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만난 두 검사①] 기쁨 대신 쓸쓸함, 서지현·박은정 "검찰개혁은 전리품 아닌 뼈아픈 역사">에서 이어집니다. https://omn.kr/2jdhr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서지현 전 검사검사 출신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오른쪽)과 서지현 전 검사가 7일 서울 종로구 오마이뉴스 사무실에서 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한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이정민
두 전직 검사는 "검찰을 사랑했다"(서지현), "검찰에서 더할 나위 없이 일했다"(박은정)라고 말했다. 이제 '검찰'이란 이름은 사라지고, 수사권을 제외한 기소권만 가진 검사가 공소청에 속해 새로운 임무를 수행하게 됐다.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은 "뜻하지 않게 정치권에 와서 검찰개혁 법안을 추진하고 마무리하게 돼 감회가 남다르다"라며 "검찰청은 사라지지만 검사는 그대로 남는다. 국민을 위해 사건과 수사 기록을 제대로 보고 충실히 공소를 제기하고 범죄 피해자를 위해 공소 유지를 잘해주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서지현 전 검사는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고 억울한 이들의 눈물을 닦는 검사가 되고 싶었으나 그 꿈이 누구도 아닌 검찰에 의해 산산조각나 여전히 아프다"라며 새롭게 짜일 형사사법체계에서 일할 구성원들에게 이렇게 요청했다.
그래도 저는 그저 잘 쓰였고 그것이 내 운명이었다고 생각한다. 사건은 기록 속 하나의 번호가 아니라 누군가에겐 평생 한 번뿐인 사건이고, 범죄자의 죗값을 치르게 할 기본 절차이며, 누군가의 억울함을 풀 기회이기도 하다. 또 피해자에겐 다시 살아갈 희망이다. 국민은 기관의 이름보다 가장 어두웠던 날 국가가 자신을 어떻게 대했는지 기억할 것이다. 부디 그 기억이 상처나 분노가 아닌 신뢰와 희망일 수 있도록 노력해줬으면 한다.
이어 서 전 검사는 "이번 (검찰개혁 중 발생한, 특히 보완수사권 관련) 논란에서 피해자의 고통을 부각해 고통 배틀(battle) 내지는 편가르기 하는 모습을 보며 우려의 마음이 들었다. 검찰이나 경찰이나 완벽한 기관이 아니"라며 이렇게 덧붙였다.
형사소송법상 중요한 원칙들, 예를 들어 미란다 원칙, 무죄추정의 원칙, 영장주의, 위법수집증거 배제, 고문에 의한 자백 배제 등이 확립될 때마다 '범죄자 천국이 된다', '피해자를 보호할 수 없다', '범죄가 폭증하고 형사사법체계가 무너진다'는 우려가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 예외 없이 인권 보호와 법치주의의 상식이 됐다. 수사·기소 분리도 그렇게 될 것이다.
누구보다 강하게 검찰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한 두 전직 검사를 지난 7일 서울 종로구 <오마이뉴스> 광화문 사무실에서 함께 만났다.

▲검사 출신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이 7일 서울 종로구 오마이뉴스 사무실에서 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한 인터뷰를 하며 준비해 온 자료를 가리키고 있다. ⓒ 이정민
"과학수사부·정보조직, 공소청 존치 안 돼"
- 가장 시급한 제도적 요소나 후속 입법 과제로 무엇을 꼽을 수 있을까.
서지현 : 검찰 수사권 폐지에 대한 우려로 경찰의 무능, 부패, 권력남용이 꼽히고 있다. 무능은 수사의 완결성과 책임성 강화, 권력남용은 절차의 공정성과 피해자 보호 강화, 부패는 부패방지 제도 강화로 보완해야 할 것이다. 구체적으로 사건 초기부터 검·경이 전산을 실시간으로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검·경 협업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또 영상녹화에 증거 능력을 부여하고 장윤기 사건이 반복되지 않도록 이해충돌방지 제도와 영국의 경찰위원회 같은 중립적 감시기구가 설치되고 강화돼야 한다. 더해 현재 검찰의 과학수사부와 정보조직을 공소청에 존치한다는 말도 나오던데 수사권이 없는 공소청에 이러한 조직을 둬선 안 된다.
박은정 : 수사 인력을 재배치할 때 해당 조직들을 중수청이나 국과수로 보내야 한다. 대검 과학수사부와 국가디지털포렌식센터(NDFC)의 기능은 국과수와 상당 부분 겹친다. 제가 간담회를 했던 국과수에서도 대검 과학수사부와 NDFC를 합쳐 좀 더 규모 있게 확대해 명실상부 독립된 수사 지원 기관으로서 기능하길 원한다. 행정안전부에서 이 부분에 좀 더 적극적으로 임했으면 한다.
서 : 더해 검찰이 정보조직을 유지하겠다는 건 캐비닛을 계속 끌어안고 있겠다는 것이다.
박 : 범정(범죄정보기획관실)이 필요한 이유는 수사의 단서를 수집하기 위해서다. 윤석열이 검찰총장이던 시절에 수사정보정책관실(현 범정)의 캐비닛 문제가 심각하지 않았나. 이제 검찰은 더 이상 수사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범정은 당연히 해체돼야 한다.
- 이번 법안에 대한 범죄 피해 당사자들의 비판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이러한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선 어떤 방안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서 : 이번 논란에서 피해자의 고통을 부각해 고통 배틀(battle) 내지는 편가르기 하는 모습을 보며 우려의 마음이 들었다. 검찰이나 경찰이나 완벽한 기관이 아니고 두 기관의 과오를 하나하나 적시한다면 꽤 긴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한편으론 이번 논쟁에서 피해자 보호가 강조된 것이 무척 기뻤다. 내가 피해자로 수사·재판 절차를 겪으며 2차 피해, 절차적 배제, 보호의 부족 등을 절실하게 경험했기 때문이다. 형사소송법의 출발은 피해자 보호가 아닌 피의자·피고인의 보호였다. 무죄추정의 원칙, 영장주의, 적법 절차 등이 강조됐던 이유다. 때문에 전통적 형사소송법엔 피해자에 대한 고려가 매우 부족했다.
제가 법무부 디지털성범죄대응TF에서 근무하며 만들어 놓은 여러 제도가 이번 형사소송법 개정 과정에서 반영되지 않아 아쉬웠다. 형법상 양형 조건에 피해자 관련 내용을 추가하고 수사·재판·집행의 전 과정에 걸친 피해자에 대한 통지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또 재판에서의 피해자 진술권을 부여하고 가해자의 2차 가해성 변론을 제한해야 하며 수사·재판 과정에서 알게 된 피해자 정보의 유출을 금지해야 한다. 더해 사회적 약자 보호를 위한 전담 수사관제, 전담 협의체, 필요적 사전의견 요청제, 진술 조력인 강화도 필요하다.
박 : 서지현이 TF에서 제안했던 것을 제가 국회의원이 된 뒤 '서지현법'이란 이름으로 다 발의했으나 아직 통과되지 못했다. 하반기 국회에서 통과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겠다.
서 : TF에서 60여 개 법률을 제안했는데 딱 1개만 통과됐다.

▲서지현 전 검사(오른쪽)가 2021년 10월 28일 법무부 디지털성범죄등대응 TF팀장으로 일할 당시 이지원 디지털성범죄등전문위원회 전문위원(S2W 부대표)과 서울고등검찰청 의정관에서 권고안을 발표하고 있다.
ⓒ 소중한
- 범죄 피해자들이 경찰, 공소청, 중수청 사이에서 핑퐁에 내몰릴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박 : 보완수사 요구 후 송치 전 검·경 협의제와 사건번호 유지를 통해 핑퐁이 되지 않도록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했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서 : 그러한 우려를 충분히 이해하지만 검사의 수사권을 유지하는 것은 해결책이 아니다. 필요한 것은 경찰, 공소청, 중수청이 국민 입장에서 하나의 형사·사법 시스템으로 움직이도록 제도를 만드는 것이다. 더해 제가 TF에 있을 때 1호로 제한한 제도가 피해자 원스톱 보호 체계였다. 아직도 안 되고 있다
(관련기사 : 성범죄피해자 '두 번 고통'에 "원스톱 창구·독립기구 마련" https://omn.kr/1vg9w)
- 장윤기 사건이 소비되는 과정을 두고 검찰 수사권 존치를 위한 "언론 플레이"(서지현)라고 지적한 바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수사권 논쟁과 별도로 경찰의 내부 감시와 견제 시스템은 자체는 필요해 보이는데 무엇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서 : 해당 사건의 기록을 보지 않은 상태에서 구체적으로 그 내용을 단정할 수 없다. 다만 대부분 구속 사건의 경우 영장 청구 단계에 검찰이 전체 기록을 스크린하고 보완수사를 요구할 기회가 있다. 그때 제대로 보완수사를 요구하지 않았다면 단순한 경찰의 부실 수사로만 몰아가기 어렵다. 처음 이 사건이 발생했을 때 한 학생의 무고한 죽음에 너무 마음이 아파 젠더폭력 대응 방안이 무엇일지 고민 중이었는데 갑자기 검찰 수사권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사건으로 부각돼 안타까웠다.
같은 경찰서에 근무 중인 장윤기의 부친에게 수사 기밀이 누설됐고 고의로 부실 수사를 자행했다면 이는 매우 심각한 문제다. 하지만 그 사건이 보여주는 것은 검찰 수사권의 필요성이 아니라 경찰 내 이해충돌방지 제도의 부재라는 빈틈이다. 법관에 대해선 제척·기피·회피 제도가 있다. 하지만 검사·경찰에 대해선 대통령령인 수사준칙상 회피, 경찰 내부 행정규칙에 따른 제척 등 규정만 존재할 뿐이다.
박 : 저 또한 최근 경찰 수사관 상피제를 담은 법안을 발의했다. 이해관계에 있는 수사관은 이를 인지한 즉시 그 사건에서 손을 떼야 하는 내용이다. 그리고 (이번 형사소송법 개정을 통해) 검사가 경찰 내부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거나 보완수사를 요구하는 과정에 피해자가 이의를 제기하면 즉시 수사관을 교체할 수 있도록 정해놨다. 또 사건을 해당 경찰서가 아닌 상급 관서나 중수청으로 보낼 수도 있다. 더해 경찰 내부에도 국수본부장 직속으로 내부 비리수사대를 설치하고 중수청·공수처에서 경찰의 범죄를 수사할 수 있도록 했다. 이러한 법과 제도를 현장의 운영 주체들이 정확히 알고 국민이 체감할 수 있도록 작동시키는 게 중요하다.
"검찰개혁은 누구의 승리, 누구의 패배 아냐"
- 경찰의 수사 역량 및 전문성은 꾸준히 지적돼왔던 사안이다. 이는 중·장기적 대책뿐만 아니라 단기적으로도 대책이 필요할 것 같은데.
서 : 너무 오랫동안 많은 국민이 '유능한 검찰, 무능·부패 경찰' 신화를 당연히 받아들이고 있는 듯해 안타깝다. 검사는 간첩을 조작하고 성범죄를 저지르고 은폐해도 경찰과 달리 거의 처벌받지 않았기 때문일까. 저 또한 18년 동안 검사로서 경찰 송치 사건을 검토한 경험이 있기에 경찰의 수사 역량을 향한 우려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수사 역량은 권한을 가져야 성장한다. 평생 보조 역할만 해서는 성장하기 어렵다.
단기적으로는 전국의 수사 품질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검찰에는 누적된 분야별 수사 매뉴얼이 있다. 그 매뉴얼을 적극 공유해 교육을 강화하고 분야별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누락하는 부분이 없도록 해 전체적인 수사의 질을 높여야 한다. 수사하는 경찰의 수를 늘려 사건의 지연을 막고 사건 초기부터 검·경이 실시간으로 정보를 공유하는 전산과 협력 시스템을 구축해 불필요한 재수사와 지연도 줄여야 한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피드백 시스템이다. 지금까지는 경찰이 검찰에 사건을 송치하면 역할이 끝났다고 생각해 왔지만 앞으로는 송치 후 기소 여부, 유무죄 판단, 불기소 및 무죄 사유까지 꾸준히 피드백이 이뤄져야 한다. 이와 관련된 교육도 업무와 승진 과정 전반에 체계적으로 반영할 필요가 있다. 공소시효 임박 사건, 구속 사건, 증거 휘발 우려 사건 등 신속한 수사·기소를 위한 패스트트랙 제도도 필요하다. 공소청 개청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이므로 혼란과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한 시스템이 최대한 신속히 가동됐으면 한다.
중·장기적으로는 경찰 수사의 전문성을 높일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의료, 디지털, 금융, 산업정보 등 전문성이 필요한 분야의 전문 수사관 제도를 강화해야 한다. 법률 전문가인 변호사 출신 수사관을 확대하고 선발 시 형법 관련 기준을 강화해 법적 판단 역량을 높여야 한다. 수사에 AI를 활용하도록 시스템의 개발 또한 필요하다. 경찰 내 부패나 권력남용을 막을 수 있는 제도와 독립기구는 더 말할 것도 없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람보다 시스템이다. 수사의 품질이 개인에 따라 달라지지 않고 어느 경찰관이 맡더라도 일정 수준 이상의 수사가 가능하도록 표준화된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서지현 전 검사서지현 전 검사가 7일 서울 종로구 오마이뉴스 사무실에서 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한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이정민
- 그간 검찰개혁에 대해 그리고 이번 형사소송법 개정 후 민주당 일각의 모습을 두고 '정치 보복이 아니냐'는 시선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 시선을 불식하기 위해 정부와 여당이 국민에게 어떤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생각하나.
서 : 정부와 국회는 정치 보복이 아닌 우리 헌법 정신에 맞는 선진 형사사법체계를 확립하기 위한 과정임을 국민에게 꾸준히 설명하고 우려를 불식할 제도를 계속 만들어 나가야 한다. 시민들의 지속적인 관심도 필요하다. 수사·기소 분리는 공정하고 객관적인 수사, 민주주의, 법치주의, 적법 절차, 권력의 견제와 균형 등 우리 헌법의 기본 원칙에 맞는 제도다. 경찰 수사권은 무소불위의 권력이 아니라 영장 청구, 기소, 재판 등을 통해 검찰과 법원에 의해 통제되고 있다. 물론 이것이 부족하다고 느낄 수 있지만 앞서 말한 대로 더욱 섬세하게 제도를 만들어 보완할 수 있다.
형사소송법상 중요한 원칙들, 예를 들어 미란다 원칙, 무죄추정의 원칙, 영장주의, 위법수집증거 배제, 고문에 의한 자백 배제 등이 확립될 때마다 '범죄자 천국이 된다', '피해자를 보호할 수 없다', '범죄가 폭증하고 형사사법체계가 무너진다'는 우려가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 예외 없이 인권 보호와 법치주의의 상식이 됐다. 수사·기소 분리도 그렇게 될 것이다.
박 : 검사의 수사권은 1950년대 처음 형사소송법을 제정할 당시 한시적으로 주어졌는데 70년 넘는 세월 동안 검찰 권력이 비대해지면서 여러 문제가 발생했다. 지금의 검찰개혁은 처음 형사소송법을 제정할 당시의 수사·기소 분리의 원칙대로 가자는 것이다. 때문에 전혀 정치적인 사안이 아니다. 이것이 왜 정치적인 논란이 되고 있는지 따져보면 그 원인에 검찰이 있다. 비대한 권력을 놓지 않으려는 정치화된 검찰이 검찰개혁을 계속 정치화시켰다고 본다. 물론 정치권도 검찰 권력을 이용했고 정치의 사법화, 정치의 검찰화에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저는 형사소송법을 처음 제정했던 때의 초심으로 돌아가 수사권이든 기소권이든 국민을 위해 행사되는 방향으로 제도를 설계하고 그 제도를 잘 운영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검찰개혁을 과도하게 정치적 승리 또는 정치적 패배로 여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서지현의 말처럼 너무 '공포 마케팅'을 하는 것 또한 잘못이다. '검사가 수사하지 않으면 범죄자 천국이 된다'는 건 너무 검사 중심의 사고방식이다. 개정된 형사소송법을 보면 범죄 피해자를 보호하도록 촘촘히 설계돼 있으니 국민들께서도 이 과정을 형사사법체계의 정상화 과정으로 바라봐 주셨으면 한다.
"검찰이 피해자 수호? 잔인하게 사냥당한 제게는 상처"
- 이번 개혁의 성공을 위한 필요조건 또는 기준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반대로 앞으로 자칫 이 개혁을 실패로 이끌 수 있는 우려되는 상황은 무엇인가.
박 : 저희가 '이제 시작'이라고 말했듯 앞으로 반발과 호도가 계속될 것이다. 기득권이 한꺼번에 개혁에 맞서고 있는 상황이라 개혁 이전으로 되돌아갈 가능성도 굉장히 크다. 다만 저조차도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것을 이뤄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이게 가능할까' 생각했는데 검찰 권력의 끝장을 본 시민들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그러한 시민들의 힘 덕분에 앞으로 있을 반발도 잘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서 : 미투 때 검사 동료 대부분이 제게 등을 돌렸다. 이번 검찰개혁 과정에선 많은 법조인 친구를 잃었다. 피해자를 걱정하는 그들의 마음까지 부정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수사·기소 분리의 이념과 검사의 수사 절차에 대한 충분한 이해 없이, 성폭력 피해자이자 내부 고발자인 저를 잔인하게 사냥하던 검찰을 약자의 수호자로 추켜세우는 모습은 여전히 작지 않은 상처로 남아 있다.
나와 비슷한 마음으로 이 시간을 견딘 이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다만 이제 그 감정마저도 내려놓아야 한다. 검찰개혁의 성공은 검찰 수사권을 없애는 데 있지 않고 국민이 이전보다 공정하고 전문적인 수사를 받도록 하는 데 있기 때문이다. 한동안 경찰 수사의 문제점을 부각하며 '검찰 수사권이 없어져 범죄자 천국이 된다'는 기사가 쏟아졌다. 그럴수록 이른바 반대론자들의 소리에도 더욱 귀 기울이고, 설득하고, 보다 나은 제도를 만들기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할 것이다.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검사 출신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이 7일 서울 종로구 오마이뉴스 사무실에서 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한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이정민
- 지난해 3월 인터뷰에서 박은정은 "(검사로 일하며) 사회적 약자를 위해 수사하고 정의를 세우는 일에 보람을 느꼈다"라고, 서지현은 "범죄 피해자의 눈물을 닦는 데 최선을 다하는 검사"를 꿈꿨고 이를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바뀐 형사사법체계에서 일할 공소청 검사, 중수청 수사관, 경찰 등 형사기관의 구성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서 : 저는 검찰을 사랑했고 또 검사라는 직업을 사랑했다.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고 억울한 이들의 눈물을 닦는 검사가 되고 싶었다. 그 꿈이 다른 누구도 아닌 검찰에 의해 산산조각나 여전히 아프다. 그래도 저는 그저 잘 쓰였고 그것이 내 운명이었다고 생각한다. 이제 여러 이름으로 나뉘지만 국민이 바라는 것은 하나다. 사건은 기록 속 하나의 번호가 아니라 누군가에겐 평생 한 번뿐인 사건이고, 범죄자의 죗값을 치르게 할 기본 절차이며, 누군가의 억울함을 풀 기회이기도 하다. 또 피해자에겐 다시 살아갈 희망이다. 국민은 기관의 이름보다 가장 어두웠던 날 국가가 자신을 어떻게 대했는지 기억할 것이다. 부디 그 기억이 상처나 분노가 아닌 신뢰와 희망일 수 있도록 노력해 줬으면 한다.
박 : 저도 검사로서 보람 있었고 더할 나위 없이 열심히 했다고 생각한다. 또 뜻하지 않게 이렇게 정치권에 와서도 검찰개혁 법안을 추진하고 마무리하게 돼 감회가 남다르다. 사실 원래대로면 이름 없는 검사로 평범하게 일하다 그만두고 변호사로 살았을 것이다. 이것 또한 운명 같기도 하다. 검찰청은 사라지지만 검사는 그대로 남는다. 국민을 위해 사건과 수사 기록을 제대로 보고, 충실히 공소를 제기하고, 범죄 피해자를 위해 공소 유지를 잘해주길 바란다. 저 또한 남은 국회의원 임기 동안 이 시스템이 잘 정착할 수 있도록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
- 여전히 많은 과제가 남아 있지만 검찰개혁이 일단락된 상황에서 이후 삶의 목표나 방향성을 묻고 싶다.
박 : 이제 좀 잊히고 싶다. 평범한 변호사로서 성실하게 그 일상을 이어가는 게 제 꿈이다. 국회의원 임기 후 그렇게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남은 임기 동안 검찰개혁 관련 제도가 잘 안착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그 뒤엔 변호사 사무실과 그 옆에 빵 굽는 냄새가 나는 빵집을 차리고 싶다(웃음).
- 그 꿈을 이룰 수 있을까. 정치권에 있으니 이후에도 이런저런 요구가 있지 않나.
박 : 꿈은 이루어진다(웃음). '윤석열 검찰'이 끝나면서 저에 대한 정치적 수요는 이제 없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너무 전력으로 질주했다.
서 : 미투 후 벌써 9년이 다 돼간다. 당시 검찰에선 '정치하려고, 유명해지려고 저런다'는 음해가 극심했다. 그래서 나는 '보란 듯이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고 결심했었다. 제가 이미 여러 번 책을 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책조차도 아직 한 번도 쓰지 않았다. 이제 검찰이 사라졌으니 그동안 어떤 일이 있었는지 기록할 필요가 있을 것 같아 처음으로 책을 출간할 예정이다. 나는 평온하고 고요한 삶을 사랑하는 사람이다. 나와 소중한 사람을 지켜내면서 하루하루가 마지막 날인 듯 행복할 일상을 살아가고 싶다. 내 자리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해나가면서.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서지현 전 검사검사 출신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오른쪽)과 서지현 전 검사가 7일 서울 종로구 오마이뉴스 사무실에서 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한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이정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