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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8.21 17:10ㅣ최종 업데이트 26.08.21 17:10

4년째 밥 주는 길고양이들, 여름 잘 보내자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한바탕 세찬 비가 휩쓸고 지나간 뒤에 다시 극한 폭염이 대지를 달구고 있다. 이런 때에는 그저 에어컨을 틀어놓고 시원하게 집에서 시간을 보내는게 맞다 싶으면서도 지금쯤이면 활짝 꽃을 피웠을 맥문동이 생각난다. 그래서 지난 19일 밀양을 찾았다.

밀양 삼문동에 있는 송림공원에는 넓은 맥문동 밭이 있다. 그런데 한쪽에 손바닥만한 곳을 제외하고 맥문동꽃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지난해 보라색 물결이 넘치던 풍경은 볼 수 없었다. 가뭄과 폭염이 유난히 심했던 경남에서도 유독 밀양은 더 심했다.

자연재해가 살아있는 생명에게 주는 영향은 가늠이 되지 않는다. 더위에 약한 나로서는 참으로 괴로운 나날들이다. 하지만 길냥이들의 밥을 굶길 수는 없다. 이 녀석들이 오늘도 사나운 더위를 피해 잘 있었나.

뜨거운 햇살이 다소 누그러든 저녁 무렵, 사료와 물을 챙겨들고 집을 나섰다. 아파트 앞에 있는 편의점 모퉁이를 돌자 도로변에 주차되어 있는 차 밑에서 나를 기다리던 세 녀석이 쪼르르 달려나와 내 다리에 몸을 비비고 발랑 드러눕기도 하며 반가워 한다.

 지난 겨울, 새끼였던 녀석이 지금은 자라서 활발하고 밥도 씩씩하게 잘 먹는다.
▲지난 겨울, 새끼였던 녀석이 지금은 자라서 활발하고 밥도 씩씩하게 잘 먹는다. ⓒ 김숙귀

검은 색 냥이는 지난해 가을부터 밥을 준 녀석이다. 새끼였던 녀석이 지금은 자라서 활발하고 밥도 씩씩하게 잘 먹는다. 얼룩냥이도 거의 같은 시기에 밥을 주기 시작했다. 흰색냥이는 4년째 밥을 주고 있다. 성묘였을 때 만났으니 적어도 네 살은 넘었을 것 같다.

녀석들에게 밥을 주고 곁에서 지켜보다가 다 먹으면 그릇을 챙겨온다. 특히 흰색냥이는 정이 많이 들었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가끔 침을 흘리기도 하고 사료를 먹기 힘들어 했다. 밥을 남기는 날도 많아졌다. 구내염이 아닌가 걱정이 되고 마음이 쓰였다.

 4년 동안 밥을 준 녀석. 이젠 구내염이 나아졌는지 밥을 먹는 게 한결 나아졌다.
▲4년 동안 밥을 준 녀석. 이젠 구내염이 나아졌는지 밥을 먹는 게 한결 나아졌다. ⓒ 김숙귀

결국 동물병원에 가서 증상을 얘기하고 약을 처방받았다. 그리고 습식사료에 약을 반포 정도 섞어서 먹였다. 안 먹으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다행이 먹어주었다. 며칠 전부터는 먹는 게 훨씬 나아졌고 가끔 주는 닭가슴살도 잘 먹는다.

햇볕이 뜨거운 한낮에는 어디에 가 있는 걸까. 시원한 집에서 예쁨 받으며 사는 집고양이를 생각하면 가엾고 불쌍하다. 집고양이의 수명이 15년에서 20년 가까이 된다는데 길고양이는 고작 3년에서 5년밖에 못산다고 한다.

 지난 겨울부터 밥을 챙겨준 녀석. 밥을 다 먹고도 나를 올려다보며 야옹거린다.
▲지난 겨울부터 밥을 챙겨준 녀석. 밥을 다 먹고도 나를 올려다보며 야옹거린다. ⓒ 김숙귀

편의점 문앞에 놓인 발매트가 군데군데 너덜너덜 헤어졌다. 검은 녀석이 오며가며 스크래처 대신 긁어놓은 것이다. 더구나 바로 편의점 옆에서 밥을 주고 있으니 점주께 많이 미안하다. 며칠 전 고성에 다녀오는 길에 옥수수를 넉넉하게 사서 들고 편의점을 찾았다.

"민폐를 끼쳐서 죄송해요"라고 하자 "아이고 무슨 그런 말씀을 하세요. 우리도 고양이 키운답니다. 좋은 일 하시는데 도와드려야죠"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정말 고마운 일이다. 누군가는 말할 지 모른다. 이 폭염에 힘들고 어려운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길고양이가 대수냐고.

 나를 기다리던 녀석들이 달려와 다리에 몸을 비비며 반가워 한다.
▲나를 기다리던 녀석들이 달려와 다리에 몸을 비비며 반가워 한다. ⓒ 김숙귀

하지만 가여운 동물을 향해 측은지심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 힘들고 어려운 사람을 보며 마음 아파할지는 의문이다. 일부 비정한 사람들의 위해와 배고픔, 엄동설한의 혹한과 여름철 폭염을 견뎌내며 절대 이길 수 없는 전투를 하듯 길 위에서 살아가는 길냥이를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 그동안 서너 번의 여름과 겨울을 무사히 잘 지나왔으니 이번 여름도 잘 견뎌내리라 여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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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길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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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마치 숨을 쉬는 것처럼 나를 살아있게 한다. 그리고 아름다운 풍광과 객창감을 글로 풀어낼 때 나는 행복하다. 꽃잎에 매달린 이슬 한 방울, 삽상한 가을바람 한 자락, 허리를 굽혀야 보이는 한 송이 들꽃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기를 날마다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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