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쿠팡 배송캠프 온도 측정 결과 사진. 지난 4일 광주1캠프(야외작업장)의 경우 45℃를 기록했다. 이는 같은 지역 기온보다 10.2℃ 높은 수치다(사진 왼쪽). ⓒ 전국택배노동조합 쿠팡본부
[기사 보강 : 5일 오후 4시 19분]
살인적인 폭염이 이어지고 있는 4일 하루 동안 쿠팡 배송·택배 기사 2명이 온열질환으로 잇따라 쓰러졌다. 전국택배노동조합 쿠팡본부(아래 노조)는 "배송기사가 소속된 서초캠프 안의 온도가 42도까지 올랐다는 제보가 들어왔다"며 "이는 사고가 아닌 예고된 결과"라고 지적했다.
노조는 5일 오전 긴급 성명을 내고 "4일 쿠팡 서초캠프에서 일하던 주간 배송기사가 배송 도중 폭염으로 쓰러졌다는 제보가 접수됐다. 그리고 같은 날 저녁 7시 30분경, 송파캠프 소속 택배기사가 폭염 속에 탈진해 응급실로 이송됐다"고 전했다.
노조에 따르면 송파캠프 기사는 이날 1회전 배송물량 70여 개가 캠프에 도착하지 못하면서 2회전에 물량이 몰려 오후 8시까지 마감 시간에 쫓기다 쓰러졌다. 노조는 "회사의 물류가 어긋나 생긴 결과를 노동자가 몸으로 메우다가 쓰러진 것"이라며 "폭염과 배송마감 압박과 장시간 노동이 겹쳐 만들어낸 필연적 결과"라고 설명했다.
7일간 배송캠프 온도 측정했더니... 40도 넘긴 측정 10회에 달해

▲전국 7개 지역 16개 쿠팡 배송캠프 온도 측정 결과 중 40℃ 이상 측정 기록 결과. 40℃를 넘긴 횟수가 10회 이상이었다. ⓒ 전국택배노동조합 쿠팡본부
노조가 지난 4일까지 7일간 7개 지역 16개 배송캠프에서 79회 온도를 측정한 결과, 68회(86%)가 산업안전보건규칙상 폭염 보건조치 기준인 33도를 넘었다. 35도 이상이 48회, 38도 이상이 18회였고, 40도를 넘긴 측정도 10회에 달했다.
가장 높은 온도는 4일 오전 10시 8분 광주1캠프 야외 작업장에서 측정된 43.3도로, 같은 시각 광주 지역 기온(33.1도)보다 10.2도 높았다. 울산1 염포캠프는 7월 31일 42.7도, 연암캠프는 42도, 전주 호성캠프는 8월 2일 오후 4시 40.5도를 기록했다. 노조는 "서초캠프의 제보는 서울 도심의 캠프 역시 예외가 아님을 보여준다. 40도를 넘는 캠프가 울산과 광주와 전주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서울 한복판에도 있었던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아침이라고 안전하지 않다. 오전 시간대 33도를 넘은 것이 21회였다"며 "폭염 대책이 한낮에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노조는 사고의 원인으로 쿠팡의 고객 주문 마감시간 연장을 지목했다. 노조는 "고객이 예전보다 늦게 주문해도 그날 발송해주겠다고 했으니, 물류센터 출하, 캠프 도착이 늦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면서 배송마감 기준을 그대로 두면 그 사이 시간을 온몸으로 메우는 것은 결국 택배노동자"라고 말했다.
캠프가 '옥외 작업 중지' 공지를 내린 데 대해서도 노조는 "배송마감시간은 그대로 둔 채 야외 작업만 금지하는 것은 대책이 아니라 눈속임"이라고 비판했다. 캠프 건물 안 공간이 부족해 순서를 기다리면 배송 마감을 맞출 수 없어 밖에서라도 먼저 작업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쿠팡CLS '쿨링포그' 확대 설치?... 노조 "설치하고 보도자료 내라" 지적
쿠팡CLS(로지스틱스서비스)는 지난 7월 30일 에어컨 설치가 어려운 물류 작업 공간에 '쿨링포그(체감 온도를 낮추는 안개 분사 시설)'를 전국적으로 확대 설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노조는 캠프에 쿨링포그가 설치된 곳을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강민욱 택배노조 쿠팡본부 본부장은 5일 오전 <오마이뉴스>에 "(쿨링포그든 뭐든) 다 설치하고 보도자료를 냈으면 좋겠다. 폭염이 당장 심각한 상황에서 마치 설치한 것처럼 보도자료를 내는데, 저희(쿠팡본부)가 확인한 곳 중에는 (쿨링포그가) 있는 곳이 없었다"라고 밝혔다.
노조는 쿠팡CLS에 ▲ 폭염 기간 배송완료시간(PDD) 기준 적용의 한시적 전면 중단 ▲ 고객 주문 마감시간 연장 철회 ▲ 서브허브캠프 분류 인력의 충분한 배치와 냉방 설비·휴게공간 설치를 요구했다. 고용노동부에는 쿠팡CLS 배송캠프의 폭염 취약사업장 지정과 불시감독 실시, 서초·송파캠프 사고에 대한 즉각 조사를 요구했다. 또, 국토교통부에는 "택배사들의 고객 주문 마감시간 연장을 철회시키라"고 요구했다.
노조는 "우리는 지난 7월 31일 성명에서 이 나라의 택배 대책이 언제나 사람이 쓰러진 뒤에 나왔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나흘 만에, 하루 사이에 두 명이 쓰러졌다"라며 "2020년에도, 2021년에도 우리는 동료를 잃고 나서야 대책을 논의했다. 이번만은 달라야 한다"고 밝혔다. 노조는 오는 13일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예고했다.
쿠팡CLS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에 "CLS는 폭염에 대비해 건강 이상이 있을 경우 즉시 작업을 멈추고 소속 위탁배송업체에 알릴 것을 지속적으로 안내하고 있다"라며 "위탁배송업체에 의하면 해당 기사도 어지러움증 등의 증상이 있어 폭염 대비 요령에 따라 119 신고가 이뤄졌고 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