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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 크리스틴 선' 작가 신작 <완고한 바위, 무모한 싸움들>의 전시 전경
▲'김 크리스틴 선' 작가 신작 <완고한 바위, 무모한 싸움들>의 전시 전경 ⓒ 국립현대미술관

<MMCA×LG OLED 시리즈 2026>에 선정된 농인 작가 '김 크리스틴 선(Christine Sun Kim, 1980년생)'의 전시 <완고한 바위, 무모한 싸움들(Have Many Dumb Fights Against Rock)>이 11월 29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MMCA)서울관 서울박스에서 열린다.

장소 특정적인 전시로 텍스트와 애니메이션, 대형 드로잉 벽화, 고전 만화의 동작선, 사운드, 곡면 OLED 디스플레이 영상을 활용해 소리와 언어, 신체와 소통의 체계를 선보인다.

작가는 청각장애를 치료하거나 극복해야 할 결핍으로 바라보는 의료적 시선을 거부한다. 오히려 농인을 결핍이 아니라 하나의 문화로 본다. 농인은 그녀에게 소리를 듣지 못하는 사람이 아니라 고유한 언어와 감각 체계, 역사와 공동체를 함께 짊어지고 갈 문화적 주체이자 인격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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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그녀는 단순히 듣지 못하는 것의 시각화가 아니라 수어와 몸짓, 표정과 시선, 텍스트와 선, 영상과 진동을 통해 감각을 둘러싼 사회적 편견과 장벽의 극복을 위한 대안적 처방이다. 그녀는 누가 소통의 중심에 서 있으며, 누가 언어 세계의 주변부로 머물고 있는지를 따져 묻는다.

그녀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은 청각 등에서 배제와 소외가 없는 '소리의 민주화'다. 소리는 청인(聽人)의 독점물이 아니며, 누구나 자신에게 주어진 감각과 언어로 세계에 참여해야 마땅하다고 본다. 그녀는 농인을 결핍의 대상이 아니라 새로운 감각과 언어를 창조하는 주체로 세운다.

완고한 바위에 유머러스한 주먹이

 '김 크리스틴 선' 작가 신작 '완고한 바위, 무모한 싸움들'의 전시 전경. 무모한 싸움(MANY DUMB) 페인트, 접착실 비닐, 단채널 영상 애니메이션: 얀 요스트 베르호프 사운드: 마르쿠스 퀸터 2026
▲'김 크리스틴 선' 작가 신작 '완고한 바위, 무모한 싸움들'의 전시 전경. 무모한 싸움(MANY DUMB) 페인트, 접착실 비닐, 단채널 영상 애니메이션: 얀 요스트 베르호프 사운드: 마르쿠스 퀸터 2026 ⓒ 국립현대미술관

전시 제목에서 '완고한 바위'는 쉽게 깨지지 않는 사회적 편견과 제도적 장벽을 가리킨다. 작가는 말이 통하지 않는 바위 같은 완고한 상대를 향해 계속 주먹을 날린다. 그러나 그 주먹질은 심각하기만 하지는 않다. 오히려 특유의 유머와 위트, 만화적 상상력으로 유쾌하게 풀어낸다.

그녀는 장애가 주는 단단한 외피에 틈과 구멍을 내며 차이를 인정하는 동시에 타자와의 소통 가능성을 모색한다. 모두가 동등하게 말하고 표현하는 '소리의 민주주의'에 대한 일종의 제안이다.

소리를 눈과 몸으로 경험하는 개념미술가

1963년 백남준의 첫 개인전 <음악의 전시-전자텔레비전>은 눈으로 듣고 귀로 본다는 선불교적 '공감각'의 역설적 상상력에서 온 것이다. 백남준은 이미지와 사운드의 경계를 허물어 미디어 세계를 새롭게 구성했으며, 이는 비디오아트를 탄생시킨 역사적 사건이었다.

김 크리스틴 선도 백남준처럼 '소리를 눈뿐만 아니라 온몸으로 보는(see the sound)' 개념을 발굴했다. 그녀는 작업 청각 정보를 시각 이미지로 번역하는 데 그치지 않고, 소리를 시각과 물리적 진동, 몸의 움직임과 공간의 구조, 언어와 사회적 권력의 문제로 확장해 나갔다.

그녀는 소리를 공기 중에 전달되는 파동으로 봄과 동시에 누가 발언하고 누가 침묵을 강요받는지를 결정하는 권력 구조로 관찰했다. 소리의 크기와 방향, 대화의 순서와 발언권까지 사회적 관계 속에서 어떻게 배분되는지 탐구했다. '소리를 본다'는 것은 감각의 단순한 치환이 아니라, 소리라는 개념 안에 숨겨진 모순된 제도와 관습적 차별을 새롭게 발견한 것이다.

'휘트니미술관'에서 폭발한 '농인의 분노'

 김 크리스틴 선 I <일상적 상황에서 농인의 분노 각도(Degrees of Deaf Rage in Everyday Situations)> 2018~2025. 농인이 매일 겪는 차별과 소외를 ‘각도’로 환산한 드로잉 1) 예각 acute(45°) → 2) 직각 legit/right(90°) → 3) 둔각 obtuse(약 145°) → 4) straight up(180°) → 5) reflex(180° 초과) → 6) full-on(360°) 작품의 각도는 정밀한 수적 수치라기보다 분노가 점점 커지는 과정을 보여주는 시각적 척도이다
▲김 크리스틴 선 I <일상적 상황에서 농인의 분노 각도(Degrees of Deaf Rage in Everyday Situations)> 2018~2025. 농인이 매일 겪는 차별과 소외를 ‘각도’로 환산한 드로잉 1) 예각 acute(45°) → 2) 직각 legit/right(90°) → 3) 둔각 obtuse(약 145°) → 4) straight up(180°) → 5) reflex(180° 초과) → 6) full-on(360°) 작품의 각도는 정밀한 수적 수치라기보다 분노가 점점 커지는 과정을 보여주는 시각적 척도이다 ⓒ 휘트니미술관(Whitney Museum)

베를린과 광주비엔날레 등에 참가했던 그녀는 2025년 '휘트니미술관'에서 대규모 회고전을 열었다. 제목은 <밤낮없이(All Day All Night)>였다. 농인 문화와 언어, 소리와 권력 사이의 역학 관계를 독특한 관점에서 조명해 전시가 연장될 만큼 국제적 주목을 받았다. 그래선인가 2025년 영국 현대미술 전문지 <아트리뷰>가 발표한 세계 미술계 영향력 있는 인물(Power 100) 34위에 올랐다.

여기서 밤낮없이 청인 중심 사회에서 농인이 겪는 피로와 좌절, 고통 그 분노의 층위를 다이어그램으로 시각화한 <농인의 분노 각도> 연작은 주목 받을 수밖에 없었다. 작가가 교육기관, 여행과 통역, 미술계 현장에서 절박하게 경험한 분노를 선과 각도, 도형과 기호로 정교하게 도표화하여 차별의 구조를 정면으로 고발했기 때문이다.

뉴욕 떠나 베를린으로

 김 크리스틴 선은 간담회에서 3단계 거쳐야 한다. 우선 기자가 질문하면 작가가 영어수어(ASL) 로 답하면 미국에서 온 영어수어 큐레이터 및 통역사가 영어로 번역하고 다시 한국 통역사가 영어로 번역해야 간신히 소통 과정이 마무리된다.
▲김 크리스틴 선은 간담회에서 3단계 거쳐야 한다. 우선 기자가 질문하면 작가가 영어수어(ASL) 로 답하면 미국에서 온 영어수어 큐레이터 및 통역사가 영어로 번역하고 다시 한국 통역사가 영어로 번역해야 간신히 소통 과정이 마무리된다. ⓒ 김형순

위에서 보듯 작가의 언어가 관객에게 전달되는 데는 적어도 3단계의 난관을 통과해야 한다. 이 작가는 농인에서 어떻게 세계적 유명 작가가 되었는지 궁금하다. 그녀에 대해 더 알아보자.

조모가 북한에서 남한으로, 부모는 다시 미국으로 이동한 디아스포라 가문에서 자랐다. 로체스터공대, 뉴욕 'SVA'(시각아트)와 '바드칼리지'(사운드아트)에서 공부했다. 뉴욕에서 12년 동안 생활했으나 높은 생활비와 경쟁적 예술 환경, 대도시의 중압감에 시달렸다.

그러던 중 2008년 우연히 참여한 '베를린 레지던시'가 전환점이 되었다. 여러 예술가와 교류로 뉴욕 생활에서 누적된 탈진을 벗어나는 계기가 됐다. 이곳에서 독일인 예술가 '토마스 마더(Thomas Mader)'를 만나 삶의 동반자가 되었고, 2013년 베를린으로 이주해 창작의 터전을 다졌다.

뉴욕과 베를린의 다언어 환경을 횡단한 경험은 국제적 감각을 심화시켰다. 베를린은 단순한 거주지가 아니었다. 그녀는 특정 국가나 언어에 갇히지 않고 수어와 음성언어, 미국과 독일, 농인 문화와 청인 문화를 넘나드는 노마드 작가로 자리 잡았다.

소리 철학을 탐구하고 확장하는 작가

 국립현대미술관 기자간담회에 참가한 '김 크리스틴 선(Christine Sun KIM)' 베를린 기반 한국계 미국인 작가다
▲국립현대미술관 기자간담회에 참가한 '김 크리스틴 선(Christine Sun KIM)' 베를린 기반 한국계 미국인 작가다 ⓒ 김형순

작가는 독일 베를린에서 농인으로 겪은 언어적 고립과 소통 지원의 부재를 '언어금식(language fasting)'에 비유했다. 통역과 자막 부재로 인한 단절은 단순히 소리를 듣지 못하는 차원을 너머, 사회참여와 표현의 기회가 박탈당하는 경험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반복되는 난관 속에서도 '사회적 맷집'을 키웠다. 고립의 경험을 창작의 언어로 전환하고 소리의 사회적 작동 방식과 배제의 메커니즘을 성찰했다. 그 결과 청인 중심 사회가 독점해 온 '소리의 권력'을 예술을 통해 회수하고자 했다.

소리는 귀로만 감지되는 것이 아니고, 몸의 진동과 시선의 움직임, 공간의 변화와 관계의 긴장 속에 존재함을 역설했다. 농인을 소리 바깥의 타자가 아닌, 소리의 의미를 확장하여 탐색하고 제시하는 새로운 감각의 안내자로 본 것이다.

침묵을 발언으로, 소리를 민주주의로

 작가는 간담회 후 자신의 속마음 다 털어놓은 듯, 마치 완고한 바위와 무모한 싸움에서 승리한 듯 환하게 웃다
▲작가는 간담회 후 자신의 속마음 다 털어놓은 듯, 마치 완고한 바위와 무모한 싸움에서 승리한 듯 환하게 웃다 ⓒ 김형순

그녀의 작업은 '듣지 못하는 사람의 세계'를 재현하는 데 머물지 않고, 정상성으로 포장된 청인 중심 사회의 배타성과 편협함을 직시하게 했다. 그녀는 기존 언어 권력의 균열과 소통의 장애를 넘으려 했다. 그녀는 또 재기 발랄한 몸짓 표정과 시선을 연출하는 퍼포먼스를 통해 모두에게 열려 있는 듯 보이는 기존의 사회 막힘을 뚫고 열어젖히는 매개자로 나가고 있다.

기존 사회 제도는 사실상 청인의 신체와 언어를 기준으로 맞게 설계되었기 때문에 농인의 처지에서는 불편하고 수어 통역 없이 미디어를 온전히 누리기 어려운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이번 전시는 단순한 '소리의 시각화'를 넘어선다. 작가는 침묵을 결핍에서 발언으로, 장애를 한계에서 문화로, 소리를 소수의 독점물에서 만인의 권리로 환원하려 한다. 이번 전시는 그런 면에서 '소리의 민주주의'를 향한 발랄하면서도 단호한 선언이라 할 수 있다.

덧붙이는 글 | <또 다른 김 크리스틴 선 전시소개> 전시명: 《달 마음 (Moon Mind)》전시 기간: 2026년 8월 26일 – 10월 18일장소: 갤러리현대 (서울 종로구 삼청로 14)출품작: 세계 최초 공개 셰이프드 캔버스 페인팅 및 드로잉 30여 점


#김크리스틴선#MMCAXLGOLED작가#사운드아트#개념미술가#농인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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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중 현대미술을 대중과 다양하게 접촉시키려는 매치메이커. 현대미술과 관련된 전시나 뉴스 취재. 최근에는 백남준 작품세계를 주로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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