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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모든 장면은 협업의 결과물입니다. 인상적이었던 장면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감독의 얘기를 듣고, 그 장면 뒤 숨은 주인공을 만나봅니다.
 영화 <호프>의 특수효과를 담당한 홍장표 감독.
영화 <호프>의 특수효과를 담당한 홍장표 감독. ⓒ 이선필

[그 장면, 이 사람] 영화 <호프> ② 기사에서 이어집니다. (https://omn.kr/2jc0p)

영화 <호프> 속 외계 존재들의 종횡을 가로지르는 움직임, 배우들의 앞뒤로 쏟아지던 각종 총탄 효과는 바로 이 사람 손끝에서 나왔다 해도 과언 아니다. 올해로 28년 경력의 홍장표 특수효과 감독이다.

영화가 한창 상영 중인 11일 오후 서울 안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나홍진 감독 사단이라 할 수 있다. <황해>(2010)부터 나홍진 감독과 호흡을 맞춰온 걸로 알려졌지만, 사실 첫 인연은 <추격자>(2008)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참여 제안을 받았음에도 다른 작품 일정 때문에 함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단편 <페이스>(Faith, 2023)에 이어 <호프>는 나 감독과 세 번째로 협업한 결과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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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 튀기는 장면 하나만 보고도 우리 같은 사람은 안다. 정말 집요한 사람이라 생각했다. <추격자>를 뒤늦게 보고 이분 영화엔 꼭 참여하고 싶었다."

그간 여러 액션, 재난 블록버스터에 참여했음에도 그는 "<황해> 때 트레일러 차를 쓰러뜨릴 때도 그랬고, 뵐 때마다 한 번도 시도하지 않았던 걸 하자고 하니 긴장할 수밖에 없다"며 <호프>에 참여했을 당시 기억부터 전했다. "시나리오를 봤을 때 숲에서 말과 함께 내달리는 장면, 성기(조인성)가 말에서 경찰차로 옮겨타는 장면은 당연히 CG(컴퓨터 그래픽)로 할 것이라 생각했다"던 그는 "역시나 예상을 깼다. 모든 걸 실제로 촬영하자 해서 고민하며 준비하기 시작했다"며 웃어 보였다.

[관객의 장면] 성애의 유탄 발사... 외계 존재를 돌려 세우다

 영화 <호프> 메이킹 필름 속 한 장면.
영화 <호프> 메이킹 필름 속 한 장면. ⓒ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1980년대 가상의 마을 호포항을 쑥대밭으로 만드는 외계 존재들과 마을 사람들의 사투에는 여러 액션 명장면이 등장한다. 그중 성애(정호연)가 경찰차를 몰고 나타나 범석(황정민)을 구한 뒤 바미기르(카메론 브리튼)를 향해 유탄을 발사하는 장면은 그 반응이 더욱 컸다. 지난 5월 제79회 칸영화제 월드 프리미어 상영에서도 이 장면이 나오자 객석에서 환호가 터졌다.

바로 그 유탄은 홍 특수효과 감독의 고민에서 나온 결과물이었다. 영화에 등장한 AK소총, M16 소총에 대해 그는 "소품팀에서 현지 총기 규제 때문에 루마니아에서 어렵게 공수한 것들이었고, 우린 영화적 효과를 위한 유탄을 직접 만들어야 했다"며 설명을 이었다.

"실제 유탄은 소리가 매우 작고 터지는 효과도 극적이진 않다. 그래서 화약의 종류나 양을 바꿔가며 시험을 계속 해봤다. 배우들 근처에서 터져야 하기에 혹시라도 화상을 입는다거나 하는 사고 방지가 우선이었다. 동시에 불꽃이 풍성하게 보여야 했다. 한 150번 정도는 터뜨렸던 걸로 기억한다. 조금씩 화약 양을 조절해 가며 최종 버전을 만들어냈다.

총 쏘는 거야 예전부터 해왔던 거니까 하면 되는데 외계 존재와 추격전에선 특유의 움직임을 구현하는 게 어려웠다. 특히 마을 이곳저곳을 헤집는 바미기르의 속도감은 일반 와이어로는 만들 수 없어서 그린카(CG 합성을 위해 차체를 녹색으로 처리한 특수 차량)를 만들었다. 바미기르가 시장통을 휘젓고 다니는 장면은 그린카를 활용해 촬영한 결과다."

홍 감독은 "현장에서 나홍진 감독님이 집요하긴 하지만, 자신의 구상을 구현할 때 스태프들에게 하나하나 짚기보단 아이디어를 낼 수 있게 열어두는 편"이라며 "그린카나 와이어 활용 방법이 그래서 나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극적 효과만큼 현장 안전도 중요했다. 여기에도 특수효과팀에서 쌓아온 노하우가 적용됐다고 한다. 홍 감독은 "영화에 보여진 것보다 배우와 화약이 터지는 지점의 거리가 훨씬 가까웠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더 안전한 소품, 화약을 사용했다"며 "배우가 부딪히는 벽과 구조물도 질석 등을 사용한 가벼운 안전용 벽돌로 만들고, 뿌옇게 흩어지는 흙먼지 또한 종이 가루 등을 이용한 안전 먼지였다"고 밝혔다. 지금처럼 특수효과 기술이 발달하기 훨씬 전엔 실제 벽돌과 시멘트 가루를 사용하기도 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었다.

[홍장표 특수효과 감독의 장면] 범석 얼어붙게 한 바미기르의 첫 등장

 영화 <호프>의 특수효과를 담당한 홍장표 감독.
영화 <호프>의 특수효과를 담당한 홍장표 감독. ⓒ 이선필

특수효과팀 입장에서 가장 고민했고, 동시에 기억에 남는 장면을 묻는 대목에서 그는 바미기르의 첫 등장 신을 꼽았다. 호랑이인 줄 알고 그 대상을 찾아 헤매던 범석은 심하게 훼손된 마을 사람들의 시체를 확인하며 혼란에 빠진다. 기괴한 울음과 함께 지붕을 부수며 모습을 드러낸 바미기르를 마주한 순간, 범석의 공포는 극에 달한다. 이어지는 처절한 추격전의 시작이다.

"범석과의 추격전과 바미기르의 등장 장면이 개인적으론 가장 힘들었다. 준비할 시간도 촉박했고, 주변을 파괴하면서 등장하기에 무엇보다 단 한 번에 성공시켜야 했거든. 특수효과가 잘 준비돼야 촬영을 시작할 수 있기에 촬영 전날 잠을 거의 안 자고 준비해 놓곤 했다. 현장에서 스태프들이 우리만 바라보고 있거든. 무조건 한 테이크에 끝나야 다음 장면으로 넘어갈 수 있기에 철저하게 준비해야 했다.

특히 외계 존재 움직임이 상하좌우 자유롭고 속도도 매우 빠르잖나. 아까 말한 그린카도 활용했지만 라쳇(기계의 힘으로 와이어를 빠르게 감아 당기는 장치)을 많이 활용했다. 손으로 감는 것 보다 훨씬 힘이 좋기 때문이다. 네 대를 현장에 놓고 사용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숲 장면을 찍은 루마니아 레테자트 공원에서도 외계인과 붙는 액션에선 와이어를 많이 썼다. 배우들이 땅으로 곤두박질치거나 붕 뜨는 장면을 적절한 편집으로 사용한 것이다."

감독의 연출 방향이나 배우의 감정 상태에 따라 몇 번은 더 촬영할 수 있는 일반 연기와 달리 특수효과가 반영된 장면에선 한 번의 촬영이 곧바로 비용으로 연결되기에 더욱 부담일 법했다. 홍 감독에 따르면 변수에 대비해 특수효과팀에선 항상 차선책, 차악책을 준비한다고 한다. 하지만 <호프>의 경우 차선책을 택한 경우는 없었다고 한다.

"작품마다 다르지만 보통 특수효과 비중이 절반 정도다. 근데 <호프>는 90% 이상 장면에 특수효과가 적용됐다. 그래서 프리프로덕션 때부터 엄청 고민하면서 준비해야 했다. 피로감은 있었지만 재밌는 현장이었다. 사실 우리는 같은 현장을 보더라도 정말 세세하게 관찰하는 편이다. 언제 어떤 장비나 도구가 필요할지 모르니 말이다.

촬영은 결국 시간과의 싸움이다. 시골에 가면 읍내 철물점이나 소품점부터 위치를 기억해 둔다. 뭐가 필요할지 모르고, 필요하면 바로 구해와야 하니까. 루마니아에선 쇼핑몰 안에 그런 공구점이 있더라. 급하게 재료나 공구가 필요한 경우 현지 스태프들을 많이 의존했다. 그분들에게 부탁해서 공수해 오는 식으로 말이다."

AI가 사고 장면까지 만든다... 특수효과 감독이 찾는 대체 불가능한 현실감

 영화 <호프>의 촬영 현장 모습.
영화 <호프>의 촬영 현장 모습. ⓒ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이처럼 발 빠른 대처와 장비 공수 덕일까. 현장에서 그는 '홍가이버'로 통한다. 오토바이 액션이 뛰어났던 <퀵>(2011), 죄수들의 좌충우돌이 돋보였던 <7번방의 선물>(2013), 긴박한 감정의 부딪힘이 특징이었던 <협상>(2018) 등을 거치며 그는 "현장에서 선배들이 하는 걸 보며 배운 것들을 하나하나 적용하면서 동시에 그동안 안 보인 것들을 시도하려는 편"이라며 나름의 비법을 공개했다.

"요즘은 기술적으론 이런 특수효과를 내는 게 쉬워졌지만 동시에 더 까다로워졌다. 현장에서만 알 수 있던 지식이 유튜브만 조금 검색하면 바로 나오거든. 바미기르의 첫 등장 장면도 예전이었으면 그냥 화약 터뜨리고 CG로 처리했을 텐데, 이젠 실사 영화 느낌을 주잖나. 항상 새로운 것만 할 순 없고, 조합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특수효과를 위해 어떤 요소를 결합할지 말이다. 영화 전체를 하나의 요리로 본다면 특수효과는 약간의 조미료 같은 것이라 생각한다."

홍콩 액션영화를 탐닉했던 청소년기, 그룹사운드에서 베이스 기타를 쳤던 20대 초반을 지나 비교적 늦게 영화계에 입문한 그다. "좀 더 빨리 이 일을 시작했으면 어땠을까 상상하곤 한다. 필름 영화 시절이 사실 일할 땐 더 즐거웠던 기억이 있다"며 홍 감독은 "특수효과 기술만 놓고 보면 할리우드나 한국이나 거의 비슷한 수준인데, 인공지능(AI) 기술 발달 흐름에서도 실사 촬영의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는 제작사나 감독님이 많아졌으면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AI 기술 발달로 가장 먼저 타격을 입는 게 특수효과 쪽이다. 비용을 많이 줄일 수 있거든. 투자가 위축된 영화·드라마 시장에선 그 압박이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일례로 교통사고 장면은 제가 체감하기에 거의 AI로 처리하는 추세더라. 그렇게 되면 해당 장면에 연관된 무술감독, 스턴트 배우, 조연 배우 등이 설 자리가 좁아진다.

그럴수록 우린 AI가 대체할 수 없는 현실감을 가져가려 한다. 아직은 AI 영상이 부자연스럽거든. 보다 자연스럽고, 안전하면서도 효과적인 장면 구현을 위해 노력 중이다. 직업을 바꾸는 게 나으려나? (웃음) 농담이다. 지금까지 경험과 노하우를 그때그때 쌓아왔다면 특수효과 분야에서 나름 체계를 세워 가려 한다. 개인적으로 생각해 둔 방향성이 있다. 앞으로 작업에서 하나씩 적용해 가려고 한다."

#호프#홍장표#황정민#나홍진#정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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