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년 8월 17일 월요일, 워싱턴의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구조대원 라이더 윌리엄스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AP Photo/Manuel Balce Ceneta) ⓒ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틀 연속 한·미 연합 군사연습 축소룰 언급했는데, 표면적인 이유는 '한국이 이란전쟁에 대한 도움 요청을 거절했다'는 것이지만, 북한과 대화를 재개하고 싶다는 강한 희망도 피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동부시각으로 17일 백악관에서 취재진과 다음과 같은 문답을 주고 받았다.
취재진 : "김정은이 대화 요청에 왜 응답하지 않았습니까?"
트럼프 대통령 : "그가 응답하지 않았다는 것을 어떻게 아십니까?"
취재진 : "응답했습니까?"
트럼프 대통령 : "음. 네. 그렇습니다."
취재진 : "그(김정은)와 대화하셨나요? 어제 (한·미 연합 군사연습 축소) 발표를 하기 전에 그와 대화하셨나요?"
트럼프 대통령 : "저는 매우 확신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서 "이해를 돕기 위해 말씀드리자면"이라며 긴 설명을 내놨다. 하지만 내용은 북한과 관련한 게 아니라 한국에 대한 것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첫 임기 때 한국이 보호 비용으로 30억 달러(4조2309억 원)를 내기로 했는데, 바이든 대통령이 이를 없던 일로 했다는 얘길 꺼냈다. 사실, 양국은 이같은 합의를 한 바 없으며, 2026년도 방위비분담금은 1조5192억 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재명 대통령과의 전화통화 내용을 전했다.
"최근에 제가 좋아하는, 사실 아주 좋은 분이라고 생각하는 한국 대통령께 전화를 드렸습니다. 전화를 걸어 '저희를 좀 도와주실 의향이 있으신가요? 이란 문제에 대한 도움은 필요 없지만, 원하신다면 이란 문제에서 저희를 도와주시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분이 '아니요, 고맙지만 사양하겠습니다'라고 하길래, 제가 '잠깐만요. 우리 군 3만9000 명이 그곳에 주둔해 있어, 바로 옆집 이웃인 김정은으로부터 대통령님을 지키고 있는데, 이란에서 진행되는 아주 쉬운 군사 작전에는 우리를 도와주지 않겠다고요? 그건 이상하네요'라고 했죠. (이재명 대통령이) '아니요, 아니요, 우리는 관여하고 싶지 않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도대체 우리는 왜 대통령님을 돕기 위해 관여하고 있는 건가요?'"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그래서, 저는 그들을 돕고 싶지만, 아시다시피 누군가에게 '우리 좀 도와주실래요?'라고 물었을 때, 그들이 '고맙지만 사양하겠습니다'라고 대답한다면, 우리는 그들을 특정 국가로부터 지키기 위해 수십억 달러를 지출하고, 그들뿐만 아니라 다른 국가들까지 보호하는 데 수십억, 수백억 달러의 비용을 치르고 있는 셈이죠"라면서 나토의 예를 들어 " 들은 석유의 50%를 거기서(중동) 공급받으면서도 관여하기를 원치 않습니다. 도대체 우리가 왜 이 일을 하고 있는 걸까요? 제가 원하는 건 오직 공정함뿐"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과는 제가 매우 잘 지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은 연간 30억 달러를 지불하고 있었는데, 제가 아마도 나쁜 사람일 테니 더 이상 지불해서는 안 된다고 바이든 대통령을 설득해 버렸습니다. 그러자 바이든 대통령은 즉시 그 명령을 철회했습니다"라면서 "훨씬 더 많은 돈을 받을 수도 있었겠지만, 특히 그들이 우리를 도와주지 않는 상황에서 우리가 이 모든 나라들을 돌아다니며 보호할 수는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전날 한·미 연합 군사연습을 축소하라고 지시한 배경이 북한과 대화를 재개하기 위해서냐는 질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은 이란과 전쟁을 하고 있는 미국을 돕지 않는다'는 불만을 제기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트루스소셜에 군사연습 축소를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도 글 끝부분에 "다소 관련이 없는 이야기일 수도 있겠지만, 저는 최근 한국 대통령에게 이란이슬람공화국의 비핵화 노력에 동참할 의향이 있는지 물었으나, 그들은 '고맙지만 사양하겠습니다!'라고 답했습니다"라고 덧붙였다.
북한 돕고 동맹 때리기? 질문에 단호한 답변 "상황을 훨씬 안전하게 만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같은 언급으로 봐선, 한·미 연합 군사연습 축소 지시는 북한과의 물밑 조율을 통해 나온 것이라기보다는 '미국을 돕지 않는 한국을 지키기 위해 대규모 합동 군사 연습을 할 필요가 없다'는 이유로 나온 것으로 보인다. 이란전쟁 외에도 한국과 미국 사이에는 대규모 대미투자 실행, 한국의 핵잠수함 도입 및 핵 농축·재처리 문제 등 협상 중인 사안이 중첩돼 있다.
하지만 북한은 한·미 합동 군사연습을 커다란 위협이라고 지적해왔기 때문에, 실제 이날부터 시작된 '을지 자유의 방패' 연습이 크게 축소된다면, 북한에게는 선제적 우호 조치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지난 2018년 1월 문재인 당시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전화통화로 합의를 통해 한·미 연합 군사연습을 연기했다. 바로 며칠 전까지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핵 설전'을 벌이고 있었는데, 누구도 예상 못한 선제적 유화조치였다. 이후 고위급회담 등 남북 대화가 이어지면서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가 급물살을 탔다.

▲지난 2019년 6월 3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판문점 자유의 집에서 만나고 있다 ⓒ 연합뉴스
이날 '한국의 이란전쟁 비협조'를 성토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북한과의 대화재개에 대한 기대와 강한 의지를 표현하기도 했다.
'우리의 오랜 동맹국보다 적국인 북한의 이익을 우선시한다고 비판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기자의 질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아닙니다. 저는 상황을 훨씬 더 안전하게 만들고 있습니다"라고 단호하게 답했다.
그는 "김정은은 항상 저를 큰 존경심으로 대했고, 우리는 여러 차례 만났으며, 사실 두 번의 주요 만남에서 대화를 나누고 시간을 보냈습니다. 저는 그를 이해하고, 그도 저를 이해합니다"라면서 "지금 제가 하고 있는 일은 상황을 더 안전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