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5일 충남 예산군 덕산세계인형박물관에서 열린 '우리의 불그릇, 등잔 다시 밝히다' 전시장 ⓒ 김정아
'한국등잔박물관의 지역 순회 특별전 <우리의 불그릇, 등잔 다시 밝히다>가 지난 15일 예산군 덕산면 덕산세계인형박물관에서 막을 올렸다. 오는 9월 30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는 등잔을 단순한 옛 조명기구가 아닌 '불을 담는 그릇'으로 바라본다.
한때 우리 곁에 있었던 등잔을 통해 당시 사람들의 생활과 문화, 그 안에 깃든 시간을 되짚는 자리다. 이어 전시장에 들어서자 화려한 전시물보다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소박한 등잔들이었다.
무엇보다 이번 전시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표현은 '불그릇'이다. 등잔을 단순히 불을 밝히는 도구가 아니라, 불을 담아 사람들의 삶을 밝혀온 그릇으로 바라본다. 윤인미 한국등잔박물관 학예실장은 등잔이 어둠을 밝히는 생활 도구를 넘어 당시 사람들의 삶과 문화가 담긴 유물이라는 취지로 전시의 의미를 설명했다.
어두운 방 한쪽에서 바느질을 하던 사람, 늦은 밤까지 책장을 넘기던 사람, 가족과 둘러앉아 저녁을 먹던 사람들이다. 등잔 하나가 밝힐 수 있는 공간은 넓지 않았다. 그럼에도 작은 불빛 하나가 어둠을 밀어내는 동시에 사람과 사람 사이를 이어주던 셈이다. 이러한 등잔의 의미는 전시 구성에도 고스란히 담겼다. 전시는 네 가지 '빛'을 따라 등잔의 역사와 쓰임을 살펴볼 수 있도록 했다.
▲ 1부 '어둠을 밝힌 빛'에서는 등잔의 기원과 구조, 기능을 소개한다. 인간이 불을 이용하면서 어둠을 어떻게 극복해왔는지를 살펴볼 수 있다. ▲ 2부 '일상을 지킨 빛'에서는 실제 생활공간에서 사용했던 다양한 등잔을 만난다. 등잔의 재료와 형태를 통해 당시 사람들의 생활상과 전통 공예의 아름다움도 엿볼 수 있었다.
▲ 3부 '예를 밝힌 빛'에서는 등잔의 의례적·상징적 의미를 다룬다. 전통사회에서 빛은 어둠을 밝히는 기능을 넘어 소망과 정성, 예를 표현하는 상징이기도 했다. 마지막 4부는 '무장애 체험' 공간이다. 장애 여부와 관계없이 관람객이 전시를 경험할 수 있도록 구성해 유물을 눈으로 보는 데 그치지 않고 빛의 감각과 의미를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아울러 어린이와 가족 관람객에게는 등잔을 단순한 '옛날 물건'으로 보는 데서 벗어나, 전기가 없던 시절 사람들이 어떤 환경에서 살아갔는지 자연스럽게 생각해볼 수 있는 전시다.
특히 지역에서 다시 만난 전시는 처음 선보이는 전시가 아니다. 한국등잔박물관이 국립민속박물관과 함께 2014년 마련했던 공동기획전을 바탕으로 지역 순회전으로 다시 구성했다. 당시 전시가 우리 조상들의 삶을 밝혔던 등기구의 역사와 생활사를 조명했다면, 이번에는 등잔의 이야기를 지역 관람객에게 다시 건네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박물관협회가 주관하는 2026년 K-뮤지엄 지역 순회 전시 및 투어 지원사업 '뮤지엄 이음'의 하나로 마련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수도권과 대도시에 집중되기 쉬운 문화 향유 기회를 지역으로 넓히고, 박물관 전시를 지역의 역사·문화·관광 자원과 연결하는 사업이다. '우리의 불그릇, 등잔 다시 밝히다' 전시는 지난 7월 1일부터 8월 12일까지 충북 음성 철박물관에서 관람객을 만난 데 이어 지난 15일부터 예산 덕산세계인형박물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한곳에 머무는 전시가 지역을 따라 이동하며 새로운 관람객을 만나는 것이다. 오래된 등잔이 다시 불을 밝히듯 2014년 시작된 전시의 이야기도 지역을 옮겨가며 다시 이어지고 있다.

▲덕산세계인형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한국등잔박물관 지역순회 특별전 《우리의 불그릇, 등잔 다시 밝히다》에 다양한 형태의 전통 등기구가 전시돼 있다. 생활 속에서 어둠을 밝혔던 등잔의 형태와 쓰임, 당시 사람들의 생활문화를 함께 엿볼 수 있다. ⓒ 김정아
등잔 보고 윤봉길 만나고… 예산의 역사와 연결하다
이번 순회전에서 눈여겨볼 부분은 전시가 박물관 안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국등잔박물관은 예산 지역의 역사·문화 자원과 전시를 연결하는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참가자들은 먼저 윤봉길 의사기념관을 방문해 매헌 윤봉길 의사의 생애와 정신을 살펴본 뒤 덕산세계인형박물관으로 이동한다. 이후 등잔 전시를 관람하고 '윤봉길 키링 인형'을 직접 만들어보는 체험도 진행한다.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나의 문화 경험으로 연결한 것이다.
윤봉길 의사의 삶과 정신을 만난 뒤 우리 조상들의 생활을 밝혀온 등잔을 만나고, 다시 손으로 작은 인형을 만들어보는 과정은 단순한 박물관 관람과는 다른 경험을 제공한다.
윤인미 실장은 이번 지역 연계 프로그램의 의미에 대해서도 "전시를 보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역의 역사와 문화자원을 함께 경험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며 "예산을 찾는 관람객들이 박물관과 지역을 함께 둘러보며 기억에 남는 문화 경험을 하길 바란다"는 취지의 설명을 전했다.
한국등잔박물관 학예 윤인미 실장은 "이번 전시를 통해 관람객들이 등잔을 단순한 옛날 조명기구가 아니라 우리 생활과 문화가 담긴 소중한 생활유산으로 바라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며 "특히 지역의 역사와 관광자원을 함께 경험하며 박물관이 지역과 사람을 잇는 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오는 9월 5일과 12일에는 윤봉길의사기념관 관람을 시작으로 한국등잔박물관 전시 관람과 윤봉길 의사 키링 만들기, 등잔 그림 그리기 및 초 만들기 체험을 하루 일정으로 진행 한다"며 "총 50명을 대상으로 하며, 현재 25명은 사전 신청이 마감됐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윤 실장은 "이번 전시는 K-뮤지엄 지역 순회 전시 및 지원사업을 통해 전국 어디에 거주하든 지역의 전시와 관광지, 유적지를 연계해 경험할 수 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전시 관람을 지역의 역사와 문화, 관광으로 이어지는 경험으로 확장해 많은 분들이 지역의 이야기를 함께 만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우리의 불그릇, 등잔 다시 밝히다'는 9월 30일까지 충남 예산군 덕산면 덕산세계인형박물관에서 열린다. 관람 시간은 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이며 일요일과 월요일, 추석 당일은 휴관한다. 지역 연계 프로그램과 관련한 자세한 사항은 한국등잔박물관 공식 누리집 및 SNS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