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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8.11 10:40최종 업데이트 26.08.11 10:40

싸목싸목 짓는 시골 작은배움터

[작은배움숲 3] 이제는 '살림'을 보자

지난 7월 30일 새벽부터 길을 나서서 전남 장흥군 '폐교활용 마을학교'인 용산중학교를 다녀왔습니다. 장흥군은 폐교를 살려서 <함성행복배움터>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열어서 알차게 꾸려갑니다.

고흥에 아직 모두 작은 힘이지만 '고흥마을대학'과 '온마을학교'와 '사람책도서관' 같은 민간단체가 있습니다. 이러한 민간단체는 고흥군민으로서 배움자리를 펴려는 분들이 뜻을 모아서 차근차근 이어갑니다. 세 군데 일꾼 분들과 함께 전남 장흥군 모범사례를 찾아보고 이야기를 듣고 도움말도 들으면서, 고흥에서 앞으로 어떻게 가시밭길 같아도 '새길(새롭게 열 공동체교육)'을 찾을 만할까 하고 헤아리는 하루를 보냈습니다.

<함성행복배움터> 김영효 대표님 말씀을 들어보니, 장흥군청과 장흥교육지원청 두 곳에서 먼저 제안을 해서 '폐교활용 계획설계 및 운영관리'를 부탁했다고 합니다. 이러면서 장흥군청과 장흥교육지원청 두 곳은 해마다 교육프로그램 계획설계 및 운영관리 비용으로 이곳에 4억 원씩 지원한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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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흥군은 고흥군과 대면, 인구나 학교는 1/2입니다.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장흥 출신이라는 보람을 앞세운다는 뜻도 있지만, 이보다는 군단위 시골에서 폐교활용을 하는 모범사례이자 선진사례라고 느낍니다. 먼저 군청과 교육지원청이 "지역에서 오래 활동한 개인과 단체"한테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운영하고 관리하라고 맡기면서, 군청과 교육지원청은 뒤에서 행정지원과 예산지원만 하는, 이러한 길을 앞으로 고흥군과 다른 군단위 모든 곳에서 배워야 하리라고 느낍니다.

또한 <함성행복배움터>를 이끄는 김영효 님은 '장흥 토박이'가 아닌 '함평 출신'이라지요.

 장흥군 '함성행복배움터'
장흥군 '함성행복배움터' ⓒ 최종규
 장흥군 '함성행복배움터' 앞에는 기찻길이 있다. 철거할 '폐 기찻길'을 옮겨놓았다고 한다.
장흥군 '함성행복배움터' 앞에는 기찻길이 있다. 철거할 '폐 기찻길'을 옮겨놓았다고 한다. ⓒ 최종규

<함성행복배움터>는 읍내에서 한참 멉니다. 그러나 <함성>에 드나드는 어린이와 청소년한테는 장흥군·장흥교육지원청에서 '교통편 제공'을 무료로 한다더군요. 시골에서는 시골버스와 택시가 어린이와 푸름이를 이어주는 발 노릇을 합니다. 그렇기에 고흥군에서도 폐교활용을 할 적에는 군청·교육지원청에서 어린이와 푸름이한테 '택시비 지원(교통편 제공)'을 해주면, 아무리 읍내나 면소재지에서 먼 곳에서 폐교활용을 하더라도 그리 어렵거나 걱정할 일이 없습니다(저희는 이런 사항도 고흥군과 고흥교육지원청 관계자한테 여태 말했으나, 고흥에서는 실현되지 않았습니다). 시골마을에 문화예술터전을 마련할 적에는 서울과 다른 눈으로 보면서, 시골 어린이와 푸름이가 손쉽게 다가서는 길을 열면 됩니다.

그런데 <함성행복배움터>로 삼은 폐교인 용산중학교는 '안전검사 D등급'을 받았다고 하더군요. 그러나 장흥교육지원청은 이곳을 고쳐쓸 수 있는 만큼 고쳐쓰는 길을 갑니다. 장흥군청·장흥교육지원청은 올해 '2차 학교복합시설사업 공모'에 넣어서 교육부 지원으로 120억 원을 받아서 앞으로 새 건물을 지어, <함성행복배움터>를 한결 알차게 꾸려갈 정책을 마련한다고도 합니다.

 '함성행복배움터' 골마루. 건물등급이 낮건 높건, 시골 어린이와 푸름이한테는 하나하나 고맙고 뜻깊은 배움숲이 될 수 있습니다.
'함성행복배움터' 골마루. 건물등급이 낮건 높건, 시골 어린이와 푸름이한테는 하나하나 고맙고 뜻깊은 배움숲이 될 수 있습니다. ⓒ 최종규
 '함성행복배움터' 한켠. 시골에서 폐교를 살려쓰는 모든 분은 이곳이 '숲'인 줄 느끼게 마련입니다. 배움숲이요 놀숲(놀이숲)이고 책숲입니다.
'함성행복배움터' 한켠. 시골에서 폐교를 살려쓰는 모든 분은 이곳이 '숲'인 줄 느끼게 마련입니다. 배움숲이요 놀숲(놀이숲)이고 책숲입니다. ⓒ 최종규

저는 고흥군에서 폐교인 흥양초등학교를 빌려서 <숲노래 책숲>이라는 이름으로 도서박물관으로 꾸립니다. 저희가 빌린 폐교는 '안전검사 C등급'을 받았다고 합니다. 고흥교육지원청에서는 '안전검사 C등급'이기 때문에 빨리 철거해야 한다고만 밝힙니다만, 고흥과 맞닿은 이웃 장흥만 보아도 '안전검사 D등급'이어도 고쳐쓸 곳은 알뜰히 고쳐쓰면서 "먼저 지역을 살리고 지역 어린이와 푸름이한테 이바지하는 프로그램 계획과 운영과 관리"를 돕는 길부터 마련합니다. 새건물을 짓더라도 하루아침에 올라서지 않습니다. 새건물을 짓는 동안 문화예술터전을 없앨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안전검사 D등급'이 문제가 아니라고 느낍니다. 나중에 새건물을 지으려면 짓더라도, 그동안은 이 헌집(폐교)을 요모조모 고쳐 교육생활역사를 고스란히 드러내는 터전으로 삼을 만합니다. '안전검사 등급'을 모르는 척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교육과 문화와 예술이란, 역사와 생활과 정책이란, '등급제'를 넘어서는 길을 볼 노릇입니다. 지역문화와 지역교육역사가 모든 곳에 담긴 곳을 섣불리 철거해서 없애버리면, 시골마을 사람들이 살아온 나날도 하루아침에 먼지가 됩니다.

 책을 품는 책숲이란 무엇일까요. 책이 낡아서 버릴 수 있지만, 책에 손때(손길)가 깃들기에 더 고이 품으면서 아이들한테 새롭게 책빛을 물려줄 수도 있습니다.
책을 품는 책숲이란 무엇일까요. 책이 낡아서 버릴 수 있지만, 책에 손때(손길)가 깃들기에 더 고이 품으면서 아이들한테 새롭게 책빛을 물려줄 수도 있습니다. ⓒ 최종규

충청북도에서 90년 된 충북도청을 되살린 <그림책정원 1937>도 있습니다만, 장흥군은 이미 다른 '살려쓰기(재활용)' 보기를 보여주었습니다. 장흥군에는 '장흥교도소'가 있었는데, 이 장흥교도소를 내부까지 하나조차 바꾸지 않고서 살려내어 2025년에 <빠삐용zip>이라는 이름을 붙인 문화예술공간으로 탈바꿈했습니다. 교도소를 옛모습 그대로 남기고 살렸기에, <빠삐용zip>(장흥교도소)은 국내에서 '감옥'이 나오는 영화를 찍을 적에 다 그곳에 가서 찍는다고 합니다. 지난 2025년 4월에 <빠삐용zip>을 누구한테나 열어놓는 날에 '크라잉넛'과 '노브레인' 같은 노래두레가 찾아와서 장흥군민이 '교도소에서 춤추며 노는 잔치'를 벌이기도 했습니다.

그러고 보면, 우리나라 서울역과 서울시청은 더 오래되었는데도, 굳이 철거를 하지 않습니다. 원형과 외관을 고스란히 살려서 역사문화시설로 삼습니다. 저희가 고흥에서 빌려쓰는 '흥양초등학교'라는 폐교도, 낡았으면 낡은 대로 원형유지를 해서 내부를 조금 손 보면 문화 시설로 남길 수 있겠지요.

저는 2025년 한 해를 부산에서 상주작가로 지냈는데, 이때에 < F1963 >에서 '책방지기의 미술관'이라는 도서전시회 한자리를 함께 기획해서 차렸습니다. 저는 '함께책 100'이라는 이름으로 어린이와 어른이 두고두고 함께 읽을 책 100가지를 뽑아서 4행시로 소개글을 붙이는 전시기획과 설치를 했습니다. 그런데 부산에 있는 < F1963 >은 1963년에 생긴 공장을 '공장 외형과 내관'을 거의 손대지 않고 살려서 마련한 예술전시공간이라고 합니다.

 고흥에 있는 <숲노래 책숲> 골마루. 이제는 책꽂이를 들일 빈틈이 모자라서 책더미를 쌓는다.
고흥에 있는 <숲노래 책숲> 골마루. 이제는 책꽂이를 들일 빈틈이 모자라서 책더미를 쌓는다. ⓒ 최종규
 <숲노래 책숲> 한켠. 책꽂이를 들일 틈이 모자라서 책을 수북수북 쌓지만, 책더미를 살펴볼 수 있는 책숲도 즐거울 수 있겠다고 느낀다.
<숲노래 책숲> 한켠. 책꽂이를 들일 틈이 모자라서 책을 수북수북 쌓지만, 책더미를 살펴볼 수 있는 책숲도 즐거울 수 있겠다고 느낀다. ⓒ 최종규

전국적으로 오래된 방치시설과 유휴시설을 문화공간으로 살려 쓰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새 건물만이 사람들의 발걸음을 끄는 것은 아닙니다. 오래된 건물에 깃든 역사와 이야기를 그대로 살리는 것 역시 중요한 문화자원이 될 수 있습니다.

새집이 나쁠 일이란 없습니다. 날마다 새 책이 나오듯 새집도 지어야지요. 그러나 새 책만으로는 책의 세계가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이미 오래전에 쓰인 괴테와 헤세, 윤동주와 백석의 글도 우리는 '새로운 빛'으로 맞아들이며 읽습니다.

 <숲노래 책숲>은 건물 바깥에 알림판을 붙일 수 없어서, 안쪽에 손글씨로 작게 알림판을 놓았다.
<숲노래 책숲>은 건물 바깥에 알림판을 붙일 수 없어서, 안쪽에 손글씨로 작게 알림판을 놓았다. ⓒ 최종규

이런 테두리와 얼거리에서, 전남 고흥에 있는 저희 <숲노래 책숲>은 국어사전을 짓는 발판이자, 오래된 폐교를 싸목싸목 새롭게 살리는 문화예술교육터전이자, 인구소멸위기 시골 군단위에서 '큰씨앗'이 아닌 '작은씨앗'을 한 톨씩 심는 길을 갈 수 있습니다. 고흥군청과 고흥교육지원청은 폐교를 슥 철거해서 없애는 길을 이제는 그만두고서, 작은배움숲으로 되살려서 새롭고 즐겁게 가꾸는 길을 함께 나아갈 수 있습니다.

참말로 아름드리숲을 이룬 모든 곳은 작은씨앗 한 톨이 처음 깃들면서 천천히 퍼져서 푸르게 빛납니다. 고흥군에서 큰돈을 들여서 큰집을 세우는 큰일을 한켠에서 해본다면, 다른켠에서는 작은집과 작은마을과 작은사람과 작은씨앗을 눈여겨보면서 작은숲을 지을 만합니다. 오래집(오랜 역사가 깃든 건물)과 오래책(오랜 삶내음이 깃든 책)을 눈여겨보면서 찬찬히 피어나기에 마을숲이 아름다울 테니까요.

 시골에서 폐교를 책마루숲(도서박물관)으로 삼은 지난 16년 동안 온갖 책을 써냈다. 숲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즐겁게 배우면서 천천히 쓰면 된다.
시골에서 폐교를 책마루숲(도서박물관)으로 삼은 지난 16년 동안 온갖 책을 써냈다. 숲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즐겁게 배우면서 천천히 쓰면 된다. ⓒ 최종규
 낱말을 살펴서 낱말책을 짓는 작은배움숲인 <숲노래 책숲>에서는 으레 '낱말놀이'를 하면서 '글놀이꽃(시창작교실)'을 연다.
낱말을 살펴서 낱말책을 짓는 작은배움숲인 <숲노래 책숲>에서는 으레 '낱말놀이'를 하면서 '글놀이꽃(시창작교실)'을 연다. ⓒ 최종규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베이비뉴스에도 실립니다.전남 고흥에 깃든 '작은배움숲(폐교활용 도서박물관)' 이야기입니다. 고흥교육지원청은 이곳이 오래되었기에 철거해야 한다고 여기지만, 오랜 살림빛을 품은 곳이기에 손질하고 고쳐서 시골 어린이와 푸름이와 모든 이웃하고 푸른씨앗을 나누는 배움숲으로 작게 가꿀 수도 있습니다.


#폐교#작은배움숲#흥양초#최종규#전남고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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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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