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년생 청년노동자가 일하다 세상을 떠났다. 그가 일했던 HL만도 평택공장은 자동차의 핵심 장치 중 하나인 브레이크 시스템(제동 장치)을 전문으로 생산하며, 주로 현대·기아차에 납품을 많이 하고, 다른 글로벌 완성차에도 납품을 하고 있다. 다시 말해 현대·기아차의 브레이크를 만드는 공장에 매일 새벽같이 출근해서 일했던 고인은 만도의 하청업체 소속이었다. 그것도 사장을 포함해 직원이 단 네 명인 업체였고, 사장은 만도에서 정규직으로 일하다 퇴직한 사람이었다.
만도는 14년 동안 정규직을 채용하지 않고 정규직 노동자가 퇴직한 빈자리를 비정규직으로 채워왔다. 원청은 일을 재촉했고, 설비에는 안전장치가 없었다. 현장에는 다른 하청업체에서도 작업을 했지만 전체를 소통하고 관리해야 할 원청의 안전관리자가 없었다. 그러나 이런 몇 줄로 그의 죽음을 설명할 수 있을까?

▲7월 31일 빈소에서 진행된 추모문화제에서 발언하고 있는 김영훈 태안화력발전소 비정규직노동자(한전KPS비정규직지회 지회장). ⓒ 고 김승모 중대재해대책위
7월 22일 또 한 명의 청년노동자가 세상을 떠났단 소식에 나는 다시 눈이 감겼다. 마치 누군가 뒤에서 차로 들이받은 느낌의 충격이 뒷목을 타고 전해졌다. 다시 한 번 과거가 회상되었다. 2018년 24살의 청년노동자 김용균의 죽음, 그리고 지난해 우리 옆을 지켰던 김충현 형님의 죽음이 반복되었단 사실에 이루 말 할 수 없이 화가 치밀어 올랐다. 또 하청에 하청, 그 지긋지긋한 굴레 속에서 다가오는 죽음을 감지할 틈도 없이 세상을 떠났다는 게 끝도 없이 한스러웠다.
이미 발전소의 여러 사고를 봐온 나로서는 이 사고가 문득 2016년 당진화력발전소의 석탄분쇄기 사고와 같은 사망사고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 때 돌아가신 청년노동자 또한 28살, 소위 협력업체라 불리던 하청업체 소속이었다. 본래 일원화된 시스템으로 정비해야 하는 것을 하청에 하청을 두어 원활한 소통과 책임까지 분리시킨 것이 다단계 하도급이고, 살인이라는 감정조차 느끼지 못하도록 만든 것이 죽음의 외주화의 비열한 시스템이다. 나를 포함에서 하청업체에 들어오는 청년들의 마음은 모두 비슷하다. 생계를 위해 뭐라도 해야 하고 당장 책임져야할 가족이 있기에 기술을 배워서 먹고 살아야겠다는 마음이었을 것이다. 몸이 더럽고 힘들더라도 참으면 오랫동안 기술자로서 엔지니어로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믿음, 자신의 최선의 선택으로 주변으로부터 인정받고 나아갈 수 있다는 일념 하나로 버텼을 것이다.
7월 31일, 평택에 있는 김승모님의 장례식에 갔었다. 추모를 하고 자리에 앉았지만 어느 누가 감히 김승모 님의 어머니와 아버지 마음을 위로 한다고 할 수 있었을까. 똑같이 산재사고로 자식을 잃은 유가족들만이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자식을 떠나보내야 하는 마음이 허망했고 실감이 나지 않는다고 김승모 님의 부모님은 말씀하셨다. 실감이 나지 않았는데 좁디좁은 사고 현장을 직접 두 눈으로 보고서야 내 아들이 진짜 죽었고 현실이 얼마나 처참한지 비로소 느꼈다고 추모제에 참석한 사람들에게 말을 전했다. 사고 현장을 본 그때 그 비통함과 HL만도라는 회사가 부리는 행태가 겹쳐 싸워야겠다고 결심했다고 한다.
사고 후 HL만도는 고용노동부로부터 작업중지명령이 떨어져서 라인을 돌릴 수 없게 되자 불법적으로 외부에서 자재를 반입하여 가동에 차질이 없도록 하려고 했다. 노동조합에서 이를 감지하고 저지하였기 망정이지 그대로 공장이 아무일 없었다는 듯이 돌아가게 되었다면 사고조사도 유가족들의 투쟁도 유야무야 되었을 것이다. 생산라인에 모든 권한을 가지고 있는 이 HL만도라는 회사는 지금도 본인들의 책임이 아니라 그저 하청업체 책임이라 꼬리자르기식 수법을 쓰며 회피성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마치 김충현 형님이 돌아가셨을 때 한전KPS와 같은 행태였다. 이 회사는 더 한 것이 진상규명이 끝나지도 않아 작업중지된 위험한 현장에서 어떻게든 생산 물량을 뽑아내기 위해 라인가동을 끊임없이 시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들이 죽은 것도 억울한데 회사는 사과 한 마디 없이 이러한 짓을 하고 있는 회사에 유가족들은 얼마나 분통이 터질까. 같은 현실을 겪은 나는 이 HL만도라는 회사와 한전KPS라는 회사가 겹쳐 보인다. 중대재해처벌법과 온갖 불법에 대한 처벌을 피하기 위해 로펌을 붙여서 책임자를 변호할 것이다.
이런 우리 사회의 불합리함에 싸우겠다고 결심한 유가족분들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공감과 함께 싸우겠다는 의지일 것이다. 우리 노동조합 그리고 수많은 시민사회 단체와 진보정당까지 HL만도를 향한 투쟁에 함께할 것이다. 우리 사회도 많은 관심과 지속적인 모니터링 그리고 구조적 살인에 대한 비판의 한 마디를 남겨주었으면 좋겠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김영훈은 태안화력발전소 비정규직노동자(한전KPS비정규직지회 지회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