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그린아시아 2026' 현장연수(2026.5.18~21, 인도네시아 동자바 수라바야 일대)를 통해 작성자가 직접 현장을 방문하고 취재한 내용입니다.
우리는 앞서 인도네시아의 쓰레기 처리 방식과 강에 투기되는 쓰레기, 그로 인해 발생한 생태적 문제점들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번에는 침묵하지 않고 끊임없이 쓰레기 문제를 수면 위로 떠올려 건져내는 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려 한다.
인도네시아 수라바야, 이곳에는 습지와 강 보존을 위한 연구 소모임에서 시작된 환경 단체 '에코톤(Ecoton)'이 있다. 강을 모니터링하며 수질오염과 미세 플라스틱 문제를 연구하고, 데이터를 수집해 정부의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는 에코톤은 과학을 전문가의 영역에만 두지 않고 '시민을 기후과학자로 길러내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이들은 대학생 인턴 교육, 미세플라스틱 연구, 강 쓰레기 수거 활동 등을 지난 10년 동안 이어오고 있다.
"바이럴이 되지 않으면 정의도 없다"

▲폐플라스틱 조형물 앞에서 ‘에코톤·알맹 Thank you ecoton’이라고 쓰인 현수막을 들고 있다. ⓒ 알맹상점

▲알맹상점 매니저와 아멜리아(Amailia)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 알맹상점
아멜리아는 현재 이 곳 에코톤에서 일하고 있다. 그는 오랜기간 환경단체에서 일하며 학교와 학생 대상 교육을 했다.
SNS를 잘 활용하며 복잡한 과학 데이터를 대중이 이해하기 쉬운 말로 올리기도 한다는 그는, "바이럴이 되지 않으면 정의도 없다(no viral, no justice.)"고 말했다. 아멜리아에게 '바이럴'은 그 자체로 환경운동이다. 강을 따라 흘러가 보이지 않는 쓰레기와 미세플라스틱을 다시 드러내는 일이다.
아멜리아는 인도네시아에서 많은 여성들이 환경문제에 관심을 갖고 행동한다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제로웨이스트 활동에는 많은 여성이 참여한다. 장보기와 요리, 분리배출처럼 쓰레기와 연결된 가사노동을 여전히 여성들이 주로 맡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의 선택은 가족의 생활방식을 바꾸고 이웃과 마을로 퍼져나간다.
다만 이것이 환경을 지키는 책임까지 여성에게 맡겨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아멜리아는 여성을 일상의 변화를 시작하고 확산하는 주체로 바라봤다. 그는 "여성은 세상에서 가장 강한 존재"라고 말했다.
감수성을 정치적 자원으로

▲알맹상점 매니저와 타라(Thara)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 알맹상점
타라는 에코톤에서 데이터 및 정보 담당관으로 일하고 있다.
그는 테부강에서 트래쉬붐(trash boom, 강의 쓰레기가 바다로 흘러나가지 않게 하는 구조물)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트래쉬붐 프로젝트를 하며 강에서 수거되는 쓰레기의 총량과 성상을 데이터로 기록하는 일은 쓰레기는 이동할 뿐 '사라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숫자와 데이터로 증명하는 일이다.
'리버 워리어(River Warrior)'라는 청년 주도 운동을 시작하고 미세플라스틱에 대한 일대일 토론 워크숍을 열기도 했다. 타라는 네트워킹을 좋아한다고 한다. 그는 여성 권익 커뮤니티에도 참여한다. 타라는 환경 분야에서 일하는 여성이라는 사실이 자랑스럽다고 한다.
"여성은 강한 감수성과 깊은 공감 능력을 지니고 있으니까요. 물론 남녀노소 누구나 공감 능력을 갖출 수 있지만, 실제로 환경 분야에서 일하는 제 동료들과 친구들도 대부분 여성입니다."
타라의 말은 여성의 감수성이 좋다는 뜻이 아니라, 오랫동안 돌봄을 담당해 온 여성들의 경험이 환경 문제에 대한 감수성과 실천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뜻에 가까웠다.
우리가 연대한다면

▲니나가 제로웨이스트 마을에서 주민과 대화하고 있다. ⓒ 알맹상점
니나는 어린 나이부터 활발한 환경보호 활동을 하며 수입 플라스틱 쓰레기를 땔감 연료로 사용하는 두부공장의 실태를 조사하고, 수입 쓰레기 문제에 대해 미국과 독일 정부에 항의 편지를 쓰는 캠페인을 주도하기도 했다.
"특히 여성들에게는 정말 쉽지 않고 힘든 여정입니다. 우리는 사회적으로 많은 짐을 짊어지고 있고, 충족시켜야 하는 수많은 기준에 둘러싸여 있습니다. 우리가 그런 기준을 맞추려고 태어난 것이 아닌데도 말이죠. 플라스틱 오염과 싸우다 보면, 때로는 이런 사회적 역행이나 편견과도 동시에 싸우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참 버겁고 힘이 듭니다. 하지만 우리가 연대하고 하나 되어 함께 일한다면, 서로에게서 큰 힘을 얻고 계속 나아갈 동기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니나는 플라스틱 오염과 싸우는 동시에, 여성에게 요구되는 사회적 기준과 편견에도 맞서야 했다. 환경활동가이자 여성으로서 두 가지 어려움을 함께 겪은 것이다. 그래서 니나에게 여성들의 연대는 활동을 계속하게 하는 실질적인 힘이다.

▲2021년에 버려진 뒤 5년이 지난 수입 쓰레기. 얇은 비닐들이 파쇄기에 갈린 종이처럼 잘게 찢겨 있다. ⓒ 알맹상점
연수를 다녀온 우리는 활동가들의 노력으로 인도네시아 내 수입 쓰레기 문제가 일부 개선된 것을 확인했다. 하지만 불법 수입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었고, 폐기물 처리 인프라는 부족해 지역과 주민들의 삶을 위협했다. 현실은 낙관하기 어려웠지만, 활동가들은 서로 연결되며 변화를 만들고 있었다.

▲인도네시아 선별장에서 플라스틱을 활용해 동물모양 화분을 만들었다. ⓒ 알맹상점
인프라의 빈자리를 메우고 있는 건 사람이었다.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꾸려가는 제로웨이스트 마을, 퇴비함, 폐지를 겹겹이 발라 만든 공예품, 담벼락을 채운 벽화, 화분으로 다시 태어난 선별장(MRF)의 플라스틱 통들. 여전히 인프라는 부족하고 필요하지만, 사람이 사람을 가르치고 함께 만들어가는 방식으로 마을은 조금씩 다른 얼굴을 갖게 되었다.
배울 점은 또 있었다. 유기물 쓰레기를 퇴비로 만드는 자연스러운 부패와 순환의 과정을 인도네시아 사람들은 굳이 숨기거나 혐오하지 않았다. 썩어가는 과정 자체를 있는 그대로 두고 받아들이는 태도가 있었다.
인도네시아에서 만난 여성 환경활동가들은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는 힘이 개인의 완벽한 실천이 아니라, 문제를 말하고 서로를 연결하며 함께 버티는 연대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아멜리아의 '바이럴', 타라의 캠페인과 워크숍, 니나가 말한 '서로에게서 얻는 힘'은 결국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위기는 이미 와 있다. 어쩌면 쉽게 되돌릴 수 있는 지점을 지났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우리들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서로가 있는 한, 계속할 이유는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 프로젝트는 주최 환경재단, 후원 현대자동차, 지원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그린아시아 글로벌 리더십 지원사업 2기]로 진행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