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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누가 쓰는 걸까.

문학을 전공한 사람, 글을 잘 쓰는 사람, 출판사의 선택을 받은 사람. 대개는 그렇게 생각한다.

 연남동 독서관 모습
▲연남동 독서관 모습 ⓒ 인스타그램 @dokseogwan

연남동 골목에는 그 생각에 어긋나는 서점이 있다. 벽마다 빼곡한 책장, 서점 같기도 하고 도서관 같기도 한 이곳의 이름은 '독서관'이다. 큰 서점에서는 좀처럼 만나기 어려운 독립출판물만으로 책장이 채워져 있다. 더 독특한 건 이 책들을 살 수도 있지만, 도서관처럼 빌려 읽을 수도 있다는 점이다. 세상에 나왔지만 입고할 서점을 찾지 못한 독립출판물에 자리를 내주고, 대여를 통해 독자가 낯선 책을 좀 더 쉽게 집어 들게 만든다. 독립출판물이 출간에서 끝나지 않고 출판→입고→대여→판매로 이어지는 순환을 만들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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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관은 2023년 예비사회적기업으로 지정됐고, 지정 기간이 끝난 뒤 2026년 인증사회적기업으로는 넘어가지 않았다. 하지만 전세환 대표에게 중요한 것은 인증 자체보다 자신이 하려던 활동을 실제로 지속하는 일이었다. 지원사업을 통해 누구나 쉽게 책을 만들 수 있는 앱을 준비했지만 당시에는 완성하지 못했고, 지원이 끝난 뒤에도 그는 직접 코딩을 배워가며 개발을 이어오고 있다.

처음에는 이곳을 단순하게 이해했다. 한 사람이 직접 만든 책들이 독자를 만나게 해주는 서점. 그런데 전세환 대표와 철원점을 운영하는 그의 어머니를 차례로 만나고 나니 생각이 달라졌다. 독서관이 낮추고 싶은 문턱은 책이 읽히는 문턱만이 아니었다.

독서관이 만들고 있는 것은 어쩌면 책이 아니라, 누구나 자기 이야기를 써도 된다는 감각이었다.

읽는 사람에서 만드는 사람으로

전세환 대표 역시 처음부터 책을 만드는 사람은 아니었다. 인테리어 디자인을 전공하고 동료들과 회사를 차렸던 그가 독립출판을 처음 만난 곳은 지금은 사라진 서교동의 작은 전시관 '라움트(Laumt)'였다. 독립출판 작가 세 명이 연 전시를 우연히 보게 된 그는 이후 다시 찾아가 세 사람의 책을 한 권씩 사서 모았고, 직접 사인을 받았다. 작가와 독자가 몇 걸음 거리에서 마주 보고 책 한 권을 사이에 두고 눈을 맞추는 경험이었다.

 독서관에서 진행중인 독서모임 모습
▲독서관에서 진행중인 독서모임 모습 ⓒ 인스타그램 @dokseogwan

그날부터 그는 궁금해졌다. 나도 책을 만들 수 있을까. 문학을 배운 적 없는 그였지만, 글쓰기 모임에 참여하며 여러 사람이 함께 만든 앤솔로지(모음집)에 다섯 페이지짜리 글을 실었다. 그 작은 경험 하나가 오래 가지고 있던 고정관념을 깨뜨렸다.

"책은 문학 하는 사람들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했어요."

문학을 전공하지 않아도 책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직접 경험하고 나서야 '나도 책을 낼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이후 개인 책을 만들었고, 글을 쓰고 사람들을 만나면서 자신이 어떤 것을 좋아하고 어떤 삶과 잘 맞는 사람인지도 조금씩 알게 됐다. 결국 책을 만들었던 경험은 그의 일까지 바꿨다. 인테리어 디자인 회사를 정리하고 책의 세계로 삶의 방향을 옮긴 것이다.

출판도 하나의 '놀이'가 될 수 있을까

 2025 독립출판 문화제 모습
▲2025 독립출판 문화제 모습 ⓒ 인스타그램 @dokripchulpan_munh

이 개인적인 경험은 곧 독서관의 운영 철학이 됐다. 전 대표는 스스로에게 물었다. 왜 굳이 독립출판이어야 하는가. 스스로 곱씹고 고민하던 끝에 한 가지 차이가 눈에 들어왔다. 우리가 흔히 즐기는 문화에서는 창작자와 소비자의 경계가 생각보다 분명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노래를 좋아하는 사람은 자신의 노래를 올리고, 춤을 좋아하는 사람은 전문 무용수가 아니어도 춤을 추고 영상을 남긴다. SNS에서는 보는 사람이 동시에 만드는 사람이 된다. 그런데 책 앞에서는 여전히 '작가는 쓰고 독자는 읽는다'는 구분이 견고했다. 전 대표는 자신이 독립출판을 경험하며 그 경계를 넘어섰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제가 소비자이면서 창작자가 될 수 있더라고요."

 2025 독립출판 문화제 모습
▲2025 독립출판 문화제 모습 ⓒ 인스타그램 @dokripchulpan_mun

그래서 매년 여는 행사에도 '북페어' 대신 '독립출판 문화제'라는 이름을 붙였다. 독립출판을 하나의 산업이나 상품군이 아니라 사람들이 직접 참여하는 문화로 바라보기 때문이다. 언젠가는 책뿐 아니라 공연과 음식도 함께하는 진짜 '문화제'가 되기를 꿈꾼다.

소셜미디어가 누구나 자신의 취향과 생각을 발행하는 시대를 열었다면, 독립출판은 그것을 종이와 책이라는 형태로 이어가는 또 하나의 방식이다. 독서관은 그 흐름 속에서 독자를 소비자로만 남겨두지 않는다. 책을 읽다가 "나도 만들어볼까" 생각하는 사람이 생기는 공간을 지향한다.

놀이가 되려면, 문턱부터 낮아져야 한다

"책을 만드는 것과 인스타에 릴스를 올리는 건 난이도 차이가 너무 커요."

전 대표는 독립출판이 놀이가 되려면 우선 쉬워져야 한다고 말한다. 릴스는 찍어서 바로 올릴 수 있지만, 책 한 권을 직접 편집하고 완성하려면 보통 6개월에서 1년이 걸리기도 한다. 그래서 앞서 말한 그 앱을 만들고 있다. 템플릿에 글만 채워 넣으면 곧바로 인쇄로 넘어갈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처음부터 100페이지, 300페이지짜리 책을 요구하지 않고 한 달 동안 30페이지만 써도 얇은 문고판 한 권을 만들어보게 하는 '일기 출판'도 구상 중이다.

 독서관 한쪽 벽에 붙은 '독서관 사용설명서' 펼치면 안쪽에 안내 글이 적혀 있다.
▲독서관 한쪽 벽에 붙은 '독서관 사용설명서' 펼치면 안쪽에 안내 글이 적혀 있다. ⓒ 안도빈

"처음부터 100페이지를 쓰라고 하면 다들 힘들어요. 다섯 페이지만 해도 할 수 있거든요."

전 대표 자신도 다섯 페이지에서 시작했다. 중요한 것은 처음부터 멋진 작가가 되는 것이 아니라 한 번 만들어본 사람이 되는 것이다.

그 한 번이 사람을 바꾸기 때문이다. 그 역시 책을 쓰겠다고 마음먹은 순간부터 다른 사람의 책을 사기 시작했다. 참고할 책을 찾고, 다른 독립출판 작가를 만나고, 북페어에서는 서로의 책을 소개하기도 한다. 창작자가 되자 소비하는 방식까지 달라진 것이다.

독서문화 활성화를 말할 때 흔히 '사람들에게 어떻게 더 많이 읽게 할 것인가'를 묻는다. 전 대표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사람들이 한 번이라도 책을 만들어보게 한다면, 스스로 책 문화의 당사자가 될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이다.

독서관은 '책 읽는 대한민국' 참여 서점이기도 하다. ⓒ 안도빈 독서관은 '책 읽는 대한민국' 참여 서점이기도 하다.
▲독서관은 '책 읽는 대한민국' 참여 서점이기도 하다. ⓒ 안도빈독서관은 '책 읽는 대한민국' 참여 서점이기도 하다. ⓒ 안도빈

독서관이 독립출판물을 대여하는 이유도 여기에서 다시 읽힌다. 낯선 작가의 사적인 이야기에 선뜻 구매 비용을 지불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빌려 읽을 수 있다면 조금 가벼운 마음으로 책을 펼칠 수 있다. 대여는 단순한 서비스라기보다, 낯선 사람의 이야기를 읽어보는 비용과 위험을 낮추는 장치에 가깝다.

 독서관의 '책갈피'. 도서명과 한 줄 평을 남기면 작가에게 전달된다.
▲독서관의 '책갈피'. 도서명과 한 줄 평을 남기면 작가에게 전달된다. ⓒ 안도빈

반납된 책에 독자가 한 줄의 감상을 남겨 저자에게 돌려주는 '책갈피', 성실하게 연재해 한 편의 글을 완성하는 '요일작가' 역시 같은 흐름 위에 있다. 쓰는 사람과 읽는 사람 사이를 계속 왕복하게 만드는 것이다.

정확히 이해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것

자신의 이야기를 쓰는 사람이 많아지면 서로를 더 잘 이해하게 될까. 전 대표의 답은 예상과 달랐다.

"제가 의도한 대로 읽히기보다는, 결국 그 사람이 거기서 읽고 싶은 걸 읽는다는 느낌이었어요."

자신이 어떤 의미로 쓴 문장도 독자의 경험을 거치면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된다. 자신의 책이 여러 방식으로 해석되는 것을 경험할 수 있는 것이다. 책을 쓴다는 것은 나를 완벽하게 소개하는 도구라기보다, 다른 해석이 존재할 수 있는 여유를 만드는 매체일지도 모른다. 하나의 이야기가 세상에 나오면 그것을 읽은 사람의 경험과 만나 또 다른 내가 만들어진다.

그 말을 들으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누구나 자신의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고, 그렇게 나온 이야기들이 저마다 다르게 읽히고 또 겹칠 때, 우리 사회는 서로를 좀 더 이해할 수 있는 쪽으로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그런 희망을 품어도 되는 걸까.

철원, 다시 쓰기 시작한 삶

 올해 7월 문을 연 독서관 철원점. 전세환 대표의 어머니가 운영한다.
▲올해 7월 문을 연 독서관 철원점. 전세환 대표의 어머니가 운영한다. ⓒ 인스타그램 @dokseogwan

독서관의 철학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사람은 뜻밖에도 전 대표가 아니라 그의 어머니다. 올해 7월 문을 연 철원점은 어머니가 운영한다. 전 대표는 처음에는 반대했다. 서울에서도 서점 운영이 쉽지 않은데 철원에서 독립서점을 운영하는 것은 더 어려울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어머니의 마음을 돌려보려고 일부러 연남동 서점을 맡겨보기도 했다. 그런데 어머니는 이미 마음을 정한 뒤였다. 배웅하러 간 철원에서, 어머니는 한 점포 앞으로 그를 데려가 이렇게 말했다.

"여기가 내가 봐 둔 장소야."

사실 철원점은 아들이 어머니에게 만들어준 공간이 아니었다. 옛날부터 책방지기가 꿈이었던 어머니는 "나중에 노후에 책방을 할 거야"라고 자녀들에게 말해오던 사람이었다. 아들이 먼저 연남동에 독서관을 열자, 어머니에게는 오래 품어온 꿈이 다시 눈앞으로 다가온 것 같았다.

다만 독립출판이라는 형태를 처음부터 알았던 것은 아니다. 원래 어머니는 유명 작가와 출판사의 책을 주로 읽던 독자였다. 그런데 아들과 마포에서 한두 달을 지내며 독립서점들을 돌아다니고, 연남동 독서관에서 책을 보다가 생각이 바뀌었다.

"독립출판물이 그냥 책들이 아니구나. 작가들의 생각, 아이디어, 반짝이는 영혼들이 너무 마음에 와닿았죠. 그래서 무조건 2호점은 내가 하고싶다고 했어요."

취재하는 내내, 어머니가 독서관이 지향하는 가치를 몸소 증명하는 사람처럼 보였다. 독자도 언젠가 자신의 이야기를 쓰는 창작자가 될 수 있다는 믿음이다. 한 사람이 독립출판을 만나 생각을 바꾸고, 끝내 자신의 책방을 열어 그 가치를 삶으로 살아내고 있었다.

나도 소중한 존재구나

철원점을 운영하며 어머니에게 찾아온 변화는 더 흥미롭다. 지나가던 손님들이 걸음을 멈추고 기웃거리거나 사진을 찍어가는 모습에 마음이 설렜다.

"요즘은 책방 문 열고 들어올 때 책들이 저한테 말을 걸어요. '오늘은 저 누구 만나서 어딜 갔다 올까요?' 이런 느낌. 그래서 저도 두근두근 설레고, 그럴 때가 행복한 것 같아요."

책 한 권이 작가 한 사람처럼, '사람 하나를 만나는 듯한' 느낌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타인의 이야기를 귀하게 바라보는 경험은 뜻밖의 방향으로 자신에게 돌아왔다.

"여기 책을 입고해주신 작가님들의 삶이나 사연도 다 각자 소중하고 귀하잖아요. 그래서 저도 저의 힘을 믿어보기로 했어요."

 독서관 철원점 내부. 책장과 함께 화분이 놓여 있다.
▲독서관 철원점 내부. 책장과 함께 화분이 놓여 있다. ⓒ 인스타그램 @dokseogwan

철원점을 준비하면서 어머니는 이전보다 자신에게 너그러워졌고, 조금씩 회복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한다. 공사를 시작하기 전부터도 마음이 긍정적으로 바뀌었다고 했다. 그리고 그 다음에 이런 생각이 찾아왔다.

"나도 소중한 존재구나. 그런 생각을 하면서, 아 나도 뭔가 쓸 수 있겠구나라는 계기를 줬어요."

순서가 중요하다. 책을 쓰고 싶어져서 자존감이 생긴 것이 아니다. 다른 평범한 사람들의 삶과 이야기가 한 권의 책이 되어 있는 것을 계속 만나다 보니, 자신의 삶 역시 기록할 만한 것이라는 감각이 먼저 찾아온 것이다. 그 감각이 '나도 쓸 수 있겠다'는 자신감으로 이어졌다.

어머니에게 이야기를 쓰는 일이 완전히 낯선 것만은 아니었다. 전 대표가 초등학생이던 시절, 한글 프로그램을 다루지 못하던 어머니가 쓴 글을 아들이 대신 타이핑해 가계부에 붙여 만든 수기 책이 있었다고 한다. 지금 어머니는 여기저기 써두었던 글들을 모아 자신의 책을 준비하고 있다. 아직 응축되지 않았다는 생각에 때를 기다리고 있었지만, 최근 자료를 찾아보며 조금씩 구상을 이어가는 중이다.

아들은 쓰면서 자신을 발견했고, 어머니는 읽으면서 자신을 발견한 뒤 이제 쓰려고 한다. 두 사람의 경험은 독서관이 만들고 싶어 하는 순환을 닮았다.

책을 좋아하는 마음부터

어머니가 철원점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도 같은 방향을 보여준다. 책 한 권 한 권을 살아있는 존재처럼 대하고, 아침저녁으로 걸어서 오가는 시간이 많이 행복하다고 말하는 그에게 손님은 관리해야 할 대상이 아니었다.

 독서관 철원점 책장 위에 걸린 문구. "누군가의 이야기를 읽는 만큼 당신만의 이야기도 쓰이길 바랍니다."
▲독서관 철원점 책장 위에 걸린 문구. "누군가의 이야기를 읽는 만큼 당신만의 이야기도 쓰이길 바랍니다." ⓒ 인스타그램 @dokseogwan

어느 날 초등학생 딸을 데리고 온 부모가 "독서지도나 문해력 수업을 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어머니는 오히려 말렸다.

"오늘 처음 오셨는데 그런 말씀 하시면 안 돼요, 책하고 멀어질 수 있어요."

아이가 "저 책 좋아해요"라고 하자 무조건 빌려 가라고 했다. 얼굴을 자주 보고 싶어서였다. 교육보다 먼저 '책을 좋아하는 마음'을 지켜주는 것을 우선하는 태도였다.

또 어느 늦은 밤에는 택배를 뜯느라 늦게까지 있었는데, 문밖을 서성이던 60대 손님에게 문을 열어줬다. 손님은 눈물을 글썽이며 이렇게 말했다.

"나도 이런 거 너무 하고 싶었는데, 너무 들어와 보고 싶었어요."

어머니는 이곳을 그냥 놀이터 삼아 오셔도 좋다고 답했다. 철원점에서 책은 가르쳐야 할 대상이기 전에 사람과 사람을 잇는 매개였다. 누군가에게는 다시 오고 싶은 얼굴이 됐고, 누군가에게는 오래 미뤄둔 꿈이 눈앞의 일상으로 다가온 자리였다.



"그렇게 되고 싶죠"

앞서 말했듯 그에게 중요한 건 인증이 아니라 지속이었다. 결국 그가 붙잡고 있는 것은 하나다. 결국 그가 붙잡고 있는 것은 하나다. 누구나 책을 쓸 필요는 없다. 사람마다 자신의 삶을 기록하는 방식은 다르다. 누군가는 사진을 찍고, 누군가는 영상을 만들고, 누군가는 게임 기록을 남긴다. 전 대표가 원하는 것은 그 선택지 안에 '책 한 권을 만들어보는 일'도 자연스럽게 들어가는 것이다.

 독서관 벽에 붙은 손편지. 한 독립출판 작가가 대표에게 남긴 것이다.
▲독서관 벽에 붙은 손편지. 한 독립출판 작가가 대표에게 남긴 것이다. ⓒ 안도빈

인터뷰 말미에 독서관을 "자기 이야기를 세상에 내놓아도 된다는 용기를 건네는 문화 플랫폼"이라 정의해 보였다. 전 대표는 웃으며 말했다.

"너무 포장이네요."
잠시 생각하더니 말을 이었다.

"그렇게 되고 싶죠."

"너무 포장"이라는 그의 말과 달리, 그 정의는 이미 현실이 되어 있는 것처럼 보였다. 우연히 다섯 페이지짜리 글을 쓰며 자신과 가까워진 한 사람이 있었다. 그 경험을 누군가와 나누고 싶어 독립출판물을 위한 서점을 열었고, 그 서점은 해마다 문화제가 열리는 자리가 됐다. 그리고 그곳에서 책을 읽던 어머니는 오래전 접어두었던 책방지기의 꿈을 꺼내 철원에서 실현했다. 한 사람의 발견이 다른 사람의 발견으로 이어지는 이 순환의 출발점에 독서관이 있다.

독서관이 만들려는 것

 독서관 벽을 채운 손편지들. 이곳에 책을 맡긴 작가들이 하나둘 남긴 것이다.
▲독서관 벽을 채운 손편지들. 이곳에 책을 맡긴 작가들이 하나둘 남긴 것이다. ⓒ 안도빈

독서관이 지역에 만든 변화는 거창하지 않다. 유통망 밖에 있던 책들이 갈 곳을 얻었고, 그 책을 쓴 사람들이 자신의 글이 읽힌다는 감각을 다시 얻었다. 아직 쓰지 않은 사람에게는 써볼 자리가 생겼고, 한 사람은 자신이 소중한 존재라는 걸 깨닫는 계기를 얻었다.

그 중심에는 자신을 다시 읽는 일로 삶의 방향을 바꾼 한 사람과, 그 곁에서 오래 미뤄둔 꿈을 되찾은 또 한 사람이 있다.

두 사람을 차례로 만나고 나서야 알게 된 것이 있다. 자신의 이야기를 쓰는 일은 스스로를 돌보는 행위이고, 남의 이야기를 읽는 일은 누군가를 돌보는 행위라는 것. 전 대표는 쓰면서 자신을 돌봤고, 어머니는 낯선 작가들의 책을 읽으며 그들의 삶을 귀하게 대하다가 결국 자신까지 돌보게 됐다. 독서관은 그 두 가지가 한 공간에서 동시에 일어나도록 만드는 자리다.

만약 이런 일이 특별한 누군가의 경험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일상이 된다면 우리 사회는 어떻게 달라질까. 마포에는 그 질문을 이미 실천으로 옮기고 있는 사람과 공간이 있다. 연남동을 넘어 철원까지 뻗은 독서관은 오늘도 같은 질문을 던진다.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사람이, 자기 이야기를 써도 된다고 느낄 수 있을까.

'마포를 바꾸는 사람들' 다음 편에서는 마포구의 또 다른 사회적경제 조직을 만난다. 사회문제를 발견하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마포를 바꾸어가는 이들의 이야기는 계속된다.

덧붙이는 글 | 안도빈 기자는 마포구사회적경제통합지원센터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독서관#마포구#마포구사회적경제통합지원센터#독서관철원점#독서관연남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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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마포를 바꾸는 사람들」

글
안도빈 (dksehqls) 내방

마포구사회적경제통합지원센터 매니저 사회적경제, 돌봄, 지역공동체를 중심으로 현장을 취재합니다.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작은 실천들이 지역사회를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기록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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