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승민 전 의원 ⓒ 남소연
최근 유승민 전 바른미래당 대표와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전격 회동을 하면서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총선을 앞두고 궤도를 잃은 보수 진영의 위기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두 사람의 만남이 이른바 '보수 통합'의 신호탄이 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대표는 무원칙한 통합에 강한 경계심을 드러내며,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 선포를 옹호하거나 부정선거 음모론을 신봉하는 세력과는 결코 함께할 수 없다는 명확한 선결 조건을 제시했습니다. 정치적 위기에 처한 보수 야권의 지형 변화를 앞두고, 두 보수 인사의 셈법과 향후 행보를 짚어봤습니다.
"묻지마 통합은 필패"… 계엄 동조·부정선거 맹신 세력과 철저한 선 긋기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7월 14일 국회에서 열린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 등 국민 참정권 침해 진상규명 및 선거관리 개혁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제1차 청문회에서 의사진행발언을 하고 있다. ⓒ 남소연
이준석 대표는 12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유승민 전 대표와의 만남 사실을 전하며, 유 전 대표가 "총선에서 보수 진영이 다시 살아날 수 있을까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최근 유 전 대표가 자신의 SNS를 통해 '보수 통합'을 강조한 것과 궤를 같이하는 대목입니다.
그러나 이 대표는 현재의 보수 진영 상황에서 당장의 물리적 통합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그는 과거 황교안 대표 시절의 미래통합당을 구체적 사례로 언급하며 "이불로 확 덮어놓고 하는 방식의 묻지마 통합은 항상 결과가 좋지 않았다"라고 지적했습니다. 명확한 노선 정리나 가치관의 공유 없이 단순히 선거 승리만을 위해 세력을 합치는 것은 오히려 내부 노선 갈등만 증폭할 뿐이라는 비판입니다.
특히 이 대표는 보수 통합의 핵심적인 '선결 조건'으로 헌정 질서와 시스템에 대한 상식적인 인식을 꼽았습니다. 그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이 옳았다거나, 선관위의 투표율 오입력 사태를 보고 부정선거가 있었다고 주장하는 분들은 굉장히 위험하다"라면서 "그분들의 생각이 교정되기 전까지는 통합이 쉽지 않다"라고 단언했습니다.
이 대표는 최근 불거진 투표율 오입력 사태의 본질도 명확히 짚었습니다. 그는 "투표율 오입력을 행한 주체는 선관위가 아니라 그날 짧게 교육받고 투입된 지자체 공무원들이며, 전화로 불러주고 수기로 입력하는 구시대적 체계에서 빚어진 단순 오류"라고 설명했습니다. 이 대표는 "전산화되어 있는 사전투표에서는 놀랍게도 단 한 건의 오집계도 나오지 않았다"라며 "행정적 부실을 누군가를 당선시키기 위한 고의적인 부정선거로 몰아가는 것은 곤란하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이러한 비상식적인 주장에 동조하는 극단적 세력과는 화학적 결합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 것입니다.
유승민 '마지막 역할' 고심… 오세훈 재판 변수엔 "순수한 걱정"
이번 회동에서 엿보이는 또 다른 관전 포인트는 유승민 전 대표의 정치적 행보와 타이밍입니다. 1958년생인 유 전 대표에게 다가오는 총선과 대선은 27년 정치 인생의 사실상 마지막 기회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 이 대표 역시 이를 짚으며 "유승민 대표 본인이 정치인으로서 마지막 봉사할 기회가 올해와 내년 구간일 것이라고 보고 움직이시는 것 같다"라고 분석했습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유 전 대표의 발 빠른 행보가 공직선거법 위반 1심에서 당선 무효형(벌금 1천만 원)을 선고받은 오세훈 서울시장의 위기 상황과 맞물려 있다는 해석도 내놓고 있습니다. 내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가능성까지 염두에 둔 정치적 포석이 아니냐는 관측입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이러한 정치공학적 추측에 대해 단호하게 선을 그었습니다. 이 대표는 "저희가 정치인들끼리 밥 먹으면서 당연히 오세훈 시장 이야기도 했다"라며 "하지만 유승민 대표는 오 시장을 굉장히 걱정 많이 하시고, 주변에 좋은 법조인이나 변호사가 있으면 조력할 수 있게 소개해 주려고 하셨다"라고 전했습니다. 유 전 대표의 최근 행보가 오 시장의 위기를 틈탄 이익 획책이 아니라, 보수 중진으로서의 순수한 우려라는 설명입니다. 이 대표는 유 전 대표의 향후 행보에 대해 "본인의 마지막 모습, 마지막 역할이 무엇일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것"이라며 총선의 밑돌을 차근차근 깔고 대권을 바라보는 수순일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한편, 국회 파행을 주도하고 있는 국민의힘의 현 지도체제에 대해서도 냉정한 평가가 이어졌습니다. 이 대표는 장동혁 대표 체제가 임기를 다 채울 것이냐는 취지의 질문에 "안 될 것"이라고 내다보면서도, 장 대표의 거취 자체가 통합의 걸림돌은 아니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는 "좋은 물이 흘러들면 앞의 물은 빠져나가는 게 정치의 원리"라며, 억지스러운 인위적 당내 개편보다는 보수의 새로운 가치를 담은 '새 물'이 들어오는 것이 우선임을 재차 강조했습니다.
위기의 보수, 통합은 필요하지만 쉽지 않다
유승민 전 대표와 이준석 대표의 이번 회동은 단순한 안부 인사를 넘어, 벼랑 끝에 선 보수 진영의 진로를 모색하는 묵직한 탐색전이었습니다. 두 사람의 대화와 행보에서 읽을 수 있는 핵심 메시지는 분명합니다. 얄팍한 선거공학적 이합집산이나 무조건적인 세 불리기 식의 야합으로는 현재 보수가 처한 궤멸적 위기를 결코 극복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특히 이 대표가 헌정 질서를 위협하는 계엄 옹호론자들과 민주주의 선거 제도의 근간을 흔드는 부정선거 맹신자들을 향해 명확한 '레드라인'을 그은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이는 보수가 다시 국민의 지지와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맹목적인 진영 논리를 버리고 상식과 합리성을 먼저 회복해야 한다는 의미로 봐야 합니다.
현재 보수 진영은 제1야당의 지도력 부재, 주요 인사들의 사법 리스크, 국회 보이콧 논란 그리고 극단주의 유튜버들의 목소리가 뒤섞인 '총체적 난국'에 빠져 있습니다. 유승민이라는 관록의 보수 중진 정치인이 그리고자 하는 '보수 통합'의 큰 그림이, 이준석 대표와 힘을 합쳐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다만, 일각에선 통합 논의와 별개로 총선 승리까지는 쉽지 않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독립언론 '아이엠피터뉴스'에도 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