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일대에 건설중인 SK하이닉스 반도체 팹. ⓒ 남소연
정부가 추진 중인 '반도체 메가특구 특별법'에 주 52시간제 예외를 포함하는지를 놓고 부처 간 이견 표출되는 상황을 놓고 여당 국회의원도, 야당 국회의원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일갈했다. 산업통상부와 고용노동부의 두 장관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최대한 빨리 조율하겠다'는 해명을 내놨다.
12일 국회 기후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헌승 국민의힘 의원은 "(산업부) 김정관 장관은 '일하려는 의지를 막아선 안된다'며 (주 52시간제) 예외조항을 주장하는 것 같고, 우리 고용노동부 장관은 '주 52시간 예외 적용이 과연 산업 발전을 가져오는지 봐야한다는 입장"이라며 "공식석상에서 논의된 적 있는가"라고 물었다. 김영훈 장관은 "국무회의에서 토론된 적은 없고, 비공식적으로 많은 대화를 나누고 있다"고 답변했다.
"저는 야당이지만..." 국힘서도 걱정한 이유
이 의원은 "정부 부처 간에 서로 다른 목소리가 나오면 국무조정실에서 조율해야 되는데 총리실에서 그런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며 "저는 야당이지만, 정부여당 입장에서도 각 부처 장관 간에 다른 목소리가 나온다면 매우 불편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산업부 장관 주장이 관철된다면 수용할 것인가? 결론이 나면 따르겠는가"라며 "산업부하고 잘 협의해서 정부의 단일 입장을 조속히 정리하시라"고 조언했다.
여당 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안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 문제는 서로 충돌하는 문제라기보다는,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문제와 노동 기본권을 보장하는 문제가 함께 가야 하는 문제이지, 어느 한쪽을 배제하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나아가 특별연장근로제 등 현행 제도를 거론하며 "실제로 이 제도가 부족한지에 대해서 대안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같은 당 이용우 의원은 주 52시간제를 완화하려는 시도 자체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그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관련 기업들이 이미 특별연장근로제를 운영하고 있지만, 그마저도 주 50시간 미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추가적인 노동시간의 붕괴를 야기할 수 있는 것을 논의하는 것은 관념적"이라고 했다. 또한 "장시간 노동 방식의 연구개발은 굉장히 후진적 접근"이라며 이재명 정부의 국정 기조에도 어긋난다고 비판했다.
같은 시간,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도 같은 사안이 도마 위에 올랐다. 서지영 국민의힘 의원은 "지금 양상은 고용부 장관과 산업부 장관께서 다른 산업적, 노동적 사고를 갖고 대치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김원이 민주당 의원은 "산업 환경이 바뀌어왔고, 그만큼 노동형태도 변화해왔다. (정부가) 산업계와 노동계와 만나서 충분히 대화를 나눠야 하는 단계에 와있다"며 숙의를 당부했다.
김영훈 "메가특구 성공 매진은 당연... 노동계 눈치보기 아냐"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남소연
김영훈 노동부 장관은 '한 정부 두 목소리에 국민들이 불편할 것'이라는 지적에 "명심하겠다"며 "부처 간에 정책을 만드는 초기에 일부 이견이 나올 수 있지만, 그것이 많이 표출되는 것은 결코 국민들에게 도움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빠른 시일 내에 조율하겠다"고 답했다. 또한 "메가특구가 국운을 걸고 하는 중대한 사업이라서 나랏일하는 사람으로서 이를 성공시키기 위해서 매진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김 장관은 "산업부 장관님의 걱정도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지만, 양적으로 승부해서 어떻게 (중국을) 이길 수 있겠는가 하는 것이 저의 고민"이라고 밝혔다. 그는 "우수한 인재들이 대한민국을 이끌어왔다면, 그 인재들을 지속가능한 혁신동력으로 확보하기 위해 노동기본권도 필요한 것"이라며 "제가 노동계 출신이라서, 노동계 눈치를 봐서 메가특구를 못하게 한다거나 기업을 어렵게 하려고 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고 말했다.
'규제 완화' 유지했지만... 김정관 "노동부와 긴밀하게 논의 중"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업무보고를 마친 뒤 자리로 향하고 있다. ⓒ 남소연
관훈클럽 토론회 발언으로 이번 논쟁에 불을 붙인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다소 말을 아끼는 모습이었다. 그는 메가특구 내 근로시간 특례 적용과 관련해 "화이트칼라 이그젬션(고소득 연구개발인력 근로시간 규제 완화)이라든지, 유연근무시간제라든지 다양한 형태에 대해서 논의 중"이라며 "산업계와 노동계, 그리고 정부 입장에선 산업부와 노동부가 머리를 맞대고 긴밀하게 논의 중이다. 고용노동부 장관하고 계속 협의 중"이라고 했다.
한편 김 장관은 호남권 메가특구 지정을 '기업 팔 비틀기'라고 공세하는 야당에게 "다양한 부지를 저희가 제안한 것은 맞고, 기업이 '이 부지가 맞다'고 최종적으로 선정했다"고 반박했다. 또한 2028년 총선과 2030년 대선을 의식해 '속도전'을 벌이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그렇게 하지 않으면 반도체 경쟁력을 잃을 것 같다"며 "산업부 장관 입장에서는 (1차 완공시기) 2029년, 2030년도 느리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답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