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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출 제주도 한라산의 일출 풍경
▲일출제주도 한라산의 일출 풍경 ⓒ 김태진

지난 8일 새벽 다섯 시, 아직 섬은 잠들어 있었다. 그러나 하늘만은 이미 깨어나 붉게 타오르고 있었다. 13호 태풍 '돌핀'이 제주 남쪽 먼바다를 지나가던 그날, 그 전조를 알리듯 물들어가는 하늘을 보며 이 하루가 예사롭지 않으리라는 것을 직감했다.

구름은 마치 거대한 붓으로 그은 듯 겹겹이 쌓여 있었고, 그 사이로 스며 나온 여명은 하늘 전체를 핏빛으로 물들였다. 태풍을 품은 구름은 평소보다 두텁고 극적이었다. 자연이 위험을 예고하면서도 이토록 아름다울 수 있다는 사실이 낯설고도 경이로웠다.

일출 제주도의 아침 일출 전 하늘
▲일출제주도의 아침 일출 전 하늘 ⓒ 김태진

위성 사진 속의 돌핀은 완벽에 가까운 소용돌이였다. 제주와 규슈 사이 동중국해를 가득 채운 거대한 원은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또렷한 눈을 갖고 있었다. 그 눈언저리로 나선형 구름 띠가 겹겹이 휘감겨 있었고, 그 규모는 섬 전체를 삼킬 듯 압도적이었다. 다행히 태풍의 중심은 제주를 비켜 남쪽 먼바다로 흘러갔지만, 그 거대한 존재감만으로도 섬 전체를 종일 긴장하게 했다.

태풍 돌핀 위성사진
▲태풍 돌핀위성사진 ⓒ 기상청

낮이 되자 하늘은 잔뜩 흐려졌고, 바람은 사정 없이 섬을 흔들었다. 서귀포 쪽 해안 절벽으로 향하니 그 위력이 실감 났다. 검푸른 파도가 집채만 한 크기로 밀려와 절벽에 부딪히며 하얗게 부서졌다.

오래된 해안 절벽은 수백 년간 그래왔듯 묵묵히 파도를 맞아냈고, 그 위를 지키는 소나무들은 거센 바람에 휘어지면서도 자리를 지켰다. 파도가 절벽을 때릴 때마다 물보라가 솟구쳐 마치 섬 전체가 거친 숨을 몰아쉬는 듯했다. 그 앞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자연의 힘 앞에서 인간이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서귀포 바다 태풍의 영향을 받아 거대한 파도가 몰려오는 해안절벽
▲서귀포 바다태풍의 영향을 받아 거대한 파도가 몰려오는 해안절벽 ⓒ 김태진

하지만 저녁이 되자 제주는 낮의 거친 얼굴을 완전히 지우고 전혀 다른 표정을 보여주었다. 태풍이 남기고 간 대기 중의 습기와 구름이 오히려 저녁 하늘을 캔버스로 바꿔놓은 것이다.

해가 수평선 너머로 잠기기 시작하자 하늘은 다시 한번 붉게 타올랐다. 오름의 능선 너머로 번지는 주황빛과 노을 진 하늘의 진분홍빛 구름이 마치 불이 붙은 듯 일렁였고, 그 아래 저수지 물 위로는 하늘의 색이 고스란히 비쳐 두 개의 노을이 마주 보고 타는 듯했다.

무지개 저녁 노을 한림항위로 뜬 무지개
▲무지개저녁 노을 한림항위로 뜬 무지개 ⓒ 김태진

바다로 향한 방파제 길에서는 노을이 또 다른 얼굴을 하고 있었다. 길게 뻗은 방파제를 따라 걸으며 마주한 하늘은 푸른빛에서 분홍빛으로, 다시 주황빛으로 서서히 옮겨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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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멀리 작은 섬 하나가 노을 속에 실루엣으로 떠 있었고, 방파제 위를 걷는 사람들의 그림자가 점점이 이어지며 이 장엄한 풍경 속 작은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마주한 바다 저편, 풍력발전기들이 늘어선 수평선 너머로 해가 완전히 자취를 감추는 순간까지 하늘은 약 한 시간 가까이 색을 바꾸며 타올랐다.

잔잔해진 바다 위로 붉은빛이 물결처럼 부서져 내렸고, 풍력발전기의 실루엣은 그 장엄한 배경 앞에서 조용히 서 있었다.

노을 한림항에서 비양도로 지는 노을
▲노을한림항에서 비양도로 지는 노을 ⓒ 김태진

노을 한림항에서 바라다 본 노을
▲노을한림항에서 바라다 본 노을 ⓒ 김태진

돌이켜보면 이 하루는 태풍이 준 선물 같았다. 새벽의 붉은 예고, 낮의 거친 파도, 그리고 저녁의 황홀한 노을까지, 제주는 하루 안에 자연이 보여줄 수 있는 거의 모든 얼굴을 펼쳐 보였다. 며칠간 조마조마했던 마음이 그제야 풀렸고, 마치 자연이 그 마음을 다독이듯 이토록 눈부신 하루를 선물해준 것만 같았다. 태풍이 지나간 뒤에도 여전히 아름다운 섬, 그것이 바로 제주였다.

#태풍#제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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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노마드의 삶을 이어가며 세계를 둘러보며 눈 앞의 지역을 살리려 대안을 찾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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