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36주 임신중지' 사건 당사자인 권아무개(27)씨가 6일 서울 종로구 오마이뉴스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36주 임신중지' 사건 당사자인 권아무개(27)씨가 6일 서울 종로구 오마이뉴스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이진민

"제 말이 잘못 전해질까 조심스러웠어요. 그래도 한 번은 제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36주 임신중지' 사건 당사자인 권아무개(27)씨의 입술이 떨렸다. 권씨는 지난 6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내 행동에 대해 많이 반성했고 후회했다"며 "재판 결과를 떠나 항상 반성하는 마음으로 살겠다"고 말했다. 사건 후 처음 언론 앞에 선 그는 "(수술을 받기 전) 임신 상태임을 예상하지 못했다"며 "경제적 상황과 몸 상태 모두 좋지 않아 죄책감이 컸다"고 전했다.

권씨는 임신 후기에 한 임신중지 수술 과정을 유튜브에 올렸다가 살인 혐의로 기소됐지만, 최근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1심 유죄 판결(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이 뒤집힌 결과였다.

AD
2024년 3월, 권씨는 불규칙한 생리 주기와 부정출혈로 찾은 산부인과의원에서 다낭성난소증후군에 따른 호르몬 불균형으로 배가 부른 것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하지만 약 3개월 뒤인 6월 21일 몸이 좋지 않아 내과를 찾았을 때 의사로부터 "임신한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다음날 방문한 산부인과의원에서도 "임신 34~36주 차로 한, 두 달 뒤 출산할 수 있다"고 했다.

당시 그의 나이는 만 25세. 원치 않은 퇴사로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었고, 가족과는 오래전 관계가 끊긴 상태였다. 그는 지인의 도움을 통해 병원을 찾아 임신중지 수술을 받았다.

권씨는 당시를 "출구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누군가와 대화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었다"고 떠올렸다. 권씨는 수술 전후 과정을 담은 영상을 유튜브에 올렸다. 보건복지부는 해당 영상을 보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검찰은 살아 있는 태아를 제왕절개로 출산한 이후 살해한 혐의로 권씨와 의료진을 재판에 넘겼다. 그는 "너무 외롭고 힘들어서 순간 누군가에게 위로받고 싶었다"며 "심적으로 불안한 상태에서 상식 밖의 행동을 했다. 정말 후회했고 반성했다"고 설명했다.

2심 무죄 판결에 불복한 검찰은 사건을 대법원에 상고했다. 권씨와 함께 인터뷰에 자리한 법률대리인 김명선 변호사는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명확히 고려했던 2심 판단이 3심에서도 이어지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아래 서울 종로구 <오마이뉴스> 사무실에서 한 권씨·김 변호사와의 인터뷰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했다.

"막막했던 당시, 위로받고 싶다는 생각에..."

 모두의 안전한 임신중지를 위한 권리보장 네트워크 주최로 지난 3월 4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권씨의 무죄를 촉구하고 있다.
모두의 안전한 임신중지를 위한 권리보장 네트워크 주최로 지난 3월 4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권씨의 무죄를 촉구하고 있다. ⓒ 이정민

- 임신 사실을 알기 전까지 어떤 상황이었나.

권씨 : "임신을 예상하지 못했다. 그냥 병원을 찾은 것이었는데 너무 막막하고 두려웠다. 2024년 3월 산부인과의원에 갔을 때는 다낭성난소증후군이라고 했다. 스트레스가 심해 몸이 좋지 않은 줄로만 알았다. 치료를 받았으나 몸 상태가 계속 나빠 집 근처 내과에 갔다. 이후 다른 산부인과의원까지 방문하며 임신 사실을 알게 됐다.

그때는 원치 않은 퇴사로 경제적 상황이 좋지 않았다. 수술비가 없어 보증금 일부를 빼기도 했다. 가족과의 관계는 오래전 사실상 끊겼다. 주변에 도움을 청할 만한 사람이 없었다. 아이를 가진 여성으로서 심적인 죄책감이 컸다. 그런 상황에서 아기를 낳는 것이 오히려 아기한테 안 좋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수술 과정을 유튜브에 올렸다. 영상 자막에 '나는 앞으로 어떤 삶을 살아가야 할까'라는 문장이 있었다.

권 : "너무 막막해서 나 자신에게 던진 질문이었다. 너무 후회스럽고, 힘들고, 미안한 마음들이 섞여 있었다. 혼자 수술받으러 갔는데 순간 누군가에게 위로받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러한 영상을 유튜브에 올린 것이) 이해받기 어려운 행동이었다는 것을 안다. 정말 후회했고 반성했다. 수사와 재판을 받는 동안에도 계속 같은 마음이었다. 그저 반성하겠다는 말씀밖에 드릴 수가 없다."

김명선 변호사 : "권씨의 국선 변호를 맡은 뒤 그에게 왜 영상을 올렸는지 물어본 적이 있다. 권씨는 '너무 외롭고, 혼자였고, 출구도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누군가와 대화라도 하고 싶은 마음'이었다고 답했다."

- 약 2년간 수사·재판을 받고 있다. 삶은 어떻게 달라졌나.

권 : "후회하고 반성하는 시간이었다. 좋지 않은 선택으로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기 때문에 반성하는 마음이 가장 컸다. 재판받으러 가는 날에는 한숨도 자지 못했고, 밥도 못 먹었다. 재판 일정 때문에 다시 새 직장을 구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모두 내 행동에서 시작된 일이니까… 당연한 시간이고 과정이었다고 생각한다. 내가 온전히 감당해야 하는 시간이었다."

"입법 공백 속 임신중지, 되레 음지로 향할 수 있다"

 '36주 임신중지' 사건 국선 변호를 맡은 김명선 변호사가 6일 서울 종로구 오마이뉴스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36주 임신중지' 사건 국선 변호를 맡은 김명선 변호사가 6일 서울 종로구 오마이뉴스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이진민

- 1심과 2심 재판 과정을 돌아본다면.

김 : "처음 사건 기록을 봤을 때부터 무죄를 확신했다. 권씨가 수술 전 지인을 통해 병원 관계자(수사 결과 브로커로 드러남)에게 '아이가 사산되는 것 맞냐'고 물어본 문자 내역 등을 보면 권씨에게 '살인의 고의가 없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다만 수사기관이 권씨를 살인죄로 예단한 거 같아 염려됐다. 1심은 권씨에게 미필적 고의가 있다고 판단했다. 반면 2심은 권씨가 수술 이후 상황을 인식하지 못했다는 점을 고려했다."

- 2019년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벌어진 사건이다. 사회적으로 어떤 의미를 남겼다고 보는가.

김 : "낙태죄가 헌법불합치 결정이 났지만, 관련 법률 개정은 이뤄지지 않았다. 모두가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임신중지의 영역이 음지로 흘러가고 있다. 이번 사건은 입법자가 더 늦기 전에 이 사안을 정리해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2심에서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인정한 판결이 나온 점도 의미가 크다. 3심에서도 이에 대한 명확한 판단이 이어지길 바란다."

- 이제 대법원 판단이 남았다. 현재 심정은.

권 : "그간 재판이 계속 진행되고 있어서 내 이야기를 하기가 조심스러웠다. 또 (인터뷰에서) 말하는 것이 핑계처럼 들릴까 봐 더욱 조심스러웠다. 이 자리도 결코 당당한 마음으로 나온 것이 아니다. 그래도 한 번은 내 이야기를 하고 싶어 오랜 고민 끝에 나왔다. 재판 결과를 떠나 앞으로도 반성하는 마음으로 살겠다."

#임신중지#36주임신중지#임신#출산#자기결정권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이진민 (real2) 내방

당신을 보호하기 위해 기록합니다. 기획취재부에 있습니다. 제보는 really@ohmynews.com



독자의견

해당 기사는 댓글 서비스를 지원하지 않습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