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낙동강네트워크와 환경운동연합, 보철거를위한금강낙동강영산강시민행동이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환경운동연합 열린공간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낙동강과 수도권 주민들의 소변에서 녹조독소인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며 정부에 즉각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 유성호
여름철 강물을 짙은 초록빛으로 물들이는 녹조의 독소가 물과 공기를 넘어 우리 몸속에서도 검출됐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낙동강 수계뿐만 아니라 수도권 지역 주민의 소변에서도 독성 물질인 마이크로시스틴이 확인됐는데, 관련 조사를 진행한 교수들과 환경단체는 정부 차원의 해법을 촉구했다.
낙동강권·수도권 대상 녹조 독소 검사해보니...
낙동강네트워크, 보철거를위한금강낙동강영산강시민행동, 환경운동연합은 11일 서울시 종로구 환경운동연합 열린공간에서 전문가들과 기자회견을 열어 '녹조 발생 인근 주민의 비강·소변에서 독소·남세균(조류) 검출에 관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계명대 동산병원 김동은 교수 연구팀이 총괄을 맡고, 녹색병원 환경성질환센터장인 서울대 백도명 명예교수, 녹조 권위자인 경북대 이승준 응용생명과학과 교수 등이 참여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기간은 지난해 8월부터 올해 2월까지로, 그 대상은 낙동강 유역과 수도권 등 녹조 발생 수계 인근 주민 성인 93명(시료 총 150건)이다. 각각 비강과 소변 시료를 수집해 냉동·냉장 보관하고, 이를 엘리사(ELISA) 또는 LC-MS/MS 등의 방법으로 분석했다.
공개한 결과만 놓고 보면 충격적이다. 전체 소변 시료 150건 가운데 19.3%에 해당하는 29건에서 MC-LR, MC-YR, MC-RR 등 3종의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 일부 참여자에게선 두 종류 이상이 확인됐다. 가장 많은 건 간독성으로 세계보건기구 산하 국제암연구소가 발암물질(Group 2B)로 지정한 MC-LR(24건)이었다.

▲낙동강네트워크와 환경운동연합, 보철거를위한금강낙동강영산강시민행동이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환경운동연합 열린공간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낙동강과 수도권 주민들의 소변에서 녹조독소인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며 정부에 즉각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참석자들이 낙동강의 녹조 상황을 영상으로 확인하고 있다. ⓒ 유성호
▲환경단체 "녹조 독소, 주민 소변서 검출됐다. 정부는 대책 마련하라"
유성호
더 큰 문제는 낙동강 유역만으로 한정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역별로 경기도권 소변 시료 60건 중 12건(20%), 낙동강권 90건 중 17건(18.9%)에서 독소가 확인됐다. 세부적으로 고령과 대구, 부산, 창녕, 창원부터 수원, 의왕, 평택 등이 포함돼 있다.
브리핑에 나선 백도명, 이승준 교수 등은 수질을 넘어 환경보건 사안으로 녹조 사태를 인식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꼬집었다. 독소 검출이 하천이나 저수지에 머물지 않고, 인근 주민의 인체 노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직접 파악했기 때문이다.
유해 남세균이 뿜어내는 마이크로시스틴은 미량이어도 독성이 발현해 미국이나 프랑스 등에선 기준을 강화하는 추세다. 김동은 교수는 병원 진료 일정으로 현장에 참석하진 못했지만, 전화로 우려를 전했다.
<오마이뉴스>와 전화통화에서 이 독소가 신경계, 생식 세포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짚은 김 교수는 "(우리나라는 해외와 달리) 제대로 된 기준이 아직 마련되어 있지 않다"라며 "특히 민간 차원의 조사엔 한계가 있어 정부 주도로 시기·장소별 실태 조사를 시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교수들과 함께한 환경단체 활동가들도 이번 조사 결과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임희자 낙동강네트워크 공동집행위원장 등은 시료를 채수하면서 경험한 녹색 강물과 악취 상황을 보고했고, 정상래 부산환경운동연합 상임대표는 "사회적 재난 상황"의 대책을 언급했다.

▲기후에너지환경부가 기록적 폭염과 가뭄으로 녹조가 확산하자 지난달 30일부터 순차적으로 낙동강 보 일부의 수문을 개방했다. 하지만, 목표치보다 수위와 시간을 줄이면서 효과가 미비했다. 되레 일부 구간은 유해 남조류 수치가 크게 치솟았다. 지난 3일 함안보 개방 이후 남지철교의 모습. ⓒ 임희자
터져 나온 목소리도 김 교수와 같았다. 이들은 "녹조 정책이 여전히 원수와 먹는 물의 검출 여부를 확인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라며 "시민사회와 연구진이 2022년부터 공기 중 녹조 독소(에어로졸 형태), 2024년 비강·비인두로 조사 범위를 넓히는 동안 정부는 이 결과를 부인하거나 재검증을 요구하는 방식으로만 대응하고 있다"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정부, 위험 축소 아닌 피해 예방 우선해야"
정책 자체가 이제 달라져야 한다는 점도 당부했다. 정 대표는 "위험 가능성을 축소하는 게 아닌 주민 노출을 줄이고 피해를 예방하는 것이 정부가 해야 할 일"이라며 "기후부, 농림축산식품부, 농어촌공사, 지방정부 등으로 관리 주체가 다르단 이유로 책임을 떠넘기지 말고 범부처 차원 대응체계를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국회에선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 의원들이 이 사안을 살펴보고 있다. 환경운동연합은 이날 기자회견 공동 주최자로 더불어민주당 이용우, 조국혁신당 서왕진, 진보당 정혜경 국회의원 이름을 언론에 공지했다.
이들 가운데 이용우 의원은 상임위 차원의 검토 입장을 밝혔다. 이 의원은 "녹조 고질화에 더해 이제는 비강에서 소변까지 독소가 검출되고 있다. 환경적 문제를 넘어 상당히 위험한 상황"이라며 "전향적인 대책 논의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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