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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2일부터 31일까지 튀르키예를 여행했다. 목적은 유네스코 세계유산 답사. 이번 여행기를 통해 튀르키예의 역사와 문화유산을 살펴보려고 한다.
 기독교인 거주지 데린쿠유 입구
기독교인 거주지 데린쿠유 입구 ⓒ 이상기

아다나에서 카파도키아로 가는 길은 중부 토로스 산맥을 넘어 북쪽으로 이어진다. 그 때문에 여러번 고개와 터널을 지나간다. 대표적인 고개가 해발 1050m의 실리쉬아 고개다. 이 고개를 넘으면 아나톨리아 고원지대가 나오고, 이곳의 대표적인 도시가 카파도키아다. 아다나가 해발 23m의 평지라면, 카파도키아는 해발이 1200m나 되는 고원지대다. 9시에 떠난 버스가 3시간 이상을 달려 기독교인들이 만든 지하 도시 데린쿠유(Derinkuyu)에 도착했다.

데린쿠유는 카파도키아의 행정중심도시 네브셰히르 남쪽 21㎞ 지점에 있는 인구 만 명 정도의 작은 도시다. 카파도키아에는 지하 2층에서 8층에 이르는 200개 이상의 지하도시가 있었다고 한다. 그중 데린쿠유와 카이막클르(Kaymakli)에 있는 8층의 지하도시가 가장 유명하다. 이 지역이 화산암이 변형되어 만들어진 응회암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지하에 주거지를 마련할 수 있었다. 응회암은 아주 강하지 않아 가공과 건축에 유리했다.

 데린쿠유 지하 통로
데린쿠유 지하 통로 ⓒ 이상기

데린쿠유 지하도시는 8층에 깊이가 85m나 되어 수천 명의 사람을 수용할 수 있었다고 한다. 지하도시에는 식량 창고, 부엌, 마구간, 교회, 학교, 와인너리, 우물, 환기구 등 생활에 필요한 시설이 갖춰져 있었다. 카파도키아 지방의 지하도시는 기독교 박해 당시 처음 생긴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이 지역이 고원이어서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춥다. 이 더위와 추위로부터 사람과 가축 그리고 식량을 보호하기 위해 지하 동굴을 만들었던 것이다. 이때는 대개 지하 동굴을 2층으로 만들었다.

4세기 기독교가 공인되고 국교가 되기 전까지 기독교들은 지하에 동굴도시를 만들어 살았다. 비잔틴시대 이들 기독교도는 동굴 밖으로 나오게 되었으나, 이슬람교를 신봉하는 우마이야 왕조의 침입으로 다시 지하로 들어가게 되었다. 이때 지하동굴이 크게 확장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하생활은 기독교 세력과 이슬람교 세력이 충돌하는 780년부터 1180년까지 지속되었다. 몽골군과 티무르 군대의 공격 당시에는 피난처로 활용되었다고 한다.

 데린쿠유 지하도시 부엌
데린쿠유 지하도시 부엌 ⓒ 이상기

그리고 오스만제국의 박해로 기독교도들은 지하 생활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지하 동굴에 살던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카파도키아의 그리스인으로 불린다. 이들이 동굴에서 완전히 나온 것은 1923년 그리스 공화국이 성립되면서다. 그해 로잔조약에 의해 오스만제국에 살던 150만 그리스인이 지하도시를 떠나 본국으로 돌아가 되었다. 이때부터 지하 도시는 버려져 텅 비게 되었다. 그리고 1960년대부터 관광이 활성화 되면서 관광 자원으로 개발되었다.

표를 끊어 데린쿠유 지하도시에 입장하면 터널을 통해 아래로 내려가야 한다. 터널의 높이는 1.5~2.5m 정도 된다. 그리고 이 터널은 사방으로 연결되어 가이드의 안내 없이는 길을 찾기 어렵다. 지하도시 탐방은 대개 네 군데 정도를 지나면서 이루어진다. 첫째가 식량 창고와 부엌이다. 창고는 곡물을 넣어두는 곳이어서 부엌 가까이 있다. 부엌에는 화덕이 있고, 불을 피워 그은 흔적이 있다. 조리도구나 그릇, 이들을 얹어놓는 선반 같은 것은 찾을 수 없다.

 데린쿠유 지하도시 와이너리
데린쿠유 지하도시 와이너리 ⓒ 이상기

둘째가 마구간이다. 마구간에는 말뿐 아니라 양 같은 가축도 함께 키워졌을 것이다. 말 같은 큰 동물이 어떻게 들어올 수 있었는지 상상이 가지 않는다. 셋째가 와이너리다. 와인을 만들고 저장하는 곳으로 공간이 상당히 넓은 편이다. 포도를 으깨 숙성시키기 위한 저장공간이 있고, 단차를 두고 물길을 만들어 숙성된 와인이 흘러내릴 수 있도록 했다. 와인은 우리에게는 주류지만, 기독교들에게는 음료이자 성스러운 의식을 위한 필수품이었다.

우리는 4층까지 내려갔지만, 더 밑으로 8층까지 내려가면 교회 같은 신앙공간, 학교 같은 교육공간, 거실과 침실 같은 주거공간을 만날 수 있다. 지하 4층에서도 외부와 통하는 환기구를 볼 수 있었다. 환기구는 내부 공기를 순환하게 할 뿐 아니라, 바깥소식을 빠르게 안쪽으로 전하는 소통창구 역할을 했다. 또 외부의 빛이 들어와 내부를 밝히고 방향을 파악할 수 있도록 했다. 지하도시에서도 인간이 살 수 있을 것 같지만, 몇 주 또는 몇 달 동안 사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낙타인지 달팽인지?

 데브렌트 낙타 바위
데브렌트 낙타 바위 ⓒ 이상기

데린쿠유 지하도시를 나와 찾아간 곳은 데브렌트(Devrent)다. 데브렌트는 위르귑(Ürgüp)에서 아바노스(Avanos)로 넘어가는 골짜기에 있다. 데브렌트 골짜기에는 원뿔 모양의 뾰족한 바위들이 줄지어 서 있다. 뾰족하지 않은 바위는 현무암 덮개돌을 덮고 있어 마치 버섯처럼 보인다. 그 외에도 보는 방향에 따라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바위들이 많다. 기둥 모양도 있고, 동화에 나오는 요정의 굴뚝 모양도 보인다. 두 개나 세 개가 모여 자매나 형제처럼 보이는 바위도 있다.

그중에서 가장 유명한 것이 도로에서 멀지 않은 곳에 우뚝 선 낙타 바위다. 하나의 바위가 풍화를 겪으며 세 개의 봉우리가 되었다. 그중 두 군데 봉우리에 검은색 현무암이 얹혀 있다. 그중 상대적으로 떨어진 봉우리가 낙타의 머리처럼 보인다. 뒤에 가까이 있는 두 봉우리는 솟아오른 낙타의 등처럼 보인다. 이렇게 해서 쌍봉낙타가 되는 것이다.

 데브렌트 바위 골짜기
데브렌트 바위 골짜기 ⓒ 이상기

그런데 어떤 사람은 그 모습에서 달팽이를 연상하기도 한다. 앞부분을 더듬이가 있는 연체부로 생각하는 것 같다. 카파도키아에서 만나는 응회암 자연 조각품들은 보는 사람의 상상에 따라 다르게 보인다. 어떤 사람은 개구쟁이 스머프에 나오는 집들을 연상하기도 한다. 이곳 데브렌트에서도 여러 가지 상상을 해보지만, 그 형상을 말로 정확히 표현하기는 어려운 것 같다. 카파도키아에 머무는 이틀 동안 우리는 동화의 세계에 들어갔다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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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파도키아#데린쿠유#지하도시#데브렌트#벨리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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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기 (skrie) 내방

관심분야는 문화입니다. 유럽의 문화와 예술, 국내외 여행기, 우리의 전통문화 등 기사를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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