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청 덕천서원에 만개한 배롱꽃 ⓒ 김숙귀
계속되는 극한 더위에 몸도 마음도 지쳐간다. 그나마 이 뜨거운 여름에도 꽃을 피우는 배롱꽃을 보며 마음을 달래보려 지난 10일. 이번에는 또다른 배롱꽃 명소, 산청 덕천서원에 갔다.
경남 산청군 시천면에 있는 덕천서원은 남명 조식의 학문과 덕행을 기리기 위해 선조 9년(1576년)에 제자들이 세운 사액서원이다. 사액서원이란 나라에서 서원의 명칭과 서적, 노비 등을 내린 국가 공인의 서원을 말한다.

▲지붕을 덮을 듯 풍성하게 피어난 배롱꽃 ⓒ 김숙귀
서원 앞에는 홍살문과 수령 435년이 된 은행나무가 서 있다. 은행잎이 노랗게 물드는 가을에도 사람들의 발걸음이 잦다고 한다. 서원 마당에 들어서니 우람한 배롱나무들이 풍성하게 꽃을 피우고 서있었다.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는 기와지붕과 그 위로 쏟아질 듯 흐드러지게 핀 배롱꽃이 한 폭의 동양화를 연상하게 한다.

▲제향을 올리는 사당인 숭덕사 ⓒ 김숙귀
서원의 중심건물 서까래에 경의(敬義)당이라는 현판이 걸려있다. 경의(敬義)는 남명학문의 중심이다. 항상 자신을 다스리고 마음을 가다듬는다는 것이 경(敬)이고, 옳은 일을 위해서는 자신의 이익보다 정의를 먼저 실천해야 한다는 것이 의(義)라는 것이다.
선생은 배운 것을 행동으로 옮겨야 진정한 학문이라고 가르쳤다. 선생의 가르침을 받은 홍의장군 곽재우, 김면, 정인홍이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의병장으로 나섰다.

▲산천재마당에 천황봉 능선을 뒤로 하고 피어있는 배롱꽃. ⓒ 김숙귀
다시 서원과 3분 거리에 있는 산천재에도 들렀다. 남명 조식 선생은 61세 되던 때, 천황봉이 바라다 보이는 이곳에 산천재를 세우고 머물며 학문과 후진 양성에 노력했다. 마당 한가운데 여전히 단아한 남명매가 서 있고 배롱나무 몇 그루가 붉은 꽃을 피우고 있다. 마당에 서서 천황봉을 바라보며 잠시 머물렀다.

▲산천재 맞은 편 남명기념관에 서있는 남명선생의 조형물 ⓒ 김숙귀
산천재 맞은 편에 있는 남명기념관에 들어섰다. 마당 한쪽에 남명 선생께서 당당한 모습으로 서 계신다. 곁에는 명종이 단성현감으로 제수했으나 사직을 청하며 쓴 단성현감사직소 전문이 비석에 새겨져 있다. 예전에 한 번 읽은 적이 있지만 뙤약볕 아래에 서서 다시 읽었다.

▲명종이 제수한 단성 현감을 사직하며 남명 조식이 쓴 단성현감사직소 ⓒ 김숙귀
왕정시대, 왕을 향해 '대비께서는 구중궁궐 한 과부에 지나지 않고 전하께서는 한낱 나이 어린 고아일 뿐입니다'라고 직언할 수 있는 강인한 기개가 참으로 대단하고 존경스럽다. 붉은 배롱꽃처럼 올곧은 선비였던 남명 조식의 정신을 새삼 되돌아보는 뜻깊은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