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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환갑인가 싶었는데 벌써 예순 두 살. 요양보호사로 일하며 나이듦에 대한 이야기를 씁니다.
'내 삶의 목표가 '복지부동(伏地不動)'인데, 아침에 출근할 때마다 오늘도 묻어가자 하고 나오는데,
아~, 오늘도 불태우고 말았네.'

하루 근무가 끝나고 자조적으로 내뱉곤 하는 말이다.

고달픈 프리랜서의 생활을 정리하고 요양보호사로 취업을 각오했을 때 가장 큰 이유가 되었던 건, '연세가 된 나이' 였다. 그리고 그런 내 형편에 맞춰 상대적으로 일이 덜 힘들다는 요양원을 찾았다. 환갑도 지났으니, 납작 엎드려 무리가 가지 않게 살자는 게 내 모토였다. 그런데 이곳에서 일한 지 어언 1년 여, 월급 루팡에 복지부동은 웬걸, 어쩌면 나는 내 생애 그 어느 때보다도 활동적으로 지내고 있는 듯하다.

 요양보호사로 일한 지 1년. 마흔의 나라면 상상도 할 수 없을 그런 나날을 보내고 있다. AI생성 이미지
▲요양보호사로 일한 지 1년. 마흔의 나라면 상상도 할 수 없을 그런 나날을 보내고 있다. AI생성 이미지 ⓒ 오마이뉴스

마흔 무렵부터 수족 냉증에 체력 저하로 힘들어 했었다. 조금만 움직여도 힘들어서 몸살을 앓곤 했었다. 가사 일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하는 일이 책을 보고, 수업을 하는 정도, 딱히 과격하게(?) 움직일 만한 일이 없었으니 체력이 키워질 일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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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 중반 쯤 이었나 지인과 함께 드라마 한 편을 써보자 의기투합하며 고군분투하다, 졸지에 허리 디스크가 생겨 오랫동안 고생하기도 했었다. 아픈 걸로 따지자면 가끔 주변 사람들과 아픈 얘기를 하다, 따지고 보니 온 몸에 안 아픈 데가 없구나 하며 실소를 하게 될 정도로, 머리 끝부터 발끝까지 안 아픈 데를 찾는 게 더 쉬울 정도의 '약골'인 처지였다.

그런데 요양원에서 일을 하기 시작했을 때 우선 무색해 진 것이 '연세'였다. 이곳에서는 내 나이를 '연세'라고 내세울 수가 없었다. 나에 앞서 이곳에서 일하시던 분들은 거의 대부분 나보다 연세가 많으셨다.

내가 일하는 곳은 명목 상으로는 정년이 있지만 본인만 원한다면 계약직으로 계속 이 직업을 이어갈 수 있고, 그래서 풍문에 따르면 70세인 분도 여전히 활발하게 일하고 있는 중이시란다. 물론 최근 들어 새로 들어오는 신입들은 50대인 경우가 많지만, 여전히 비율로 따지면 60대, 60대 중반 이상이 더 많은 게 현실이다.

그러니 63세 신입이 어디서 '연세'를 내밀겠는가. 선배들 따라 아침부터 퇴근까지 열심히 달릴 수 밖에. 내가 일하는 층은 1호에서 7호까지 길게 늘어선 구조로, 하루 종일 일하다 보면 그곳을 열번도 더 오가게 된다. 걸음 수로만 따지자면 만보를 훌쩍 넘기기 십상이다.

어디 걷기 뿐인가. 기저귀 가는 건 기본, 물론 혼자 하는 건 아니지만 상황에 따라 어르신들을 옮겨 휠체어에 앉혀 이동하고, 하루 세 끼 식사를 나르고 식사가 담겼던 식카를 옮기는 것도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일이다.

며칠 전에는 환경 미화도 했다. 아니 학교도 아니고 무슨 환경 미화? 어수선한 실내 환경을 정비하기 위해 어르신들 병실도 바꾸고, 곁에 있는 작고 큰 물품 수납장(상두대)을 이리 저리 옮기는 일이었다. 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막상 해야 한다니 동에 번쩍, 서에 번쩍 그 무거운 수납장을 들어 옮기고 있었다.

그런 나날들을 보내고 있으니 하루가 지날 때쯤 '오늘 하루로 하얗게 불태웠다'는 소리가 절로 나오게 되는 거다. 열렬히 움직이다 보면 가끔 내 안에서 'fire~~' 하면서 BTS의 <불타오르네>가 배경음악처럼 흐른다. 마흔의 나라면 상상도 할 수 없을 그런 나날을 보내고 있으니, 참 인생이란 알 수 없는 거다.

 전설의 여배우 모임
▲전설의 여배우 모임 ⓒ 김영옥유튜브채널

얼마 전 유튜브에서 흥미로운 영상을 마주했다. 최고령 연예인으로 선우용녀님이 유튜브를 개설하자, 그 후 얼마 뒤, 더 고령이신 김영옥님이 유튜브의 주인공으로 등장했다. 오랫동안 드라마에서 감초로 활약하셨던 김영옥님답게 오랜 지인인 여배우들과 함께 하는 영상이 자주 올라오곤 하는데, 그 중 하나가 지난 2월 업로드된 '전설의 여배우들' 모임이었다.

'전설의 여배우들'이라는 모임 명에 걸맞게 '강부자, 반효정, 김미숙, 사미자, 백수련 '등 정말 우리 드라마의 한 시대를 풍미했던 배우들이 함께 자리했다. 나이를 합치면 655세, 연기 경력으로 따지면 300년이 넘는다는 배우들, 이날은 유튜브의 주인공인 김영옥님이 밥을 사는 자리였고, 언니로서 세뱃돈이라며 백화점 상품권도 나누어 주는 정이 오가는 자리였다.

저 분들이 드라마의 주인공으로 혹은 주인공의 어머니이자 시어머니의 주된 역할로 한 시대를 끌고 갈 때 김영옥님의 존재감은 상대적으로 높지 않았다. 때로는 그분들의 자식을 돌보는 보모로, 혹은 하얀 앞치마를 늘어뜨린 부엌 어멈으로, 혹은 할머니로 조연의 자리를 지켰다. 그런데 김영옥 님은 단 한 컷의 등장 장면도 허투루 보내지 않으셨단다. 연로하신 김영옥님을 배려해서 오시지 않아도 된다 해도,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달려가서 기꺼이 그 한 장면을 찍으셨다던가.

 전설의 여배우 모임
▲전설의 여배우 모임 ⓒ 김영옥유튜브채널

1937년생, 그 분의 꾸준한 성실함이 이제 90세가 된 김영옥 님을 새롭게 빛내고 있다. 젊어서는 55세쯤 은퇴하려 했다는데, 외려 그 나이가 되니 연기도 무르익고 할 만 해졌다고. 2019년에는 '할미넴'으로 변신하여 랩 버전 욕쟁이 할머니로 변신하기도 하고, 그런 캐릭터에 힘입어 예능에 이어 유튜브의 주인공이 되었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주인공들이 이제는 추억의 존재로 저물어 가는 것과 달리, 90세의 나이에도 여전히 드라마와 예능, 심지어 유튜브를 오가며 그 존재감을 뽐내는 김영옥씨를 보며, 다시 한번 인생이란 결코 하나의 장으로 구성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김영옥씨를 90세의 노익장으로 만든 건 그녀의 삶이었다. 최근 돌아가신 남편은 오랫동안 병석에 누워 계셨고, 불의의 사고로 하반신 마비가 된 손주를 돌보는 것도 그녀의 몫이었다고 한다.

그런 기구한 삶의 운명이 그녀를 계속 일할 수 밖에 없도록 했고, 하지만 그 불운이 오늘날의 90세 현역 김영옥을 만들어 냈다. 삶은 늘 모진 풍파를 우리에게 불어 대지만, 그 바람의 조타수를 어떻게 잡아 내는가에 따라 나이가 무색하게 삶을 누릴 또 다른 길이 열리는 듯하다.

김영옥님에 비할 바는 아니겠지만, 요양원에서 일하시는 분들에게도 저마다 사정이 있으실 것이다. 나부터도 이 나이에 돈을 벌어야 하는 처지가 아니라면 굳이 환갑 넘어 이곳을 찾지는 않았을 것이다. 저마다의 사정으로 이곳에 왔지만, 이곳에서 일을 하는 순간 만큼은 그 '처지'는 차치하고, 직업인의 달란트로 종횡무진한다.

60대의 나이 따위, 바람을 가르며 이 방과 저 방을 날라다니고, 그 어떤 위급한 상황에서도 당황하지 않고 노련한 경험으로 대처해 나간다. 그 순간 '연세'는 저만치 도망치고, 직업인으로 한 사람의 존재만 남는다. 얼마 전 이곳에서 생을 마감하신 어르신의 마지막 길을 잘 보내드렸더니, 그 시간을 힘들어 했던 자제 분들께서 감사하다며 작은 선물을 주셨다. 보람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여전한 현역만이 누리는 결실이다.

#늙어서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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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어서 좋아

다시 길을 떠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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