공개청구해 살펴봤다.

▲효자동 관내사전투표 개표상황표(1차 분류)투표용지 교부수와 투표자수가 무려 151매나 차이나는 경기 고양시위원회의 효자동 관내 사전투표 개표상황표 ⓒ 정병진
투표용지 교부 수와 투표자 수가 무려 151매나 차이나는 경기 고양시위원회의 효자동 관내 사전투표 개표상황표 경기도의회선거(고양시 제6선거구) 효자동 관내사전투표 개표상황표를 보면 선거인 수는 3951명, 투표용지 교부 수는 3951매, 투표 수는 3800매로 기록돼 있었다. 투표용지를 교부받은 선거인 가운데 151명이 투표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지방선거는 여러 장의 투표용지를 받아 각각 기표해야 하기 때문에 일부 선거인이 특정 선거의 투표를 포기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투표용지 교부 수와 투표 수의 차이가 151매에 이른 것은 이례적인 수치다.
그럼에도 효자동 관내사전투표 개표 결과는 6월 4일 오전 2시 1분 공표됐고, 기록보고석에서도 해당 결과가 전송됐다. 이에 따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통계시스템에도 이 결과가 그대로 표출됐다.
그러나 고양시선거관리위원회는 개표가 막바지에 이른 4일 오전 7시 30분을 넘겨서야 효자동 경기도의회 관내사전투표의 100여 매에 이르는 투표지 다발이 다른 선거구 투표지 바구니에 섞여 있던 사실을 발견했다.

▲재분류한 개표상황표 결과개표 막바지에 이르러 1백여 투표지가 다른 선거구에 섞여 있음을 발견해 재분류한 뒤 바로 잡은 효자동 관내사전투표 개표상황표 ⓒ 정병진
개표 막바지에 이르러 1백여 투표지가 다른 선거구에 섞여 있음을 발견해 재분류한 뒤 바로 잡은 효자동 관내사전투표 개표상황표 고양시선관위는 이에 따라 경기도의회선거(고양시 제6선거구) 효자동 관내사전투표 투표지를 모두 재분류하기로 결정했고, 오전 7시 47분 투표지분류기를 다시 가동해 투표지를 재분류했다.
재분류 결과 투표용지 교부 수는 3951매, 투표 수는 3944매로 집계됐다. 당초 151매였던 투표용지 교부수와 투표수의 차이가 7매로 줄어든 것이다.
후보자별 득표 수도 크게 달라졌다. 송규근 후보(더불어민주당)는 1차 분류 때보다 120매 많은 3053매를 얻었고, 이준 후보(국민의힘)는 37매 늘어난 724매를 얻었다.
재확인대상 투표지(미분류표) 분류 결과에서는 송 후보가 1차 분류 때보다 11매 적은 96매, 이 후보는 4매 적은 21매를 기록했다.
최종 집계에서는 송규근 후보가 1차 분류 때보다 109매 늘어난 3149표, 이준 후보가 33매 늘어난 745표를 얻은 것으로 확정됐다. 고양시선관위 위원장은 오전 8시 22분 최종 개표 결과를 확정·공표했고, 기록보고석에서도 수정된 결과가 전송됐다.
이로써 당초 투표용지 교부 수와 투표 수에서 151매나 차이가 났던 개표 결과는 재분류를 통해 바로잡혔다. 그러나 최종적으로도 교부 수와 투표 수 사이에는 7매의 차이가 남았고, 해당 투표지의 행방은 끝내 확인되지 않았다.
경기도의회선거(고양시 제6선거구) 효자동 관내사전투표에서 1·2위 후보 간 득표 차이가 커 당락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지만, 지방선거에서는 때로 불과 1~2표 차이로 당락이 갈리는 경우도 있다. 그런 점에서 투표지 7매의 행방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것은 결코 가볍게 볼 문제가 아니라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고양시선관위 선거계장은 "해당 투표지가 어디로 갔는지는 알 수 없다"며 "선거인이 투표를 포기하고 투표지를 가지고 나간 것으로 추정될 뿐"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선거인이 투표소에서 투표지를 몰래 가지고 나갔다면 해당 투표지를 다른 사람에게 넘겨 한 사람이 여러 장의 투표를 행사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이를 막기 위해 투표소에서는 투표함 앞을 지키며 투표지의 반출을 방지하고 있다.
그러나 지방선거에서는 여러 장의 투표용지를 한꺼번에 교부하기 때문에 선거인이 이 가운데 한두 장을 기표하지 않고 가지고 나가더라도 이를 현장에서 일일이 확인하기는 쉽지 않다.
이번 사례는 개표 과정에서 다른 선거구의 투표지가 섞이는 것을 방지하는 것은 물론, 투표용지 교부부터 투표, 회수, 개표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투표지의 수량을 더욱 철저하게 관리할 필요가 있음을 보여준다. 한 표의 가치가 결코 가볍지 않은 만큼, 단 한 장의 투표지라도 행방이 확인되지 않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제도적·현장적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겨자씨신문에도 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