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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44만 명의 경기도 용인특례시 기흥구를 둘로 나누는 분구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다. 기흥구는 이미 오래전 분구 인구 기준을 넘어섰다. 하지만 인구가 많다는 사실만으로 분구 필요성을 설명하기에는 기흥구를 둘러싼 상황이 과거와 적지 않게 달라졌다.

 인구 44만 명 기흥구 분구를 놓고 옛 구성읍과 기흥읍 주민들간 찬반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고속도로를 경계로 나뉘어져 있는 기흥구 신갈동과 구성마북동 일대 전경.
▲인구 44만 명 기흥구 분구를 놓고 옛 구성읍과 기흥읍 주민들간 찬반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고속도로를 경계로 나뉘어져 있는 기흥구 신갈동과 구성마북동 일대 전경. ⓒ 용인시민신문

최근 용인시의회에서도 분구 필요성이 다시 언급됐다. 황재욱 의원은 시정질문을 통해 기흥구의 지속적인 도시 발전으로 행정수요가 한계치를 넘어섰다며 공공기관 신설과 생활서비스 향상을 위한 행정체제 개편 필요성을 주장했다.

그렇다면 과거 분구 추진 당시 제시됐던 명분은 2026년 현재도 그대로 유효할까. 용인시 인구와 사업체 현황, 사회조사 자료 등을 다시 살펴보면 분구를 둘러싼 일부 조건은 여전히 분명하지만, 이전과 다른 변화도 확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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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행정구역 조정업무 처리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자치구가 아닌 구를 설치하려면 기존 행정체제로 행정수요를 감당하기 어렵고, 구를 나눈 뒤 구당 평균 인구가 20만 명 이상이어야 한다. 결국 인구는 분구를 판단하는 한 가지 기준이고, 기존 행정체제로 행정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운지가 함께 확인돼야 한다.

인구 기준만 놓고 보면 기흥구는 지금도 충분하다. 용인시 인구·세대 현황을 분석한 결과 기흥구 총인구는 2016년 말 42만 2000명에서 2022년 44만 2000명으로 증가했다. 이후 2023년 44만 1000명, 2025년 44만 892명을 기록했다. 2026년 7월 말 현재도 비슷한 수준을 보인다.

10년 전보다 1만 7800명, 4.2% 늘어난 규모다. 그러나 최근 흐름만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2022년 말과 비교하면 오히려 2900명 감소했다. 2022년 이후 기흥구 인구는 44만 명 안팎에서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과거 분구 추진 과정에서는 지속적인 인구 증가가 주요 명분 가운데 하나였다. 2022년 당시에는 플랫폼시티 등의 개발로 기흥구 인구가 머지않아 50만 명에 가까워질 것으로 예상되기도 했다. 당시 용인시는 인구 증가와 함께 행정수요 증가를 분구 필요성의 핵심 근거로 제시했다.

 동백세브란스병원 공사 현장
▲동백세브란스병원 공사 현장 ⓒ 용인시민신문

하지만 적어도 현재까지 인구 흐름만 보면 당시 예상했던 급격한 증가세는 나타나지 않았다. 플랫폼시티 개발 등 인구 유입 동력이 본궤도에 오르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급격한 증가세에 맞춰라는 표현보다는 대비해야 한다는 주장이 더 설득력이 있는 이유기도 하다. 그럼에도 '계속 늘어나는 인구를 기존 기흥구 체제로 감당하기 어렵다'는 과거 논리는 현재 통계에 맞게 다시 점검할 필요가 생긴 셈이다.

인구는 멈췄지만 세대는 10년 새 18% 늘어

인구 증가세가 멈췄다고 행정수요까지 줄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기흥구 세대수는 2016년 15만 943세대에서 2026년 7월 17만 8014세대로 증가했다. 10년 동안 2만 7071세대, 17.9% 늘었다. 같은 기간 인구 증가율 4.2%보다 4배 이상 높다.

1·2인 가구 증가 등 가구 구조 변화가 원인일 가능성이 크다. 세대 증가가 곧바로 행정업무 증가로 이어진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단순 인구만으로 기흥구 행정수요를 판단하기 어렵다는 의미는 분명하다.

사업체 규모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2023년 사업체 통계를 보면 기흥구에는 사업체 4만 4855곳이 있다. 처인구 3만 7601곳, 수지구 2만 7341곳보다 많다.

종사자 역시 기흥구가 18만 5919명으로 처인구 14만 7797명, 수지구 9만 3천547명을 크게 웃돈다. 용인 전체 사업체의 약 41%, 종사자의 44%가 기흥구에 몰려 있는 셈이다.

사업체와 종사자가 많으면 세무와 위생, 환경, 건축, 교통, 부동산 등 행정업무가 많아질 가능성이 있다. 분구 요구가 본격적으로 나오기 시작한 2019년 용인시도 행정수요를 분석한 결과 기흥구가 처인구와 수지구보다 높고, 수지구와 비교하면 일부 행정수요가 2배 이상이라고 분구 근거를 제시했다.

문제는 이 자료가 이미 7년 전 통계라는 점이다. 현재 기흥구의 민원과 인허가 업무가 여전히 다른 구보다 얼마나 많은지, 공무원 한 명이 감당하는 업무량은 어느 정도인지 최신 자료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 분구의 법적 기준이 '인구 40만 명'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기존 행정체제로 행정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운 경우'를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민설명회에 참석한 기흥구 청덕동 광도와이드빌 주민들이 영동고속도로 동백나들목 설치로 인한 아파트 진입로 폐쇄에 대해 반발했다.
▲주민설명회에 참석한 기흥구 청덕동 광도와이드빌 주민들이 영동고속도로 동백나들목 설치로 인한 아파트 진입로 폐쇄에 대해 반발했다. ⓒ 용인시민신문

인구는 반으로 나뉘지만 행정수요도 그럴까

기존 분구안 자체도 현재 시점에서 다시 살펴볼 부분이 있다.

당시 계획은 신갈·영덕1·2·구갈·상갈·보라·기흥·서농동을 기흥구에 두고 구성·마북·동백1·2·3·상하·보정동을 가칭 구성구로 나누는 방식이었다. 당시 두 지역은 각각 22만 명 안팎으로 인구 균형을 맞췄다.

2026년 7월 인구를 같은 방식으로 나눠도 기존 기흥권은 22만 3764명, 구성권은 21만 6267명이 된다. 5년이 지난 지금도 두 지역 모두 분구 기준인 20만 명을 넘고 인구 차이도 크지 않다. 하지만 사업체와 종사자까지 대입하면 차이가 나타난다.

2023년 기준 기존 기흥권 8개 동에는 사업체 2만 7359곳, 종사자 11만 8741명이 있지만 구성권 7개 동에는 사업체 1만 7496곳, 종사자 6만 7178명이 있다.

인구는 약 51 대 49로 나뉘지만 사업체는 61 대 39, 종사자는 64 대 36 정도다.

분구의 목적이 행정수요를 적정하게 나눠 주민 서비스를 높이는 것이라면 단순히 인구만 절반으로 나누는 것이 적정한지도 다시 검토할 이유가 생긴다. 5년 전 분구안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보다 달라진 도시구조와 행정수요를 반영한 분석이 먼저라는 의미다.

구민 생활은 과거보다 나아졌나

분구 논의를 다시 살피기 위해서는 구청 업무량만큼 주민들의 생활 여건도 중요하다. 2021년 <용인시민신문>이 2019년 사회조사를 분석했을 당시 기흥구의 생활 불만족도는 21.9%로 처인·수지구보다 높았다.

특히 불만족 이유로 교통을 지적한 비율이 54%에 달했다. 5년 안에 이주하겠다는 주민 가운데 교육을 이유로 든 비율도 기흥구가 상대적으로 높았다. 당시에는 교통과 교육 문제가 기흥구민 생활의 특징적인 불편으로 분석됐다.

최신 자료에서는 다소 다른 모습이 나타난다. 2025년 사회조사에서 기흥구 주민의 용인시 거주 만족도는 10점 만점에 6.3점이었다. 용인 전체 평균과 같고 처인구 6.0점보다 높지만 수지구 6.5점보다는 낮았다.

현재 살고 있는 지역에 불만족한 기흥구 주민 가운데 가장 많이 꼽은 이유는 여전히 교통이었다. 비율은 37.4%다. 그러나 수지구도 39.9%, 처인구도 37.1%로 조사돼 교통문제를 기흥구만의 두드러진 문제라고 보기는 어렵다.

통근·통학 시간도 비슷한 흐름을 보인다. 기흥구는 편도 평균 42.5분으로 처인구 35.6분보다 길지만 수지구 43.9분보다는 짧았다. 통근·통학 지역이 다른 경기도 시·군인 비율도 기흥구 29.3%에 비해 수지구가 33.9%로 더 높았다.

 기흥구 동백동 용인시박물관 전경
▲기흥구 동백동 용인시박물관 전경 ⓒ 용인시민신문

주거환경 평가에서는 오히려 기흥구가 상대적으로 높은 만족도를 보였다. 주택에 만족한다는 응답은 61.2%, 상하수도·도시가스·도로 등 기반시설은 62.7%, 주차장 이용은 52.9%였다. 특히 기반시설과 주차장 만족도는 3개 구 가운데 높은 편에 속했다.

앞으로 필요한 공공시설 역시 기흥구만 유독 부족하다고 볼만한 차이는 뚜렷하지 않았다. 기흥구에서는 공원·녹지·산책로 35.8%, 보건의료시설 26.6%, 공영주차시설 22.3%, 체육시설 17.2% 순으로 필요하다고 답했다. 처인·수지구와 항목별 차이는 있지만 기흥구에서 특정 공공서비스 부족 현상이 압도적으로 나타나지는 않았다.

다만 과거와 현재 사회조사는 문항과 조사 방식에 차이가 있어 수치를 그대로 증감 비교하는 데는 주의가 필요하다. 또 사회조사가 구청 이용 편의나 민원처리 만족도를 직접 조사한 자료가 아니라는 한계도 있다.

그럼에도 최근 조사만 보면 인구 44만 명의 거대 구라는 이유로 기흥구민의 생활 만족도가 다른 구보다 현저하게 떨어진다고 말할 근거는 뚜렷하지 않다.

44만 명보다 중요한 질문, "현재 체제로 감당 가능한가"

기흥구 분구를 둘러싼 여건은 과거와 달라질 필요가 있다. 인구 기준은 여전히 충족한다. 기존 분구안을 적용해도 양쪽 모두 20만 명이 넘는다. 사업체와 종사자 수를 보면 행정수요가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할 근거도 있다.

반면 과거 주요 명분이었던 지속적인 인구 증가는 최근 몇 년 동안 사실상 멈췄다. 구민 생활 만족도에서도 기흥구가 다른 구보다 특별히 열악하다는 모습은 최근 조사에서 뚜렷하지 않다.

결국 기흥구 분구 문제를 다시 논의하려면 '44만 명이니 분구해야 한다'거나 '인구가 늘지 않으니 필요 없다'는 양쪽 주장 모두 충분하지 않다.

확인해야 할 것은 44만 명의 주민과 17만 8000여 세대, 4만 4000여 사업체를 현재 기흥구청 행정체계가 적정하게 감당하고 있는지다.

이를 위해서는 최근 5년간 처인·기흥·수지구별 ▲ 민원 처리 건수와 평균 처리기간 ▲ 건축·위생·환경·부동산 등 분야별 인허가 건수 ▲ 공무원 수와 1인당 업무량 ▲ 복지대상자와 생활민원 규모 ▲ 구청과 공공시설 접근성 등을 다시 비교할 필요가 있다.

분구 이후 주민이 실제로 받을 행정서비스가 얼마나 달라지는지도 함께 제시돼야 한다.

기흥구 분구 논의가 본격화됐던 2020년에서 이미 6년이 지났다. 그 사이 용인은 특례시가 됐고 기흥구의 인구 흐름과 세대 구조, 사업체 규모, 주민 생활환경도 달라졌다.

이제 분구 논의에 필요한 것은 과거의 찬반 논리를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달라진 기흥구를 다시 측정하는 일이다. 분구 명분이 여전히 유효한지도 그 결과를 바탕으로 판단해야 할 시점이다.

여기에 행정구역만이 아니라 교통과 도로, 의료시설, 학교와 교육환경, 문화·체육시설 등 주민 생활의 질과 직접 연결되는 기반시설이 어느 지역에 얼마나 갖춰져 있는지도 함께 들여다봐야 한다.

이들 문제가 해소된다면 분구 여부와 관계없이 기흥구민에게는 가장 직접적이고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다. 행정기관과 공공시설에 대한 접근성이 좋아지고 필요한 의료와 교육서비스를 가까운 곳에서 받을 수 있다면 주민이 체감하는 생활의 질 역시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런 문제들이 실제 분구를 통해 얼마나 해소될 수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구청 하나를 신설한다고 병원과 학교, 도로와 문화시설이 자동으로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행정권역이 줄어들면서 지역별 수요를 보다 세밀하게 파악하고 이에 맞는 정책과 기반시설을 마련하기 쉬워질 것이라는 기대도 있을 수 있다.

따라서 분구가 행정서비스와 생활여건 개선에 어떤 효과를 가져올지에 대해서는 행정기관뿐 아니라 전문가와 교육·의료 분야 관계자, 지역 주민 등 다양한 의견을 충분히 들어볼 필요가 있다는 주문도 나온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용인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용인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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