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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3회에 걸쳐 연재됩니다. 1부는 전국기능경기대회가 시민들에게 왜 낯선 이름인지, 그 무관심이 어떤 편견으로 이어지는지를 짚었습니다.

작가 은유는 여자상업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언젠가 한자리에서 만난 삼십 대 남성이 살아오면서 직업계고 졸업생을 단 한 명도 만나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정작 마주 앉아 있던 사람이 바로 그 직업계고 졸업생이었는데도 말이다.

마이스터고를 졸업한 허태준 작가는 '대학생', '직장인', '군인' 같은 단어에는 자연스레 서사가 배어 있지만, 직업계고를 나와 일하는 청년에게는 그럴 자리조차 없었다고 회고한다. 우리는 온전히 속하지 못한 채 경계에 발을 걸치고 사는 이들을 종종 잊고 산다.

전국기능경기대회를 준비해 온 아이들도 다르지 않다. 이들은 시민들의 무관심이라는 경계 위에 서 있다. 알려지지 않았기에, 그들이 흘린 땀방울은 세상의 빛을 볼 기회조차 얻지 못한다.

정책의 언어와 현장의 침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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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달, 딸 수 있나요?'

인천에서 열리는 제61회 전국기능경기대회를 앞두고, 서울시교육청 장학사가 우리 학교를 찾았다. 전공심화동아리 운영 현장을 점검하고, 출전 학생과 지도교사를 격려하기 위해서였다. 정작 그 말을 입 밖으로 꺼내지는 않았지만, 격려의 표정 뒤에는 '정책의 언어'가 감춰져 있었다. 획득할 메달의 색깔과 개수, 종합 등수를 예측해야 하는 장학사의 숙명이, 묻지 않아도 이미 묻고 있는 질문이었다.

정책의 언어가 장학사의 입에서 나오지 않은 것은 얼마나 다행인가. '메달, 딸 수 있나요?' 그렇게 물었다면, 순간 실습실의 공기가 무거워졌을 것이다. 아이들은 여름방학 내내 뜨거운 장비 앞에서 하루 열 시간을 보냈다. 0.1mm의 오차를 잡기 위해 수백 번의 실패를 온몸으로 견뎌낸 결과였다. 하지만 그 누구도 선뜻 '네, 딸 수 있습니다'라고 답하지 못했을 것이다.

지도교사도 미소만 지을 뿐 입을 열지 않았다. 아이들의 실력을 믿지만, 기능경기가 실력만으로 결과를 담보할 수 없는 무대임을 잘 알기 때문이다. 그 순간 문득 씁쓸한 의문이 스친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기술을 배우라고 말하면서, 실은 '메달'이라는 성적표를 먼저 강요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전국기능경기대회가 가까워지면, 주변의 교사들은 '이번에 메달, 딸 수 있죠'라며 응원의 질문을 한다. 그러나 질문이 무겁게 다가오는 이유는 명확하다. 그 질문의 이면에 실패를 용납하지 않는 우리 사회의 편협한 시선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0.1mm의 오차, 코딩 한 줄의 차이를 잡기 위해 하루 열 시간씩 로봇도 흉내 내기 힘든 '마지막 2%'의 감각을 손끝에 새겨왔다. 제과·제빵의 소금 한 꼬집, 용접의 토치 온도 1도가 결과물을 갈라놓는 치열한 세계다. 하지만 이 엄혹한 무대는 때로는 아이들의 열정을 옭아매는 잣대가 되어, 작은 실패조차 낙인이 되는 고립 속으로 그들을 밀어 넣는다.

제도는 남았고, 관심은 떠났다

돌아보면 이 무대가 처음부터 이토록 낯설었던 것은 아니다. 1970~80년대 산업화 시기, 국제기능올림픽 메달리스트는 서울 시내에서 카퍼레이드를 할 만큼 국가적 영웅이었다. 지금도 국제기능올림픽 입상자에게는 올림픽 메달리스트와 마찬가지로 병역 특례 혜택이 주어진다.

제도는 그대로인데, 그것을 떠받치던 사회적 관심은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매년 가을 열리는 전국체육대회는 온 국민이 알지만, 전국 16개 시·도 대표 1,677명의 선수가 사력을 다하는 전국기능경기대회를 아는 시민은 드물다.

여기서 '16개 시·도'라는 숫자에 눈이 갈 수도 있겠다. 지난 7월 1일, 광주광역시와 전라남도가 40년 만에 다시 하나의 행정구역으로 통합되며 대한민국의 광역자치단체는 17개에서 16개로 줄었다. 익숙했던 지도 위의 경계선 하나가 바뀌는 일도 이렇게 뉴스가 되는데, 정작 그 경계 안에서 해마다 땀 흘려온 1,677명의 이름은 왜 이토록 조용히 지나쳐지는 것일까.

규모가 작아서가 아니다. 앞서 은유 작가의 이야기처럼,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다. 알려지지 않은 무관심 속에서, 학교문을 나서는 이 아이들이 마주하는 것은 공정한 출발선이 아니라 고졸이라는 학력과 기술직을 향한 구조적 편견이다. 전국 1,677명이라는 숫자는 단순한 규모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오래 방치해 온 공교육과 노동시장 사이 불일치의 크기를 보여준다.

정작 이 대회가 열리는 일주일 동안, 신문과 방송이 이 소식을 얼마나 다루는지 헤아려보면 씁쓸해진다. 같은 시기에 열리는 다른 전국 단위 행사들과 비교하면 지면과 화면을 얻는 빈도부터 다르다. 취재진의 관심이 적으니 시민의 눈에 띌 기회도 줄어들고, 기회가 줄어드니 관심은 다시 낮아진다. 이 악순환을 끊는 가장 쉬운 방법은 결국 누군가 먼저 이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다.

낯섦에서 축제로

오는 8월 22일부터 28일까지, 인천에서 제61회 전국기능경기대회가 열린다. 인천 개최는 16년 만이다. 다행히 이번 대회는 선수들만의 잔치에 머물지 않으려 한다. 숙련기술 체험부스가 생기고, 시민 공모전도 열린다. 시민들이 직접 걸어와 구경하고 응원하는 축제로 체질을 바꾸려는 시도다.

이번 대회에는 용접이나 전기제어 같은 전통 직종뿐 아니라, 게임 개발, 요리, 제과·제빵처럼 시민에게 친숙한 직종도 나란히 놓인다. 경인일보(2026.6.18.)에 따르면, 2010년 인천 대회 판금 직종에서 우승하고 국제기능올림픽 세계 챔피언에 오른 원현우 한국폴리텍대학 포항캠퍼스 교수는 이런 다양한 직종의 경기를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움을 느낄 수 있고, 진로를 고민하는 학생들에게는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기능인들에게는 축제이자 꿈의 무대이지만, 축제가 되려면 관객이 필요하다. 지역사회의 관심이 지금 이 대회에 가장 필요한 이유다.

시민이 이 축제에 참여하는 방법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대회 기간 6개 경기장에서는 숙련기술 체험부스가 운영되고, 8월 14일까지 등록 접수하면 대회를 알리는 영상·사진 공모전에 참여할 수 있다. 경기 종목의 절반가량은 '열린 경기장'으로 운영되어 일반 시민도 직접 관람할 수 있다. 굳이 선수나 지도교사를 몰라도, 경기장 문을 열고 들어서는 것만으로 이 축제의 일부가 될 수 있다. 낯선 이름에 익숙해지는 가장 빠른 방법은, 결국 직접 가서 보는 일일 것이다.

제61회 전국기능경기대회 영상·사진 공모전 안내 등록접수는 8월 14일까지, 작품 제출은 영상 8월 26일·사진 8월 28일까지다.
제61회 전국기능경기대회 영상·사진 공모전 안내등록접수는 8월 14일까지, 작품 제출은 영상 8월 26일·사진 8월 28일까지다. ⓒ 마이스터넷

직종별로 1위에게는 장관상과 상금 1000만 원, 2위와 3위에게도 적지 않은 상금이 주어진다. 국가기술자격 면제 혜택도 있다. 매력적인 보상임이 틀림없다. 그러나 숫자로 매겨진 결과물 뒤에 숨겨진 아이들의 '과정'을 읽어내지 못한다면 이 대회의 진짜 가치는 바래고 만다. 기술은 냉정한 상금 뒤에 숨을 때가 아니라, 그 뜨거운 땀방울을 온전히 알아봐 주는 사람들 앞에 설 때 비로소 찬란하게 빛난다.

이 글은 그 낯섦을 조금이나마 덜어내려는 시도다. 실습실과 경기장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정책의 숫자가 아니라 시민의 눈으로 들여다보려 한다. 올여름, 인천의 경기장 문을 한번 열어보는 건 어떨까.

* 더 자세한 대회 정보는 숙련기술인 포털 마이스터Net (https://meister.hrdkorea.or.kr/main/main.do) 참고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기사 채택 후 개인블로그에도 실립니다.1화 입니다. 2화는 학교 현장에서 전공심화동아리가 하나둘 문을 닫는 이유와 그 뿌리 깊은 구조를 들여다 볼 예정입니다. 마지막 3화에서는 오는 8월 22일 인천에서 열리는 제61회 전국기능경기대회 개막식 현장을 직접 찾아가, 학생 선수와 지도교사, 그리고 처음으로 이 대회를 마주하는 시민들의 목소리를 담을 예정입니다.


#전국기능경기대회#인천광역시#직업교육#전공심화동아리#기능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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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의 두께 - 전국기능경기대회가 놓치고 있는 것

서울로봇고등학교 교장. 『되풀이되는 비극, 따개비 현장실습』, 『디지털 대전환 시대 직업계고 미래는』 등 직업계고 학생들의 삶과 미래를 응원하는 글을 써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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