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남교육청 ⓒ 이재환
충남교육청이 최근 환기 시설이 설치되어 있지 않은 도내 학교 조리실 노동자들에게 방진 마스크 착용을 권하는 내용의 공문을 보내 논란이 일고 있다. 공문은 조리실 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취지로 읽힌다. 그러나 학교 조리실 특성상 마스크에 땀이 찰 경우, 되레 호흡 곤란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게다가 해당 공문은 불과 3년 전 충남교육청의 방침과도 배치된다. 지난 2023년 충남교육청은 조리실 근무자의 마스크 착용을 반대했다. 2023년 4월 국회는 '학교 조리실 근무자에게 마스크 착용을 권고'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학교급식법 법률개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해당 법안은 교육계의 반대로 무산됐다.
충남교육청 관계자는 "(당시 교육부에 조리실 작업 시) '방진 마스크 착용은 불편하다'라고 의견을 제출했다"라고 밝혔다.
조리실 마스크 착용 문제에 대해 이미 "불편하다"라는 결론이 난 상황에서 또다시 '착용 권고' 공문이 내려오자, 학교 조리실 현장에서는 "당혹스럽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충남의 한 학교 조리실 노동자는 6일 <오마이뉴스>에 "솥 두 개를 사용해 요리할 때가 있다. 가뜩이나 온도가 높은 한여름에는 말로 표현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덥다. 그런 상황에서 마스크까지 쓴다면 일하다가 쓰러질 수도 있을 것 같다"라고 우려했다.
'마스크 착용' 논란의 발단은 학교 조리시설 개선 사업 때문으로 파악됐다. 충남교육청은 지난 2022년부터 오는 2029년까지 학교 조리실 환기 설비 개선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조리실이 있는 충남 지역 학교는 653개교이다. 이 중 조리실 환기 설비를 개선하지 못한 학교는 259개교에 달한다.
이런 가운데 충남교육청은 지난 7월 29일 각 교육지원청에 보낸 공문에서 '급식 노동자들에게 마스크 구입비를 지원하겠다'라고 밝혔다. 환기 시설 개선 공사를 하지 못한 259개 학교의 조리실 근무자들에게 임시로 방진 마스크를 지급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장 노동자들의 판단은 달랐다. 조리실 노동자들은 코로나19 당시 이미 마스크의 불편함을 경험했다. 실제로 조리실 현장에서는 가뜩이나 고온인 조리실에서 방진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은 그 자체로 '조리실 노동자에 대한 학대'가 될 수 있다는 거친 비판이 나오고 있다.
"마스크 착용 대신 차라리 창문 열어 환기해야"
충남의 한 학교 조리실 관계자는 "급식 조리 시에는 대부분 가스가 나온다. TF94(방진) 마스크는 먼지를 차단하는 것이지 가스를 차단하는 것이 아니다. 교육청의 마스크 지급 계획은 보여주기 사업에 불과하다"라고 잘라 말했다.
이 관계자는 "조리실은 고온다습하다. 일을 하다 보면 땀이 많이 난다. 마스크가 땀으로 젖을 경우, 숨을 쉬기가 어려운 상태가 된다. 급식 노동자들을 학대하는 것이 될 수도 있다. 현장에서는 말이 안 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충남교육청이 이 사업을 그대로 추진할 태세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환기 설비가 안 됐을 경우, 차라리 에어컨을 틀고 문을 살짝 열어 두는 편이 오히려 환기에 더 도움이 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충남 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관계자도 "방진 마스크로는 단백질 형태의 고기류를 기름에 튀길 때 나오는 조리 미세먼지를 막을 수 없다. 학교 조리실에 환기 시설을 설치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라며 "몇 년 전에도 조리실 근무자들의 마스크 착용 관련 논의가 있었다. 그러나 현장 노동자들의 반발로 무산됐었다"라고 비판했다.
비판이 일자, 충남교육청은 "마스 착용을 강요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교육청 관계자는 6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마스크를 종일 착용하라는 뜻은 아니다. 조리실 근무자가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사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며 "조리 매연이 발생하는 식단을 조리할 때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