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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및 드라마의 모든 장면은 협업의 결과물입니다. 인상적이었던 장면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감독의 얘기를 듣고, 그 장면 뒤 숨은 주인공을 만나봅니다.

 넷플릭스 시리즈 <동궁>의 한 장면.
넷플릭스 시리즈 <동궁>의 한 장면. ⓒ 넷플릭스

왕실을 둘러싼 귀신의 음모와 맞서는 구천(남주혁), 귀신의 소리를 듣는 궁녀 생강(노윤서)의 활약이 전 세계 시청자들을 사로잡고 있다. 지난 7월 17일 공개된 뒤 2주 차에 69개국 톱10에 진입하고, 넷플릭스 글로벌 톱10 비영어 쇼 부문 2위에 오른 <동궁>이다.

다분히 오컬트 장르를 표방한 이 작품에서 현실과 귀의 세계에 가미된 시각특수효과(VFX)의 비중이 크다. 현실 세계와 귀의 세계를 각각 푸른색과 붉은색으로 대비, 혼령과 귀매를 비롯한 초자연적 존재들 역시 CG(컴퓨터그래픽) 합성 등 VFX 기술로 구현됐다. 그중 양 세계를 오가며 활약하는 구천과 함께 드라마에서 주목받는 존재가 있으니 바로 꺼먹살이다.

2화에 처음 등장한 이후 이야기에서 구천을 구하기도, 구천이 구해주기도 하는 이 캐릭터를 두고 일종의 팬덤이 형성됐다. 특유의 표면 질감 덕에 '흑임자 떡', 조선판 '그루트'(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에 나오는 나무 캐릭터)라는 별명도 생겼을 정도다. 주인공 곁에서 감초 역할을 하는 이른바 '반려 캐릭터'의 등장인 셈. 이처럼 한국 실사 사극에서 CG 캐릭터가 주인공과 지속적으로 교감하며 서사의 한 축을 맡은 사례는 흔치 않다. 이에 VFX 작업을 총괄한 덱스터 스튜디오 제갈승 이사를 4일 서면으로 인터뷰했다.

[시청자들의 장면] 수제 꺼먹살이 굿즈까지 등장

 넷플릭스 코리아 공식 소셜네트워크서비스 계정에 올라온 '꺼먹살이' 관련 시청자들의 반응. 그룹 에이티즈 멤버 최산에 꺼먹살이 얼굴을 합성한 모습도 눈에 띈다.
넷플릭스 코리아 공식 소셜네트워크서비스 계정에 올라온 '꺼먹살이' 관련 시청자들의 반응. 그룹 에이티즈 멤버 최산에 꺼먹살이 얼굴을 합성한 모습도 눈에 띈다. ⓒ 넷플릭스

제갈 이사는 영화 <미스터 고>(2013), <신과 함께>(2017), <외계+인>(2022) 등 시각특수 효과 비중이 높은 작품을 두루 경험했다. 다만 한 편 안에서 이야기가 완결되는 영화와 달리, 여러 회차로 이어지는 시리즈 작업은 그에게도 새로운 도전이었을 법했다. 그는 "상황에 따라 다양한 크리처들이 등장하고 공간마다 설정이 달라 여러 작품을 한 번에 한 느낌"이라며 "전체 VFX 분량은 2500샷이었는데 3D 캐릭터 분량만 1000샷 정도(영화 <호프>가 400샷 정도인 걸로 알려졌다-기자 주)였다. 샷마다 바뀌는 요소가 많아 다른 작품보다 난도가 더 높게 느껴졌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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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말대로 여러 크리처가 등장하지만, 시청자의 관심은 특히 꺼먹살이에게 집중됐다. 소설네트워크서비스(SNS)나 블로그, 온라인 커뮤니티 등엔 "등장할 때마다 캡처하게 된다", "볼수록 귀엽다"는 반응이 이어지는 것. 일부 시청자들은 "굿즈(캐릭터 관련 상품)를 만들어 달라"거나 열쇠고리, 3D 프린트 인형 같은 굿즈를 직접 만들기까지 하는 모습이었다. 내친김에 넷플릭스는 지난 7월 28일부터 '반려 꺼먹살이 꾸미기' 콘테스트를 열어 시청자들의 반응을 이끌어 내고 있다.

앞서 <동궁>의 권소라·서재원 작가는 "꺼먹살이는 구전된 도시전설에서 착안했다"고 밝힌 바 있다. 조선시대가 아닌 비교적 근현대 설화에 등장하는 존재를 가져온 것. '칠흑처럼 검다'라는 뜻과 '살다'라는 뜻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극중에서도 사람의 양기를 흡수, 극한의 공포감을 선사하는 존재로 묘사된다. 4화에서 궁중 뱀 악귀에 물린 꺼먹살이는 구천이 자신의 양기를 나눠주며 치료해 주자 이후부터 든든한 조력자로 거듭난다.

"작업하면서도 스태프들 모두가 귀여워하고 좋아했다. 제작사 쇼러너스 박주연 대표님이 특히나 좋아하셨다. 우리끼리 흑임자라는 별명을 붙였는데 시청자께서도 그렇게 부르는 걸 보고 놀랐다. 역시 사람 보는 눈은 비슷하구나 생각했다. 초기엔 깃털이 있는 형태거나 얼굴이 나무의 나이테처럼 보이는 버전도 있었다. 귀엽고 천진난만함이 핵심이었다. 그걸 중심으로 계속 수정한 결과다.

제가 두 딸이 있는데 가장 귀엽고 사랑스러운 때가 막 걸음마를 했을 무렵이더라. 말을 하진 못하지만 행동과 표정으로 모든 걸 표현하는 그 모습이 꺼먹살이에게 가장 어울리겠다 생각했다. 그래서 걸음걸이를 표현할 때 아기들이 아장아장 걷는 영상을 많이 참고했다. 그리고 먹을 때 주위를 의식하지 않고 집중하는 모습도 살리려 노력했다."

3D 캐릭터가 배우와 같은 화면에서 감정을 주고받고, 신체적으로 접촉하는 장면은 어떻게 촬영했을까. 남주혁 배우의 손가락을 빨거나 다리에 매달리는 장면에서는 VFX 구현뿐 아니라 촬영 준비도 중요했을 터다. 제갈 이사는 "그땐 모형을 쓰기보다는 상황에 맞는 도구를 제작해 붙잡도록 하거나 그린 슈트를 입은 대역 배우가 신체접촉을 하는 식으로 촬영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제 아이들도 너무 좋아하는 만큼 꺼먹살이 캐릭터 굿즈가 꼭 출시됐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덧붙였다.

[제갈승 이사의 장면] 수정에 수정 거듭했던 귀매 쌍두사목

 넷플릭스 시리즈 <동궁>에 등장하는 귀매 쌍두사목.
넷플릭스 시리즈 <동궁>에 등장하는 귀매 쌍두사목. ⓒ 넷플릭스

제갈 이사는 "작품에 구현된 모든 순간들과 캐릭터는 단 한 사람만의 아이디어가 아닌 다수 스태프들의 생각을 종합한 결과"라고 강조했다. 동시에 "제 역할은 감독님이 좋은 선택을 할 수 있게 최대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거기에 살을 붙이고 뼈를 심는 것"이라 VFX의 역할을 정의했다. 여기에 비추어 그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을 물었다. 꺼먹살이가 아닌 귀매 쌍두사목의 등장을 꼽았다.

2화부터 본격적으로 등장하는 쌍두사목은 궁중 소금창고에서 억울하게 죽어간 나인들의 원혼을 집어삼킨 존재다. 두 개의 머리와 네 개의 눈을 가진 이 존재는 구천과 생강을 위협하며, 퇴마를 사사건건 방해한다. 하지만, 드라마 후반부 눈을 잃게 된 구천은 이 쌍두사목의 눈을 이용해 세자 귀신 처단에 나선다.

"캐릭터 디자인에서 정말 마지막 순간까지 수정에 수정을 거듭했다. 게다가 변신도 하잖나. 기술적으로 그걸 구현하기 어려웠는데 고생 끝에 잘 마무리해서 기억에 남는 것 같다. 최근 주한 스페인대사관 초청으로 한 강연에서 우리 작업물을 보여드렸는데 모두가 그 수준에 놀라는 분위기였다. 그만큼 한국 VFX 기술력은 아시아에선 최고로 인정받고 있다. 다만 서구권 작품에 참여할 기회를 잡기 어렵기에 할리우드나 유럽에선 인지도가 여전히 낮은 것 같다. 시간은 좀 걸리겠지만 기회가 주어진다면 우리 기술로 좋은 평가를 받을 날이 올 것이다."

 덱스터 스튜디오 제갈승 이사.
덱스터 스튜디오 제갈승 이사. ⓒ 본인제공

VFX 슈퍼바이저로서 그는 "사전 제작 단계, 촬영 단계에서도 감독님과 꾸준히 소통하는 게 중요하다"고 짚었다. 촬영 이후의 작업만큼이나 사전 제작과 현장에서의 판단이 최종 VFX 완성도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제갈 이사가 한국 VFX의 기술력과 해외 인지도 사이의 간극을 언급한 가운데, 넷플릭스도 국내 제작 인력의 저변을 넓히는 사업을 이어오고 있다. 넷플릭스는 2022년부터 한국전파진흥협회와 VFX 아티스트 양성 프로그램을 운영해 왔다. 한국전파진흥협회의 '디지털 선도기업 아카데미 사업' 협력 기업으로 선정되면서 마련된 교육과정이다. 넷플릭스 관계자는 "해당 프로그램 수료자들이 <오징어 게임> 시즌2와 3, <폭싹 속았수다> 등에 참여했다"고 전했다.

한편 제갈승 이사 바람대로 <동궁> 관련 굿즈가 곧 나올 예정이라고 한다. 넷플릭스 측은 "8월 중 꺼먹살이 키링과 티셔츠 등이 발매될 예정"이라 밝혔다.



#동궁#꺼먹살이#VFX#호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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