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
 조희대 대법원장. 2026.2.24
▲조희대 대법원장. 2026.2.24 ⓒ 연합뉴스

조희대 대법원장을 둘러싼 압박 수위가 다시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발단은 대법관 후보 제청 문제였다. 조 대법원장이 이재명 대통령과 최종 조율 없이 대법관 후보를 서면으로 제청하면서 여권과 대법원의 갈등이 다시 불붙었다.

청와대는 "협의를 건너뛴 유례없는 일방 통보"라고 공개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도 대통령의 헌법상 임명권을 침해한 사안이라고 규정했다.

한병도 민주당 원내대표는 대통령 임명권에 대한 중대한 침해라며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김민석 대표는 조 대법원장의 거취를 직접 거론하며 탄핵 가능성까지 열어뒀다. 20일에는 전국에 '법치 파괴 조희대는 물러나야 한다'라는 현수막을 게시하도록 지시했다.

AD
다만 민주당이 곧바로 탄핵소추안을 발의하려는 것은 아니다. 원내지도부는 공식적으로 탄핵이 논의된 바 없다고 선을 긋고 있다. 현재 단계는 탄핵보다는 퇴진 압박에 가깝다.

그럼에도 '대법원장 탄핵'이라는 말이 공개적으로 등장했다는 점은 가볍지 않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이미 19일 조 대법원장 출석 요구 안건을 민주당 주도로 의결했다.

결국 문제는 조 대법원장을 국회에 불러 무엇을 물을 것이냐다.

서면 제청만으로 탄핵할 수 있나

절차만 놓고 보면 민주당은 지금이라도 조 대법원장 탄핵을 추진할 수 있다.

헌법 제65조에 따라 대법원장 등 법관에 대한 탄핵소추는 국회 재적의원 1/3 이상이 발의하고 재적의원 과반수가 찬성하면 의결된다. 현재 의석 구조라면 국회 통과 자체가 높은 문턱은 아니다.

그러나 국회 탄핵과 헌법재판소의 파면은 별개다. 탄핵은 정치적 불신임 절차가 아니다. 조 대법원장이 어떤 직무를 수행하면서 어떤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했는지를 특정해야 한다.

현재 논란인 서면 제청부터 법적으로 간단하지 않다. 헌법은 대통령에게 대법관 임명권을, 대법원장에게 제청권을 각각 부여하고 있다.

민주당은 대통령과 충분한 협의 없이 후보자를 제청한 것은 대통령의 임명권을 유명무실하게 한 것이라 주장한다. 반대로 대통령과 대법원장이 후보자를 반드시 사전에 조율해야 한다고 본다면 대법원장의 독립적인 제청권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반론도 있다. 이미 야당을 중심으로 이러한 주장이 이어지고 있다.

역대 대통령과 대법원장이 후보자를 놓고 협의해 온 관행이 있다고 해도 그것이 곧 헌법·법률상 의무인지는 별개의 문제다. 헌재는 여기에 더해 법 위반이 파면할 정도로 중대한지도 판단한다. 이 때문에 서면 제청 하나만으로 탄핵과 파면까지 가기에는 상당한 법리적 논쟁이 예상된다.

다시 따져야 할 '대선 재판'

 조희대 대법원장이 1일 오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사건 전원합의체 선고를 위해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 입장해 자리에 앉아 있다. 2025-05-01
▲조희대 대법원장이 1일 오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사건 전원합의체 선고를 위해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 입장해 자리에 앉아 있다. 2025-05-01 ⓒ 사진공동취재단

민주당이 실제 탄핵을 검토하는 단계로 넘어간다면 쟁점은 서면 제청에만 머물기 어렵다. 그래서 다시 들여다볼 핵심 사안이 2025년 대선 직전 이재명 당시 민주당 후보의 공직선거법 사건 처리 과정이다.

당시 이 후보는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상태였다. 사건은 2025년 3월 28일 대법원에 접수됐다. 이후 진행은 이례적으로 빨랐다. 4월 22일 사건이 대법원 소부에 배당되고 박영재 대법관이 주심으로 정해졌다. 그러나 같은 날 조희대 대법원장이 전원합의체 회부를 결정했고, 그날 오후 첫 합의기일까지 열렸다. 이틀 뒤인 24일 다시 합의가 이뤄졌다. 29일 대법원은 5월 1일 선고를 예고했고, 실제 이날 항소심 무죄 판결을 깨고 유죄 취지로 사건을 돌려보냈다. 결론은 10대2였다. 6월 3일 조기 대선을 불과 한 달여 앞둔 시점이었다.

당시 민주당도 이 속도를 문제 삼았다. 하지만 '너무 빨랐다'는 주장만으로는 부족하다. 탄핵까지 염두에 둔다면 확인해야 할 것은 속도 자체가 아니라 그 속도가 만들어진 과정이다.

집중해야 할 것은 '빨랐다'가 아니라 '왜 빨랐나'

첫 번째는 전원합의체 회부다. 누가 회부했는지는 이미 확인돼 있다. 조희대 대법원장이다. 따라서 따져야 할 것은 왜 소부 배당 직후 전원합의체 회부를 결정했느냐다.

전원합의체 회부 자체는 대법원장의 권한이다. 문제는 과정과 시점이다. 소부에 배당된 사건을 곧바로 전원합의체에 넘겨야 한다고 판단한 이유가 무엇이었는지, 전합 회부에 대한 내부 검토는 언제 시작됐는지, 조 대법원장이 결정 전에 어떤 보고를 받았는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특히 소부 배당 이전부터 전원합의체 회부를 염두에 둔 검토가 진행됐는지도 따져볼 대목이다.

두 번째는 실제 심리 시간이다. 당시 '수만 쪽에 달하는 방대한 기록을 어떻게 짧은 기간에 검토했느냐'는 논란이 일었다. 그러나 기록 분량만 따지는 것은 핵심이 아니다. 대법관들은 재판연구관의 법리 검토와 쟁점 정리 자료 등도 활용한다. 따라서 봐야 할 것은 실질적인 사건 검토가 언제 시작됐느냐다.

기록은 언제 도착했는지, 쟁점 검토는 언제부터 시작됐는지, 대법관들에게 필요한 자료는 언제 제공됐는지, 첫 합의기일까지 실제 얼마의 검토 시간이 있었는지가 중요하다. 대법관들이 수만 쪽의 기록을 읽고 결정을 내렸느냐도 중요하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유죄 취지 파기환송이라는 결론을 내릴 만큼 충분한 검토와 숙의가 언제, 어떤 방식으로 이뤄졌느냐다.

세 번째는 합의 일정과 선고일이다. 4월 22일 첫 합의가 열렸고 이틀 뒤 다시 합의가 진행됐다. 여기서 볼 것은 대법관 개개인의 평의 내용이 아니라 일정이 만들어진 과정이다.

왜 전원합의체 회부 당일 첫 합의를 열었는지, 이틀 뒤 다시 합의를 진행할 정도로 신속한 처리가 필요했던 이유는 무엇인지, 일정 결정에 조 대법원장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가장 민감한 것은 선고일이다. 왜 5월 1일이었느냐다. 전원합의체 회부 뒤 9일 만이었고 대선은 6월 3일이었다. 선거를 앞두고 판결했다는 이유만으로 선거 개입이 되는 것은 아니다. 법원이 정치 일정을 이유로 재판을 미뤄야 하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핵심은 대선 전에 결론을 내야 한다는 판단이 실제 재판 일정에 영향을 미쳤느냐다. 2025년 5월 1일이라는 선고일은 누가 처음 제안했는지, 어떤 과정을 거쳐 정해졌는지, 조 대법원장은 어느 정도 관여했는지, 대선 일정이 이 과정에서 고려됐는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결국 조희대는 어디까지 관여했나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대표와 한병도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20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조희대 대법원장 사퇴를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대표와 한병도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20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조희대 대법원장 사퇴를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 남소연

결국 질문은 하나로 모인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이 과정에서 정확히 무엇을 했느냐다.

확인 대상은 개별 대법관의 평의 내용이 아니라 조 대법원장의 행위다. 조 대법원장이 사건의 신속한 처리 필요성을 어떻게 판단했는지, 관련 보고를 언제 받았는지, 전원합의체 일정과 선고일 결정에 어느 정도 관여했는지, 법원 내부에 별도의 지시나 의견을 전달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관련 회의나 보고·메모·전자문서 등 객관적인 자료가 존재하는지도 확인 대상이 될 수 있다. 선을 그을 지점도 분명하다.

조 대법원장이 전원합의체 재판장으로서 통상적인 권한을 행사한 것인지 아니면 그 범위를 넘어 사건의 처리 속도와 선고 시점에 특별한 영향력을 행사한 것인지다.

재판이 빨랐다는 것만으로 탄핵할 수는 없다. 판결이 당시 이재명 후보에게 불리했다는 사실도,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했다는 사실도 그 자체로 탄핵 사유가 되기 어렵다.

탄핵의 성사 여부는 조 대법원장이 사건 처리 속도나 선고 시점에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구체적인 사실로 따져야 한다. 해당 행위가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하고 파면할 만큼 중대한지도 확인돼야 한다.

결국 남는 질문은 하나다. 모든 일정이 통상적인 재판 진행의 결과였는지 아니면 조 대법원장의 별도 판단과 지시가 개입된 결과였는지다.

최근 서면 제청 논란은 조 대법원장 탄핵론을 다시 불러낸 계기다. 그러나 국회의 탄핵소추를 넘어 헌재의 파면까지 따진다면 더 중요한 것은 지난해 대선 재판이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어디까지 관여했을까. 탄핵 여부를 가를 해답은 결국 여기에 있다.

#조희대#탄핵#이재명#취중진담
댓글10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연재

取중眞담 2026

글
김종훈 (moviekjh) 내방

법조팀 취재기자. 오늘도 애국하는 마음.



독자의견10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