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의 침체는 이제 특정 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다. 인구 감소와 고령화, 대형 유통시설의 확산, 온라인 소비의 일상화는 지방 중소도시 상권의 구조적 변화를 불러오고 있다. 동시에 소비자들의 생활 패턴이 낮 중심에서 저녁 여가 중심으로 이동하면서, 밤 시간대 소비를 유도하는 ‘야간경제(Night Economy)’가 새로운 지역 활성화 전략으로 주목받는 추세다.
이에 <주간함양>은 국내외 야시장 성공 사례를 살펴보고, 올해 2회차를 맞은 ‘함양 한들 미니포차 야시장’이 지역 상권과 관광 활성화에 어떤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는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짚어본다.

▲이현근 함양한들상권조합 이사장 ⓒ 주간함양
'야간경제'를 활용한 상권 활성화 전략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이미 그 효과가 검증된 성공 모델이다. 국내의 경우 전주 남부시장 야시장, 부산 부평깡통시장, 강릉 월화거리 야시장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지역은 먹거리 판매 공간을 넘어, 전국 각지의 관광객들이 일부러 찾아오는 지역 필수 방문 코스로 당당히 자리 잡았다.
해외 역시 마찬가지다. 대만 타이베이의 스린야시장이나 태국 방콕의 짜투짝, 조드페어 야시장 등은 도시를 대표하는 관광 상징물이자, 야간 시간대 지역 전체 경제를 움직이는 강력한 성장 동력으로 평가받는다.
이들 성공 사례를 살펴보면 한 가지 명확한 공통점이 존재한다. 음식을 파는 1차원적 시장에 머무르지 않고, 독창적인 먹거리와 다채로운 문화 공연, 참여형 체험, 관광 요소가 긴밀하게 결합된 '복합 문화공간'으로 진화했다는 점이다. 야시장을 통해 사람을 끌어모으고, 모여든 방문객이 주변 원도심 상권으로 자연스럽게 흘러 들어가 추가 소비를 일으키는 '선순환 경제 구조'를 구축하는 것, 이것이 바로 야시장이 가진 힘이다.
함양군 역시 이러한 시대적 흐름에 발맞추어 지난해 처음 문을 연 '한들 미니포차'를 통해 새로운 변화의 씨앗을 심었다. 올해로 2년째를 맞이한 한들 미니포차는 지난 1년간의 시행착오와 운영 경험을 밑거름 삼아, 음식의 맛과 질은 물론 운영 전반의 시스템을 전면 보완하며 더욱 완성도 높은 모습으로 방문객을 맞이하고 있다.
이현근 함양한들상권조합 이사장은 "야시장의 성패를 가르는 본질은 결국 '음식의 맛과 품질'에 있다"며 "올해는 개장 전부터 먹거리의 경쟁력을 본궤도에 올려놓는 데 가장 많은 공과 시간을 들였다"고 말했다.
실제로 상권조합은 행사 개장 전부터 참여 상인들을 대상으로 총 10회에 걸치는 강도 높은 전문 음식 교육을 추진했다. 농촌진흥기관의 전문 강사진이 직접 현장에 투입되어 점포별 레시피 개선, 위생관리 기준 강화, 효율적인 조리 노하우 전수 등을 진행했으며, 각각의 상인이 자신만의 독창적인 대표 시그니처 메뉴를 완성할 수 있도록 밀착 맞춤형 컨설팅을 제공했다.
이현근 이사장은 "이미 현업에서 오랫동안 장사를 해오신 분들이지만, 전문적인 조리 기법과 재료 조합을 조금만 달리해도 음식의 완성도와 풍미가 확연히 달라진다"며 "메뉴를 만드는 기초 교육이 아니라, 기존 메뉴를 전문점 수준 이상으로 맛깔나게 끌어올리는 정교한 과정이었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철저한 사전 준비 교육의 효과는 개장과 동시에 현장에서 즉각 증명됐다. 이 이사장은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올해 출시된 음식의 수준은 100% 달라졌다고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다"며 "직접 모든 점포의 음식을 맛보았는데, 맛과 비주얼, 완성도 측면에서 눈에 띄게 향상되어 방문객들의 만족도 또한 매우 높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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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인 구성의 체질 개선과 가성비·다양성 대폭 확보
참여 상인들의 구성 체계와 모집 방식에서도 큰 변화가 일어났다. 야시장이 처음 도입된 첫해에는 개념 자체가 생소했던 탓에 상인들의 참여를 독려하고 모집하는 일조차 쉽지 않았다. 조합 관계자들이 직접 지역 상인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설득과 참여를 요청해야 했던 것이 당시의 현실이었다.
그러나 2년 차에 접어든 올해는 현장의 분위기가 반전됐다. 지난해의 가능성을 확인한 덕분에 공모가 시작되자 자발적인 신청이 이어졌다. 특히 실제 오프라인 음식점을 운영 중이거나 요리에 대한 높은 전문성을 갖춘 상인들의 지원이 대폭 늘어났다. 조합 이사진은 심사를 거쳐 음식을 향한 열정, 메뉴의 전문성, 위생 관리 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끝에 최종 참가자들을 엄선했다.
현재 한들 미니포차 야시장에는 총 14개 팀이 참가해 열띤 영업을 이어가고 있다. 각 점포는 주력 대표 메뉴에 집중함으로써 이전의 단점으로 지적되던 메뉴 중복 문제를 깔끔하게 해결했다. 기존의 흔한 꼬치류 외에도 전문적인 국수, 김밥, 수제 빙수, 감성 디저트, 각종 특색 있는 튀김과 이색 간식류까지, 방문객들은 한자리에서 전문 음식점 못지않은 다채로운 먹거리를 취향대로 즐길 수 있게 됐다.
이 이사장은 "과거에는 조리가 쉬운 전이나 일반 튀김처럼 메뉴가 중복되는 경향이 강했으나, 지금은 본업으로 음식을 다루던 사장님들이 자신만의 전문 레시피를 그대로 들고 나오기 때문에 품목 중복이 거의 없고 음식의 차별화된 깊은 맛을 자랑한다"고 설명했다.
고물가 시대에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착한가격 정책 또한 한들 미니포차만의 강력한 경쟁력이다. 판매되는 대부분 메뉴의 가격대는 5000원에서 1만 원 사이로 형성되어 있으며, 전체 평균 가격은 7000원~8000원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가장 프리미엄 메뉴조차 1만 원 안팎으로 책정해 방문객들의 주머니 사정 부담을 최소화했다.
이 이사장은 "야시장은 비싼 음식을 먹는 고급 레스토랑이 아니라, 가족·연인·친구들이 모여 다양한 음식을 부담 없이 조금씩 맛보며 즐거움을 나누는 대중적인 공간"이라며 "음식의 품질은 한 단계 높이되 가격 장벽은 최대한 낮추는 것을 운영의 최우선 원칙으로 삼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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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집중 운영과 다채로운 공연 '외지 관광객' 발길 사로잡아
함양 한들 미니포차 야시장은 매주 토요일 오후 6시부터 밤 10시까지 주 1회 운영된다. 당초 사업 확대 차원에서 금요일과 토요일 이틀간 운영하는 방안도 유력하게 검토되었으나, 행사장 인근 주민들의 야간 소음 민원을 줄이고 참여 상인들의 본업 및 생업 유지 부담을 배려하여 토요일 하루 집중 운영으로 최종 결정했다. 무리하게 운영 횟수를 늘리기보다, 단 하루를 운영하더라도 밀도와 완성도를 높여 방문객과 지역 주민 모두가 만족하는 모델을 만들겠다는 정밀한 판단이다.
이러한 '선택과 집중' 전략은 보기 좋게 들어맞았다. 이 이사장은 "현장에서 체감하는 방문객 수가 지난해 대비 두 배 가까이 급증했다"며 "특히 주목할 점은 전체 방문객의 약 60%가 함양 외부에서 찾아온 외지 관광객으로 파악된다는 사실"이라고 밝혔다. 최근 SNS와 블로그, 입소문을 통해 야시장의 명성이 알려지면서, 아예 함양 여행 일정을 토요일 저녁 야시장 방문 시간에 맞춰 수립하는 외지 여행객들의 사례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는 설명이다.
눈과 귀를 사로잡는 풍성한 문화 예술 공연 역시 방문객들의 발길을 이끄는 일등 공신이다. 올해 개장식 당시 유명 가수 김범룡의 축하 공연이 펼쳐지자 행사장은 발 디딜 틈 없이 수많은 인파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조합 측은 앞으로도 지역 상주 예술인들의 수준 높은 버스킹 무대와 더불어 대중가수 초청 공연을 지속적으로 결합하여 흥겨운 축제 분위기를 이어갈 방침이다.
이 이사장은 "야시장은 단지 배를 채우기 위해 음식을 사 먹는 장소가 아니라, 활기찬 분위기 속에서 음악과 공연, 사람 냄새를 함께 즐기는 힐링의 공간이어야 한다"고 매력을 강조했다.
인근 원도심 상권과의 상생 그리고 지속 가능한 미래 청사진
야시장이 가져오는 긍정적인 경제적 파급효과는 비단 행사장 테두리 내부에서만 머물지 않는다. 야시장을 방문한 수많은 관광객과 주민들은 현장에서 가벼운 간식과 음료를 즐긴 뒤, 자연스럽게 인근 원도심의 식당, 주점, 카페 등으로 이동해 2차 소비를 이어가는 선순환 흐름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 이사장은 "야시장 음식은 특성상 길거리 간식 요소가 많아 장시간 자리에 앉아 본격적인 식사를 하는 형태는 아니다"라며 "한 시간 남짓 야시장 분위기를 즐긴 뒤 인근 상가의 전문 음식점이나 술집으로 자리를 옮기는 손님들이 많아, 주변 상권의 저녁 매출 창출에도 실질적인 마중물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야시장 행사장 주변의 식당과 주점 상인들 사이에서도 야시장 개장 이후 주말 저녁 손님이 눈에 띄게 늘었다는 반가운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물론 모든 상인이 이러한 온기를 즉각적으로 체감하는 것은 아니다. 야시장 구역과 다소 거리가 떨어진 일부 상인들 사이에서는 직접적인 매출 증가 체감이 부족하다는 아쉬운 목소리도 나온다. 이에 대해 이 이사장은 "사업 초기에는 상인들 간의 온도 차나 의견 차이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면서도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일단 지역에 사람과 유동 인구가 모여야 장기적으로 시장 전체가 살아난다는 점이다. 야시장은 개별 점포의 이익을 넘어 함양 시장 전체의 생태계를 살리기 위한 원대한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지역의 대표 콘텐츠로 확고히 자리 잡기 위한 조합의 벤치마킹 노력도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제주 지역 선진 야시장 현장 견학을 다녀온 데 이어, 올해는 참여 상인단과 함께 전국적인 성공 모델인 전주 남부시장 야시장을 직접 방문했다. 메뉴의 구성 및 디스플레이 방식부터 고객 동선 설계, 매대 디자인, 위생 및 쓰레기 수거 시스템까지 세밀하게 관찰하며 함양 실정에 접목할 아이디어를 발굴했다. 조합은 올해 행사가 끝난 이후에도 우수 지자체 견학을 추가 추진할 계획이다.
"전국의 성공한 야시장 관계자들과 대화해 보면, 시장이 완전히 뿌리를 내리고 지역 대표 명소로 안착하기까지 최소 5년, 길게는 10년이라는 세월이 걸린다고 한목소리로 말합니다. 단기적인 성과에 일희일비하기보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꾸준히 추진하는 지속성이 가장 중요합니다"
함양한들상권조합이 그리고 있는 최종 지향점은 주말마다 열리는 일회성 이벤트 야시장에 그치지 않는다. 현재의 가설 매대 형태 운영을 향후 전통시장 내부 통로와 주변 골목 거리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하여, 365일 활력이 넘치는 '상설 먹거리·문화 거리'로 탈바꿈시키는 것이 장기적인 청사진이다. 시장 내의 유휴 공간과 빈 점포를 적극 활용하여 낮에는 전통적인 장터로, 밤에는 먹거리와 문화 예술이 숨 쉬는 야간 명소로 변모시켜 시대를 앞서가는 시장 체질 개선을 이뤄내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지자체와 행정 기관의 단발성이 아닌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지원이 필수적이다. 이 이사장은 "야시장이 자생적인 경쟁력과 체질을 완전히 갖추기까지는 수년간의 세심한 보살핌과 행정적 배려가 꼭 필요하다"며 "단기적 성과주의가 아닌 지역의 소중한 자산을 키워낸다는 장기적인 정책 시각으로 접근해 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올해 한들 미니포차 야시장에서는 방문객들의 재미를 더할 다채로운 고객 참여 이벤트도 활발히 펼쳐지고 있다. 행사장 내에서 일정 금액 이상을 구매한 고객에게 경품 응모 쿠폰을 지급하고, 추첨을 통해 실용적인 생활용품 등 풍성한 선물을 제공하여 방문객들에게 뜻밖의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다.
이현근 이사장은 "함양은 지리산과 덕유산이라는 두 곳의 국립공원을 품은 천혜의 청정 관광도시이지만, 그동안 밤이 되면 마땅히 즐길 만한 야간 문화 콘텐츠가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한들 미니포차가 함양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밤의 아쉬움을 달래줄 새로운 야간 관광 명소로 확실히 자리매김하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 신문 발전 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주간함양 (곽영군)에도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