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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천 전경 징검다리에 앉아 바라본 삼성천은 위에서 보던 평소 모습과 달랐다. 물속에서는 물고기가 헤엄쳤고 물 위로는 잠자리가 날았다. 갈대와 여러 수풀로 우거졌다.
삼성천 전경징검다리에 앉아 바라본 삼성천은 위에서 보던 평소 모습과 달랐다. 물속에서는 물고기가 헤엄쳤고 물 위로는 잠자리가 날았다. 갈대와 여러 수풀로 우거졌다. ⓒ 신극채

할미새 한 마리가 물가 모래톱 위로 급히 날아가더니 내려앉았다. 부리에 무언가를 물고 있었다. 먹잇감을 모랫바닥에 연달아 내리치면서 꼬리도 연신 위아래로 끄덕였다.

스마트폰 카메라의 줌으로 당겨 확인해 보니 작은 물고기 같았다. 물 위에는 잠자리가 맴돌고 풀숲에는 오목눈이가 쉴 새 없이 자리를 옮겼다. 무더위가 한풀 꺾인 지난 9일 아침, 세종시 삼성천의 하루는 뜨겁게 시작되고 있었다.

물고기를 잡은 할미새 할미새가 잡은 작은 물고기를 모랫바닥에 내리치고 있다. 촬영 전부터 같은 행동을 반복해 물고기의 파닥임이 잦아든 상태다. 먹잇감의 움직임을 멈춰 삼키기 위한 행동으로 보인다. 신극채

8월 들어 35도가 넘는 더위가 이어졌다. 열대야도 계속되어 편히 잠들기도 어려웠다. 지난 8일 토요일에는 소나기 같은 비가 내리더니 더위가 조금 가라앉았다. 다음 날 아침에는 바람까지 선선하게 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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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고 싶어졌다. 5분 거리에 있는 삼성천으로 갔다. 삼성천은 논둑 사이를 지나고 아파트 단지를 거쳐 금강에 합류하는 하천이다. 도심 구간 양쪽에는 산책로와 자전거도로가 조성되어 있다. 상류는 농수로였다가 하류에서는 사람들에게 휴식 공간을 제공하는 작지만 유용한 하천이다.

더위가 덜한 아침인 데다 마침 일요일이라 사람들이 많이 나와 있었다. 도심 천변의 아침은 활기찼다. 사람들은 걷거나 뛰고 자전거로 빠르게 지나갔다. 천변으로 내려서자 도로를 따라 걸어올 때보다 한결 시원했다. 풀밭 위로 바람이 지나갔다. 전날 내린 비로 물이 불어 흐르는 소리도 평소보다 컸다. 바람과 물소리까지 더해져 이곳에서는 더위가 잠시 기세를 늦추는 듯했다.

먹고 먹히는 물가의 아침

물고기의 유영과 물소리 졸졸 흐르는 물소리와 어우러져 물고기들이 자유롭게 헤엄치고 있다. 몸 중앙에 흑갈색의 줄무늬가 주둥이 끝에서 눈을 지나 꼬리지느러미 앞까지 뚜렷하게 나 있는 무늬는 돌고기의 특징이다. 신극채

천변 풍경 1.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 2. 갈댓잎을 접어 거미줄로 단단히 묶어 놓았다. 안에는 알들이 깨어날 날을 기다릴 것이다. 3,4. 붉은머리오목눈이는 뱁새라고 흔히 불린다. 귀여운 눈을 마주치기 전에 날아가 버린다.
천변 풍경1.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 2. 갈댓잎을 접어 거미줄로 단단히 묶어 놓았다. 안에는 알들이 깨어날 날을 기다릴 것이다. 3,4. 붉은머리오목눈이는 뱁새라고 흔히 불린다. 귀여운 눈을 마주치기 전에 날아가 버린다. ⓒ 신극채

물소리에 이끌려 산책로에서 한 발 벗어나 물가로 갔다. 작은 물고기들이 헤엄을 치고 있었다. 물고기 빛깔이 물속 바닥과 비슷해 처음엔 잘 보이지 않았다. 가끔 옆으로 몸을 기울이면 흰 배가 물속에서 반짝였다.

물살을 거슬러 오르다가도 한데 모여들었다. 그러다 인기척을 느끼면 재빨리 흩어졌다. 물살이 약해지는 징검다리 옆에도 무리를 지었다. 징검다리 위에 앉아 숨을 죽이자, 경계를 풀고 돌다리 옆으로 다시 모였다. 작은 움직임을 오랫동안 바라보니 눈이 시려 왔다. 그때 급히 날아가는 할미새가 보였다. 앞서 말한 그 할미새다.

할미새가 아침을 먹는 동안, 수풀에서는 붉은머리오목눈이 한 무리가 갈대 사이를 쉴 새 없이 날아다녔다. 한곳에 오래 머물지 않아 눈으로 따라가기 어려운 녀석들이다. 잎 뒤로 사라졌다가 어느새 다른 줄기에서 나타났다. 무엇을 찾는지 알 수 없지만 녀석들에게 아침도 한눈팔 수 없는 시간이었다. 평소라면 눈에 잘 띄지 않는데, 초록 갈대 사이로 갈색 깃털이 도드라져 훤히 보였다. 동그랗고 작은 눈망울까지 또렷이 사진에 담는 행운도 있었다.

짝을 찾고 다음 생을 준비하는 시간

삼성천의 곤충들 1. 분주한 물잠자리, 2. 어디로 갈까 생각 중인 듯한 밀잠자리, 3. 짝짓기 중인 실잠자리, 4. 환삼덩굴에서 쉬고 있는 네발나비, 5. 미나리 꽃줄기에 앉아 있는 산호랑나비 애벌레, 6. 산호랑나비 애벌레
삼성천의 곤충들1. 분주한 물잠자리, 2. 어디로 갈까 생각 중인 듯한 밀잠자리, 3. 짝짓기 중인 실잠자리, 4. 환삼덩굴에서 쉬고 있는 네발나비, 5. 미나리 꽃줄기에 앉아 있는 산호랑나비 애벌레, 6. 산호랑나비 애벌레 ⓒ 신극채

개울물 위는 잠자리들 세상이었다. 검은빛이 도는 날개를 가진 물잠자리 여러 마리가 수면 가까이 날아다녔다. 서로 가까워졌다가 흩어지고 다시 돌아오기를 반복했다. 한 마리가 수풀 위에 앉으면 다른 녀석들이 주변을 맴돌기도 했다. 내게는 별다른 의미 없는 행동처럼 보였지만 그 움직임에는 짝을 찾는 구애와 경쟁, 영역을 지키려는 다툼이 뒤섞여 있을 터였다.

밀잠자리는 물잠자리와는 달리 빠르게 날아다녔다. 속도를 조절하고 방향을 바꾸는 동작이 자유로웠다. 과연 곤충 가운데 손꼽히는 비행의 달인 다웠다. 전국적으로 분포하여 서식 범위가 넓고 개체 수도 많다. 하천과 습지, 논길은 물론 주택가에서도 흔히 만나는 잠자리라 내게도 이름이 익숙하다.

이름 모를 풀잎 위에서는 실잠자리 두 마리가 둥근 고리를 만들고 있었다. 가느다란 두 몸이 둥글게 휘어져 붙어있다. 잠자리만의 특별한 짝짓기 자세다. 수컷은 배 끝으로 암컷의 목덜미를 붙잡고, 암컷은 배 끝을 수컷 배 윗부분에 있는 생식기에 맞댄다. 실잠자리는 몸이 가늘기 때문에 다른 잠자리들보다 짝짓기할 때 만들어지는 둥근 형태가 더욱 하트 같다.

개울을 따라 더 걷자, 환삼덩굴에 앉아 날개를 편 네발나비가 보였다. 사람들은 햇볕을 피해 그늘을 찾을 지경인데, 네발나비는 아침 햇살을 온몸으로 받고 있다. 변온동물인 나비는 햇볕을 쬐어 몸이 충분히 데워져야 날 수 있다. 다른 나비들은 활발히 움직이고 있는데도 아직 네발나비는 시간이 더 필요한 듯했다. 움직임이 자유롭지 않은 이때가 나비에게는 위험한 순간이지만 내게는 가까이 다가가 살필 수 있는 순간이었다.

이번에는 미나리 줄기에 붙어있는 산호랑나비 애벌레가 보였다. 나비 애벌레는 아무 식물이나 먹지 않고 정해진 먹이 식물이 있다. 식물이 지닌 방어물질에 오랫동안 적응해 온 까닭에 종마다 먹을 수 있는 식물이 정해져 있다. 산호랑나비 애벌레는 미나리나 당귀, 당근 같은 미나릿과 식물을 주로 먹는다. 꽃이 핀 미나리 꽃대에 아직 어린 3령 애벌레가, 건너편 줄기에는 통통하게 살이 오른 녀석이 매달려 있었다. 큰 애벌레는 조금 더 잎사귀를 갉아 먹으면 번데기가 될 듯했다. 천적의 눈을 피해 무사히 멋진 나비가 되기를 바라며 허리를 굽혀 한동안 들여다보았다.

삼성천의 곤충들 1. 박주가리잎에서 즙을 빠는 박주가리진딧물, 2. 무당벌레 애벌레, 3. 갈대의 잎집 안쪽을 기웃거리는 개미, 4. 먹잇감을 기다리는 파리매, 5. 식사를 마치고 배변까지 한 풍뎅이
삼성천의 곤충들1. 박주가리잎에서 즙을 빠는 박주가리진딧물, 2. 무당벌레 애벌레, 3. 갈대의 잎집 안쪽을 기웃거리는 개미, 4. 먹잇감을 기다리는 파리매, 5. 식사를 마치고 배변까지 한 풍뎅이 ⓒ 신극채

아침 식사를 둘러싼 숨죽인 순간

허리를 폈다. 구름에 가려 햇살은 없었지만 눅눅한 더위가 느껴졌다. 아침도 거르고 나온 터라 허기가 느껴졌다. 돌아오는 길에 하얀 꽃이 핀 박주가리가 눈에 들어왔다. 박주가리꽃에도 곤충들이 많이 몰려드는 편인데 이날은 아무도 없었다.

대신 어린잎 뒷면에 진딧물이 빼곡하게 붙어있었다. 바로 옆 어린잎에는 무당벌레 애벌레가 납작 엎드렸다. 나비처럼 곤충은 어른벌레와 애벌레의 먹이가 다른 경우가 많다. 그런데 무당벌레는 천적이라 할 만큼 어른벌레나 애벌레 모두 진딧물을 좋아한다. 진딧물이 무당벌레 애벌레의 아침 식사 거리가 될지, 진딧물의 단물을 얻으려는 개미가 먼저 나타날지 알 수 없었다.

올 때보다 발걸음은 빨라졌어도 물가 주변을 향한 시선을 거둘 수 없었다. 갈대 줄기에 개미들이 오르내렸다. 개미 한 마리가 잎 아랫부분이 줄기를 감싼 잎집 부분을 살피고 있었다. 다른 개미들도 더듬이를 꼼지락거리며 연이어 그곳에 머리를 들이밀었다. 개미들이 좋아하는 달콤한 무엇이 그곳에 있는 듯했다. 단물은 진딧물 꽁무니에만 있지 않은 모양이다.

갈대의 긴 잎사귀 위에는 파리매가 웅크리고 앉아 있었다. 파리매는 다른 곤충의 체액을 빨아 먹는 포식자다. 주변을 살피며 먹잇감이 사정거리 안으로 들어오기를 기다리는 매복 중이었다. 단물을 쫓느라 정신없는 개미가 위태로워 보였다. 언제 사냥이 시작될지 긴장되는 시간이 흘렀다. 풍뎅이는 고마리 잎사귀를 갉아 배를 채우고 배설까지 마친 채 잎 위에서 느리게 움직였다.

처음 삼성천에 나온 이유는 더위를 피해 걷기 위해서였다. 산책로를 벗어나 개울가로 한 발 더 들어간 행동 하나로 인해 익숙한 삼성천이 다른 모습으로 다가왔다. 그동안 삼성천 도심 구간은 나와 주민들에게 쉼터가 되는 공간이었다. 이제는 여러 동식물에게는 삶터가 되고 더 넓은 세상인 금강으로 이어지는 생명의 통로이기도 했다.

내가 집에 돌아간 뒤에도 삼성천에서는 먹고, 사랑하고, 숨고, 쫓고, 살아남아야 하는 뜨거운 하루가 이어질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하천생태계#세종삼성천#뜨거운삶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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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동식물 이야기, 오늘도 관찰한다

나비처럼 자유롭게, 꽃처럼 향기롭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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