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수 수분재, 금남호남정맥을 넘는 고개다. ⓒ 이완우
지난 16일, 장수 수분재의 지오투어리즘 탐방에 나섰다. 장수 수분재는 금남호남정맥을 넘는 고개다. 이곳 수분재는 장수의 청정계곡 방화동 휴양림이나 뜬봉샘 생태공원으로 향하는 사거리 지역으로 알며 지나치고 있다(관련 기사 :
남원 요천에서 장수 수분치를 찾아가다).
조선시대 이전부터 수분재(수분현, 수분치)는 장수현과 남원부를 연결하는 교통로였다. 옛사람들은 도보로 산 고개를 넘을 때, 지세를 거스르지 않고 계곡의 물줄기를 따라 길을 내고 다녔다. 지형의 굴곡에 따라 고갯길은 계곡물을 몇 번이고 좌우로 건너며 오르내렸다.
현재 수분재는 옛 고갯길은 섬진강 수계의 교동천을 따라 있었을 터인데, 흔적이 없어졌다. 수분재 지역에는 오래된 신작로의 일부 흔적과 2012년에 도로 확장한 19번 국도가 곧고 넓게 펼쳐졌다.

▲장수 수분재, 장수와 남원을 연결하는 19번 국도에 방화동 휴양림과 뜬봉샘 생태공원으로 길이 갈리는 사거리다. 도로 위에 금강발원지문의 큰 조형물이 설치되었다. ⓒ 이완우
장수 수분재 가까이 장수와 남원을 연결하는 19번 국도, 방화동 휴양림과 뜬봉샘 생태공원으로 길이 갈리는 사거리가 있다. 사거리의 도로 위에는 금강발원지문의 큰 조형물이 설치되었다.
이곳 수분재는 고도가 낮은 남원 지역의 섬진강 상류 하천이 고도가 높은 금남호남정맥에 기댄 장수의 고원 분지를 침식하여 파고든 지형이다. 수분재를 탐방하며 이곳의 하천 쟁탈 지형을 목측으로 측정하고 그려가면서 확인해 보았다.

▲장수 수분재 하천쟁탈 지형 간이 개념도.기자가 현장 목측을 토대로 직접 그려 이해를 돕기 위해 작성한 것으로, 약간의 지형적 오차가 있을 수 있다. ⓒ 이완우
수분재를 통과하는 산맥, 하천과 도로를 우선 확인했다. 수분재 부근의 금남호남정맥 산맥 마루금이 교동천 왼쪽에서 교동천 오른쪽으로 옮겨진 것을 지형에서 살펴보았다.
또한 신무산의 뜬봉샘이 있는 계곡의 서쪽 계곡에서 흘러내리는 작은 계곡물이 수분재 도로의 지하를 통과해서 교동천으로 흐름을 이해하였다. 원래 이 하천은 개념도 사진 속 A지점에서 B지점으로 북동 방향으로 흘러서 현재 수분천으로 이어졌다. 그런데 A지점에서 교동천에서 침식해 올라온 하천에 포획되어 대체로 북북동(北北東) 물길 방향이 남남서(南南西)로 바뀌었다.

▲장수 수분재에서 바라본 뜬봉샘 방향 풍경. 들녘 중앙부 멀리 신무산이 보이고, 오른쪽에 수분리(물뿌랭이 마을)와 뜬봉샘 생태공원이 보인다. ⓒ 이완우
수분재의 도로변에 서서 뜬봉샘 방향의 풍경을 바라보았다. 들녘 중앙부 멀리 신무산 정상이 초가집 지붕처럼 부드럽고, 오른쪽에 수분리(물뿌랭이 마을)와 뜬봉샘 생태공원이 보였다.
왼쪽으로는 전봇대가 신무산 쪽으로 이어지고 있는데 이곳이 농로 방향이다. 이 농로가 금남호남정맥 역할을 한다. 농로 오른쪽은 금강 수계의 논밭 들녘이고, 농로 왼쪽은 몇 미터 깊이가 유지되는 계곡이다. 이 계곡은 섬진강 수계에서 금남호남정맥의 낮은 안부를 침식하여 올라온 교동천이 금강 상류의 하천을 쟁탈하여 현재 물길이 번암과 남원 요천으로 흐르고 있다.

▲수분재 고갯마루 이전 신무산 방향으로 이어진 옛 신작로 흔적. 금강 수계로서 19번 국도와 연결 지점. 왼쪽 숲 왼쪽 아래에 6~7m 깊이 계곡에 섬진강 상류 교동천이 흐른다. 이곳 옛 신작로가 현재 농로이며, 오른쪽 작은 배수로가 금강 물길인 셈이다. 가운데 농로가 금남호남정맥 마루금이다. 오른쪽 멀리 산맥 옆 비탈에 해당하는 논이 더 높은 지형 역전의 현장이다. 농로가 없고, 원래 비탈 지형이라면 옆의 농경지도 섬진강 수계였을 것이다. ⓒ 이완우

▲수분재 고갯마루 이전 신무산 방향으로 이어진 옛 신작로 흔적. 이 신작로는 왼쪽으로 작은 콘크리트 다리를 지난다. ⓒ 이완우
마침 여름 밭에서 일하고 있는 농부 어르신을 만났다. 옛 신작로에 관해 물었다. 19번 국도에서 개울 따라 함께 올라가면서, 농로가 옛 신작로라고 하였다. 1970~80년대에 버스가 수분재 옆 계곡을 조금 따라 올라가다가 다리를 건너서 다시 건너편으로 내려가서 고개를 내려갔다고, 손가락으로 방향을 가리켜 가며 이야기해 주었다.
19번 국도에서 개울을 왼쪽에 두고 시멘트 포장된 농로(옛 신작로)를 150m쯤 올라가니, 거의 직각으로 작은 다리가 왼쪽으로 계곡을 건넌다. 이 교량에서 왼쪽으로 130m 나아가면 다시 19번 국도에 이른다.

▲수분재 고갯마루 아래로 흐르는 상당히 깊은 계곡의 개울을 수십 년 전 신작로가 건넜던 콘크리트 교량. ⓒ 이와우

▲수분재 옆의 예전 콘크리트 교량에서 상당히 깊은 계곡에 물살이 흘러내리고 있다. 섬진강 상류인 교동천이다. 남원 요천으로 흘러간다. ⓒ 이완우
수십 년 전에 버스가 돌아가던 콘크리트 교량이자 신작로 위에 섰다. 난간도 없는 콘크리트 교량 아래로 키 넘을 깊이의 계곡에서 물살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기자가 현장에서 보기에는 이 콘크리드 교량이 있는 부분이 풍극(Wind Gap)의 개념도 A의 시작점으로 여겨졌다. 풍극은 하천 쟁탈이나 지형 변화로 인해 물길을 다른 곳으로 빼앗겨서 그냥 하천 형태를 간직한 메마른 골짜기로서 옛 하도(古河道)라고도 한다. 옛 하도로 추정되는 지역이 현재는 여름 논으로 무성하였다. 신작로를 내고, 농경지를 경지 정리하며 예전 지형이 많은 변한 듯하였다.

▲수분재 고갯마루 이전 신무산 방향으로 이어진 옛 신작로의 섬진강 수계로서 19번 국도와 연결 지점. ⓒ 이완우

▲수분재 고갯마루 이전 신무산 방향으로 이어진 옛 신작로의 섬진강 수계로서 19번 국도와 연결 지점. 이곳 도로는 강수가 도로 표면으로 흘러 금강으로 흐른다. 그러나 이곳 도로 표면 수십 미터 왼쪽으로는 계곡물이 도로에 다가와서 암거를 통과하여 섬진강으로 흐르는 교동천이 있다. 즉 이 부근은 지표는 금강으로 강수가 흐르고 지하는 섬진강 수계이다. ⓒ 이완우
다시 섬진강 수계로서 교동천의 왼쪽에 있는 19번 국도와 연결 지점을 찾았다. 저만치 도로 옆의 산기슭 발치에 수분재(539m) 표지판이 서 있었다.
이곳 수분재와 같이 계곡이면서 (금강과 섬진강처럼) 수계가 나뉘는 지역을 곡중분수계(谷中分水界)라고 한다. 수분재 표지판이 있는 이 19번 국도 마루에 금남호남정맥의 분수계에 대한 별다른 안내문은 볼 수 없었다. 금남호남정맥을 종주하는 산행에서도 19번 국도 밑의 암거로 교동천이 흘러 나가고 있음은 보이지 않기에 쉽게 인지할 수 없었을 것이다. 수분재 부근의 금남호남정맥 마루금에 대한 확실한 인식이 필요해 보였다.

▲수분재 19번 국도에서 340m 지점 농로의 너른 장소. 이곳에서 금남호남정맥 마루금은 오른쪽 산으로 올라선다. 왼쪽 골짜기는 섬진강 수계가 오롯이 이어진다. ⓒ 이완우
수분재 19번 국도에서 다시 교동천 오른쪽의 농로를 걸어서 340m 지점에 이르니 경운기 등을 돌리는 곳인지 제법 너른 장소가 나왔다. 이곳에서 금남호남정맥 마루금은 왼쪽 산으로 올라선다.
이곳에서 계곡의 하류 쪽을 바라보면, 흥미로운 현상이 발견된다. 오른쪽 제법 깊은 계곡은 섬진강 상류인 교동천 여울이다. 가운데 농로가 천천히 내려가고 있다. 이 농로는 19번 국도에서 여기까지 수백 미터를 금남호남정맥의 마루금 역할을 하였다. 폭 3m 농로가 산맥이 이어지는 마루금 능선이었다.
그런데 왼쪽으로는 농로(산맥 능선 마루금)보다 1m 이상 높은 여름 논이 있었다. 어쩌면 산비탈로 보아야 하는 마루금 옆 농경지가 더 높게 있는 역전된 지형이었다. 이 농로 왼쪽 끝에 작은 홈관이나 도랑이 있어서 작은 물길이 있다. 이 왼쪽 농경지에서 혹시 나오는 물길은 농로를 건너지 않고 도랑을 타고 내려가서 결국 수분천(금강 수계)으로 이어진다. 이 좁은 미시 지역에 농로인 산맥의 좌우에 높은 금강 수계와 낮은 섬진강 수계가 나란히 이웃하고 있었다.

▲수분재 고갯마루 부근의 도로표지판, 이 도로표지판 아래 약 8m 아래에 암거를 통해 섬진강 수계의 계곡물이 흘러내리고 있다. ⓒ 이완우
다시 농로를 걸어 내려와서, 19번 국도의 수분재 고갯마루 부근 도로표지판 옆에 섰다. 고갯마루에서 도로가 왼쪽으로 꺾이니 안전 운전하라는 의미의 표지였다. 이 도로표지판의 약 8m 아래에 암거를 통해 섬진강 수계의 계곡물이 흘러내리고 있다.
<전북 장수군 수분치의 하천쟁탈에 관한 연구>(손일, 2014)에 따르면, 이곳 암거는 콘크리트로 된 '2m×2m' 크기의 도관을 연결하였는데, 총 길이는 87.5m 가량 되며 경사는 5도 정도로 내려간다고 한다.
암거는 3구간으로 나누어졌는데, 상류 쪽으로부터 47.1m, 13.1m, 16.7m 길이의 직선 구간이 두 번을 오른쪽(남동 방향)으로 약간씩 굽었다고 한다. 암거는 도로 표면에서 지하로 상류는 약 5~6m, 하류는 7~8m의 깊은 계곡으로 연결되어 있어서 접근하기는 위험한 거대한 토목 구조물로 보였다. 도로변으로 가서 암거의 입구를 쳐다보려고 했으나, 계곡 양쪽 기슭에 무성하게 우거진 여름 숲만 가득하였다.

▲수분재 고갯마루에서 바라본 섬진강 수계의 계곡물이 흘러드는 암거의 입구. 계곡 양쪽 기슭에 숲이 우거져 암거 입구는 보이지 않는다. ⓒ 이완우
<전북 장수군 수분치의 하천쟁탈에 관한 연구>(손일, 2014)에는 장수 수분재의 지질학적 가치와 지오투어리즘의 지형학습 현장이 될 수 있다며 다음과 같이 기술하였다.
첫째, 수분치는 19번 국도상에 있고 하천쟁탈에 의한 경사변환점에 국도변 휴게소가 마련되어 있어 접근이 용이하다.
둘째, 대간·정맥 등산객들이 수분치를 금남호남정맥의 경로로 인지하고 지나다니면서 수분치를 섬진강과 금강의 분수계로 인식하고 있는 오류를 교정해줄 필요가 있다.
셋째, 좁은 지역에서 벌어지는 두부침식과 하천쟁탈 그리고 곡중분수계라는 지형학적 역동성을 확인할 수 있는 최상의 장소이다.
넷째, 수분분지내 곡중분수계 너머에는 금강의 최상류이자 금강의 발원지라 일컫는 뜬봉샘도 있어, 수분치 일대는 최근 각광을 받고 있는 지오투어리즘의 대상 지역으로서 최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우리나라에 있는 수많은 크고 작은 고개가 큰 강이거나 작은 개울이거나 수분재가 아닌 곳이 없다. 그러데 장수의 수분재는 지명에서도 '물길이 나뉘는 고개'라는 의미가 분명하다.
장수 수분재 지형은 자연과 인간이 합작하여 빚어낸 거대한 토목 공사 현장으로 보였다. 금강 발원지 뜬봉샘이나 장안산 방화동 휴양림을 찾는 여정 가운데 그 길목인 수분재에서 수만 년 세월의 대자연 속에서 두 수계가 벌인 역동적인 침식의 현장을 둘러본다면, 여행의 의미는 더 깊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