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 오벌 오피스에서 열린 행정명령 서명식 중 도널드 J.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행정명령을 들어 보이고 있다. 2026.8.6 ⓒ EPA=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른바 '출생 시민권' 획득에 다시 제동을 걸고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6일(현지 시각) 자녀의 미국 시민권 획득을 위한 '원정 출산(birth tourism)'을 막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그는 백악관에서 서명식을 열고 "원정 출산으로 미국에서 수십만 명의 아기가 태어났다"라며 "우리 행정부는 국가의 관대함을 악용하여 미국 시민을 속이려는 외세의 위협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자신의 출생시민권 금지 행정명령을 기각한 지난 6월 연방대법원의 판결에 대해 "우리가 이길 거라고 믿었지만, 불행하게도 매우 불공정한 판결이 나왔다"라며 "그 때문에 이 나라가 고통받고 있으며, 우리는 다른 방식으로 해결하려고 한다"라고 강조했다.
대법원 판결에 좌절... 포기 않는 트럼프
이번 행정명령의 목적은 자녀의 미국 시민권 획득을 위해 미국 영토 내에서 출산하려는 이들의 미국 입국을 금지하는 데 있다. 과거 원정 출산에 가담했던 외국인의 입국도 금지하도록 했다. 외국 대사를 포함해 미국 내 외교공관 직원이 미국에서 출산한 아기와 테러단체로 규정된 집단 및 적성국 소속으로 분류된 인사가 낳은 아기도 포함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중국의 부자들이 자녀의 미국 시민권 획득을 위해 원정 출산을 온다고 주장하며 불만을 터뜨린 바 있다.
앞서 대법원은 미국에서 태어난 사람에게 자동으로 시민권을 부여하는 출생 시민권을 제한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수정 헌법 14조에 위배된다며 보수 우위의 구도에도 불구하고 6대 3으로 기각 판단을 내렸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대법원에서 진행된 구두 변론에 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 참석하면서 강한 열의를 보였다.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출생시민권을 제한하기 위해 다른 법적 수단을 동원했다"라며 "대법원 판결에 대한 좌절을 극복하고, 자신의 선거 공약을 이행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라고 평가했다.
백악관 "우연이었던 원정 출산, 시스템으로 변질"
백악관의 스티븐 밀러 정책 고문과 윌 샤프 비서실장은 "이번 행정명령은 잘못된 제도를 바로잡는 중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수정헌법 제14조는 남북전쟁 직후 노예의 자손들이 시민권을 얻도록 보장하기 위해 제정된 것이고, 다른 목적은 전혀 없었다"라며 "우리의 행정명령은 대법원의 관련 판례와 전혀 상충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원정 출산은 휴가차 미국에 온 임산부가 조산으로 아기를 낳는 것처럼 우연히 발생하는 현상이었으나, 지금은 조직적인 집단으로 수만 명의 사람이 오직 출산만을 위해 미국을 찾는 시스템으로 변질됐다"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대법원의 지난번 판결에 따라 이번 행정명령에도 역시 무효 소송이 제기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 시민자유연맹(ACLU) 이민자 권리 프로젝트의 코디 워프시 부국장은 성명에서 "대법원은 이미 판결을 내렸다"라며 "출생 시민권은 헌법에 의해 보장되고, 어떠한 추가 행정명령도 헌법의 의미를 바꿀 수 없다"라고 밝혔다. 또한 "출생 시민권을 재해석하려는 모든 행정명령은 지난번과 같은 운명을 맞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