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누구나 한 번쯤 삶의 벼랑 끝에 선다. 그때 누군가 손을 내밀어주면 다시 일어설 수 있지만, 아무도 돌아보지 않으면 끝내 절망 속으로 가라앉고 만다. 조호진 시인의 <희망 한 톨>은 바로 그런 절망의 끝에 선 사람들의 손을 잡아준 이야기다. 1부부터 4부까지 시인이 쓴 따뜻한 편지다.
소외된 이웃들의 이야기 <희망 한 톨>

▲조호진 시인의 소년 희망편지 희망 한 톨 책표지 ⓒ 심명남
시인이 살아온 삶에는 유독 '소년'과 '희망'이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한다. 소년의 눈물, 소년희망배달부, 소년희망공장, 그리고 '소년이 희망이다'가 그것.
그가 처음 펴낸 시집 <우린 식구다>에도 힘겹게 살아가는 우리 사회의 소외된 이들이 등장한다. 시인은 결국 위기청소년의 좋은 친구가 되어주겠다는 마음으로 '어게인'에서 희망공장장을 자처하며, 남들이 쉽게 선택하지 않는 가시밭길을 걸어왔다.
한때 <오마이뉴스> 기자로 세상의 아픈 현장을 기록했던 조호진 시인은 어느 순간 '쓰는 것'만으로는 사람을 살릴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래서 기자의 길을 내려놓고 직접 어려운 사람들 곁으로 걸어갔다.
이주노동자와 미혼모를 돕고, 위기청소년에게 따뜻한 밥을 건네며 다시 일어설 기회를 만들어주었다. 심지어 얼굴도 모르는 한 젊은이에게 자신의 신장 하나를 내어주기도 했다. 자신의 소중한 장기를 나누어 한 사람에게 새로운 삶의 기회를 건넨 것이다. 그에게 나눔은 가진 것의 일부를 덜어주는 일이 아니었다. 자신의 마음과 삶을 내어주는 일이었다.
책을 읽으며 마음을 붙잡는 것은 '문제아'라고 불리던 아이들의 이야기다. 조호진 시인은 아이들을 바라보며 "왜 저렇게 됐을까?"라고 묻지 않는다. 대신 "그 아이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라고 묻는다. 질문 하나가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을 바꾼다.
가정폭력과 가난, 버림과 방황 속에서 무너진 아이들에게 정말 필요했던 것은 훈계와 꾸중이 아니었다. 한 번 더 믿어주는 사람, 넘어져도 다시 손을 내미는 사람, 다시 일어설 때까지 곁을 지켜주는 사람이었다.
"괜찮아 다시 시작해도 돼"
그래서 <희망 한 톨>에서 말하는 희망은 거창하지 않다.
따뜻한 밥 한 끼,
끝까지 들어주는 이야기,
다시 내미는 손 하나,
괜찮아, 다시 시작해도 돼!라는 말 한 마디다.
한 톨은 작다. 그러나 모든 밥은 한 톨에서 시작되고, 거대한 나무도 작은 씨앗에서 시작된다. 희망도 그렇다. 작은 마음 하나가 한 사람의 삶을 바꾸고, 그 사람이 다시 누군가에게 희망을 건넬 때 세상은 조금씩 따뜻해진다.
자신의 신장 하나를 내어주고, 기자의 펜을 내려놓은 뒤 상처받은 사람들의 곁으로 걸어간 사람. 누군가에게 밥 한 끼를 건네는 데 그치지 않고, 다시 살아갈 용기와 희망을 건넨 그의 삶 자체가 '뜨거운 사람'으로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한 편의 드라마처럼 느껴진다.
그 질문은 결국 우리들에게 돌아온다. <희망 한 톨>이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 이유도 바로 이 질문 때문인지 모른다. 나는 누군가에게 희망 한 톨이었던가?
아내의 결단에 감사... 소년 희망배달부로 살겠다

▲조호진 시인과 아내가 셀카를 찍고 있다 ⓒ 조호진 페이스북
조호진 시인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배달한 것은 밥이나 후원금만이 아니었다. 그가 건넨 것은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 나는 당신을 포기하지 않습니다"라는 믿음이었다. 그래서 희망은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한 사람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마음이다.
<희망 한 톨>은 책장을 덮는 순간 끝나는 책이 아니다. 시인이 건넨 한 톨의 희망은 책 밖으로 나와 이제 우리의 몫으로 남는다. 한 톨의 희망은 작지만, 그 작은 희망이 사람을 살리고 세상을 움직인다. 책 말미에 시인은 앞으로도 희망을 배달하는 '소년희망배달부'로 살아가겠다고 다짐한다. 또 아내에 대한 고마움이 오롯이 녹아있다.
기자였던 적이 있습니다.
한때는 보람이 있었으나 나이가 돌면서
이렇게 아등바등 살아야 하나?
심히 고민할 때 나의 구원자이신 아내가 결단을 내려 주셨습니다.
상처와 실패로 얼룩진 내 인생에서
잘한 것이 거의 없었는데
'소년희망배달부'로 일한 것만큼은 잘한 것 같습니다.
그렇게 산 세월이 어느덧 15년, 앞으로도 희망을 배달하고 싶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여수넷통뉴스에도 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