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후 4시 오사카에 있는 한국문화원에서 '나전장의 도안실'이라는 주제로 우리나라 나전칠기 특별전시 개막식이 열렸습니다. 개막식에서 주오사카 대한민국 이영채 총영사님께서는 나전칠기만큼 한일 문화 교류의 생생한 증언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개막식을 축하했습니다.

▲주오사카한국문화원 나전장의 도안실 특별전시 개막식에서 주오사카대한민국총영관 이영채 영사님께서 축사를 하셨습니다. ⓒ 박현국
일찍이 옻칠은 중국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옻나무에서 얻은 옻에서 수분을 없애고 나무 그릇에 칠해서 나무 그릇의 약점을 보완하여 나무 그릇을 오래 쓸 수 있었습니다. 옻칠은 방수나 나무 조직을 세게 만드는 실용적인 쓰임새 뿐만 아니라 옻이 지닌 접착력, 내구성들 때문에 여러 특수한 목적으로 활용되기도 했습니다.
중국에서 쓰이기 시작한 옻칠은 우리나라나 일본에 전해지면서 각각의 현실적인 상황이나 조건, 그리고 쓰임새나 미학적 감수성들이 활용되면서 다양한 모습을 띠게 되었습니다.

▲주오사카한국문화원 나전장의 도안실 특별전시 개막식에서 기획으로 참가하신 서울공예박물관 정은주 학예사님께서 전시물이나 나전칠기를 만드는 과정을 설명하셨습니다. ⓒ 박현국
중국에서 옻칠은 '조칠'(彫漆)이라고 하여 그릇 겉에 옻칠을 반복하여 두껍게 칠한 뒤 여러 가지 무늬를 나타냈습니다. 이러한 작품은 오래 된 무덤 속에서 출토되기도 합니다. 옻칠한 바탕 그릇은 사라지고 겉에 칠한 옻칠만 발굴되기도 합니다. 중국의 조칠 작품은 매우 화려하고 작품에 따라서 중후함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중국 고고 유물 가운데 나무로 만들어 옻칠한 작품들입니다. (미호뮤지엄 소장) ⓒ 박현국
중국에서 일본에 전해진 옻칠은 옻을 화학적으로 가공하여 칠하기 편하고 매끄러운 느낌을 줍니다. 그리고 겉에는 금가루를 뿌리거나 옻과 섞어서 칠하여 만든 마키에(蒔絵) 옻칠이 새롭게 시작되었습니다. 지금도 일본에서는 중국이나 우리나라에서 옻나무에서 긁어 모은 생칠을 수입 가공하여 다시 되 팔기도 합니다.

▲일본 마키에 옻칠 작품과 ‘네고로(맨 오른쪽)’입니다. ‘네고로’는 옻칠한 그릇이나 도구를 오래 사용하여 겉 칠이 벗겨지고 속 칠이 드러나는 것을 말합니다. ⓒ 박현국
중국에서 시작된 옻칠이 우리 나라에 전해진 것은 오래되었습니다. 한반도 낙랑 유물 가운데서도 옻칠이 발견되기도 합니다. 이들로 보아서 한반도에 일찍이 옻칠이 전해진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나라에 전해진 옻칠은 방부, 방수, 방청 기능 등의 활용에 그치지 않고, 나전칠기로 발전하였습니다.

▲낙랑 유물 가운데 칠기입니다. 국립중앙박물관(서울) 전시품 사진입니다. ⓒ 박현국
우리나라에서는 오래 전부터 나전 칠기가 시작되었습니다. 나전칠기는 굴껍데기나 조개 껍데기를 활용하여 옻칠을 예술 공예품으로 발전시켰습니다. 조개껍데기나 굴껍데기를 가늘고 곱게 잘라서 꽃, 짐승, 물건 무늬를 만들고 그것을 그릇 바탕에 붙여서 나전칠기를 완성시켰습니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나전칠기 작품뿐만 아니라 작품에 무늬를 새길 때 사용하는 바탕 그림인 도안도 같이 전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개막식에 이어서 기념강연에서는 서울공예박물관 학예사 정은주 선생님과 국가무형유산 나전장 최상훈 선생님께서 직접 사진 자료를 활용하여 나전칠기 만드는 과정을 자세히 소개하셨습니다.

▲주오사카한국문화원 '나전장의 도안실' 특별 전시실니다. 왼쪽 사진은 나전칠기 작품이고 오른쪽 사진은 나전칠기를 만들기 전에 처음 밑 그림으로 도안입니다. ⓒ 박현국
나전칠기 작품 하나를 만들기까지 여러 과정이나 쓰이는 도구와 재료들은 백 가지가 넘습니다. 모두 소개하기는 어렵지만 기념 강연에서는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했습니다. 그리고 이어서 직접 우리나라에서 가져온 여러 도구나 재료를 활용하여 나전칠기에서 주로 쓰이는 '줄음질'과 '끊음질'을 직접 보여주시기도 했습니다. 참가자들은 재료를 직접 만져보기도 하고 여러 가지 질문을 하기도 했습니다.

▲주오사카한국문화원 나전장의 도안실 특별 전시실에 전시된 나전칠기로 만든 반야심경입니다. ⓒ 박현국
나전칠기는 단단한 조개껍데기나 굴껍데기를 칼이나 톱, 가위 들로 잘라서 사용했습니다. 그러나 1900년대 이후 일본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면서 일본의 여러 가지 도구와 방법들이 쓰이면서 전보다도 더 가늘고 섬세하게 여러 가지 무늬를 새길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한때 우리나라에서도 나전칠기 장롱이나 옷장들이 인기를 얻은 적이 있습니다. 일본에서는 차를 마실 때 쓰는 차 도구 가운데 차를 담아서 보관하는 나전칠기 찻통이나 향합 향그릇이 인기가 있습니다.

▲기념강연에서는 서울공예박물관 학예사 정은주 선생님과 국가무형유산 나전장 최상훈 선생님께서 직접 줄음질을 보여주셨고, 이수자 남진우 선생님께서 끊음질을 자세히 소개하셨습니다. ⓒ 박현국
중국에서 시작된 한자가 우리나라나 일본에 영향을 미친 것처럼 옻칠 역시 비슷합니다. 중국에서는 조칠, 일본에서는 마키에 금칠, 우리나라에서는 나전칠기로 발전했습니다. 한자나 옻칠 역시 한중일 문화 교류의 역사를 증언하면서 세 지역의 개성을 확실하고 생생하게 말하고 있습니다.

▲주오사카한국문화원 나전장의 도안실 특별 전시 개막식과 기념강연회를 마치고 참가자들이 나전칠기 관련 도구나 실물들을 만져보거나 질문을 하고 있습니다. ⓒ 박현국
<참고누리집 및 참고문헌> 주오사카한국문화원,
https://k-culture.jp/korean/index.php, 주오사카대한민국총영사관,
https://www.mofa.go.kr/jp-osaka-ko/index.do?55792 덧붙이는 글 | 박현국 기자는 교토에 있는 류코쿠대학 국제학부에서 우리말과 민속학을 담당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