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추진 방침을 공식화한 것을 두고 농어업 관련 단체들이 일제히 성명을 내고 정부의 결정을 규탄하는 가운데, 정의당 농어민먹거리위원회도 공식 성명을 내고 이번 결정에 반대 의사를 표했다.
CPTPP는 일본과 영국, 캐나다, 호주, 멕시코 등 아시아·태평양 12개 국가가 참여하는 다자간 자유무역협정이다. 회원국 간 공산품은 물론 농·수산물 등 사실상 모든 교역 품목의 관세를 철폐하는 높은 수준의 시장 개방을 골자로 한다. CPTPP 가입은 문재인·윤석열 정부 시절에도 가입을 추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지난 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이재명 대통령에게 하반기 부처 업무보고에서 CPTPP 가입 검토를 언급했다. 김 장관은 "아세안, 멕시코 등 신규 시장을 확보하고 K-콘텐츠 소비재 수출을 가속하도록 CPTPP 가입도 검토해 나가겠다"며 "그 과정에서 농·어업계, 국회 등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정의당 농어민먹거리위원회는 성명을 통해 "이는 우리 농업을 통상협상의 제물로 바치겠다는 것과 다름없는 선언"이라며 "농산물 가격이 하락하면 농민 책임, 농산물 가격이 오르면 수입으로 대응하는 '물가 중심 농정' 기조를 유지하는 정부의 본모습이 드러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CPTPP는 단순한 자유무역협정이 아니라 농산물 시장 개방을 넘어 국가의 공공정책 전반을 구속하는 초고수준 통상협정"이라며 "한번 가입하면 되돌리기 어렵고 농정 자율성 또한 크게 제한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호민 정의당 농어민먹거리위원회 정책국장이 발언하고 있다. ⓒ 박호민
지난 8일, 박호민 정의당 농어민먹거리위원회 정책국장은 "지금 농촌은 수입 농산물 개방과 연일 이어지는 폭염으로 인해 생산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며 "농산물 가격 폭락으로 농민들은 생산비조차 건지지 못하고 갈아엎거나 폐기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오름세를 보이긴 하나 정작 수확할 작물은 많이 없기에 농민들의 사정은 여전히 어렵다"며 "정부는 말만 농민을 위한다고 할 뿐 사실상 물가 중심 농정을 이어오고 있다. 이는 결국 대한민국 농업 생산 기반을 더욱 위태로운 상황으로 몰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더불어, CPTPP 가입은 국가의 기간산업인 농업을 사실상 희생시키려는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박호민 정책국장은 CPTPP 가입을 두고 "농업을 국가의 기간산업이 아닌 '희생산업'으로 규정한 것"이라며 "정부는 수출 확대를 통한 경제적 이익을 주장하지만, 그 혜택은 대기업과 일부 산업에 집중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현재까지 줄곧 개방 비용은 농업이 고스란히 떠안는 구조가 반복됐다"며 "한·칠레 FTA, 한·미 FTA, RCEP 등 수많은 협정에서 농민들은 늘 가장 먼저 희생을 강요받았다"고 비판했다.
한편, 기후 위기와 국제 공급망 불안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 정부가 농업 기반과 식량주권을 절대 포기하면 안 된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그는 "기후 위기와 국제 공급망 불안이 일상이 된 시대에 농업 생산 기반을 스스로 약화하는 건 국가의 미래를 포기하는 것"이라며 "지금 필요한 것은 추가 개방이 아니라 농업을 국가 전략 산업으로 육성하고 식량주권을 강화하기 위한 일을 도모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정의당 농어민먹거리위원회는 농민을 협상카드로 이용하는 모든 통상정책에 끝까지 맞설 것"이라며 "농업을 희생시키는 성장에 동의할 수 없고 그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농민의 생존권과 국민의 먹거리 그리고 식량주권을 지키기 위해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