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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를 만난 지 8개월째, 내가 퇴직한 지도 8개월째다.
지난 연말, 퇴직 후 내게 주어진 것은 자유라는 이름의 큰 공백이었다. 35년간 몸에 밴 알람 시간은 지금도 여전히 그 시간에 맞춰져 있다. 퇴직을 하고도 아침에 일어나는 시간은 별반 다르지 않다. 요즘같이 새벽 밭일이 필요할 때는 기상 시간을 달리하지만, 평상시는 정해진 루틴이 비슷하다.
퇴직 초기엔 눈을 떠도 당장 가야 할 목적지가 사라진 아침이 너무나 낯설었다. 뭘 해야 할지도 막막하기만 했다. 그 큰 공백을 무엇으로라도 메꿔야 한다는 간절함이 있었고 그렇게 글쓰기는 시작됐다.

▲글쓰기 준비오전시간, 토마토쥬스 한잔과 노트북으로 글쓰기, 글읽기를 시작한다. ⓒ 김희
아침에 일어나 집 안을 정리하고 늘 하던 대로 토마토 주스 한 잔을 두고 노트북을 켜 오마이뉴스에 들어간다. 다른 시민기자들이 쓴 글을 읽는다. 14일 올라온 기사를 검색하다 한 기자님이 쓴 글을 읽고 마음이 쿵 가라앉았다. 23년 한 우물을 팠던 일이 끊기고 50의 나이에 다시 생활전선에 뛰어들면서 겪는 감정을 솔직하니 담은 글이었다.
[관련기사 :
구직에 실패한 주부가 무가치함과 싸우다 한 일]
남의 일 같지 않았다. 어쩌면 내가 퇴직 후 마주했던 그 막막함과 두려움을 대신해 이토록 글에 잘 담았을까 싶어 마음 한쪽이 먹먹해졌다. 몇 번이나 그 기사를 다시 읽어 내려갔다. 생면부지 모르는 기자님이지만 글 속에서 느껴지는 구직의 무게에 진심 어린 뜨거운 응원을 보내기도 했다.
'이건 몇 달간 느껴보지 못한 감정이었다. 쓸모. 내가 세상에 쓸모 있는 존재가 된 느낌이었다'
'지금 나에게 필요한 건 일자리와 돈이라고 생각했는데 어쩌면 '인정'이었던 건 아니었을까'
이 두 문장을 몇 번이나 반복해 읽으며 심장이 뛰는 걸 느꼈다. 내가 지난 8개월간 노트북 앞에 앉아 글쓰기를 멈추지 못한 이유와 비슷했기 때문이다.
매슬로의 욕구 단계이론을 거창하게 갖다 붙이지 않아도, 인간에게는 누구나 세상으로부터, 그리고 타인으로부터 필요하고(쓸모), 가치를 인정받고 싶은 '인정' 욕구가 있다. 나는 지난 35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직장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매일 나의 쓸모를 증명해 왔고, 정해진 날짜에 입금되는 월급과 직급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으며 살아왔다. 하지만 퇴직과 동시에 두 욕구를 충족시킬 울타리가 사라져 버린 것이었다.
결국 퇴직 후 찾아온 막막함의 실체는 단순히 시간이 많은 자유가 아니라, 내가 더 이상 사회에 쓸모없는 존재가 되어 버린 것 같은 상실감이었다. 8개월 전, 그 막막함을 채워보기 위해 무작정 시작한 글쓰기는 사실 세상을 향한 쓸모와 인정을 다른 무엇으로 찾기 위한 소리 없는 몸부림이었다는 것을 시민기자의 글을 통해 깨닫게 된 것이다.
'아… 내가 지난 8개월 동안 치열하게 싸워온 게 바로 이것이었구나.'
글쓰기를 하면서 나는 혼자가 아님을 배운다. 오마이뉴스 사는이야기라는 공간을 통해 저마다의 삶을 풀어내고 전해주는 다른 기자님들의 글을 읽고, 또 내 글을 나누는 과정은 나를 보듬고 키우는 시간이었다.
처음에는 채택인지 비채택인지 결과에만 온 신경이 집중되었다. 생나무 글에서 채택되지 않은 글을 보며 일희일비하던 날들도 있었다. 하지만 8개월이 지난 지금은 달라졌다. 다른 기자님들의 삶을 통해 나를 돌아보며 위로받고, 또 다른 희망을 꿈꿀 수 있는 과정으로 변하고 있다. 이 글쓰기가 홀로서기의 가장 든든한 디딤돌임에 새삼 감사한 마음이다.
화면 너머 오늘 아침, 내가 견뎌왔던 지난 시간을 글로 확인시켜 준 그 기자님에게, 그리고 이 세상 나와 같이 '쓸모'와 '인정' 앞에서 고군분투하고 있을 퇴직자분들에게 응원을 조용히 건네본다. 우리는 여전히 쓸모 있는 존재들이며, 우리의 홀로서기는 이제 시작되었을 뿐이라고.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개인브런치에도 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