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의 침체는 이제 특정 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다. 인구 감소와 고령화, 대형 유통시설의 확산, 온라인 소비의 일상화는 지방 중소도시 상권의 구조적 변화를 불러오고 있다. 동시에 소비자들의 생활 패턴이 낮 중심에서 저녁 여가 중심으로 이동하면서, 밤 시간대 소비를 유도하는 '야간경제(Night Economy)'가 새로운 지역 활성화 전략으로 주목받는 추세다.
이에 본지는 국내외 야시장 성공 사례를 살펴보고, 올해 2회차를 맞은 '함양 한들 미니포차 야시장'이 지역 상권과 관광 활성화에 어떤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는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전통시장은 오랫동안 지역민들의 삶과 함께해 온 공간이다. 하지만 대형마트와 온라인 쇼핑의 확산, 소비 패턴의 변화 등으로 전통시장이 처한 현실은 녹록지 않다. 특히 장을 보는 기능만으로는 젊은 세대와 관광객의 발길을 붙잡기 어려워지면서 전국 곳곳에서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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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가운데 전주남부시장은 조금 다른 길을 걸어왔다. 전통시장에 야시장을 접목하고, 청년몰을 통해 새로운 상인을 받아들이면서 시장의 기능을 '장보기'에서 '관광과 문화, 먹거리와 체험'으로 넓혀왔다. 전주 한옥마을이라는 강력한 관광자원과 맞닿아 있다는 입지적 장점을 활용하면서도, 단순히 외부 관광객을 끌어오는 데 그치지 않고 시장 내부의 변화까지 함께 이끌어낸 것이 특징이다.
전주남부시장 야시장은 2014년 행정안전부 공모사업을 계기로 문을 열었다. 당시 함께 공모사업을 신청해 운영을 시작한 곳이 부산 깡통시장 야시장이다. 황상택 전주남부시장 상인회 상무는 남부시장 야시장을 우리나라 최초의 야시장으로 설명했다.
무엇보다 남부시장 야시장의 가장 큰 경쟁력은 전주 한옥마을과의 연계성이다. 한옥마을을 찾은 관광객이 자연스럽게 남부시장으로 발걸음을 옮길 수 있는 구조를 만들면서 관광객의 체류 시간을 늘리는 데 야시장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한옥마을 관광자원으로 숙박시설이 늘어나 여건이 좋아졌지만, 한옥마을 하나만 보기에는 오랜 기간 머물게 만들기 어려웠다. 때문에 한옥마을 구경 이후 관광객들을 자연스럽게 야시장으로 유입시켜 오랜 시간 전주에 머물 수 있도록 노력했다."

▲전주남부시장 상인회 황상택 상무 ⓒ 주간함양
황 상무가 설명하는 남부시장 야시장의 출발점이다. 관광객이 한옥마을을 보고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남부시장에 들러 저녁을 먹고, 시장을 둘러보고, 주변에서 숙박까지 하는 관광 동선을 만드는 것이다. 실제로 한옥마을을 중심으로 관광객과 숙박시설이 증가하면서 남부시장 역시 관광객을 받아들일 수 있는 기반을 갖추게 됐다.
코로나 이후에도 이어진 야시장의 힘
남부시장 야시장의 전성기는 코로나19 이전이었다. 당시에는 시장 안을 제대로 걷기 어려울 정도로 관광객이 몰렸다. 황 상무는 당시 상황을 "시장이 꽉 차버렸다"고 표현했다. 코로나 이후 예전만큼의 인파를 회복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지금도 상당한 사람들이 야시장을 찾고 있다.
중요한 것은 남부시장이 야시장 하나만으로 시장을 살리려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남부시장은 야시장과 함께 '청년몰'이라는 또 하나의 콘텐츠를 운영하고 있다. 청년몰은 2011년 시작됐으며 현재 약 24개 점포가 운영되고 있다. 황 상무는 남부시장의 청년몰 역시 전국적인 정책으로 확산되기 전 남부시장에서 자체적으로 시작한 사업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청년몰의 목적은 단지 빈 점포에 청년 상인을 채우는 것이 아니다. 젊은 상인들이 가진 새로운 감각과 아이디어를 시장에 들여오고, 기존 상인들이 쉽게 시도하지 못하는 새로운 업종과 상품을 선보여 고객의 선택지를 넓히는 것에 있다.
"청년 상인을 통해 새로운 고객을 창출하고, 기존 상인들이 업종 전환하기 어려운 부분을 새로운 아이템으로 채워 고객에게 골고루 보여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는 게 황 상무가 설명하는 청년몰의 역할이다. 결국 청년몰 역시 시장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하나의 장치인 셈이다.
'먹거리'에서 시작해 시장 전체로 확장
야시장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먹거리다. 전주는 이미 피순대국밥과 콩나물국밥으로 유명한 곳이다. 특히 전주 콩나물국밥이 남부시장을 토대로 확산됐다는 것이 황 상무의 설명이다.
하지만 전통시장 하면 국밥만 떠올리는 시대는 지났다. 남부시장은 기존의 먹거리 경쟁력 위에 야시장을 통해 다양한 음식을 추가했다. 관광객들이 이른바 '먹방 여행'을 즐기는 소비 패턴에 대응하면서 새로운 먹거리를 시장에 계속 공급해왔다.
100년 시장의 변화, 그리고 새로운 생존법
남부시장의 역사는 야시장보다 훨씬 길다. 황 상무는 남부시장의 역사적 규모를 설명하며 과거에는 전라남북도를 아우를 정도로 큰 시장이었다고 말했다. 전라감영의 남문과 가까운 남부시장 일대는 과거 전주의 행정·문화·금융·교통 기능이 집중된 구도심의 핵심 공간이었다.
특히 1970년대는 남부시장의 전성기로 꼽힌다. 당시 전주는 농업 중심 사회였고, 인근에서 생산된 쌀이 남부시장으로 들어와 거래됐다. 황 상무는 남부시장에서 전국 쌀 가격이 결정될 정도로 시장의 규모와 영향력이 컸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시대가 바뀌면서 시장의 기능도 달라졌다. 대형마트가 등장했고 소비 패턴은 온라인 중심으로 빠르게 변했다. 여기에 관광자원으로서 한옥마을의 가치가 커지면서 구도심의 고도 제한 등으로 주거와 상업 구조에도 변화가 생겼다. 전통시장의 소매 기능이 약해지는 가운데 남부시장 역시 새로운 생존 방식을 찾아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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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부시장이 선택한 답은 기존의 강점을 버리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콘텐츠를 더하는 것이었다. 청년몰과 야시장이라는 두 가지 콘텐츠를 기존 시장의 역사와 먹거리, 입지와 결합해 시너지를 만드는 방식이다.
황 상무는 현재 남부시장 야시장이 코로나 이전만큼 활발한 상승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여전히 중상 정도의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야시장 상인들의 자부심도 상당하다고 했다. 동시에 지역민 이용이 상대적으로 적고, 관광객 의존도가 높은 점은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로 꼽았다. 소비 패턴 자체가 관광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도 변화의 배경이다.
'남들이 하니까'가 아니라 시장에 맞게
전국적으로 야시장을 운영하는 지자체가 늘었지만, 모든 야시장이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황 상무가 다른 지자체에 가장 먼저 강조하는 것은 '시장 분석'이다.
"철저하게 자기 시장을 분석해야 되고 어떤 지향점으로 갈 것인가를 찾아야 한다."
남부시장의 사례를 그대로 다른 시장에 옮겨놓는다고 성공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의미다. 야시장과 기존 상인들의 업종이 겹치거나, 시장이 추구하는 방향과 야시장의 콘텐츠가 맞지 않으면 오히려 갈등이 생길 수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그 시장이 무엇을 위해 야시장을 운영하는지 명확하게 정하는 것이다.
남부시장은 야시장 운영에 상당히 구체적인 원칙을 세웠다. 야시장에 들어오는 상인은 기존 시장에 없는 아이템을 선보여야 한다. 기존 상인과 동일한 메뉴를 판매해 서로 경쟁하는 구조를 만들지 않기 위해서다. 야시장에 들어오기 전 면접을 거치며 아이템을 쉽게 바꾸지 못하도록 관리하는 것도 특징이다.
야시장 상인에게는 기회를 주되, 시장의 질서를 지키도록 하는 것이다. 기존 상인들이 장사를 마치고 나간 자리에 새로운 노점이 들어오는 것도 막는다. 야시장과 기존 시장이 서로 영역을 침범하지 않도록 경계를 명확히 하는 이유다.
가격 정책도 철저하다. 황 상무에 따르면 야시장 메뉴는 기본적으로 6000원 미만을 원칙으로 한다. 저렴한 가격에 다양한 음식을 맛볼 수 있도록 해 야시장의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정략이다. 가격을 올릴 경우에도 가격만 올리는 것은 허용하지 않고, 음식의 양이나 품질 등 고객에게 돌아가는 가치가 함께 높아져야 한다는 원칙을 적용하고 있다. 특히 가격 인상을 원하는 상인의 경우 상인회 신고 후 가격 인상이 가능하다.
임대료 역시 시장 활성화라는 목적에 맞춰 낮게 책정했다. 야시장 점포는 보증금 50만 원, 임대료 18만 원 수준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청년몰 역시 초기에는 무료에 가까운 방식으로 청년 상인들에게 공간을 제공했다. 현재 청년몰 임대료도 규모에 따라 5만~8만 원 수준에서 유지해 왔다.
이처럼 남부시장은 임대료를 통해 수익을 극대화하기보다 빈 점포를 활용하고 새로운 상인을 유입시키는 데 초점을 맞췄다. 시장 입장에서는 당장의 임대수익보다 새로운 고객을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야시장 성공의 핵심은 '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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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상무가 인터뷰 내내 반복해서 강조한 단어는 '관리'였다. 야시장은 점포를 만들어 상인에게 맡긴다고 운영되는 사업이 아니다. 음식의 종류, 가격, 영업시간, 청소와 질서, 기존 상인과의 관계까지 세세하게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남부시장은 야시장 상인들과 정기적으로 회의를 열고 있다. 한 달에 한 번 전체 상인이 모여 전달사항을 공유하고 건의사항을 논의한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상인들끼리 직접 충돌하지 않도록 시장 측에서 갈등을 조정하는 역할도 한다.
"트러블이 있으면 기존 상인이든 야시장 상인이든 청년몰 상인이든 누구나 연락해 갈등을 조정합니다."
야시장 상인에게 자율성을 주는 동시에 시장 전체의 질서는 상인회가 관리하는 구조다.
또 하나의 원칙은 야시장에서 술을 팔지 않는 것이다. 야시장에서 술을 판매하기보다 기존 점포에서 식사와 함께 술을 마시도록 유도해 야시장과 기존 시장이 함께 성장하도록 했다. 동시에 야간 안전과 질서 문제까지 고려한 결정이다. 야시장과 기존 시장을 경쟁 관계가 아닌 상호 보완 관계로 만드는 전략인 셈이다.
잘된 아이템은 '시장 안으로'
남부시장 야시장이 임시 장터와 다른 점은 성공한 아이템이 더 큰 사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준다는 데 있다.
황 상무는 남부시장 야시장에서 만들어진 메뉴 가운데 고기스시, 채소뚱땡이, 곱창볶음, 6000원 메뉴 등을 사례로 들었다. 야시장에서 인기를 얻은 상인은 이후 정식 점포를 임대하거나 매입해 시장 안으로 들어가고, 비워진 야시장 공간에는 또 다른 새로운 아이템이 들어오는 구조다.
이것이 남부시장이 말하는 '선순환'이다.
야시장은 창업을 시험해 볼 수 있는 공간이 되고, 청년몰은 일종의 창업 인큐베이팅 공간이 된다. 처음부터 큰 점포를 얻어 사업을 시작하기 어려운 청년들이 상대적으로 낮은 비용으로 자신의 아이템을 실험하고, 고객의 반응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잘되는 사업자는 더 큰 점포로 이동한다. 그리고 기존 공간에는 또 다른 누군가가 들어와 자신의 사업을 시험한다.
"2~3년 동안 죽어라고 열심히 해보고 내 아이템이 잘 되면 더 큰 데로 갈 것이고, 이 공간은 또 다른 사람에게 줘서 창업을 연습하게 하는 거죠."
결국 한 사람의 성공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창업자가 계속 유입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전주남부시장의 목표다.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 신문 발전 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주간함양 (곽영군)에도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