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공자학회(회장 이남영)가 1995년 11월 무크 <공자학(孔子學)>을 창간했다. 편집인 이남영, 편집위원 송재운·김백현·김수중·김진수·남상호·박낙규·최태우·황의동, 펴낸 곳 한국공자학회다.
창간호는 '북송(北宋)유학'과 '남송(南宋)유학' 특집에 전공학자 9인의 글과, 일반 논문 '공자의 학(學)에 관한 연구', '같음과 다름의 문제에 대한 조선후기 성리학적 접근', '공자 사상에 대한 한중의 시각' 등이 실렸다.
이남영 회장의 '세계 공자학의 중심축으로서의 한국 공자학' 제하의 창간사 중간 부분이다.
우리의 공자학 연구는 결코 지역학적인 의미에서의 '중국'의 공자학에 집착하지 않는다. 우리 한국인은 더 이상 중국을 중심국가로 간주하고 자신을 주변국가, 변방 문화로 의식하지 않는다. 공자의 가르침과 공자의 정신이 우리의 현실적 삶에서 소망스럽고 바람직하다고 해서 주체적 자각 없이, 중국 중심의 가치관으로 기우는 것은 동시에 자신의 낡은 열등의식과 자비 관념 때문이다. 우리는 더 이상 중화와 동이, 중앙과 주변, 정통과 이단 같은 도식으로 이른바 당귀(唐鬼)의 의식의 울타리를 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우리는 이 점에서 우리의 과거를 반성하는 점에도 외면해서는 안 될 것이다. 조선조 후기 흔히 한국 실학의 대표자라고 칭송되는 박제가는 중국은 부유하고 조선은 가난하고, 중국은 개방적이고 조선은 폐쇄적이고, 중국은 중심국가이고 조선은 동쪽의 오랑캐 지역이니, 이 가난과 폐쇄성, 이 오랑캐라는 부끄러운 허물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조선의 언어를 버리고 직접 중국어를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실학이 함축하는 최대한의 효율성의 강조가 그 공리적 타산으로서는 가난을 벗어나고 흉허물을 벗어나는 첩경이 될 수는 있을지 몰라도, 그의 민족의 자존심을 망각한 애국적 국가 관념의 부재를 드러내는 무모성은 통탄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중국의 격언 중에 한단지보(邯鄲之步)라는 말이 있다. 옛날 북방의 소국인 연나라의 청년이 남쪽의 대국인 조나라를 동경하다가 드디어 그 수도인 한단에 오게 되었다. 그런데 이곳 한단 사람들의 걸음걸이가 매우 우아하고 보기 좋아서 그는 열심히 그 걸음걸이를 배웠다. 그러나 다 배우기도 전에 돌아가게 되니 그의 걸음걸이는 한단 사람의 걸음걸이를 흉내내는 꼴에 불과했고 한편 고향 사람들의 걸음걸이도 잊은 바 되어 이 젊은이의 영혼 상실을 풍자하는 의미로 쓰이는 것이다. 무턱대고 외부 문화만을 추종하고 흉내내다 자기의 분수를 망각하는 비주체적인 문화적 열등의식, 자비관념 내지는 모화사대와 같은 당벽(唐癖)은 이제는 극복되어야 한다. 자신의 조국을 아직도 중국의 주변 문화로 보고 그렇게 생각하는 태도는 잘못된 과거의 수습관념의 일단이다. 한국 공자학의 정신이 동아시아 유교문화권의 중심축임을 자각하고 우리의 신유들이 쌓아온 값진 지적·실천적 업적을 활용하여 공자의 수기와 안백성(安百姓)하려던 숭고한 구세적 정신을 창달하기 위한 노력이 바로 세계의 공자학과 떳떳이 대응할 수 있는 관건이라 하겠다.
덧붙이는 글 |
김삼웅의 [잡지 창간사]는 매일 여러분을 찾아갑니다.