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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각수 잎이나 뿌리가 오리 발바닥을 닮았다 해서붙여진 이름. 2026년 2월 천연기념물로 지정
압각수잎이나 뿌리가 오리 발바닥을 닮았다 해서붙여진 이름. 2026년 2월 천연기념물로 지정 ⓒ 문운주

지난 8일, 프랑스 화가들의 작품을 보고 전시장을 나왔다. 문화제조창에는 아직 둘러볼 곳이 남아 있다. 이번에는 지역 작가들의 작품을 찾아간다. 이름난 작가들의 작품과는 또 다른 볼거리다. 지역에서 이어온 문화와 장인의 솜씨를 작품에서 만날 수 있다.

작가의 활동 무대보다 작품에 담긴 생각과 손끝의 기술을 만나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다. 일정은 촉박했지만, 충북 청년 명장들의 작품과 '직지의 도시' 청주에서 열리는 특별전 '손의 감각-세계의 결'까지 관람을 이어간다.

충북청년명장 기술발표전시회

김상문/도자 흙으로 빚은 한 폭의 산수화
김상문/도자흙으로 빚은 한 폭의 산수화 ⓒ 믄운주

이수영/목칠 화초장
이수영/목칠화초장 ⓒ 문운주

2026년 7월 14일부터 8월 23일까지 열리는 '충북청년명장 기술발표전시회'는 지역의 젊은 명장들이 갈고닦은 기술과 작품을 소개하는 자리다. 도자와 목칠 등 다양한 작품에서 전통 기술을 이어가는 장인들의 솜씨와 새로운 시도를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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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문 작가의 도자 작품 앞에서 잠시 멈췄다. 크고 작은 기형(器形)이 한데 어우러진 모습에서 겹겹이 이어지는 산봉우리와 능선을 떠올랐다. 도자 표면의 흙빛과 먹빛은 산의 능선을 닮았다. 흰 여백에 자리한 작은 새 한 마리가 한 폭의 산수화에 생기를 불어넣은 듯했다.

그릇은 무언가를 '담는' 기물이다. 김상문의 작품은 그 쓰임을 넘어 산과 구름, 새와 바람까지 품는다. 평면에 그린 산수화가 아니라 흙으로 빚어 공간에 세운 입체 산수화를 보는 듯하다.

이수연 작가의 목칠 작품 〈대비〉에서는 밝은 목재와 짙은 목재의 대비가 인상적이다. 서로 다른 나무의 색으로 화초장의 구조와 면을 나눴지만 전체 형태는 단정하고 균형이 잡혀 있다.

문과 서랍에는 금속 장식이 목재와 어우러졌다. 하단에는 석등에서 볼 수 있는 연잎 문양을 새겼다. 전통 화초장의 형태를 살리면서 목재의 색과 면을 활용해 현대적인 감각을 더했다는 점도 흥미로웠다.

밝음과 어두움, 전통과 현대가 한 작품 안에서 만났다. 오랜 기술을 그대로 재현하는 데 머물지 않고 오늘의 감각으로 풀어낸 장인의 솜씨를 확인할 수 있었다.

충북 청년 명장들의 작품을 둘러본 뒤 '손의 감각-세계의 결' 전시가 열리고 있는 본관 3층, 한국공예관 갤러리6으로 향했다. 재료와 표현 방식은 달랐지만 작품마다 사람의 손으로 자르고 다듬고 엮은 흔적이 남아 있다. 나무와 천, 실과 매듭 등 서로 다른 재료의 결을 비교해보는 재미도 있다.

손의 감각, 세계의 결

유시라 그것을 묶음으로 부재의 회향
유시라 그것을 묶음으로부재의 회향 ⓒ 문운주

'손의 감각-세계의 결'이라는 전시 제목이 앞서 본 장인들의 작품과 겹쳐졌다. 재료를 자르고 다듬고 엮어 하나의 형태를 만드는 과정에는 결국 사람의 손길이 있다. 작품마다 남은 손의 흔적과 재료의 서로 다른 결을 생각하며 전시장을 둘러보았다.

흰 벽 앞에는 가느다란 나뭇가지들이 공중에 매달려 있다. 가지마다 흰 천 조각 같은 재료가 묶여 있고 군데군데 붉은 매듭도 보였다. 여러 갈래로 뻗은 가지에서는 겨울나무 숲이 떠올랐고, 흰 조각들은 바람에 흔들리는 깃발처럼 보였다.

유시라 작가의 〈그것을 묶음으로-부재의 회향〉이다. '묶는다'는 말의 의미를 생각해보았다. 흩어진 것을 잇고 떨어진 것을 연결하는 행위가 아닐까. 가느다란 가지와 그 사이를 잇는 매듭에서 곁에 없는 존재와 흩어진 기억을 하나씩 이어놓은 듯한 느낌을 받았다.

조명이 만든 그림자도 인상적이다. 공중에 매달린 가지와 벽에 드리운 그림자가 겹치면서 작품은 벽 너머로 이어지는 듯하다. 실체는 공중에 있고 그림자는 벽에 남는다. 보이지 않는다고 모두 사라지는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

본관 4층에는 한국공예관과 공예학교가 한 공간에 자리하고 있다. 완성된 작품을 감상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공예를 배우고 직접 만들어볼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문화제조창이 전시 공간을 넘어 시민들이 공예를 가까이에서 접하는 생활문화 공간이라는 사실도 확인할 수 있었다.

청주 시립도서관
청주시립도서관 ⓒ 문운주

청주첨단문화산업단지 1
청주첨단문화산업단지1 ⓒ 문운주

5층에는 도서관이 있다. 책장 사이에서 책을 읽거나 자료를 찾는 시민들의 모습은 전시장과 또 다른 풍경을 만든다. 한때 담배를 만들던 공장에서 이제는 작품을 감상하고 공예를 배우며 책까지 읽을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도서관을 끝으로 문화제조창 관람을 마쳤다. 전시와 공예, 배움과 휴식의 공간이 한 건물 안에 어우러져 있다. 옛 생산시설이 시민들의 문화공간으로 바뀐 모습을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밖으로 나오니 '청주첨단문화산업단지'라는 이름이 눈에 들어온다. 첨단산업단지가 아니라 '첨단문화산업단지'다. 산업 공간에 문화와 예술, 콘텐츠를 더해 새로운 도시 공간으로 바꿔가는 청주의 변화를 그 이름에서도 읽을 수 있다.

문화제조창을 뒤로하고 청주 여행의 마지막 행선지인 구도심으로 향했다.

정곡루 조선시대 충청병영의 출입문이었던 충청도병마절도사영문
정곡루조선시대 충청병영의 출입문이었던 충청도병마절도사영문 ⓒ 문운주

"청주 압각수를 지켜주세요."

중앙공원에는 900년 역사를 간직한 은행나무 '압각수(鴨脚樹)'가 서 있다. 잎 모양이 오리발을 닮아 붙은 이름이다. 고려 말 큰 홍수 때 청주옥에 갇혀 있던 이색 등이 이 나무에 올라 목숨을 구했다는 이야기도 전한다. 주변에는 음식물 등으로 나무를 오염시키지 말자는 '청주 압각수를 지켜주세요'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중앙공원이 자리한 성안동 일대는 한때 청주의 행정과 상업 중심지였다. 도시가 외곽으로 확장되면서 원도심 공동화 현상을 겪었지만, 최근에는 역사·문화 자원을 활용한 도시재생과 원도심 활성화가 이어지고 있다.

중앙공원 그늘 아래에서는 어르신들이 윷놀이와 바둑, 장기를 즐기며 더위를 식힌다. 옛 관아의 누각과 문화유산을 둘러보니 어느덧 돌아갈 시간이다. 미술관에서 시작한 여정은 옛 담배공장을 거쳐 청주 구도심까지 이어졌다. 청주의 예술과 역사, 사람들의 일상까지 두루 만난 피서 겸 문화여행이었다.

#청주#중앙공원#압갑수#한국공예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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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보며 삶의 의욕을 찾습니다. 산과 환경에 대하여도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미래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고 싶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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